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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65화
PAYLUA ORIGINAL · 제165화

165화. 한 시간의 이자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076자

오프라인 책장
빵집 주인이 새벽 장사를 시작하기 전, 가게 앞 골목에는 제빵사와 구조 기술자, 마법사와 경비원이 함께 서 있었다. 사장은 누구에게나 같은 조건을 제시했다. 바닥을 검사하되 가게의 가스관과 물관을 건드리지 말 것. 빵집을 없앨 수 있는 공사는 거절할 것. 민규는 그 조건을 현장 기록 맨 위에 적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서 남의 생활을 함부로 부술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었다. 지하를 확인한 기술자는 오래된 계단참이 생각보다 튼튼하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구조를 유지하는 철근 가운데 하나는 부식이 심했다. 바르트가 손가락으로 두드리자 쇳가루가 손등에 묻었다. 그는 새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으면 누구도 안쪽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셀레나는 지지대를 마법으로 지탱할 수 있다고 했지만 바르트는 마법의 지속 시간이 끝날 때를 고려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마법은 너무 좋은데요. 그래서 가끔 더 겁나요.” 바르트가 말했다. “잘 된다는 이유로 아무도 고장 난 뒤를 생각하지 않거든요.” 민규는 지지대 부품을 정비소에서 받아 오도록 했다. 비용을 누가 낼 것인지도 케스가 문서로 남겼다. 사장이 간판을 새로 바꾸거나 물건을 옮길 때까지, 조사팀이 가게를 원상 복구할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었다. 서류상의 보상 약속이 실현되는지는 앞으로 따로 확인해야겠지만, 일단 누가 책임질지 분명하게 해 놓는 일이 필요했다. 수문 직원은 자신의 직무교육 자료를 가져왔다. 거기에는 모든 비상 회선을 매년 한 차례 독립적으로 시험하라는 조항이 있었다. 그러나 역무실로 이어지는 회선에는 ‘중앙 관리 예외’라는 빨간 도장이 찍혀 있어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시험하지 않았다고 했다. 누군가 이상을 신고하려 해도 제0복귀과의 승인 없이는 장치를 건드릴 수 없었다. 담당자가 조직에 공식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까지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다. “그럼 이상이 생길 때 어디에 보고하셨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상급 수문소에 보고했습니다. 거기서 총국으로 보내겠다고 했고, 우리는 기다렸죠.” 직원은 낡은 접수증을 꺼냈다. 접수번호는 계속 있었지만 회신 칸이 매번 비어 있었다. 민규는 그 빈칸에서 연진의 사건과 같은 무늬를 발견했다. 장치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의 문제이기도 했다. 누군가 요청을 보낸 뒤 아무도 끝까지 확인하지 않으면, 시스템은 그 요청을 무한한 대기로 만들었다. “보고하신 자료를 보존해 주세요.” 케스가 말했다. “점검을 계속 요구하셨다는 사실도 중요한 증거입니다.” 직원은 어깨를 조금 폈다. 자신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모두를 위험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반복된 보고가 적어도 누군가 이상을 알아차리고 있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었다. 그는 그날부터 점검 일지에 종이가 아닌 실제 측정값을 추가하기로 했다. 익숙한 오류를 익숙하다는 이유로 정상 처리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한편 연진은 내부 벽에 남은 표식을 직접 살폈다. 오래된 시계 위쪽에는 작은 유리창이 있었고, 창 너머에는 한 번도 켜지지 않은 초록 등이 있었다. 그녀가 기억하는 바에 따르면 사고 당일 구조 요청을 보낸 뒤 어떤 목소리가 불을 기다리라고 했다. 연진은 불이 켜지면 문이 열릴 거라 믿고 계속 기다렸다. 하지만 지금 바깥에서 들은 설명에 따르면 그 초록 등은 사람의 시간이 차감됐다는 증표였다. “내가 기다린 불은 누군가의 시간을 빼앗아야만 켜지는 거였군요.” 민규는 부끄럽다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연진에게 더 기다리라고 말하기 전에 잘못된 표시등을 제거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기다림 자체가 잘못은 아니었다. 누군가가 기다리는 사람에게 거짓 조건을 알려 준 것이 문제였다. 연진은 그 말을 들은 뒤 초록 등이 켜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 “밖에서 진짜 누군가가 대답하면 돼요. 불빛은 그다음이어도 돼요.” 연진의 시계는 여섯 시 스물세 분이었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기 시작하자 역무실 창밖에서도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녀는 처음에는 기뻤지만 곧 한 걸음 물러섰다. 안쪽의 종소리가 매분 낮아지고 있었다. 이전에는 여섯 시 열아홉 분이 되기도 전에 첫 시간으로 되돌아갔다. 이제는 돌아가지 않는 대신 일곱 시가 되면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었다. “첫날이 끝나는 게 무서워요.” 연진이 말했다. 민규는 무전기를 입가에 가까이 댔다. “두려우실 수 있습니다. 저희는 시간을 무작정 빠르게 돌리지 않을 겁니다. 지금 출구 상태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혹시 또 누군가가 남아야 한다고 하면요?” “그런 절차는 동의하지 않겠습니다.” 누가 누구의 시간을 가져가야 한다는 규칙은 장치가 만든 문구였지, 자연의 법칙으로 증명된 것이 아니었다. 민규는 종이를 한 장 꺼내 두 개의 회로를 그림으로 표시했다. 위에는 ‘외부 회신 확인’, 아래에는 ‘서명자 시간 차감’. 실선으로 연결된 부분은 뒤늦게 추가된 중계 장치였다. 그 부분을 제거해도 실제 회신 기능이 유지되는지 따로 시험할 수 있었다. 케스는 중앙 기록망의 복사본을 별도 보관소에 옮겼다. 누군가 회로 분리 과정을 비인가 개입이라고 주장할 때 원본 자료를 제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케스에게는 다른 걱정도 있었다. 기존 안전 시스템을 끄는 행위가 긴급 대피를 방해할 수 있었다. 민규는 수문 직원과 의료소 담당자에게 먼저 영향을 확인하도록 했다. 그동안 셀레나와 바르트는 장치를 물리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지 살폈다. 바르트는 도구함을 열어 낡은 나사와 같은 규격의 새 나사를 나란히 놓았다. 보기에는 비슷했지만 오래된 것은 나사산이 하나 더 깊게 파여 있었다. 그는 제대로 맞지 않는 부품을 억지로 돌리지 않았다. 시설에서 당장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려다가 더 큰 고장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흔한지 민규도 알았다. “잠깐 멈춥시다. 부품을 바꾸면 원래 조작한 흔적이 사라집니다.” 케스가 말했다. 바르트는 고개를 끄덕이고 먼저 사진을 찍었다. 나사를 분리하는 순서, 녹이 묻은 위치, 덮개가 처음부터 살짝 들떠 있던 부분을 모두 표시했다. 누군가 일부러 조작했는지 단순히 오래돼 헐거워졌는지 밝히려면 이런 사소한 흔적이 필요했다. 구조를 위해 수리하는 것과 수리 이전의 상태를 보존하는 일을 함께 해야 했다. 민규는 그동안 연진에게 새 장치를 시험하려 한다고 다시 알렸다.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도,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중단할지도 설명했다. 연진은 한참 듣고 나서 말했다. “그러면 기다리고 있을게요. 다만 내게 말을 해 줘요. 멀리서 기계 소리만 나면 또 혼자 남겨진 줄 알 것 같아요.” 민규는 통신 확인을 위한 별도의 담당자를 지정했다. 바르트가 육각 나사를 풀어 중계 장치 덮개를 들어 올렸다. 안에는 검은색 마법석이 있고 그 옆에 작은 구리선이 꼬여 있었다. 구리선은 세 가닥이었지만 실제로 외부 회신에 쓰이는 것은 한 가닥뿐이었다. 나머지는 서명자가 존재하는지, 얼마의 시간을 차감했는지 확인하는 회선이었다. 정상적인 구조 확인에 불필요한 절차가 하드웨어처럼 굳어 있었다. “이게 누군가의 시간을 가져가는 부분이라면 그냥 잘라 버리면 되지 않아요?” 루카가 물었다. “네가 전선을 자를 때 남아 있는 전류가 어디로 가는지 알아야 해.” 바르트는 펜을 건넸다. “그리고 여기에 사람이 연결돼 있을 수도 있지.” 루카는 말없이 배선도를 다시 그렸다. 최근 학생들이 배운 마법진 오류 분석법은 근사했지만 실제로 고장 난 시설에서는 누군가의 몸과 연결된 장치인지 확인하는 일이 더 중요했다. 그는 장치의 양쪽 전류를 비교하며 검은 마법석에 흐르는 파동이 연진의 심장 박동과 거의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진 씨가 송신기인 셈이네요.” 셀레나가 말했다. “그렇다면 송신기를 끄는 순간 사람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민규가 대답했다. 연진은 안내를 듣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자신의 심장이 신호를 보내는 데 이용됐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그녀는 자신이 휴식을 취할 때마다 종소리가 작아졌던 이유를 이해했다. 억지로 시간을 갚으라는 경고가 나올 때면 손이 저리고,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었다. 그 모든 순간이 장치의 연료가 되었던 것이다. “그럼 내 심장을 떼어 내면 되겠네요.” 그녀가 말했다. “아닙니다.” 민규가 즉시 대답했다. “다른 독립 송신 회선을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하겠습니다. 연진 씨는 아무것도 증명하기 위해 다칠 필요 없습니다.” 셀레나는 가까운 수문 관리소의 구조 신호 발신기를 찾아냈다. 물이 갑자기 늘어나면 마을에 경보를 보내는 장치였다. 마법과 기계 양쪽으로 신호를 내보낼 수 있었고, 배터리도 별도였다. 원래부터 사람의 맥박 없이 구조 요청을 보낼 수 있는 회선이 존재한 셈이다. 다만 오래된 역무실에는 연결하지 않았다. 사고 후 수정된 장치가 외부 발신기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민규는 셀레나에게 물었다. “그럼 이걸 우회 회선으로 쓸 수 있습니까?” “가능할 거예요. 그러나 첫 신호가 정상적으로 도착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자동 회신을 켜면 또 사람을 서명자로 지정할 수 있어요.” 바르트는 시험 회선을 만들어 수문 관리소와 학교 경비실에 동시에 연결했다. 두 곳은 서로 다른 배터리로 작동했고, 수신 시각도 따로 기록했다. 연진에게도 실험 목적을 설명하고 원할 때 중단할 수 있다고 알렸다. 그녀가 동의하자 처음으로 사람의 맥박과 상관없는 구조 메시지가 벽을 통과했다. [테스트 신호 01. 현장 대피 확인이 아닙니다.] 답장은 학교에서 돌아왔다. [테스트 신호 01 수신. 인명 구조 완료로 처리하지 않음.] 바르트는 웃으며 장비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나 송신기에 연결된 검은 마법석이 갑자기 붉게 빛났다. 차감 회로가 독립 회신을 감지하고 누군가의 서명을 요구한 것이다. [미배정 서명자 탐색 중.] 통제판 위에 민규, 하준, 케스, 셀레나의 이름이 순서대로 나타났다. 이름은 선택 목록처럼 보였지만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 루카는 재빨리 전원 버튼을 누르려다가 민규의 시선을 보고 손을 멈췄다. 사람의 시간을 차감하기 위해 만든 장치라면 사람 대신 기계를 택하면 된다고 할 수 있지만, 기계가 정말 그 일을 대신할 수 있는지도 시험하지 않았다. 민규는 오래된 배선도를 살피다가 차감 회선 가운데 하나가 수문 제어판의 불필요한 표시등에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언제부터인지 ‘회신 성공’을 알리는 녹색 등이 켜지려면 누군가의 시간 차감 기록이 먼저 있어야 했다. 불빛 하나를 성공의 증거로 만들기 위해 사람의 삶을 담보로 세운 것이다. “표시등은 빼겠습니다. 진짜 수신 확인을 보고 판단하지요.” 바르트가 녹색 표시등을 분리했다. 기계는 작은 경고음을 내더니 다시 조용해졌다. 시험 신호는 계속 살아 있었다. 차감 회로는 여전히 서명자를 탐색했지만 누구에게도 강제 신호를 보내지 못했다. 단계를 나누어 놓으니 어디를 멈춰도 안전 회신이 유지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 연진의 목소리가 긴장으로 높아졌다. “밖에 나가 있던 종이들이 다시 들어옵니다. 내가 보내지 않은 서류가 쌓이고 있어요.” 벽 너머에서 종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쏟아졌다. 그 가운데에는 현장에 없는 사람들의 이름도 있었다. 제0복귀과가 과거에 ‘귀환 완료’로 처리한 열여섯 시설의 목록이었다. 연진의 한 시간을 되돌려 주지 않기 위해 여러 사람의 시간을 그녀의 기록에 연결해 놓은 흔적이었다. 민규는 명단을 보며 입술을 다물었다. 한 사람의 첫날을 끝내는 일은 이미 수많은 사람의 기록과 맞닿아 있었다. “어느 것을 먼저 해결해야 하죠?” 케스가 물었다. “연진 씨가 나올 수 있는 길을 확보하고, 다른 시설에는 상태 확인 요청을 보냅시다. 한곳을 구한다고 다른 곳의 경보를 꺼 버릴 순 없습니다.” 민규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장치가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원점 귀환 책임 이전. 외부 서명자 후보 등록 완료.] 통제판에서는 서명이 없는 사람의 이름을 하나씩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중 첫 번째 줄에는 민규가 아닌, 빵집 주인의 이름이 떠 있었다. “왜 저분 이름이 있습니까?” 루카가 놀라 물었다. 민규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건물 소유자니까요. 저 기계는 동의 대신 서류에 적힌 이름을 찾고 있습니다.” 사장은 자신의 이름이 화면에 나타난 걸 보더니 얼굴이 굳었다. 그녀는 영업을 허락한 것이 구조 장치의 서명자가 되겠다는 동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민규는 그 말을 회의록에 남겼다. 이제 시간을 갚으라는 명령이 얼마나 자의적으로 움직이는지 모두가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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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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