“지금도 출근하고 있다고요?”
민규는 수문 관리소의 낡은 수화기를 귀에 댔다. 상대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멀리서 종이가 넘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철제 책상 위에 컵을 내려놓는 듯한 소리가 났다. 사라진 화물역의 다른 시간에서 전화가 온다는 사실보다, 그곳에 누군가 컵을 올려놓고 있다는 평범한 소리가 더 이상했다.
“나는 장백운입니다. 사고 당시 외부 회신 시스템을 유지하던 기술 책임자였어요.” 남자가 말했다. “누군가는 첫 귀환자의 신호를 계속 살아 있게 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날 구조된 아이들이 원래 위치로 돌아올 수 있다고 들었으니까요.”
케스는 그 이름을 확인했다. 삼십 년 전 정비 업체 직원 명단에 있었다. 사고 뒤 실종 처리됐고, 가족에게 지급될 보상금은 행정상 행방 확인을 이유로 오래 미뤄졌다. 장백운은 가해를 가능하게 한 기술 담당자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시간이 멈춘 피해자일 수도 있었다. 케스는 통화 기록을 보존하고 신원 확인을 요청했다.
“귀환자 시간을 되돌려 주면 왜 아이들이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는 겁니까?” 민규가 물었다.
“안전 계정이 비기 때문이지요. 첫 번째 계정이 유지돼야 나머지 열여섯 차례의 귀환이 유효합니다.”
“유효하다는 건 서류상의 이야기입니까, 실제 출입문의 이야기입니까?”
전화 저편에서 종이가 흔들렸다. 장백운은 잠깐 화가 난 듯했지만 바로 답하지 못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인계 기록을 관리했지만 실제로 밖에 나간 사람들의 뒤를 확인한 적이 없었다. 서류상 계정이 닫히면 구조가 무효화된다는 말은 확인되지 않은 규칙이었던 것이다.
민규는 바깥에서 찾은 자료를 읽어 줬다. 삼십 년 전 의료소 접수 기록, 문태식의 증언, 역무실 밖으로 나간 세 사람의 서명. 그 이후에도 사람들은 살아왔다. 그 사실을 한 장치의 ‘유효’ 표시가 뒤집을 수는 없었다. 기록이 틀렸다고 해서 사람의 존재까지 취소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때 나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장백운이 낮게 말했다. “물이 들어오는데 연락이 안 됐어요. 기술자라면 뭐라도 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연진 씨의 동의 없이 시간을 묶어 두는 걸 계속할 수는 없습니다.”
“그걸 멈추면 모든 책임이 내게 옵니다.”
“책임은 조사해야죠. 다만 책임을 피하려고 사람을 더 가둘 수는 없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종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케스는 급하게 화내지 않았다. 장백운의 구술은 조사에 필요했지만, 실제로 위험한 장치를 그가 지금 조작할 수 있다면 연결을 유지하는 것도 위험했다. 위치를 찾기 위해 독립된 탐지 회선을 작동시켰다. 신호는 빵집 위층이 아니라, 빵집의 옛 지하 창고와 겹쳐진 별도의 작은 방에서 나왔다.
바르트는 지하 계단의 도면을 뒤집었다. 부식된 기둥 뒤에는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유지보수실이 있었다. 그곳의 시계는 장백운이 통화한 시각과 같았다. 출입문은 멀쩡했지만 두꺼운 쇠사슬이 묶여 있었다. 쇠사슬은 바깥에서 거는 방식이었다. 누군가 장백운을 그 안에 가둔 것인지, 그가 스스로 나가지 못하도록 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문을 열면 둘 다 연결될 수 있습니다.” 셀레나가 말했다. “연진 씨가 있는 역무실과 장백운 씨의 관리실은 같은 시간층을 공유하고 있어요.”
민규는 바로 열지 않았다. 연진에게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그 문이 열릴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설명했다. 그녀는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분명히 대답했다. 장백운과도 통화할 수 있다면 이야기를 나누겠지만 다시 갇히는 방식은 거부한다고 했다. 장백운에게도 구조팀이 들어갈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오래 침묵하더니 문고리에 걸린 쇠사슬을 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안에는 쇠사슬이 없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여긴 창문 하나와 전화기뿐이에요. 문은 처음부터 잠겨 있었어요.”
바르트는 그 말을 듣고 도면 위에 두 개의 사각형을 그렸다. 같은 건물이라도 안과 밖의 문이 서로 다른 위치에 보일 수 있었다. 실제로는 하나의 출구가 두 시간층에 겹쳐 있다. 사람이 안쪽에서 문을 열었다고 믿어도 밖에서는 닫힌 상태일 수 있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군가 희생을 감수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두 공간의 문을 맞추는 기술적 조정이 필요했다.
바르트는 안전 회신과 마법 시계, 물리적인 계단을 각각 별도 회선으로 유지한 상태에서 조정 계획을 세웠다. 중간에 하나라도 불안정해지면 개방을 멈추고 기존 안전 상태로 돌아간다. 셀레나는 마법으로 공간의 경계를 조금씩 맞추고, 오르반은 학교에서 열린 현장 감시창에 비상 신호가 뜨지 않는지 확인했다. 민규는 가장 마지막에 들어갈 사람이 아니라, 현장 전체를 확인할 사람이었다.
“제가 문을 잡을까요?” 하준이 물었다.
민규는 그를 돌아봤다. “잡아 주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 남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구조팀과 교대로 하죠.”
하준은 아주 작게 웃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맡되, 그 일 때문에 영원히 머물러야 한다는 의무는 지지 않았다. 그는 문 옆에서 작은 모래시계를 세웠다. 삼 분 뒤 다른 사람이 오면 자리를 넘기기로 했다. 그 약속은 근무 계약보다 훨씬 가벼웠고, 그래서 더 믿을 수 있었다.
통화가 길어지는 동안 장백운은 책상 위에 놓인 낡은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사고 전날 아내가 준 컵이었다. 바깥 세계에서는 아내가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케스가 확인했다. 케스는 그 소식을 당장 전화로 전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했다. 본인에게 중요한 사실을 숨길 수는 없지만,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도 살펴야 했다.
장백운은 의외로 먼저 질문했다. “우리 집은 남아 있습니까?”
“주소는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누가 사는지와 가족 관계는 더 살펴봐야 합니다.” 케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 나가서 직접 확인할 수 있겠군요.”
장백운의 목소리는 흔들렸지만 처음으로 밖에 나갈 이유를 말하고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죄를 인정하면 시간을 돌려받을 자격도 사라질 거라 믿었다. 그래서 안전 계정이 비면 모두가 위험해진다는 말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장치가 그에게 주었던 것은 책임이 아니라 책임을 끝내지 못하는 방법이었다.
민규는 그런 생각을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거기에 동의하지는 않았다. 잘못된 선택이 있었다면 조사와 처분을 받아야 한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말로 남의 시간을 빼앗은 사실을 덮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 사람도 현재 위험한 방 안에 갇혀 있다면 구조를 받을 수 있다.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인정하지 못할 때 또 다른 희생을 만들기 쉽다.
바르트는 관리실의 전원 기록을 열어 장백운의 말에 뒷받침되는 부분을 찾았다. 초기에는 외부 회신 장치를 고장 없이 유지하려고 임시 보조 회로를 연결했다. 그 뒤 ‘임시’라는 표시를 지우고 자동 연장 기능을 붙였다. 장백운이 직접 승인한 수리 이력도 있었다. 그러나 십오 년 전 추가된 강제 시간 차감 명령은 장백운이 기록상 출입할 수 없던 외부 관제실에서 들어왔다. 누가 최초의 오류를 만들었고, 누가 그것을 악용했는지 하나의 이름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 그 사람이 모든 걸 꾸민 건 아니군요.” 셀레나가 말했다.
“그렇다고 아무 책임도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케스가 답했다. “그리고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람이 더 있습니다.”
민규는 오르반에게 외부 관제실의 소재를 조용히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누군가 남아 있는 회선을 조작한다면 구조 작전 중 다시 같은 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르반은 조사팀의 권한과 경로를 확인해 해당 기관에 자료 보존을 요청했다. 민규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조직 전체를 범인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실제 명령은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준은 계단에서 기둥 하나를 붙잡고 생각했다. 그가 처음 자기 시간을 원한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그를 고장 난 장치라고 불렀다. 민규는 진짜 이름이 무엇이냐고 캐묻기 전에 어떻게 살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 기억 덕분에 그는 장백운에게도 한마디 할 수 있었다.
“문을 열면 나가세요. 나가서 해야 할 말이 있으면 하시면 됩니다. 이 안에 남아 있는 게 답은 아니에요.”
장백운은 낮게 대답했다. “당신은 누굽니까?”
“열일곱 번째로 돌아온 사람입니다. 이제는 그냥 하준입니다.”
수화기 저편에서 의자가 삐걱거렸다. 오랫동안 사람의 이름 대신 번호만 확인하던 장백운에게는 이상하게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이름을 다시 한번 불렀다. “하준 씨. 나도 이름으로 나갈 수 있겠군요.”
조정이 시작되자 빵집 아래의 계단이 잠깐 희미해졌다. 바르트의 측정 장치는 계단 길이가 변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사라진 듯 보이는 현상은 빛이 굴절되는 착시였다. 셀레나가 수정 구슬의 각도를 바꾸자 계단 윤곽이 돌아왔다. 실제 벽을 무너뜨리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길을 보이게 만드는 데 마법이 사용됐다.
“압력 안정. 비상 전원 유지.” 수문 직원이 보고했다.
“회신 수신 정상.” 오르반이 학교에서 말했다.
“연진 씨 상태는요?” 민규가 물었다.
“여섯 시 오십삼 분. 심장이 빨라졌지만 대화 가능합니다.” 케스가 답했다.
연진은 통신으로 문이 흔들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문 바로 앞에 서 있지 말라는 지시를 지켰다. 바르트가 바깥에서 임시 지지대를 걸고 나서야 통로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연진은 문 너머에서 처음으로 빵 굽는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바깥에서 실제로 무언가가 열리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러나 장백운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잠깐! 지금 계정이 비어요! 이대로라면 회신 기록이 지워집니다.”
“지워지는 건 임의로 만든 차감 계정입니다.” 케스가 대답했다. “원본 회신은 세 곳에 보존돼 있습니다.”
“그래도 책임 문서가 필요해요.”
“있습니다. 연진 씨의 원래 구조 요청과 외부 증언 기록이요.”
통화 상대가 말을 멈췄다. 케스는 장백운에게 지금이라도 원래의 회신 기록을 그대로 인정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장백운은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종이를 떠올렸다. 그 종이를 없애면 자기 삼십 년도 아무 의미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창문 밖의 흐린 하늘을 보면서 처음으로 자신도 방을 나갈 수 있는지 질문했다.
“나도 나가도 됩니까?”
“인원이 둘이라는 사실을 이제 확인했습니다.” 민규가 말했다. “두 분 모두 구조할 방법을 찾겠습니다.”
장백운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가 지키려던 규칙은 자신조차 가둔 문이었다. 처음 누군가를 대신 남겨 놓았을 때는 일이 곧 끝날 줄 알았다. 그러다 한 번 더, 한 번만 더 하다 삼십 년이 지나 버렸다. 그는 마지막으로 기록관 인형에게 넣었던 명령을 기억했다. ‘외부 회신이 올 때까지 첫 귀환자의 시간을 보류할 것.’ 그 문장은 실패를 감추는 방법이 아니라, 실패가 끝나지 않게 만드는 방법이었다.
통제판에 새로운 문장이 나타났다. [원명령 작성자 확인. 수정 가능 권한 회복.] 장백운은 과거에 자신의 손으로 만든 중계 회로의 설계 비밀번호를 말했다. 비밀번호는 거창한 주문이 아니라 기술 검수 도장의 네 자리 번호였다. 바르트는 그것으로 자동 차감 기능의 유지보수 잠금을 해제했다.
하지만 민규는 곧바로 ‘삭제’를 누르지 않았다. 처음 만든 명령, 바뀐 경위, 책임자의 설명은 모두 보존할 증거였다. 그는 기록을 복사하고 수신 확인 기능은 남긴 채 시간 차감 연결만 끊었다. 검은 마법석의 붉은 빛이 사라졌다. 기계가 마지막으로 부르던 이름들이 화면에서 한 줄씩 내려갔다.
연진의 시계가 여섯 시 오십오 분을 가리켰다. 아직 다섯 분이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구조가 가능해진 순간에도 가장 중요한 일은 급히 나가는 게 아니라 안전하게 나갈 준비를 마치는 것이었다.
그때 역무실 창문 바깥에서 열차 경적이 길게 울렸다. 현재 강변에는 철도가 없었다. 장백운은 낮게 말했다. “사고 당일에 지나가야 했던 마지막 열차입니다. 저 소리가 끝나면 문이 열릴 거예요.”
민규는 고개를 저었다. “경적이 끝난다는 이유만으로 문을 열진 않겠습니다. 실제 걸쇠가 풀리는지,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지 보고 열겠습니다.”
그 말에 바르트가 웃었다. 너무 오랫동안 소리와 문장으로만 결정했던 일들 속에서, 누군가가 다시 손잡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제16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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