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교환실은 서쪽 기숙사와 오래된 연습동 사이에 있었다. 마법학교가 처음 지어졌을 때는 정문과 가장 가까운 통신실이었지만, 새 본관이 들어선 뒤 경비 순찰 노선에서 빠졌다. 복도에는 한때 안내판이 있었을 네모난 자국만 남아 있었다. 민규는 창고처럼 막힌 문을 보며 어제 전달받은 소방 도면을 다시 펼쳤다. 도면에는 교환실 뒤쪽에 비상 계단이 분명히 그려져 있었다. 현재 시설 관리도에서는 그 계단이 지워져 있었다.
“그 계단으로 나가면 운동장 옆 우물 근처로 연결됐습니다.” 흉터 없는 남자가 말했다.
“직접 가 본 적 있습니까?”
“어릴 때요. 이 학교가 지금보다 작았을 때.”
셀레나가 그를 바라봤다. 얼굴은 민규와 같은 나이로 보였다. 그가 말한 어린 시절이 언제인지 알 수 없었다. 상대는 질문이 이어질 걸 짐작한 듯 손목의 숫자 17을 가렸다. 민규는 굳이 소매를 내리라고 하지 않았다. 그가 숨기고 싶은 것과 구조 현장에 필요한 정보는 다른 문제였다.
오르반은 기숙사 담당자 두 명을 데리고 합류했다. 기숙사에서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학생은 열두 살 소년이었다. 잠에서 깨어 화장실에 가려는데 벽 너머에서 누군가 계속 엄마를 불렀다고 했다. 소년은 자신이 잘못 들었을까 봐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민규는 그 아이를 복도로 불러내 확인받지 않았다. 교사에게 물과 따뜻한 음식을 준비하도록 하고, 아이가 원하면 낮에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밤중의 이상 현상을 해결하려는 어른들의 조급함 때문에 또 다른 아이가 공포 속에 서 있을 필요는 없었다.
교환실 문은 열쇠 구멍보다 먼저 문틈을 확인해야 했다. 아래쪽에서는 종이비행기 하나가 더 나왔다. 종이에는 세 개의 숫자가 그려져 있었다. 02:17, 02:18, 02:17. 민규는 그것을 시간 순서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각 종이가 보낸 시각을 기록하고 보관함에 넣었다. 동작 감지기에는 내부 움직임이 없었고, 공기 흐름은 약하게나마 살아 있었다.
“한쪽 문만 열면 안 됩니다.” 흉터 없는 남자가 말했다. “전에는 그렇게 해서...”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밖에 선 사람이 교대자로 지정됐어요. 안에 있던 사람 대신.”
오르반이 굳게 입을 다물었다. 최초 사고 때 문을 닫았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뒤로, 그는 구조를 서두른다는 명목으로 다른 사람을 위험에 밀어 넣는 선택을 가장 경계했다. “저 문에 내가 직접 서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네.”
민규는 그를 바라봤다. “서야 할 사람을 먼저 고르지 마십시오. 설비부터 봅시다.”
셀레나가 문틀에 걸린 마력 막을 측정했다. 문을 열기 위한 마법이 아니라 어느 쪽에서 여는지를 기록하는 장치였다. 민규는 수동 개폐 장치의 나사를 확인하고 바르트에게 원격으로 도면을 요청했다. 바르트는 현장에 오지 못했지만 카메라로 내부의 낡은 베어링 형태를 알아봤다. “문 자체는 고장 나지 않았어요. 다만 문을 통과한 첫 사람에게 통신실 관리자 역할을 씌우도록 개조됐습니다.”
“그럼 사람이 통과하지 않는 상태에서 열 수 있습니까?”
“잠금쇠만 풀고 문에 아무도 접근하지 않으면 됩니다. 반대쪽 통로의 압력부터 맞춰야 하고요.”
민규는 절차를 수첩에 옮겼다. 종이비행기를 보낸 사람이 안에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문이 열린다는 사실보다 문이 열린 다음에도 안전하게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비상 계단의 바깥 출구가 막혀 있는지 먼저 확인하도록 한 조를 보냈다. 오르반은 직접 따라가겠다며 걸음을 옮겼다. 민규는 그에게 출구를 열다가 위험이 발생하면 돌아오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기다리는 동안 흉터 없는 남자는 벽에 걸린 낡은 근무표를 응시했다. 표에는 두 명의 정민규가 하루 간격으로 순찰 근무를 했다는 기록이 있었다. 그런데 날짜를 따라가 보니 어제와 오늘이 아니었다. 한 장은 삼십 년 전, 다른 장은 민규가 이 학교에 채용된 해였다. 필체까지 같은 서명들이 반복돼 있었다.
“이상한 점이 있습니까?” 셀레나가 물었다.
“첫 번째 표는 내가 썼습니다.” 남자가 대답했다. “내가 기억하는 첫 출근이니까. 그런데 두 번째 것도 내 글씨입니다. 그날은 내가 밖으로 나가지 못했는데.”
민규는 서명을 확대했다. 자신의 글씨도 비슷했다. 하지만 가장 오래된 표의 마지막 받침은 오른쪽으로 길게 올라갔다. 젊은 시절부터 자신에게 있던 습관과 달랐다. 흉터 없는 남자의 손가락이 종이를 짚었다. “나는 내 이름을 이렇게 쓰지 않았어요. 누가 내 이름을 가르쳐 줬을 때부터 이렇게 썼죠.”
그가 주머니에서 작은 수첩을 꺼냈다. 표지는 물에 젖은 뒤 말라 울퉁불퉁했고, 첫 장에는 [야간 근무 일지]라고 적혀 있었다. 민규는 자기 수첩을 옆에 놓았다. 날짜와 시각을 기록하는 칸은 같았지만 내용이 달랐다. 같은 날 같은 시각, 한쪽 일지에는 북쪽 보일러가 고장 났다고, 다른 쪽에는 남쪽 보일러가 멀쩡했다고 적혀 있었다. 어느 쪽에도 특별한 문장은 없었다.
“두 시설이 있었던 건 아닐까요?” 민규가 말했다.
“북쪽과 남쪽이 아니라 같은 교내 보일러입니다. 내 기억에는 두 곳이 하나였어요.”
셀레나가 오래된 평면도를 펼쳤다. 옛 학교에는 남쪽 별관이 없었다. 현재 북쪽 보일러실 자리에 원래 남문이 있었다. 그동안 두 개의 일지가 같은 장소를 기준으로 쓰였다고 믿었던 것이 잘못일 수 있었다. 민규는 사건 기록을 추적할 때 확인 기준을 잘못 붙잡으면 누구의 진술도 억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떠올렸다.
“일단 일지를 서로 다른 현장의 기록으로 분리합시다. 장소를 확인하기 전에는 둘 중 하나가 거짓이라고 하지 말고요.”
흉터 없는 남자가 민규를 봤다. “혹시 내가 진짜이고 당신이 복사본이라면요?”
“그렇다 해도 문 밖에 있는 사람을 밀어 넣을 이유는 없습니다.”
“당신은 내 이름으로 살았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그게 어떻게 일어났는지 밝혀야 하고요.”
남자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오랫동안 분노를 품었다기보다 분노 외에는 자신을 설명할 말이 없었던 사람처럼 보였다. 셀레나는 두 사람의 수첩을 각각 봉인된 투명 덮개에 넣었다. 손으로 쓴 원본을 보호하면서도 비교할 수 있도록 표식을 붙였다. 명찰과 얼굴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어느 기록을 원본이라고 선언하지 않았다.
두 일지 사이에는 눈에 띄지 않는 공백도 있었다. 흉터 없는 남자가 쓴 일지는 매번 새벽 두 시 십칠 분에 끝났지만, 민규가 가지고 온 일지에는 그 시각 이후의 작은 사건들이 적혀 있었다. 고장 난 수도꼭지를 교체한 기록, 학생이 잃어버린 목도리를 찾아준 기록, 택배 기사가 맡기고 간 빈 상자의 수량까지. 사건을 설명할 것 같지 않은 평범한 기록들이 오히려 서로 다른 삶의 간격을 드러냈다.
“나는 늘 하루를 다 끝냈다고 생각했어요.” 남자가 말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내가 한 번도 겪지 못한 새벽 세 시가 있군요.”
민규는 자신의 일지에서 몇 장을 넘겼다. 그에게도 기억나지 않는 밤들이 있었다. 야간 근무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잠이 부족해 글씨가 엉키곤 했다. 그러나 이 일지의 필체는 분명 자신이 쓴 것이었고 문장 속 사람들도 대부분 실재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오래 알고 지낸 관리 노동자의 이름을 떠올렸다. 학교 세탁실의 박 기사였다.
박 기사는 전화를 받자 짧게 웃었다. “경비실에서 또 마법 사고가 났습니까? 이번엔 문이 천장에 붙었나요?”
“몇 년 전에 제가 세탁실 배수관을 고친 날 기억하십니까?”
“기억하죠. 그날 밤에 물이 올라와서 바닥이 엉망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하네요. 나는 그때 경비 아저씨를 두 번 봤는데.”
민규는 손끝이 차가워졌다. “두 번이라니요?”
“첫 번째는 검은 장화를 신고 왔고, 두 번째는 운동화였어요. 같은 얼굴이었으니 바꿔 신고 온 줄 알았죠. 첫 번째 아저씨는 배수관 수리법을 물었고, 두 번째 아저씨는 이미 고쳐 놨더라고요.”
흉터 없는 남자가 말없이 자신의 발을 내려다봤다. 지금 신은 것은 낡은 검은 장화였다. 민규는 그 사실을 기록했지만 일치한다는 이유만으로 결론 내리지 않았다. 박 기사가 기억하는 시점이 정확한지, 두 방문이 같은 날이었는지 확인해야 했다. 박 기사는 작업 사진을 보관해 두었다고 했다. 사진의 날짜에는 이상한 숫자가 있었다. 같은 시간에 찍힌 사진 두 장인데, 한 장은 사흘 뒤에 촬영한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
민규는 사진을 전송받아 비교했다. 첫 번째 사진에는 수리용 공구가 바닥에 널려 있었고 두 번째에는 정리돼 있었다. 시간의 순서가 거꾸로라면 누가 언제 물을 막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두 사람이 같은 시설을 돌보려 했다는 사실만은 보였다. 민규는 한쪽이 다른 쪽의 시간을 도둑질했다고 선언하는 대신 두 사람이 각각 무엇을 했는지 묻는 새 조사표를 만들었다.
“수리한 사람만 살아남는 규칙은 없겠죠.” 박 기사가 전화 끝에서 말했다. “고쳐 놓은 사람이 누구든 그날 빨래는 결국 다 말랐으니까.”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두 경비원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들이 서로를 대신한 적이 있는지 밝히는 일과 각자가 실제로 해 온 일을 인정받는 일이 처음으로 다른 문제처럼 보였다.
교환실 너머에서 짧은 두드림 소리가 들렸다. 세 번, 두 번, 세 번. 민규는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 구조 요청을 보낸 이가 소리의 횟수에 의미를 둔 건지, 작동 중인 기계가 우연히 같은 패턴을 낸 건지 구분해야 했다. 그는 사전에 약속한 구조 신호 세 번을 두드리고 반응을 기다렸다. 안쪽에서 같은 횟수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가 아니라 작은 금속 물체를 끌어당기는 소리였다.
바르트의 음성이 수화기를 통해 들렸다. “잠금쇠가 풀리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문 안쪽에 발신 장치가 둘입니다. 둘 다 같은 시각을 보내고 있네요.”
민규는 수첩에 ‘사람 수 미확인’이라고 적었다. 첫날부터 이 교환실의 기록은 사람을 셋으로 세려 했다. 실제로 몇 명이 있는지는 여전히 모른다. 문틈에서 작은 목소리가 나왔다. “아저씨, 문이 열리면 저 말고도 한 명 나와야 해요.”
“누구니?”
“제가 데리고 온 사람이요. 그런데 이름을 말하면 다시 사라져요.”
민규는 아이가 이름을 말하지 않도록 했다. “괜찮아. 사람을 이름으로만 확인하진 않아. 지금 함께 있는 분이 움직일 수 있니?”
“저는 여기 못 움직여요. 그분이 움직여야 해요.”
그때 반대편 출구를 확인하던 오르반에게서 전화가 왔다. 남문을 막은 벽 뒤에 계단이 있었고, 계단 끝에는 금속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상자 안에는 두 권의 근무일지가 들어 있었다. 한 권에는 흉터 없는 민규의 얼굴이, 다른 한 권에는 정은희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두 권 모두 마지막 페이지가 찢겨 있었다.
“옆에 무엇이 더 있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낡은 코트가 한 벌 있네. 어린아이용이고 오른쪽 주머니에 작은 열쇠가 들어 있어.”
수화기 저편의 아이가 갑자기 소리쳤다. “그 코트 열면 안 돼요! 주머니에 엄마가 있어요!”
셀레나가 숨을 삼켰다. 민규는 오르반에게 코트를 펼치거나 물건을 분리하지 말고 현 상태 그대로 보존하라고 했다. 코트 속에 무엇이 있든 겉모습만 보고 사람이 갇힌 물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아이가 그 안에서 어머니를 찾는다면 조사할 가치가 있었다.
교환실 잠금쇠가 한 칸 더 내려갔다. 민규가 문을 당기려는 순간 흉터 없는 남자가 어깨를 붙잡았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저 코트를 압니다. 내가 처음 출근했을 때 저 아이가 입고 있었어요.”
“그날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문을 열었고, 아이는 나왔어요. 그런데 어머니는 안 나왔죠. 그래서 내가 안에 남았습니다. 밖에 있던 사람은 내가 아이를 구했다고 적었고요.”
민규는 상대를 바라봤다. 삼십 년 전부터 이어진 두 개의 일지는 한 사람이 동시에 두 곳에 있었던 기록이 아니었다. 하나는 문 안쪽에서 남았던 사람이, 다른 하나는 밖에서 그를 대신해 완성한 서류일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둘 중 진짜를 가리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었다.
“문 밖에서 그 일지를 쓴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흉터 없는 남자는 처음으로 시선을 피했다. “모릅니다. 다만 그날 이후로 학교에서는 그 사람도 정민규라고 불렀습니다.”
닫힌 문 저편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찢겨 나간 근무일지의 마지막 페이지와 똑같은 종이 한 장이 문틈으로 밀려 나왔다.
[첫 번째 교대 성공. 원래 근무자 귀환 미확인. 비상 신고자 인계 보류.]
민규는 세 개의 기록을 바닥에서 함께 바라봤다. 문제는 어느 쪽이 진짜 경비원인가가 아니었다. 첫날부터 누군가 귀환하지 못했는데도 서류만 교대가 끝났다고 적었다는 사실이었다.
제15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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