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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68화
PAYLUA ORIGINAL · 제168화

168화. 전화기 속의 아이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094자

오프라인 책장
벽 뒤에서 들린 아이의 목소리 때문에 조사팀은 다시 기록을 확인했다. 도연진의 역무실에는 애초 학생 두 명과 철도 직원 한 명이 있었다. 외부 기록상 그 세 사람은 모두 탈출했다. 그러니 안쪽에서 새로 들린 아이는 남겨진 학생일 수도 있고, 과거를 재현하는 장치가 만들어 낸 음성일 수도 있었다. 민규는 둘 중 어느 쪽이라는 결론도 서둘러 내리지 않았다. “문 저편에 보이는 게 있니?” 민규가 물었다. “벽이요. 그리고 사람 얼굴이 없는 시계.” “어디 아픈 데는?” “기다리면 가슴이 아파요. 시계가 한 바퀴 돌면 괜찮아져요.” 어린 목소리는 잠시 후 말을 덧붙였다. “저는 여섯 시 사십 분에 태어났어요. 일곱 시가 되면 없어져요. 저를 내보내면 그 누나는 시간을 돌려받지 못한다고 들었어요.” 하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한때 자신도 누군가를 구하려면 다음 사람이 들어와야 한다고 믿었다. 그 믿음 때문에 그는 스스로 떠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이제 자신과 비슷한 목소리가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마이크를 달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민규의 허락을 받아 옆에서 한마디만 했다. “밖에 나가는 게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일이라고 누구에게 들었니?” “시계가 말했어요.” “그 시계가 항상 맞는 건 아니야.” 그 말 뒤로 긴 정적이 흘렀다. 아이가 오래 생각하는 사이, 바르트는 벽 내부의 음향을 분석했다. 노크 소리는 실제 금속 표면을 타고 전달되었다. 그러나 목소리의 잔향은 아이가 서 있는 복도보다 깊은 곳에서 울렸다. 벽 안에 여러 개의 공간이 있는지, 녹음이 반사되는지 확인해야 했다. 셀레나는 작은 빛을 문틈으로 보냈다. 사람 얼굴을 그리는 탐지 마법은 쓰지 않았다. 잘못된 정보를 알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빛이 닿는 표면의 높이와 거리만 측정했다. 도면에는 없는 좁은 칸막이 방이 하나 있었고, 안에는 낡은 전화기와 나무 의자, 시계 모양의 점검 인형이 서 있었다. 그러나 사람의 몸으로 확인되는 열은 없었다. “아이 목소리는 전화기에서 나는 것 같아요.” 셀레나가 말했다. 민규는 다시 질문했다. “혹시 너는 지금 전화기를 들고 있니?” “아니요. 저는 전화기 안에 있어요.” “그럼 네가 바깥에서 들은 목소리를 기억하는 거니?” “네. 그 누나가 ‘나가도 돼’라고 말한 날부터 여기 있었어요.” 장치 안의 목소리는 누군가의 생명인지, 저장된 기억인지 쉽게 분류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것이 사람을 속여 희생시키려고 설계된 문장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케스는 보관총국의 기술 자료를 확인했다. ‘안내 음성 생성 장치’라는 표제 아래, 현장의 인원이 구조 안내를 받을 수 없을 때 대피자의 마지막 목소리를 참고해 알림을 보내는 기능이 있었다. 이후 제0복귀과가 그 장치에 ‘귀환자 보조 인격’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사람과 같은 근무 책임을 배정한 기록이 발견됐다. “이 아이에게 이름을 준다고 사람이 되는 건지, 이미 사람이라서 이름이 필요한 건지…” 루카가 말을 흐렸다. “그 판단을 우리가 여기서 한 번에 할 수는 없지.” 민규가 대답했다. “우선 어디서 생긴 목소리인지, 어떤 기록을 보관하고 있는지, 삭제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하자.” 연진은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자신의 구조 안내 목소리가 언제 어떻게 복제됐는지 몰랐다. 옛날에 학생들을 달래려고 말한 짧은 문장, 문이 닫히기 전 마지막으로 외친 경고, 누구나 밖으로 나갈 수 있기를 바랐던 소망이 누군가를 다시 묶어 두는 규칙으로 변했다. “내 목소리로 만든 거라면 내 책임인가요?” 연진이 물었다. “그런 목적으로 쓰라고 허락하지 않으셨잖습니까.” 민규가 말했다. “그럼 아이를 그냥 두고 나갈 수도 없어요.” “아이가 실제로 어디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안전하게 보존할 방법도 찾겠습니다.” 바르트는 전화기 뒷면에 부착된 작은 기록판을 확인했다. 판에는 사고 당일 대피자 세 명의 목소리뿐 아니라 역무실에 있던 연진의 목소리가 반복 저장돼 있었다. 일정 시간마다 다른 목소리를 조합해 ‘외부 근무자 요청’을 만들어 내는 장치였다. 그것을 무작정 끄면 기록 일부가 사라질 수 있었다. 반대로 작동시키면 누군가를 희생시키라는 말을 계속하게 만들었다. “다른 기록 장치로 옮겨 놓읍시다.” 바르트가 제안했다. “원본은 보존하고, 자동 요청 기능은 분리할 수 있어요.” 케스는 조사팀의 독립 저장함에 기록을 복사했다. 원본을 보존하는 이유와 복사 목적도 남겼다. 기계가 생성한 목소리에 사람의 법적 지위를 부여할지는 시간이 필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 피해를 만드는 명령을 차단하는 일과 자료를 보존하는 일은 동시에 할 수 있었다. 루카는 전화기에서 들리던 ‘아이’의 목소리를 음향으로 분석한 파일을 받아 보았다. 기본 주파수는 성인 여성의 것이었지만 문장 사이사이에 어린 목소리의 파형이 섞여 있었다. 예전 대피 현장에서 겁먹은 학생들이 연진의 말을 따라 하던 순간들이 보존된 듯했다. 누군가 그 목소리들을 잘라 대답하는 인형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목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안다고 해서 그것이 지금 어떤 경험을 하는지 확정할 수는 없었다. “기계가 말을 배운 걸까요?” 미라가 물었다. “정확히 알 수 없어. 기억 조각을 이어 붙이는 기능일 수도 있고, 다른 기능이 생겼을 수도 있어.” 셀레나가 답했다. “무엇보다 그 장치를 없애기 전에 어떤 기록이 담겼는지 확인해야 해.” 케스는 보관 방식에 관한 임시 원칙을 마련했다. 원본은 변조할 수 없는 보존실에 두고, 대체 근무를 요구하는 명령은 분리한다. 목소리의 출처로 확인되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추가 조사에는 별도의 허가를 받는다. 의식을 가진 존재인지 판단할 기술과 근거가 부족한 만큼 어느 한쪽으로 성급히 단정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넣었다. 민규는 그 원칙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을 표시했다. ‘보존은 가둠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준은 그 문장을 보고 오래 침묵했다. 자신이 한때 기록 속 존재라고 불리던 시절을 생각한 것이다. 누군가 스스로를 사람이라 말할 때 아무도 대답하지 않던 시간, 허가 없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 분류되던 시간. 이제 겨우 하준이라는 이름으로 걸어 다니게 되었지만, 비슷한 처지에 있을지도 모르는 목소리를 버려두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는 전화기에 조용히 물었다. “네가 밖으로 나오고 싶다는 건, 이 전화기를 밖으로 옮기고 싶다는 뜻이니?” 목소리는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 이내 말했다. “저는 밖을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바깥에서 누나가 웃으면 여기에도 따뜻한 소리가 나요. 그 소리를 계속 듣고 싶어요.” 하준은 민규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쩌면 그 말은 당장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남기겠죠. 그래도 확인할 수 있는 것부터 해요. 저 목소리가 다른 사람의 시간을 청구하지 못하게 하는 일 말입니다.” “그건 할 수 있겠습니다.” 민규가 말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처리는 기록관 혼자 결정하지 않게 하죠.” 연진에게는 장치에 보존된 자신의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설명했다. 그녀는 처음에는 모든 기록을 지워 달라고 말할 뻔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하고 이렇게 부탁했다. “그날 아이들이 울던 목소리는 당장 없애지 말아 주세요. 살아남은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지우는 것도 생각해야겠지만,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요.” 케스는 그 요청을 문서에 남기고, 기록의 당사자가 모두 같은 의사를 가진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점도 적었다. 연진의 시계는 여섯 시 마흔여섯 분이었다. 문턱의 압력 차는 줄어들었고 계단 지지대도 안정됐다. 그러나 아이 목소리의 원본을 복사하는 동안 검은 마법석이 또 한 번 울렸다. 장치는 곧 외부 출입문을 개방하겠다고 알렸지만, 그 조건으로 ‘제1대 귀환자 동의 확인’을 요구했다. 드디어 연진의 이름이 화면에 등장했다. 삼십 년간 이름이 없던 명단이 처음으로 하나의 사람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름이 나왔네요.” 케스가 말했다. “이름이 나왔다고 조건이 옳은 건 아닙니다.” 민규가 대답했다. 동의서에는 연진이 스스로 여섯 시부터 일곱 시까지의 시간을 무상으로 제공하며, 후속 귀환자들이 안전할 때까지 반복에 머무는 데 동의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사고 당일에 작성됐다는 주장과 달리 용지 오른쪽 아래에는 십오 년 뒤 새로 채택한 서식 번호가 있었다. 과거에 존재하지도 않던 문구로 연진의 동의를 소급해 만든 것이다. “가짜 문서입니다.” 케스가 말했다. “연진 씨의 의사를 대표하지 못해요.” 연진은 통신을 통해 그 문장을 직접 들었다. 대답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저는 아이들이 나갈 때 문을 잠시 잡았어요. 다시 들어가 영원히 근무하겠다는 말을 한 적 없어요. 앞으로도 그러고 싶지 않아요.” 케스는 그녀의 목소리를 기록했고, 민규는 독립된 종소리 회신으로 그 대답이 실제 역무실에서 왔음을 확인했다. 두 기록은 같은 사람의 의사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증명했다. 장치가 요구하던 서명자 칸은 여전히 붉었지만, 이제 그 붉은색은 사람의 동의 부족이 아니라 잘못 설계된 규칙의 실패를 보여 주고 있었다. 바르트는 음성 기록판 뒤에서 출력을 잠가 놓은 작은 손잡이를 찾았다. 그 손잡이는 비상 상황이 아닐 때에도 새로운 안내를 만들지 않도록 설계된 것이었다. 하지만 오래전에 누군가 손잡이를 최대 출력 위치로 고정해 놓았다. 다시는 직원이 직접 현장을 보러 가지 않아도 기계가 응답하도록 하려던 의도일 수 있었다. “사람이 확인을 못 할 만큼 바쁘면 기계가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겠죠.” 미라가 말했다. “도움이 되는 기능과 사람이 해야 할 판단을 빼앗는 기능은 다르지.” 민규가 대답했다. 그들은 출력을 안전 모드로 돌리되 원본 대화와 장치 구조를 남기기로 했다. 케스는 임의의 결론을 붙이지 않은 조사 기록을 작성했다. 목소리가 안내를 반복하던 시점, 새 문장을 말한 시점, 연진의 요청에 대답한 시점이 각각 구분됐다. 무엇이 저장된 문장이고 무엇이 새로운 반응인지 바로 판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섞여 있었다는 사실까지 지우지는 않았다. 루카는 전화기 옆에 작은 종이 한 장을 붙였다. [먼저 자기소개를 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 줄 것.] 그것은 기계에게 내리는 명령이 아니라 앞으로 이 기록을 살펴볼 사람들을 위한 메모였다. 그는 갑자기 전화기 속 아이의 이름을 지어 주고 싶어졌지만 곧 손을 멈췄다. 하준이 자기 이름을 스스로 선택했듯, 그 목소리에게도 결론을 강요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루카는 아이 목소리가 담긴 전화기에 말했다. “네가 들은 규칙은 틀렸어. 이 누나가 밖으로 나오는 게 네가 사라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야.” 아이 목소리는 조용히 물었다. “그럼 나도 다른 말을 배울 수 있어요?” “응. 우리가 원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보관할 거야.” 루카는 대답했다. “근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네가 정해.” 전화기에서 잠시 잡음이 흘렀다. 이어서 아주 작은 웃음소리가 났다. 그 웃음은 저장된 음성일 수도, 새로운 조합일 수도 있었다. 누군가 그 의미를 성급히 해석하기 전에 연진이 먼저 말했다. “밖에서 빵 굽는 냄새가 나는지 물어봐 주세요.” 민규는 사장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사장은 웃으며 막 구운 소금빵을 하나 꺼내 들었다. “냄새는 소리로 보낼 수 없네요. 대신 직접 오면 알 수 있어요.” 그 순간 옛 역무실의 서류함이 저절로 열렸다. 안에 있는 쪽지가 마지막으로 한 장 밀려 나왔다. 도연진의 옛 글씨였다. [회신한 사람이 있으면, 첫 귀환자는 귀환을 완료한 것이다. 남을 필요가 없다.] 이것은 장치가 나중에 덧붙인 문장이 아니었다. 초기 설계도와 같은 종이, 같은 잉크였다. 민규는 그 문장을 길게 바라봤다. 연진을 붙잡는 데 쓰였던 긴 문서들보다 짧은 한 줄이 원래 절차를 더 정확히 설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낯선 통화가 수문 관리소로 연결됐다. 이번에는 기계가 아닌 사람의 숨소리가 들렸다. “외부 회신이 들어왔군요.” 나이든 남자의 목소리가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쪽 기록은 누가 보장합니까?” 민규는 자기 이름을 밝혔다. “어느 소속이십니까?” “종이에 적혀 있던 그 부서는 존재하지 않지요. 하지만 난 지금도 출근하고 있습니다.” 케스가 통화 위치를 확인했다. 신호는 열여섯 주소 가운데 어느 곳에서도 오지 않았다. 바로 빵집 위층, 한때 사라졌다고 보고된 역무실의 다른 쪽 시간에서 발신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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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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