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60화
PAYLUA ORIGINAL · 제160화

160화.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269자

오프라인 책장
무너지는 복도에서 가장 먼저 들린 소리는 돌 떨어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누군가 전선 덮개를 잡아당기며 철판이 울리는 소리였다. 하준은 본관 쪽으로 달려가다가 발을 멈췄다. 머리 위에 걸린 전등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그가 손을 뻗자 오래된 나사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전등을 붙잡으려 무리하게 뛰어올랐다면 자신도 통로에 갇혔을 것이다. 그는 대신 바깥의 비상 차단판을 내리고 뒤따라오던 학생들에게 계단에서 떨어져 있으라고 외쳤다. 민규는 무너지는 복도 반대편에서 무전기를 잡았다. “본관 통행 금지. 교환실 옆 수리용 통로는 유지. 실제 인원 확인부터 하겠습니다.” 오르반은 대피 지휘를 맡았다. 하준은 시설 경고선을 설치하고 남쪽 계단의 안전을 확인했다. 루카는 교사들과 함께 기숙사 인원을 세었다. 셀레나는 환기창의 시간 차이를 안정시키는 일을 계속했다. 서로에게 한 사람의 일을 모두 맡기지 않자, 혼란 속에서도 해야 할 일이 하나씩 남았다. 파란 방에서는 윤서하가 딸에게 신발 끈을 묶어 주고 있었다. 이상한 순간이었다. 삼십 년이 지나간 방의 마지막 출발을 준비하면서도 어머니는 아이가 넘어지지 않도록 끈을 묶었다. 다온은 겁에 질려 있었지만 엄마가 끈을 두 번 묶는 손놀림을 보고 웃었다. 예전에도 엄마는 급할수록 같은 말을 했다. ‘빨리 가는 것보다 잘 가는 게 중요해.’ “밖으로 나가면 누가 기다려요?” 다온이 물었다. 윤서하는 대답을 고르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우리가 아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시간이 많이 흘러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엄마도 지금은 다 모르겠어.” “그럼 엄마도 무서워요?” “조금. 그래도 손은 놓지 않을 거야.” 민규는 그 말을 들으며 구조용 안전띠를 확인했다. 안쪽의 시간이 외부와 다르기 때문에 통로에서 머무는 시간은 짧아야 했다. 셀레나는 마력 차단막을 좁게 고정해 한 사람씩 통과하도록 만들었다. 바깥 의료진은 미리 대기했고, 실제 시각과 심박을 비교하는 장비를 준비했다. 빠져나오는 순간의 손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누구도 모녀에게 자신의 이름을 쓰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첫 번째로 다온이 창문을 넘어왔다. 바닥에 발을 디디는 순간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하준이 달려오려 하자 의료진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아이의 체온은 낮았고 손끝에는 물집이 있었다. 다온은 의료진보다 하준을 먼저 바라봤다. 민규와 같은 얼굴인데 목에 흉터가 없다는 걸 알아차린 듯했다. “아저씨, 그날 저한테 종이비행기 접어 준 사람 맞죠?” 하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 속의 장면이 되살아났다. 그는 어린아이와 함께 긴 밤을 지내면서 종이비행기에 바깥의 이름을 적어 날렸다. 그때 자신도 누군가의 이름을 갖지 못한 채 매번 다른 장부에 서명하고 있었다. 그는 종이비행기가 바깥으로 나갈 거라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날아갈 거라고 믿었다. “이번에는 밖에서 받았구나.” 하준이 말했다. 다온은 그의 손을 잠시 잡았다가 엄마가 나오는 쪽을 향해 돌아봤다. 윤서하는 창문을 넘기 전에 방을 한 번 돌아봤다. 파란 천장의 구름은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가 남긴 그림과 작은 책상은 그대로 있었다. 윤서하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그 방에서 보낸 시간이 그녀의 삶 전부가 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때 제어기에서 마지막 경보가 울렸다. [귀환 인원 둘 확인. 관리자 잔류 인원 부족.] 빈 경비복이 다시 일어섰다. 팔이 자동으로 하준을 향했다. 그의 손목 숫자 17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민규는 막대기로 경비복을 때리는 대신 바르트에게 수동 스위치의 상태를 확인했다. 스위치는 이미 내려가 있었고, 물리 회로는 정상 작동 중이었다. 남은 경고는 외부 기록망에서만 발생했다. “현장 장치는 멈췄습니다. 지금 경고는 누군가 밖에서 보내는 기록입니다.” 바르트가 말했다. “그럼 현장의 사람을 기록에 맞추면 안 되겠군요.” 민규는 케스에게 실제 구조 완료를 확인하는 독립 증언 기록을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 다온이 통로를 넘은 시각, 윤서하의 신체 상태, 하준과 자신이 모두 복도에 있던 위치를 각각 기록했다. 오르반은 출입 통제판을 열어 실제 근무 인원이 둘이라는 것을 따로 확인했다. 루카는 기숙사에서 확인한 모든 학생이 무사하다는 보고를 보냈다. 기록망은 한동안 [근무 인원 부족]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민규는 그 문장 아래에 현장의 사실을 덧붙였다. [현재 잔류 강제 대상 없음. 피난자 둘 외부 안전 구역 인계. 자동 교대 기능 수동 차단 완료.] 몇 초 동안 글씨가 번졌지만 새로운 근무자가 지정되지는 않았다. 시스템이 사람을 밀어 넣지 못하자 더는 작동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준은 경비복과 마주 섰다. 그에게는 자신과 같은 얼굴이 하나 더 나타날 뻔한 흔적이 보였다. 얼굴이 없는 경비복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바닥에 내려앉았다. 하준은 그 옷을 태우거나 찢지 않았다. 누가 무엇을 만들었고 어떻게 사람을 잘못 분류했는지 조사할 증거였다. 그는 옷걸이에서 조심스럽게 벗겨 증거 보관함에 넣었다. 윤서하는 외부 시간에 적응하기 위한 검사에 동의했다. 다온은 의료진에게 엄마 곁에 있어도 되는지 물었다. 담당자는 가능한 범위에서 같이 지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다온은 처음 듣는 말이 많아 잠시 눈을 감았다. 밖에는 아이가 알던 사람보다 새로운 건물과 자동차, 낯선 표지판이 많을 것이다. 민규는 그 모든 것을 지금 당장 설명하려 들지 않았다. “내일도 해가 뜨나요?” 다온이 물었다. “응.” 민규가 말했다. “오늘이랑 다른 아침이 올 거야.” 다온은 작게 웃었다. 그녀가 진짜로 원한 것은 늘 같은 시간에 갇힌 방을 벗어나 앞으로 갈 수 있는 하루였는지도 몰랐다. 윤서하의 회복실에는 작은 창문이 있었다. 다온은 커튼을 걷어 보고 다시 닫았다. 바깥 사람들은 삼십 년 동안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했지만, 아이에게는 햇빛이 들어왔다가 커튼 뒤로 사라지는 평범한 일이 신기했다. 의료진은 아이가 원하지 않는 질문을 반복하지 않았고, 윤서하에게는 낯선 시대의 정보들을 한 번에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정은희는 두 사람에게 직접 편지를 보냈다. 구조 현장에 가는 대신 자기 기억을 정리한 글이었다. 그날 폭우가 오던 밤 두 아이의 손을 잡아 주었고, 윤서하가 딸을 찾으려고 다시 계단 아래로 향하던 모습을 마지막으로 봤다고 적었다. 그녀는 늦은 사과를 덧붙였지만 윤서하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았다. 편지 마지막에는 오래전에 함께 마셨던 따뜻한 차 이야기가 있었다. 윤서하는 답장을 바로 쓰지 못했다. 대신 다온과 함께 조그만 종이비행기를 접어 창가에 올려놓았다. 서로 만날 준비가 되면 그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민규는 두 사람의 선택을 전달받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기다렸다는 이유로 모든 상처가 하루 만에 사라질 수는 없었다. 앞으로의 시간을 자기 속도로 살아갈 권리가 돌아왔다는 것부터 소중했다. 두 사람의 구조가 끝나고도 학교에는 일이 남았다. 교환실 복도의 균열을 보수해야 했고, 삼십 년 전 안전 회로를 임의로 개조한 경위를 조사해야 했다. 기록보존총국의 폐쇄된 사무소에서 누가 현재까지 명령을 보내 왔는지도 밝혀야 했다. 민규는 구조 완료라는 한 문장 아래에 '사고 원인 조사 중', '자동 배정 회로 격리', '추가 피해자 확인 필요'를 적었다. 사건이 끝났다는 선언으로 끝나지 않은 일을 덮지 않았다. 다온은 병원 휴게실에서 처음 보는 전자 시계를 한참 바라봤다. 숫자가 바뀌자 아이는 엄마의 손을 잡아당겼다. “엄마, 삼 분이 지나갔어.” 윤서하는 웃다가 잠시 눈을 훔쳤다. 자신들이 갇혀 있던 방에서는 시간이 늘 같은 자리에 돌아왔기 때문이다. 다온은 다음 숫자를 확인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아무도 다음 삼 분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정해 주지 않았다. 병원에서 나온 첫 가족 사진은 대단한 기념사진이 아니었다. 다온이 창가에서 빵을 먹다가 웃는 모습을 윤서하가 급하게 찍은 사진이었다. 초점은 조금 흔들렸고 얼굴 한쪽에 그림자가 졌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 사진을 버리지 않았다. 오래된 기록은 늘 빈자리를 확인하라고 했지만, 사진에는 실제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윤서하는 사진 아래에 오늘 날짜를 직접 적었다. 누구도 대신 서명하지 않은 날이었다. 하준은 다음 날 아침 경비실을 찾아왔다. 그는 방문객 등록지의 이름 칸에 처음으로 ‘하준’이라고 썼다. 글씨를 쓰는 동안 펜 끝에서 잉크가 마르지 않았고, 본명을 쓰면 과거가 청구된다는 경고도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평범한 날짜와 방문 목적만 적혔다. [방문 목적: 일지 사본 수령.] 하준은 그 종이를 오래 바라봤다. “정말 써도 되는 겁니까?” “본인이 선택한 이름이잖습니까.” 민규가 답했다. “그럼 당신은 내가 어느 날 정민규라고 다시 말하면 어떻게 할 겁니까?” “그 이름에 얽힌 기록을 확인하겠죠. 하지만 그 전에 당신이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물을 겁니다.”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첩에는 바닥에 떨어진 종이비행기 모양을 그렸다. 삼십 년 동안 자신의 삶을 설명하던 숫자 17 옆에 처음으로 오늘의 날짜를 적었다. 빈 의자를 세워 놓은 창고 앞에서 그는 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일을 잘 끝내고 싶어서 늘 남았습니다. 그런데 나가도 된다는 말을 이렇게 오래 기다릴 줄 몰랐어요.” 민규는 한참 답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구하러 갈 때마다 더 필요한 인원이 생기고, 한 사람에게 마지막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를 보아 왔다. 오늘 해결된 것은 교환실 한 곳의 문제였다. 그렇다고 아무 의미 없는 것도 아니었다. 처음으로 두 사람이 들어가 아무도 대체자로 남지 않고 나왔다. 오후에 케스가 작은 상자를 들고 왔다. 폐쇄된 사무소의 전화선은 아직 살아 있었지만, 현장 회로에서 분리한 뒤에는 더 이상 근무자를 생성하지 못한다고 했다. 중앙 회선의 상세한 기록은 별도 조사가 필요했다. 케스는 마법보존총국이 보내온 조사 명령을 펼쳤다. 발신 부서는 등록된 적 없는 ‘제0복귀과’. 거기에는 열여섯 개의 새 주소가 적혀 있었다. “하준 씨가 남겼던 화분의 행방과 같습니다.” 케스가 말했다. 주소 중에는 이미 폐쇄된 시설과 지금도 운영 중인 병원이 섞여 있었다. 각 주소 옆에는 번호가 하나씩 적혀 있었다. 01부터 16까지. 그리고 가장 아래 열일곱 번째 칸에는 제7시설의 경비실 주소가 찍혀 있었다. ‘17’은 하준의 출근 번호이기도 했지만, 더 넓은 이동 경로의 마지막 번호였다. “누군가가 같은 장치를 열여섯 곳에 남겨 뒀다는 뜻입니까?” 민규가 물었다. “아직은 가능성입니다. 확인하지 않은 시설을 위험하다고 말할 수 없으니까요.” 민규는 목록을 사진으로 찍고 현장별 담당자에게 확인 요청을 보냈다. 오늘 당장 모든 곳으로 출동할 수는 없었다. 먼저 실제 위험이 보고된 장소, 운영 중인 시설, 아이나 환자가 있는 곳부터 분류했다. 그 작업이야말로 그가 가장 익숙한 일이었다. 화려한 마법을 쓰지 않아도 누군가의 밤을 지킬 수 있었다. 모든 확인이 끝난 뒤 그는 마지막으로 교환실의 출입 기록을 열었다. 151화에서 세 명이라고 쓰였던 근무 인원은 이제 둘이라고 수정돼 있었다. 한 명은 현장 경비원, 다른 한 명은 신원 확인을 거친 방문객이었다. 둘 아래에는 작은 주석이 남아 있었다. [비상 신고자는 근무자가 아님. 최초 오류 정정.] 민규는 그 문장을 잠시 바라봤다. 그러나 다음 장을 넘겼을 때 손끝이 멈췄다. 삼십 년 전부터 한 번도 쓰이지 않았던 빈 서식이 처음으로 인쇄되고 있었다. 이름 칸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 대신 주소 하나가 떴다. 열여섯 개의 시설 목록에도 없는 곳이었다. 제목은 ‘최초 복귀 장소’였다. 맨 아래에는 낯선 문장이 적혀 있었다. [제17대 귀환자 외부 정착 확인. 제1대 귀환자가 반환을 요청합니다.] 민규는 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저편에서 하준은 아직 학교 근처 버스 정류장에 있다고 했다. 버스를 타러 나왔다가 삼십 년 만에 처음으로 목적지를 스스로 고르는 중이었다. “하준 씨, 일지에 이상한 신청이 왔습니다.” “이상한 신청이요?” “첫 번째 귀환자가 자기 시간을 돌려 달랍니다.” 하준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주 천천히 물었다. “그 사람은... 아직도 살아 있습니까?” 민규는 목록에 표시된 주소를 다시 확인했다. 주소는 지도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빈 서식 아래에는 실제로 읽을 수 있는 짧은 메시지가 있었다. [경비원님. 나는 아직 첫날을 끝내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당신이 내 말을 들어 줄 수 있습니까?] 민규는 수첩을 펼쳤다. 하루의 일은 끝났지만 다음 구조 요청은 이미 도착했다. 그는 바로 출근 시간을 약속하지 않았다. 먼저 발신자가 살아 있는지, 어디에서 도움을 요청하는지 확인해야 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60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60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