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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57화
PAYLUA ORIGINAL · 제157화

157화. 파란 하늘이 그려진 방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201자

오프라인 책장
윤서하의 얼굴이 카메라에 잡힌 뒤에도 민규는 바로 구조 성공이라고 기록하지 않았다. 살아 있는 모습이 확인됐지만 구조된 것은 아니었다. 통신이 끊겼고 내부 공기 공급도 불안정했다. 셀레나는 그녀가 있던 방을 다시 찾기 위해 탐사 장치가 남긴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경로는 멀리 가지 않았다. 폐쇄된 교환실 벽 안에서 몇 바퀴를 돈 뒤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모양이었다. 걸음 수는 늘어나는데 도착지는 그대로였다. “이건 누군가가 길을 숨기는 것 같습니다.” 루카가 말했다. “길이 움직이는 건지 지도가 움직이는 건지부터 구분해야지.” 민규가 답했다. 그들은 오래된 원형 연습실에서 시간 차이 실험을 했다. 평범한 추 하나를 한쪽 방에 걸고, 작은 수정 시계를 다른 방에 두었다. 마력을 끊은 상태에서도 두 시계는 다른 속도로 흘렀다. 마력의 잔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바르트는 삼십 년 전 폭우 당시 기계실의 배수로가 마법진의 중심을 관통했고, 물이 회로의 단절 부분을 임시로 이어 줬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럼 지금도 비가 오면 더 위험해지는 겁니까?” “그럴 가능성이 있어요. 외부 날씨를 확인해야 합니다.” 학교 기상 관측소의 기록에는 그날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돼 있었다. 교환실 안쪽은 항상 비가 오던 날을 되풀이하고 있었고 바깥에서도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두 시간이 엇갈리는 경계가 더 좁아질 수 있었다. 민규는 기숙사 시설팀에 배수로를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루카와 셀레나는 두 번째 탐사 장치에 외부 시계와 온도 센서를 연결했다. 하준은 작업대 위에 놓인 상자 두 개를 봤다. 숫자 17이 새겨진 상자는 그의 첫 근무일지와 함께 돌아온 물건이었다. 다른 상자는 윤서하가 방 안에서 건드렸다. 두 상자를 같은 것으로 연결하려는 순간 마법진은 조용히 초침을 멈췄다. 그는 한참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물었다. “저걸 열면 삼십 년 동안 밖에 나왔던 내가 안쪽으로 돌아가야 합니까?” “아직 그런 조건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민규가 말했다. “당신은 늘 그렇게 말합니다. 확인되지 않았다고요.” “당신을 안심시키려고 틀린 말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준은 그 말에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이름을 얻고 나서 처음으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설명하려 애썼다. 학교의 벽을 고치고 정원에서 아이들의 농담을 들으며 보냈던 시간, 저녁마다 빈 경비실에 돌아와 한 번도 자신의 과거를 물어보지 못한 밤들. 삼십 년 동안 밖에서 지냈다고 해도 그가 그 모든 시간을 잃은 건 아니었다. 그는 이제 다시 누군가의 부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 마음도 기록합시다.” 민규가 말했다. “누군가 당신을 대신 승인하려 할 때 분명히 보여 줄 수 있도록요.” 하준은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직접 적었다. 종이는 변하지 않았다. 이름 위에 마법 직인도 뜨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마치 오랫동안 숨을 참았던 사람처럼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탐사 장치는 수리용 환기구를 통과해 작은 방의 천장을 비췄다. 어제는 없던 흰 구름이 파란 하늘 위에 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천장에 그린 그림이었다. 먼지 속에서도 파란색만은 선명했다. 방 한가운데에는 물통과 파란 책상, 초록 머리띠가 있었다. 윤다온이 설명한 그대로였다. 그러나 의자에 앉아 있는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다온아, 들리니?” 셀레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이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몇 초 뒤 바닥에서 연필 굴러가는 소리가 났다. 카메라가 아래로 향하자 윤다온이 책상 밑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작은 손에는 낡은 연필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카메라를 빤히 바라보다가 무릎을 끌어안았다. “아저씨가 또 오면 엄마가 없어져요.” “오늘은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어.” 셀레나가 말했다. “우리는 너를 보려고 작은 기계를 보냈단다.” “기계도 사람처럼 될 수 있어요?” “사람인 척할 수는 있지만,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신 정하는 건 아니야.” 다온은 잠시 고개를 들었다. “그럼 이 기계는 왜 내 이름을 알아요?” 셀레나는 대답하기 전에 모니터를 보았다. 화면 구석에 자동으로 아이의 이름이 표시되고 있었다. 탐사 장치가 알 수 없는 정보를 스스로 받아 적고 있었다. 바르트가 곧바로 이름 표시 기능을 차단했다. 다온이 오랫동안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순간 누군가 사라지는 현상을 겪었다면, 모르는 기계가 이름을 부르는 일 자체가 공포였을 것이다. “미안해. 네 이름이 화면에 나타나는 걸 모르고 있었어. 이제 표시되지 않게 했단다.” 다온은 확인하듯 화면을 바라보더니 서서히 책상 밑에서 나왔다. 자그마한 운동화 밑창이 닳아 있었다. 소매에는 물이 마른 자국이 남았다. 아이는 서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카메라 앞으로 들었다. 거기에는 어른 여자와 아이 둘이 손을 잡은 그림이 있었다. 어른 하나는 하늘색 코트를 입었고 다른 아이는 머리를 짧게 잘랐다. “이 애가 누구니?” 민규가 물었다. “그날 같이 있었던 애요. 엄마를 찾으러 왔어요. 나랑 숨바꼭질하다가 밖으로 나갔어요. 그 뒤로 목소리만 남았어요.” “그 애 이름은 기억나?” 다온은 고개를 저었다. “알았는데 자꾸 다른 아저씨 이름으로 바뀌어요.” 민규는 그림 속 짧은 머리 아이를 보며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자신과 닮은 것 같았지만 그림으로는 단정할 수 없었다. 다온은 그 아이가 바닥에 있는 작은 배수구로 종이비행기를 보내는 법을 알려 줬다고 했다. 몇 번 보내면 밖에서 어른이 온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른이 올 때마다 방에는 새로운 규칙이 하나씩 생겼다. “사람들이 찾아오기는 했단 말이니?” “네. 선생님, 경비 아저씨, 얼굴이 같은 아저씨도요. 어떤 아저씨는 나한테 이제 나가도 된다고 했어요. 근데 엄마는 남아 있어야 한대요.” 다온은 말하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삼십 년을 기다렸는지, 시간의 틈에서 며칠만 기다렸는지 아이 스스로는 알 수 없을 것이다. 민규는 달력을 보여 주거나 세월이 흘렀다는 설명부터 하지 않았다. 밖의 시간이 다르다는 사실은 중요하지만 구조가 진행 중인 지금 당장 아이가 혼자 견뎌야 할 정보는 아니었다. “지금은 엄마와 함께 나올 길을 찾고 있어.” “그럼 엄마 손 잡고 나가도 돼요?” “그럴 수 있도록 준비 중이야. 아직 문이 완전히 안전하지 않다는 것만 기억해 줘.” 다온은 머리띠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카메라로 작은 종이를 밀어 보냈다. 글씨는 서툴렀지만 문장은 분명했다. [문이 두 개예요. 첫 번째로 나가면 다섯 살로 돌아가요. 두 번째로 나가면 누가 대신 남아요.] 민규는 종이에 세 번째 문이 없는지 물었다. 다온은 천장을 올려다봤다. “아저씨가 말한 비상구는 여기 없어요.” 다온이 책상 위에 놓인 지우개를 들어 보였다. 한쪽 모서리는 오래전부터 닳아 있었다. “밖에 나가면 새 공책을 써도 돼요?”라는 질문이 들어오자 셀레나는 잠시 울컥했다. “물론이지. 네가 좋아하는 표지로 고를 수 있어.” 다온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문구점을 상상하는 듯 지우개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다온은 한동안 자신이 그린 해를 바라봤다. 밖의 해는 종이 위에 그려진 노란 동그라미보다 훨씬 밝을 것이다. 아이에게 그 광경을 보여 줄 수 있기를 바라며 셀레나는 카메라의 빛을 조금 낮췄다. 그때 카메라가 우연히 책상 뒤쪽을 비췄다. 벽에 그림처럼 그려진 작은 창문이 있었다. 아이는 창문을 진짜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창문의 네 귀퉁이에는 실제 볼트가 박혀 있었다. 민규는 영상을 확대했다. 비상 대피 설계도에 있던 중정의 환기창이었다. 누군가 수리를 위해 열린 공간을 그림으로 가려 놓은 것이다. “여기 세 번째 길이 있을 수 있겠군.” 다온은 카메라를 따라 창문을 바라봤다. 작은 손으로 벽을 두드리자 나무가 아니라 얇은 금속 소리가 났다. 누군가 안쪽에 덮개를 달아 놓은 것이다. 셀레나는 환기창을 열면 외부 공기가 급격히 들어올 수 있으므로 압력을 조절할 장치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바르트는 환기구의 고정 볼트에 접근할 작은 기계팔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작업을 기다리는 동안 윤서하는 딸에게 오래된 동화를 들려주었다. 파란 하늘을 그린 벽 앞에서 다온은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고 투덜거렸지만, 엄마가 시작하자 끝까지 귀를 기울였다. 아이는 용감한 왕자보다 장화를 고쳐 주는 작은 수선공을 좋아했다. 수선공은 모험에 나가지 않았지만 길을 떠난 사람들이 돌아오면 다시 신발을 신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수선공은 왜 여행을 안 가?” 다온이 물었다. “나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 윤서하가 말했다. “모두가 같은 길을 가야 하는 건 아니니까.” 민규는 카메라 너머에서 그 말을 들었다. 다온의 이야기 속 수선공은 자신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정작 다온은 누구도 대신 책임지지 않는 평범한 하루를 꿈꾸는 것 같았다. 그는 화면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동안 윤서하의 손을 살폈다. 손등에 오래된 화상 자국이 있었다. 도면에서 봤던 배관 열판에 접촉한 흔적일 수 있었다. 윤서하는 아이를 향해 말을 하다가 가끔 그 손을 의자 아래로 숨겼다. “상처가 아프십니까?” 민규가 물었다. “이미 오래됐어요. 여긴 어제 같지만요.” 윤서하가 피곤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삼십 년을 하루처럼 겪은 것이 아니었다. 시계는 멈췄어도 배고픔과 공포는 계속됐고, 딸이 자라는지 늙어 가는지 모른 채 시간을 보냈다. 밖에서는 사람들이 돌아왔다는 소문이 돌았겠지만 이곳에서는 매번 문이 열릴 때마다 새 사람을 믿을지 결정해야 했다. 한 번씩 포기하고 싶었지만 다온이 종이비행기를 접으면 다시 기다렸다고 했다. “처음에는 구조를 요청하는 비행기였는데, 어느 날부터는 그냥 밖에 인사를 하고 싶었어요.” 다온이 말했다. 민규는 아이가 접은 종이비행기 하나가 작업대에 남아 있는 걸 봤다. 거기에는 구조 요청 대신 해가 그려져 있었다. 그는 종이를 만지지 않고 투명 보관함에 넣었다. 구조가 끝난 뒤 아이가 원하면 돌려줄 생각이었다. 다온의 이야기를 기록으로만 남겨 두고 싶지 않았다. 밖에 나오면 자신이 만든 종이비행기를 직접 보고 웃을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었다. 윤서하는 작게 기침했다. 안쪽의 공기가 나빠지는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셀레나는 즉시 환기 장치의 풍량을 올리지 않았다. 기압차가 변할 수 있어 조정치를 조금씩 높였다. 천장 그림의 구름이 흔들린 건 그 순간이었다. 아이가 좋아하던 동화 속 하늘과 달리, 교환실의 하늘은 실제 바깥 날씨와 연결돼 있었다. 갑자기 천장 그림의 구름이 움직였다. 흰 구름 아래로 먹구름이 몰려왔고 방 안에 작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실제로 비가 온 것이 아니었다. 공간 안쪽의 시간이 다시 과거의 폭우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다온은 책상 밑으로 몸을 숨겼다. 민규는 즉시 카메라에 연결된 비상 조명을 켰다. “괜찮아. 지금 네가 있는 방을 보고 있어. 혼자가 아니야.” 방 한편에서 윤서하가 나타났다. 그녀는 딸에게 담요를 둘러 주고 카메라를 향해 작은 종이판을 들었다. [환기창 바깥의 길이 아직 있나요?] 민규는 마이크로 대답했다. “도면에는 있습니다. 실제로 열리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윤서하는 잠시 눈을 감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교환실 제어기에서 새로운 경고가 떴다. [비상구 탐색 감지. 최종 관리자 잔류 의무 강화.] 바르트가 감지기를 살폈다. 누군가 세 번째 통로를 열려고 하면 장치가 자동으로 사람을 관리자 자리에 배정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민규는 웃지 못했다. 문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문을 발견할 때마다 누군가를 남기려는 규칙이 따라왔다. 그는 하준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제 제어기를 먼저 끊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하준은 숨을 들이마셨다. “저번에는 내가 그걸 못 했습니다. 그날 문을 열고 내 뒤에 누군가 있는지도 보지 못했어요.” “이번에는 둘이 보고 있습니다.” 하준이 민규를 바라봤다. 그동안 그는 마주 선 남자를 자신의 자리를 빼앗은 사람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가장 기쁜 건 자신과 같은 얼굴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부분을 확인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니터 속 다온은 바닥에 조심스레 종이배 하나를 띄웠다. 비가 새어 나온 물을 따라 종이배가 환기창 쪽으로 흘렀다. 종이배 안에는 연필로 쓴 작은 글씨가 있었다. [세 번째 문은 물이 가는 곳에 있어요.] 민규는 그 배가 향한 곳을 표시했다. 그리고 화면의 가장 어두운 구석에서 오래된 경비복 한 벌이 천천히 일어섰다.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 빈 소매가 스위치 쪽으로 움직였다. 시스템이 스스로 ‘마지막 근무자’를 만들어 수동 스위치를 막으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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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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