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67화
PAYLUA ORIGINAL · 제167화

167화. 종소리의 증인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044자

오프라인 책장
빵집 바닥이 흔들린 뒤, 사장은 카운터에 놓아 둔 계산기를 먼저 붙잡았다. 작은 손님 하나가 넘어질 뻔했고 종업원은 뜨거운 오븐 앞에서 몸을 돌렸다. 민규는 사장에게 화면에 이름이 나타났다는 이유로 곧바로 위험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 뒤, 우선 손님과 종업원을 안전한 쪽으로 안내했다. 시간이 촉박할수록 사람의 이동로부터 비워야 했다. “제 이름은 왜 자꾸 나오는 거예요?” 사장이 물었다. “장치가 가까운 문서상의 책임자를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실제 동의가 아닙니다. 서명은 하지 마세요.” 케스가 사장을 대신해 항의하려 했지만 민규가 손을 들었다. 사장은 이미 본인의 의사를 분명히 말했다. 또 다른 사람이 대신 거절의 문장을 쓰지 않아도 충분했다. 대신 장치가 표시를 반복할 때마다 기록을 남겼다. 어떤 이름을, 무슨 근거로, 몇 시에 불러냈는지. 이런 자료가 있어야 다음 사람에게 같은 일이 생겼을 때 거절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규칙을 고칠 수 있다. 바르트는 검은 마법석 조각을 치우지 않았다. 깨진 단면의 열을 측정하고 전원 공급선을 분리했다. 조각에 손을 대면 시간 차감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떴지만 실제로 위험한 것은 발열과 남은 전류였다. 그는 절연 장갑을 끼고 장치를 고정했다. 마법이든 기계든 잘못된 설명 때문에 실제 위험을 무시해서는 안 됐다. “수문 비상 전원은 살아 있습니다.” 수문 직원이 보고했다. “독립 회신은요?” 민규가 물었다. “학교와 의료소 모두 수신됐습니다. 연진 씨 통신만 잡음이 있습니다.” 민규는 종이를 꺼내 문제를 둘로 나눴다. 위험한 차감 회로는 차단하되, 연진의 심장 박동과 연결된 송신기는 당장 멈추지 않는다. 먼저 외부 신호를 따로 만들어 회신을 안정시킨 뒤 연결을 옮겨야 했다. 마치 심장 대신 기계를 넣는다는 표현은 피했다. 사람의 몸을 장치 부품처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셀레나는 수문 경보탑으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오래된 청동 종이 있었다. 홍수가 나면 수문 직원이 손으로 울려 마을에 경고하던 종이었다. 전기가 끊겨도 작동하는 구조였다. 종의 울림에는 마법 회선이 연결돼 있지 않았다. 사람의 시간을 세거나 서명을 받는 장치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신호를 보낼 수 있었다. “예비 수신 확인이 될까요?” 셀레나가 물었다. 바르트는 눈을 반짝였다. “종소리를 마이크로 받고, 현장 수신자는 무전으로 읽어 주고, 종 자체의 진동도 따로 기록하면 됩니다. 서로 다른 세 가지 증거가 생기는군요.” “하지만 종을 울리는 사람이 대신 근무자가 되는 건 아니죠?” 루카가 물었다. “맞습니다.” 민규는 대답했다. “소리를 듣고 확인하는 것과 사람을 묶어 두는 건 전혀 다른 일입니다.” 시험 전 셀레나는 연진에게 종소리를 듣고 싶은지 물었다. 연진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사고 당일 계속 들었던 것은 사람을 되돌리는 역무실 종이었다. 또다시 종이 울리면 처음으로 돌아갈까 봐 두려웠다. 민규는 종이 두 개의 기능을 설명했다. 하나는 회신 없는 구조 요청을 반복시키는 장치, 다른 하나는 주민들에게 위험을 알리는 실제 경고 도구였다. 그녀는 차이를 듣고 나서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듣겠습니다. 이번에는 밖에서 울리는 소리겠죠?” “네. 제 손에는 그 종을 멈출 스위치도 없습니다. 사람 손으로 치는 종입니다.” 수문 직원이 한 번 종을 울렸다. 오래된 금속음이 강변을 건넜다. 한참 후 벽 안에서 연진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들었어요. 멀리서 정말 소리가 나요.” 그 순간 역무실 시계가 여섯 시 서른여섯 분으로 넘어갔다. 검은 마법석은 서명을 요구했지만 독립 회신 기록에는 사람이 아니라 소리의 도착 시각만 남았다. “한 번 더 확인하겠습니다.” 바르트가 말했다. 두 번째 종소리에는 의료소 담당자가 동시에 수신 증언을 남겼다. 세 번째에는 학교 경비실의 오르반이 시간을 확인했다. 세 기록은 똑같은 순서로 이어졌다. 어느 한쪽이 임의로 시간을 바꾸더라도 나머지 둘과 맞지 않았다. 회신 기능은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하지 않고도 작동했다. 그러나 차감 장치는 포기하지 않았다. 화면에는 사장의 이름이 지워지고 다음으로 루카의 이름이 나타났다. 학교에서 보낸 기술 지원 요청서에 그의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루카는 손이 차가워졌다. 자기 이름이 화면에 뜨는 것만으로, 장치가 자신을 이미 선택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민규는 단호히 말했다. “이름을 올린 사람은 책임자가 아닙니다. 기술 지원자입니다. 선택한 게 아니에요.” 루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미라가 무전으로 말을 걸었다. “너 지금 실습실 문 고친다고 밤새 자랑하더니, 기계 하나가 멋대로 부르는 이름에 겁먹었어?” “겁먹을 수 있지. 나 사람인데.” 루카가 답했다. “그래. 그러니까 겁먹은 사람한테 서명하라고 하면 안 되는 거지.” 두 사람의 대화에 잠깐 웃음이 흘렀다. 민규는 그 웃음을 들으며 잃어버린 일상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고 느꼈다. 재난에서는 모든 것이 거창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구조가 성공했다는 증거는 사람이 자기 두려움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상태이기도 했다. 현장 수리 중 뜻밖의 변수가 하나 생겼다. 수문 경보탑에서 울린 종소리가 강 건너 마을에도 전달되면서 홍수 경보로 오해한 주민들이 대피하기 시작했다. 민규는 즉시 수문 관리소에 연락해 실제 수위가 정상임을 확인했고, 직원들은 주민들에게 이번 종이 시험 신호였음을 알렸다. 오래된 경보 도구를 활용하는 일은 좋았지만 그 소리가 사람들에게 무슨 뜻인지까지 생각해야 했다. “우리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놀랐겠어요.” 셀레나가 말했다. “맞습니다. 다음 시험부터는 먼저 알려야죠.” 민규는 잘못 전달된 신호의 범위를 확인하고 사과 문구를 작성했다. 다행히 주민들은 안전하게 돌아왔지만, 몇몇 사람은 실제 홍수 경보가 울려도 믿지 않게 될까 걱정했다. 그래서 이번에 사용한 종소리 횟수와 시험 안내 방법을 기록했다. 정상적인 경보가 울릴 때 사람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새 시험 신호를 정해야 했다. 미라는 학교의 오래된 음악실에서 작은 종 세 개를 가져왔다. 각 종은 크기와 음색이 달랐다. 하나를 빠르게 두 번 치면 시험, 큰 종을 길게 울리면 진짜 위험. 단순하지만 알아듣기 쉬운 구분이었다. 바르트는 이 내용을 기록 장치에만 넣지 않고 수문 관리소 출입문에도 붙였다. 누군가 회선을 고쳐 놓고 떠나더라도 다음 직원이 같은 절차를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연진은 그 작은 소리들을 차례대로 들었다. “아까는 구분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알아요.” 그녀가 말했다. “내가 있던 역에도 이런 게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셀레나는 과거를 바꿔 주겠다고 하지 않았다. 대신 앞으로 같은 소리를 들을 다른 사람들이 혼란스럽지 않게 만들겠다고 대답했다. 루카는 보관실에서 찾아낸 작은 스케치의 신발끈 이야기를 들려줬다. 연진은 자신이 그걸 했는지조차 잊고 있었다. 그런데 묘사를 듣자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한 아이가 비가 와도 신발끈은 꼭 같은 길이로 묶어야 한다고 우겼어요. 내가 왜 그렇게 꼭 같아야 하냐고 물으니까, 신발도 형제니까 공평해야 한대요.” 그녀는 오래전 처음으로 겁먹지 않고 웃었다. 민규는 그 웃음을 녹음해 두지 않았다. 업무상 필요한 기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미 충분히 많은 목소리가 사람의 허락 없이 장치에 저장됐다. 이번에는 아무 자료로 남기지 않는 순간도 필요했다. 연진은 그 뒤로 한동안 조용히 바람 소리를 들었다. 사장은 가게 앞에 붙일 안내판을 직접 골랐다. 사고 현장이라는 말 대신 ‘일시적인 지하 통로 점검으로 출입을 제한합니다’라고 적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빵집을 단순한 구경거리로 보지 않았다. 사장은 밀가루 포대를 옮기며 조금 더 편안하게 손님을 맞았다. 자신의 공간을 어떻게 설명할지 결정하는 것도 그녀의 일이었다. 계단 보강 공사가 끝나자 구조팀은 빵집 아래로 내려갔다. 바르트가 먼저 산소와 통로 폭을 측정했다. 계단참에는 꽃무늬 타일이 아직 몇 장 남아 있었다. 연진이 기억하던 바로 그 장소였다. 벽 뒤에서 남은 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민규는 통로 끝의 문이 열릴 때 압력이 어떻게 바뀔지 계산한 측정값을 다시 확인했다. “문을 지금 바로 열어도 되나요?” 사장이 물었다. “지금은 못 엽니다. 안쪽 시계가 서른여덟 분입니다. 문턱의 압력 차이를 먼저 줄여야 합니다.” “밖에서는 몇 시인데요?” “그건 문 너머 사람에게 따로 확인하겠습니다.” 연진에게 물으니 그녀는 여섯 시 삼십구 분이라고 대답했다. 분 차이가 있었지만 통신이 불안정할 때 흔히 생기는 지연일 수도 있었다. 셀레나는 마법식으로 시간을 강제로 맞추려 했으나 민규가 제지했다. 안쪽에서 사람이 자신의 몸으로 느끼는 시간과 장치가 기록하는 시간이 서로 다를 가능성이 있었다. 빠른 동기화는 위험했다. 통로에 들어가기 직전 민규는 한 번 더 현장 통신을 시험했다. 빵집 바깥의 케스, 계단 안쪽의 바르트, 역무실 속 연진, 학교의 오르반이 각자 현재 위치를 말했다. 네 사람이 주고받은 말은 화려하지 않았다. “계단 둘째 참입니다.” “수문 앞에 있습니다.” “창가에서 두 걸음 떨어졌어요.” 그러나 서로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잘못된 구조 명령이 끼어들 틈이 줄었다. 루카는 첫 시험 때 자기 위치를 ‘여기요’라고 답했다가 바르트에게 다시 물음을 받았다. “여기가 어딘데?” 루카가 머쓱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지하 계단 입구 왼쪽, 지지대 옆입니다.” 셀레나는 그걸 듣고 웃었다. 마법 수업에서는 순간 이동 주문의 좌표를 외우느라 밤을 새웠지만 실제 사고 현장에서는 자신의 위치를 말로 정확히 설명하는 것도 중요한 기술이었다. 바르트는 문 앞에 임시 시간표를 붙였다. 구조팀의 근무 교대 시각과 연락 담당, 신호가 끊겼을 때 사용할 손전등 깜빡임 횟수가 적혀 있었다. 누군가 대신 남겠다고 말하는 일은 없었다. 실제로 이곳에서 밤을 새워야 하는 직원이 생기면 안전하게 쉬고 교대하는 방법을 먼저 정했다. 하준은 시간표 맨 아래 작은 글씨를 발견했다. [직무 종료 후 자유롭게 퇴장.] 그는 그 줄을 읽고 한동안 미소를 지었다. 연진은 통신 너머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지는 걸 들었다. 이전에는 발소리가 들릴 때마다 점검 인형이 왔다. 이번에는 누가 걸어오는지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가슴을 두드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세상이 변해도 모르는 곳에서 들리는 발소리가 두렵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상대가 자기 이름을 알려 주고 있었다. 그때 계단 벽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조심스럽게 세운 철 지지대에서 ‘딱’ 하는 소리가 나더니 구형 릴레이가 반대편 바닥을 밀어 올렸다. 누구든 문손잡이를 돌리는 순간 안쪽 복도가 한 칸 접혀 버릴 듯했다. 바르트는 현장 구조물의 하중을 다시 살폈다. 처음 예상보다 더 깊은 쪽에 빈 공간이 있었다. 오랫동안 도면에서 지워진 서류 보관실이었다. “저 안에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까?” 민규가 연진에게 물었다. 연진은 잠깐 기억을 더듬었다. “처음에는 없었어요. 그런데 여섯 시 사십 분이 되면 누군가 두드려요. 내 이름을 알고 있어요. 얼굴을 본 적은 없어요.” “그 사람이 위험한지 모르겠네요.” 케스가 말했다. “그러니 확인하겠습니다.” 여섯 시 사십 분이 되자 벽 안에서 노크가 들렸다. 세 번, 두 번, 한 번. 연진은 아까와 같은 구조 신호라며 숨을 삼켰다. 민규는 따라 두드리지 않았다. 먼저 누가 왔는지 물었다. 아주 어린 목소리가 대답했다. “문 닫지 마세요. 오늘은 저도 나가고 싶어요.” 루카가 놀라 민규를 바라봤다. 목소리는 분명 아이 같았지만 이곳에 남은 아이가 있다는 사실은 어떤 기록에도 없었다. 민규는 마이크를 조금 가까이 가져갔다. “이름을 알려 줄 수 있니?” 잠시 후 아이가 속삭였다. “저는 이름이 없어요. 여섯 시 사십 분마다 만들어지거든요.” 하준은 눈을 감았다.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생긴 대체 근무자가 또 하나 있다고 짐작했다. 민규는 하준을 바라보며 침착하게 말했다. “만들어졌다는 설명은 확인해야 하지만, 목소리가 들리면 일단 사람이 있는지 살펴야죠.” 벽 너머에서 아이는 계속 문을 두드렸다. 위험은 시간 차감 장치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연진의 첫날에 남은 또 다른 목소리가 발견된 것이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67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67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