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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61화
PAYLUA ORIGINAL · 제161화

161화. 첫날을 끝내지 못한 사람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050자

오프라인 책장
제7시설 경비실의 전등은 오래전부터 한 번에 켜지지 않았다. 스위치를 올리면 천장 가운데 둥근 조명만 먼저 밝아지고, 출입문 쪽 전등은 두어 박자 늦게 빛났다. 민규는 그 버릇을 고칠 때가 됐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날 밤에는 전등 대신 새로 인쇄된 서식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1대 귀환자가 반환을 요청합니다.] 서식에는 신청자의 이름도, 현재 위치도, 신청 시각도 없었다. 그런데 종이를 뒤집으면 뒷면에 아주 작은 글씨가 나타났다. [첫 출근 첫날, 오후 여섯 시에서 일곱 시 사이.] 같은 문구가 두 번 찍혔다. 한 번은 잉크로, 또 한 번은 종이의 눌린 자국으로. “오후 여섯 시면 퇴근 시간 아닙니까?” 루카가 물었다. 그는 야간 실습을 마치고 경비실에 서류를 가져온 참이었다. 학기 초에는 이 시각에 복도를 돌아다니기만 해도 혼났지만, 이제는 야간 출입 절차를 정식으로 배웠다. 민규는 벽에 걸린 회중시계를 보여 줬다. 새벽 두 시가 조금 넘었다. “퇴근 시간이면 그나마 다행이지. 문제는 이 사람이 그 시간을 아직도 지나지 못했다는 거야.” 하준이 버스 정류장에서 돌아왔다. 그는 현관 매트 앞에서 신발의 진흙을 털고 자기 이름을 방문 장부에 썼다. 손목에 희미한 17이 남아 있었지만 더는 빛나지 않았다. 처음으로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 그를 다시 경비실로 불러들인 게 민규는 미안했다. “전화로는 그 사람이 누군지 말하지 않았죠.” 하준이 물었다. “신청 자체에 이름이 없습니다. 위치도 없습니다. 다만 최초 복귀 장소라는 말뿐입니다.” “그럼 나부터 설명해야겠네요.” 하준은 잔을 받지 않은 채 의자에 앉았다. “열일곱 번 돌아오는 동안 나는 늘 누군가가 앞서 걸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계단이 무너질 때도, 기록이 새로 쓰일 때도 발자국 하나가 먼저 있었죠. 그런데 내 일지에는 그 발자국 주인이 없습니다.” 그는 지난밤에 돌려받은 사본을 꺼냈다. 첫 장은 찢긴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빈 채 제본돼 있었다. 두 번째 장에는 02라는 숫자가 있고, 17까지 같은 필체의 경고문이 반복됐다. ‘반드시 실제 사람을 확인할 것.’ 민규는 일지가 자신의 것과 닮았다고 느꼈다. 누군가 일을 세는 게 아니라 사람을 찾아보라는 지시를 남기고 있었다. 케스가 통신으로 연결됐다. 총국의 폐쇄 회선에 새 신호가 없다는 보고였다. 대신 제0기록관의 압수물 가운데 목록에 없는 오래된 역무실 열쇠가 발견됐다고 했다. 열쇠 머리에는 시간이 새겨져 있었다. 여섯 시 오 분. 최초 복귀 주소를 마법 지도에 입력하면 아무 곳도 표시되지 않았지만 열쇠를 지도 위에 올렸을 때 종이 가장자리에서 눅눅한 기차역 냄새가 났다. “실제 위치가 아닌 시간을 주소로 쓴 겁니다.” 셀레나가 말했다. 늦게 도착한 그녀는 지도를 펼치자마자 손끝으로 역무실 표시를 짚었다. “옛날에는 재난으로 길이 사라질 때 집결 시간을 좌표 대신 쓰기도 했어요. 특정 시각에만 열리는 피난 통로가 있었거든요.” “아직도 사용할 수 있습니까?” “몰라요. 그리고 사용 가능하다는 것과 안전하다는 건 다르죠.” 그 말에 민규는 먼저 교내 대피 인원을 확인했다. 모녀를 구출한 교환실은 격리됐고, 오르반은 학생들의 기숙사 출입을 직접 점검하는 중이었다. 미라와 루카는 모두 실습실이 아닌 생활관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민규는 자기 이름이 등장하는 문제라고 해서 학교의 밤을 비워 놓을 수 없었다. 경비실 일은 오르반과 교대 근무자에게 넘기고, 자신은 잠시 조사팀에 합류한다는 기록을 남겼다. 한편 반대편 창고에서는 소란이 벌어졌다. 자동으로 시간을 맞추던 마법 청소기가 벽시계 앞에서 멈춘 뒤 자꾸 바닥을 닦는 것이었다. 바르트는 흰 바닥에 아무 얼룩도 없다고 투덜거렸고 청소기는 세 번이나 작은 빗자루를 돌렸다. 민규가 천천히 쪼그리고 앉아 보니 바닥 타일 사이에 철가루가 모여 있었다. 시계 바늘 하나가 닳아 떨어진 흔적이었다. “시간 장치가 멈춰도 부품은 닳습니다.” 민규가 말했다. “그럼 우리가 찾는 역무실도 흔적이 남아 있겠죠.” 청소기는 대단한 마법을 쓰지 않았다. 다만 더러워진 곳을 계속 발견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민규는 그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전설적인 경비원의 정체를 찾는 데도 결국은 똑같은 일이 필요할지 몰랐다. 가장 오래 남은 흔적부터 살펴보는 것. 케스는 옛 철도 도면을 가져왔다. 현재 지도에는 강변 산책로로 표시된 곳에 과거 화물역이 있었다. 사고 이후 일부 선로가 물에 잠겼고, 역무실은 철거 완료로 보고됐다. 하지만 보상금 지급 내역에는 철거 인부의 이름이 없었다. 누가 언제 철거했는지 확인할 수 없는 건물이었다. ‘철거’라는 단어가 사람들을 더 조사하지 못하게 만든 셈이다. “역무실 열쇠가 있는 이유를 찾아야겠습니다.” 민규가 말했다. 바르트는 오래된 철도 사진을 확대했다. 역무실 창틀에는 작은 붉은 삼각형이 그려져 있었다. 처음에는 위험 표지처럼 보였다. 그런데 확대된 사진 오른쪽에서 똑같은 삼각형이 수문 옆에도 있었다. 두 건물 사이에는 일반 지도에 없는 보행용 점검 통로가 이어졌다. 비 오는 계절에 역 직원들이 물길을 확인하러 걷던 길이었다. 케스가 수문 관리소에 확인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그런 통로를 모른다고 했다. 멀쩡한 직원이 오래된 장부까지 뒤적여 찾아 준 내용은 단 하나였다. 매해 같은 날, 오후 여섯 시 오 분에 아무도 신청하지 않은 수문 점검 항목이 자동 생성된다는 것이었다. 직원들은 오래된 시스템 오류라며 삭제했지만 이듬해 다시 나타났다. 민규는 장부 옆에 메모했다. ‘지워도 다음 해 복구. 현장 미확인.’ 정체 모를 마법보다는 반복된 미점검이 더 마음에 걸렸다. 수문 자체가 여전히 움직인다면 사람을 보낼 수 있는지, 물 높이는 어떤지, 환기와 통신은 되는지 알아야 했다. 그들이 출발하기 전 정은희가 경비실로 내려왔다. 윤서하와 다온의 회복을 돕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그녀는 열쇠에 찍힌 여섯 시 오 분을 보고 손끝을 멈췄다. 오래전 사고가 난 밤, 역에서 걸어온 젖은 청년이 똑같은 시각을 말했던 기억이 있다는 것이다. 그 청년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어린 민규에게 손수건 하나를 건넸고, 누군가 자신을 찾아오면 이름보다 그날의 시간부터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청년이었습니까, 여성이었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은희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비가 많이 내렸고, 불빛이 흔들렸으며, 사람들의 목소리가 엉켜 있었다. 그녀는 확신할 수 없는 기억을 확정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그날 받은 손수건을 찾아왔다. 오래된 서랍에서 꺼낸 천에는 이름이 없고 기차 바퀴 두 개가 수놓아져 있었다. 바퀴 하나는 푸른 실, 다른 하나는 붉은 실이었다. 천 안쪽에는 작은 구멍이 있었다. 마치 열쇠를 매달았던 자리처럼 보였다. “이걸 연진 씨와 연관 짓는 건 아직 이릅니다.” 은희가 말했다. “그냥 함께 확인해 보세요. 내가 기억을 잘못했을 수도 있으니까.” 민규는 손수건을 봉투에 넣고 수령 경위를 적었다. 기억이 불완전하다는 말까지 그대로 남겼다. 오랜 사건을 조사하면서 그는 단정적인 증언보다 이런 조심스러운 증언이 더 쓸모 있다는 것을 배웠다. 사람은 기억을 잃을 수 있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면 다른 사람의 기록과 비교할 수 있다. 떠나기 직전 미라가 작은 도시락을 내밀었다. 루카가 심야 실습 도중 먹겠다며 만들어 둔 샌드위치였다. 빵 한쪽이 유난히 두꺼워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형, 나가서 또 밤새 아무것도 안 먹을 거잖아요.” 미라의 말에 민규는 잠깐 웃었다. 그는 사건을 해결한 영웅이라는 말보다 정기적으로 밥을 먹으라는 잔소리가 더 고마웠다. 도시락을 경비실 서랍에 두고 나갈 수는 없어서 조심히 가방에 넣었다. 오르반은 교대 확인표를 펼쳐 민규가 비워 둘 시간대를 표시했다. 임시 경비 인력 가운데 한 명이 학교 출입문을 맡고, 화재 경보 및 학생 연락은 별도 직원이 맡기로 했다. 누구에게든 ‘민규가 돌아올 때까지’라는 무기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그러자 하준이 뜻밖의 말을 했다. “이것도 일종의 귀환이네요. 돌아올 사람이 언제 올지 몰라도 다음 사람이 자기 일을 끝낼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정상적인 교대죠.” 민규가 대답했다. “누군가 돌아오지 않으면 연락해서 확인하고, 필요한 사람을 새로 구하면 됩니다. 끝없이 그 자리에 붙잡아 두는 건 교대가 아니에요.” 그렇게 일상적인 절차를 끝낸 뒤에야 일행은 강변으로 출발했다. 아무도 그 일을 시간 낭비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들이 찾으려는 사람 역시 단지 일을 마칠 권리를 요구하고 있었으니까.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강에는 새벽안개가 내려앉아 있었다. 기차는 다니지 않았고 작은 철제 난간에는 덩굴이 감겨 있었다. 과거 역이 있던 자리는 잘 닦인 돌길이었지만 난간 끝 벽돌 하나의 색이 달랐다. 하준은 벽돌을 보자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다가갔다. “여기에서 기다린 적이 있어요.” “언제요?” 민규가 물었다. “열일곱 번 중 한 번이겠죠. 정확히 기억하지 못합니다. 누가 나한테 문이 열리면 뒤돌아보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난 뒤를 돌아봤어요.” 그는 민규를 보지 못했다. 벽 너머, 지금은 없는 플랫폼이 있는 방향만 바라봤다. 바람이 불자 돌 틈에서 오래된 승차권 반쪽이 움직였다. 마법으로 보존된 물건이 아닌 듯 종이는 많이 삭아 있었다. 반쪽에 찍힌 도장은 여섯 시 육 분. 정확히 한 분 뒤였다. 셀레나가 마법 조명을 켰다. 벽에는 희미한 문틀이 드러났지만, 손을 대도 열리지 않았다. 바르트는 벽의 온도를 쟀다. 다른 곳보다 차가웠고 안쪽에서 규칙적으로 바람이 들었다. 밀폐된 벽이 아니었다. 민규는 문을 마구 두드리지 않고 수문 관리소에 연락해 인근 물길 수위를 먼저 확인했다. 아래 통로에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압력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문을 열어서는 안 됐다. 바로 그때 역무실 열쇠가 하준의 손에서 떨렸다. 금속에 찍힌 여섯 시 오 분이 여섯 시 육 분으로 바뀌었다. 하준이 숨을 삼켰다. 민규가 열쇠를 받아 들자 다시 원래 숫자로 돌아왔다. 표면에는 맺힌 물방울이 아니고 아주 작은 손글씨가 떠올랐다. [당신들은 늘 한 분 늦습니다.] 루카가 통신 너머로 말했다. “형, 그럼 한 분 일찍 가면 되는 거 아니에요?” 민규는 현장 사진을 다시 살폈다. “일찍 가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어. 지금 여기 누군가 있다면, 그 사람이 어느 시간을 살고 있는지 알아야 해.” 민규는 손수건의 두 색 실을 한 번 더 보았다. 그중 붉은 실은 오래된 역 사진에 보이던 위험 표지와 비슷했다. 그러나 모양이 닮았다는 것만으로 같은 물건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사진과 천의 크기, 바느질 방향을 각각 적어 두었다. 나중에 연진이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보여 줄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다. 그때 벽 안쪽에서 세 번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멎었다가 두 번, 다시 한 번. 하준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수첩 맨 앞의 빈 장을 펼쳤다. 빈 종이에 그제야 눌린 자국이 나타나고 있었다. 세 번, 두 번, 한 번. 오래전 자신에게 구조 신호를 가르친 사람이 썼던 방식이었다. “이 신호를 알아요.” 하준이 속삭였다. “그 사람이 지금도 문 뒤에 있습니다.” 민규는 벽에 귀를 대지 않았다. 대신 배관용 타진봉을 집어 들고 약속된 신호로 두 번 대답했다. 벽 안의 소리가 멈췄다. 몇 초 뒤 명확한 여자의 목소리가 되돌아왔다. “거기 누가 있죠?” “제7시설 경비원 정민규입니다. 다친 곳이 있습니까?” 잠깐의 침묵 끝에 낮은 대답이 왔다. “다친 곳이요? 아직은요. 하지만 문이 닫히면 다시 첫날로 돌아가요.” “이름을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도연진. 열쇠를 안쪽에서 쥐고 있는 사람입니다.” 민규는 기록용 수첩에 그 이름을 적었다. 보고서에 남길 가장 중요한 정보가 처음 생겼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목소리는 살아 있었다. 연진은 다음 말을 하기 전 몇 번이나 호흡을 고르더니, 아주 오래 참아 온 부탁을 꺼냈다. “제 시간을 돌려 달라는 말은, 여러분 시간을 달라는 뜻이 아니에요. 내가 끝내지 못한 한 시간을 내가 살게 해 주세요.” 그녀의 말 뒤로 역무실 내부의 종이 울렸다. 벽에 붙은 퇴근 안내판이 잠깐 선명해졌다. [최초 귀환 절차 재개. 남은 시간 59분.] 민규는 한 걸음 물러났다. 누군가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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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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