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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64화
PAYLUA ORIGINAL · 제164화

164화. 꽃무늬 계단의 출구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015자

오프라인 책장
연진은 여섯 시 십팔 분에 멈춘 시계를 처음으로 오래 바라봤다. 그동안 시계가 돌아갈 때는 발소리를 세느라 바빴다. 원점으로 되감기는 순간에는 문을 막거나 학생들의 신발을 다시 모아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음 분이 오지 않았다. 역무실 창밖의 빗방울도 유리 한가운데 멈춰 있었다. “여기 너무 조용해요.” 그녀가 통신기로 말했다. “사람이 사라진 것 같아요.” 민규는 밖에서 바람 소리를 일부러 들려 줬다. 얇은 마이크를 열어 두자 강물 흐르는 소리와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가 전달됐다. “바깥에서는 소리가 납니다. 지금도 누군가 일하고 있고요. 괜찮으면 그 소리를 듣고 계셔도 됩니다.” 케스는 현장 조사팀과 연결해 당시 구조된 사람들을 찾았다. 삼십 년이 지났으니 모두 살아 있다고 보장할 수 없었다. 대피자 가운데 한 명인 구철우는 몇 년 전 세상을 떠났고, 두 학생은 각각 다른 지역으로 이사해 살았다. 케스는 유가족에게 조사를 일방적으로 통보하지 말고 먼저 기록 열람을 원하는지 확인했다. 오래된 사고가 다시 떠오르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반가운 일은 아닐 수 있었다. 그날 오후 제7시설에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마법 실습실의 물병 열두 개가 동시에 한 분씩 늦게 넘어진 것이다. 학생들은 저마다 물병을 떠받치느라 책상을 밀어 버렸고, 교수는 자기 시계가 망가진 줄 알았다. 미라가 병의 밑면을 살펴보니 백종 학원의 피난 마법에 사용하던 같은 부품이 들어 있었다. 장치가 수동으로 작동해야 할 순간에도 중앙 회선의 시간을 믿고 있었다. “또 시간이 흔들리는 거예요?” 루카가 물었다. 셀레나는 마법 구슬로 병을 붙잡으려다 민규의 말을 떠올리고 멈췄다. 사람이 다치지 않았는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유리 파편을 치우고 학생들을 다른 책상으로 옮긴 뒤에야 원인을 조사했다. 부품의 일련번호는 오래된 수문 점검 회로와 같았다. 같은 제작사가 학교와 철도, 의료소에 제품을 납품했던 것이다. “이 회로를 전부 끄는 건 위험하겠네요.” 미라가 말했다. “맞아요. 물병을 떠받치던 장치라도 다른 곳에서는 산소 공급이나 경보에 연결돼 있을 수 있어요.” 셀레나는 목록을 정리했다. “기능을 분리할 수 있는지부터 보죠.” 민규는 학교에서 온 보고를 현장 통제판에 붙였다. 연진의 한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 연결된 시설의 시각이 어긋날 가능성도 있었다. 그는 주변 병원과 수문 관리소에 현재 상태를 알리고, 즉시 위험한 장치를 신고할 창구를 만들었다. 괜한 공포가 생기지 않도록 확인된 사실과 조사 중인 사항을 구분했다. 학생들은 보고를 듣고도 수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경보가 울릴 때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해 질 무렵 두 학생 중 한 명에게서 답이 왔다. 지금은 책 수선 일을 하는 노인, 문태식이었다. 태식은 제7시설에 오기를 거절했다. 오래된 사고와 관련된 공간에는 다시 가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민규는 그 선택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신 동의한 범위에서 당시 기억을 녹음할 수 있는지 물었다. 태식은 짧게 대답했다. “우리를 내보낸 누나는 역무실 문을 안쪽에서 붙잡고 있었어요. 학생 하나가 돌아가려고 하니까 울면서 소리쳤지. 밖으로 가라고. 자기가 마지막까지 지키겠다고 그런 말은 안 했어요. 문이 닫히지 않게 잡으려는 것뿐이었어요.” 이 기록은 중요했다. 도연진은 자기 시간을 무한히 내놓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위험한 문을 잠시 잡아 준 사람이었다. 구조 요청 장치는 그 행동을 영구적인 근무 인계로 해석했다. 태식은 마지막에 한 가지 더 말했다. “그 누나가 우산 하나를 건네줬어요. 초록색. 제가 아직 가지고 있습니다.” 민규는 녹음 파일을 연진에게 바로 보내기 전 태식에게 의사를 확인했다. 태식은 목소리를 들려줘도 된다고 했다. 연진에게도 그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물었다. 연진은 잠시 울음을 삼킨 뒤 듣고 싶다고 대답했다. 낡은 통신기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동안 벽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태식이가… 살아서 어른이 됐군요.” 연진이 말했다. “네. 본인이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때의 일을 잊지 않았다고요.” “그걸로 됐어요. 내가 그 아이들까지 다시 세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었나 봐요.”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일이 하나 남아 있었다. 도연진과 문태식의 기억에는 출구가 셋 있었다. 현재 도면에는 출구가 둘뿐이었다. 첫 번째는 수문 점검로, 두 번째는 서류 배출구. 세 번째는 학생들이 빠져나간 긴 계단인데, 철거 보고서에는 계단의 흔적이 없었다. 민규는 태식에게 위치를 묻자 어떤 방향이었는지만 떠올린다고 했다. 위층에서 빵 굽는 냄새가 났고 계단참의 타일에는 붉은 꽃무늬가 있었다. 그들은 폐역 부근 오래된 빵집을 찾아갔다. 문을 연 것은 젊은 사장이었다. 옛 간판 사진을 보여 주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가 전쟁 뒤부터 작은 가게를 했고, 아버지가 이어받았다고 했다. 벽을 고치기 전에는 지하 창고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계단참의 타일은 붉은 꽃무늬였다. 지금은 창고를 없애며 콘크리트로 막았다는 것이다. “비밀문이 있군요!” 루카가 외쳤다가 곧 입을 다물었다. “비밀문인지 단순한 폐쇄 통로인지 아직 모른다.” 민규가 웃었다. “그리고 가게 주인 허락 없이 바닥을 뜯을 순 없어.” 사장은 낯선 경비원이 철거 도면을 내밀자 처음에는 경계했다. 그러나 학생들을 구출하는 데 필요한 옛 통로를 확인하는 일이라고 설명하자 보관 중인 공사 사진을 꺼내 줬다. 민규는 사진 원본을 가져가지 않고 사본을 받았다. 사진에는 막기 전 계단의 넓이와 높이가 드러났다. 실제 출구는 역무실 뒤가 아니라 옛 빵집 아래의 피난실로 이어져 있었다. 빵집 주인은 조사팀이 가져온 사진을 보고 오래전 할머니가 하던 말을 떠올렸다. 어릴 때 할머니는 문을 열기 전에 아래쪽에서 들리는 발소리를 꼭 세었다고 했다. 세 사람이 지나가면 빵을 네 개 남겨 두고, 네 사람이 지나가면 다섯 개를 남겨 둔다는 이상한 버릇이었다. 사장은 그동안 할머니가 머릿속으로 장사 계산을 하느라 숫자를 잘못 외운 줄 알았다. “남은 한 개는 누구 것이었을까요?” 사장이 물었다. 민규는 대답을 서둘지 않았다. 보관된 사진 속 계단에는 붉은 꽃무늬 타일 옆으로 작은 선반이 있었다. 누군가 선반에 그릇 하나를 올려놓은 흔적이 보였다. 그릇에는 비닐 같은 얇은 천이 덮여 있었다. 구호용 음식을 잠시 보관했을 수도 있고, 계단을 지나가지 못한 사람을 위해 남겨 둔 것일 수도 있었다. 가게 주인은 할머니의 옛 수첩을 찾아왔다. 수첩에는 빵 굽는 온도와 납품 날짜가 촘촘히 적혀 있었다. 사고가 난 날의 기록만 다른 잉크로 쓰여 있었다. [밀가루 3, 소금 2, 비상빵 4. 역의 언니에게 나중에.] 당시 대피한 세 사람 외에 한 명을 더 세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사장은 그 수첩을 읽자 어느새 눈가가 붉어졌다. 가족이 오래도록 지켰던 가게와 모르는 사람의 생명이 그날 연결돼 있었던 것이다. “할머니는 왜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으셨을까요?” “설명했는데 듣는 사람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민규가 말했다. “아니면 더는 아픈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그들은 수첩 원본을 가져가지 않고 허락받은 부분만 촬영했다. 사장은 낡은 납품 봉투에 담긴 오래된 영수증도 찾아 줬다. 사고 다음 날 기록보존총국에서 빵 여덟 개를 구입했다는 표시가 있었다. 구조팀을 위한 배식이었을 수도 있지만, 기록관 사람들이 현장에 실제로 다녀갔다는 단서이기도 했다. 케스는 구매 담당자와 금액을 다른 자료와 대조할 수 있도록 보관했다. 사장이 직접 빵을 굽는 작업을 시작하자 가게 안에서는 밀가루 냄새가 퍼졌다. 손님이 없는 시간이라 해도 반죽이 발효되기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말에 루카는 깜짝 놀랐다. 그는 사람들이 종일 붙들린 재난 속에서도 빵은 제 시간에 부풀어야 한다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사장은 웃었다. “시간이 안 흐르면 빵을 어떻게 팔겠어요?” 그 문장이 민규에게 오래 남았다. 연진이 요구한 것은 거창한 힘이 아니었다. 빵이 익고 식는 데 필요한 평범한 한 시간이었다. 한 사람이 그 시간을 되찾는 과정에서 가게의 빵과 출입문, 수문 관리소의 장부가 함께 중요해졌다. 세상은 누군가의 생명을 작은 일들과 무관하게 보존해 주지 않았다. 바르트는 공사 사진과 현장 구조를 대조했다. 계단 위에는 주방 바닥이 있었고 아래에는 지하 창고를 막은 얇은 벽이 있었다. 구조 가능한 통로일 수 있지만 천장의 하중을 확인하지 않고 뚫으면 가게 전체가 위험해진다. 건물 기술자가 먼저 검토하기로 했다. 사장은 낮 시간에 조사를 허락했지만 가게 영업을 완전히 멈추지는 못한다고 했다. 연구팀은 손님이 적은 시간에 소음 검사를 실시하고, 작업으로 생기는 비용을 별도 보상하는 방향을 논의했다. 계단 점검을 준비하는 동안 빵집의 어린 아르바이트생이 사장에게 조용히 물었다. “오늘은 저희가 출근했다는 서명도 하면 안 되는 거예요?” 사장은 한참 생각한 뒤 대답했다. “가게 근무 기록은 늘 하던 대로 써. 다만 그걸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빼앗는 계약이라고 부르는 데 동의하지 않는 거야.” 그 직원은 안심한 얼굴로 앞치마를 매었다. 케스가 마침 그 대화를 듣고 현장 참여 동의서의 용어를 수정했다. 조사 협조, 출입 허가, 위험 안내 수령은 서로 다른 칸이었다. 서류를 많이 만든다고 모든 일이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무슨 일을 허락했는지 사람 스스로 알 수 있어야 했다. 작업이 시작되자 사장은 직원들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계산대를 지켰다. 손님들은 가게 앞 통제선을 보고 이유를 물었고, 사장은 확인된 사실만 설명했다. 안쪽에서 구조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 지금은 누구도 지하로 갈 수 없다는 점, 빵집은 영업을 계속한다는 점. 그 세 문장을 몇 번이고 반복하다 보니 사장의 목소리도 차츰 안정됐다. 그 사이 연진에게서 또 한 장의 종이가 나왔다. [외부 회신 원본.] 이번에는 짧은 문구와 두 개의 화살표가 적혀 있었다. 하나는 실제 사람을 확인하는 절차, 다른 하나는 시간을 차감하는 장치로 향했다. 민규는 원본에서 화살표 두 개의 잉크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누군가 나중에 ‘서명 후 시간 차감’으로 연결했지만 원래 설계에는 별도 경로가 있었던 것이다. “이걸 어떻게 고칩니까?” 케스가 물었다. “고친다고 다 해결되진 않습니다. 연진 씨가 나갈 실제 통로가 있어야죠.” 오르반이 학교에서 무전했다. 삼십 년 전 사건 기록을 공개하자 다른 시설에서도 비슷한 서식을 발견했다는 신고가 이어지고 있었다. 제0복귀과가 지정한 열여섯 주소 가운데 세 곳에서 같은 구조 문구가 검출됐다. 아직 위험을 확인한 곳은 없지만 기록을 일괄 삭제하라는 새 명령이 중앙에서 내려왔다고 했다. “삭제 명령은 누가 내렸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서명자 이름이 없어요. 그게 문제입니다.” 민규는 케스에게 명령 원본을 보존해 달라고 요청했다. 연진 한 사람의 구조가 성공해도 비슷한 누락이 다른 사람을 붙잡고 있다면 또 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 있었다. 다만 지금 눈앞의 사람을 잊지 않기로 했다. 현장으로 돌아온 밤, 바르트가 빵집의 구조 도면을 책상 위에 펼쳤다. 콘크리트 뒤에는 사람 한 명이 허리를 굽혀 지나갈 수 있는 계단이 있었다. 동선 끝의 금속문은 안에서만 열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사진에는 문손잡이에 걸린 파란 헝겊이 보였다. “연진 씨가 지금 있는 문 맞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통신기 속 연진은 한참 침묵하다 대답했다. “맞아요. 내가 묶어 둔 천이에요. 사람들을 보낸 다음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안과 밖이 드디어 하나의 구조로 연결됐다. 그런데 벽의 시계가 여섯 시 십팔 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숫자가 십구 분으로 바뀌자 붉은 경고등이 켜졌다. [회신 없는 귀환 진행 중. 41분 후 서명자 자동 지정.] 서명란에는 아직 아무 이름도 없었다. 민규는 수첩을 덮었다. 실제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고, 사람들의 마지막 안전 점검도 끝나지 않았다. 손을 먼저 뻗기보다 확인할 일이 남아 있었다. 민규는 시간 차감 회로를 바라봤다. 누군가가 한 분씩 흐르는 시간을 협박의 도구로 바꾸어 놓았다. 그 장치를 먼저 분리하지 못하면 연진을 내보내는 순간 또 다른 누군가의 한 시간이 사라질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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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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