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46화
PAYLUA ORIGINAL · 제146화

146화. 제0기록관 열람 신청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250자

오프라인 책장
제0기록관이라는 이름을 처음 지도에 표시한 사람은 민규가 아니라 버스 운전기사였다. 오래된 노선을 조사하던 미라가 발견한 낡은 회수권 뒷면에 그런 장소가 적혀 있었다. 버스 종점에서 한 정거장 더 가면 '기록관 앞'이라는 정류장이 있었지만, 지금의 도로 지도에는 터널 공사로 폐쇄됐다고 나왔다. “입구가 없어졌다기보다 기록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미라가 말했다. 민규는 운전기사에게 전화해 그곳이 실제로 통행 가능한지 확인했다. 기사는 옛 정류장에 승객을 내려 준 기억이 있다고 했다. 다만 열아홉 해 전 어느 날부터 누가 타든 빈 차로 처리되는 이상한 고장이 생겼다. 그는 그 이후 노선을 바꿨다. 요금 정산 기록에는 여전히 한 장의 승차권이 매일 사용된 것으로 남았다. 백이준의 동생 유정이 가져온 승차권과 같았다. 장난처럼 이어진 단서 같았지만 민규는 원본 일련번호를 대조했다. 종이의 뒷면에 적힌 번호는 실제 대중교통 기록과 맞았다. 날짜만 달랐다. 이준이 사라진 날 발행된 한 장의 승차권이 오늘까지 하루씩 사용되고 있었다. “그러면 매일 누군가 버스를 타고 있는 셈입니까?” 셀레나가 물었다. “서류로는요. 실제 누가 탔는지는 버스 카메라나 기사 증언이 필요합니다.” 케스는 제0기록관 열람 허가를 신청했지만 반환된 문서는 황당했다. [해당 시설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신청인이 해당 시설에 들어갔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존재하지 않는 건물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먼저 증명하라는 요구였다. 아무도 다녀올 수 없다면 영원히 문을 열지 않아도 되는 구조였다. “이런 걸 누가 만들었을까요?” 루카가 물었다. “책임을 묻는 사람이 못 들어오게 하려는 목적이라면 아주 잘 만들었지.” 케스가 말했다. 민규는 서류를 반려하지 않고 '현장 조사 접근 필요'라고 적었다. 허가가 불필요하다고 무시하자는 뜻은 아니었다. 공공 안전에 위험이 있다는 근거를 확보하고 적법한 긴급 조사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도로 시설을 관리하는 시청 부서를 찾았다. 시청에는 폐쇄된 터널의 도면이 남아 있었다. 터널을 처음 발견한 시청 직원은 낡은 문서의 주소 표기가 이상하다고 했다. 옛 지도에는 건물번호가 붙어 있었지만 현재의 지적도에는 터널 전체가 하나의 도로 시설로 묶여 있었다. 기록관이 실제로 있다면 소유자가 누구인지, 출입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먼저 밝힐 필요가 있었다. 민규는 시청의 도로 안전 담당자에게 현장 조사를 요청했다. 담당자는 처음에는 손사래를 쳤다. “그 구역은 공사 끝난 지 오래됐고, 지금은 아무도 쓰지 않아요. 무슨 사고가 있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민규는 버스 노선과 승차권 기록을 제시했다. 실제 사람이 타지 않았는데도 매일 사용된 것으로 표시된 승차권 한 장, 끊어진 통로에서 계속 들어온 점검 영수증, 학교에서 발생한 이상 출입 기록. 하나하나는 다른 원인으로도 설명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장 점검을 거부할 이유가 될 만큼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다. 직원은 한참 생각한 뒤 임시 안전 조사만 허가했다. 오래된 터널이 불안정할 수 있으므로 구조 전문가와 함께 들어가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민규는 오히려 그 조건을 반겼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위험한 장소에 무모하게 들어가는 대신, 살아서 돌아오도록 계획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었다. 케스는 현장에 참여할 인원을 최소화했다. 모두가 진실을 보고 싶어 했지만 좁은 터널에 너무 많은 사람이 있으면 구조 작업이 어려워진다. 루카는 자신도 가겠다고 조르다가 학교에 남아서 연락을 담당하기로 했다. 민규는 그 선택을 겁이 난 결과라고 여기지 않았다. 현장 밖에서 사람들의 소식을 연결하는 역할도 충분히 중요한 일이다. “그럼 보고하실 때 제가 제일 먼저 받겠습니다.” 루카가 말했다. “대답이 늦으면 무작정 안으로 들어오지 마. 정해진 연락 절차대로 하자.” 루카는 긴급 연락표를 받아 들었다. 장난스럽게 경례를 하려다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 안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누군가 돌아올 수 있도록 밖을 지키는 일이 더 어려울 때도 있었다. 정은희는 터널로 들어가기 전에 민규를 찾아왔다. 아들이 또다시 잊힌 시설 안으로 들어가는 걸 반갑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사고가 끝나면 돌아와 저녁을 먹자고 말했다. 민규는 언제 끝난다고 자신 있게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연락이 끊길 경우 누구에게 문의해야 하는지, 동행자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적어 건넸다. “너는 가끔 모든 걸 혼자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은희가 물었다.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이번에도 사람을 부르는 겁니다.” 은희는 웃지 않았다. 아들이 위험한 일을 또 하려는 게 걱정됐지만, 그가 혼자 영웅이 되겠다고 버티지 않는다는 점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오래전 자신이 만들었던 보호 수업 규칙에 적힌 한 문장을 떠올렸다. 학생은 돌아올 수 있어야 하며, 교사는 돌아오는 길을 남겨 두어야 한다. 아들이 경비원으로서 하고 있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터널 입구는 장벽으로 막혀 있었다. 안쪽에는 오래된 환기구와 비상 전화가 있었다. 공사 담당자는 그 구역에 통행 허가를 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유지보수 기록에는 매달 첫날 누군가 팬을 청소하고 필터를 교체한 영수증이 있었다. 지급받은 직원 이름은 비어 있었다. 민규는 터널을 바로 통과하지 않았다. 환기 가능 여부, 물이 고이는 곳, 대체 출구, 통신이 끊겼을 때의 복귀 시간을 먼저 확인했다. 셀레나는 마법 반응을 측정했다. 두 장비 모두 정상이라고 나왔지만 문제는 그 정상이라는 말이 어느 날짜를 기준으로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휴대용 시계 세 개를 각각 다른 사람에게 나눠 줬다. “시계가 다르게 흐르면 누구 말을 믿어야 하죠?” 루카가 물었다. “시계만 믿지 말고 우리끼리 같은 일을 봤는지도 확인해.” 민규는 물병 하나를 들어 보였다. “내가 이걸 놓으면 떨어지는지. 떨어졌다면 누구 눈앞에서 떨어졌는지. 시간이 이상해지는 곳에선 작은 사실부터 맞춰야 해.” 현장에서는 터널의 입구 높이를 확인하는 데부터 시간이 걸렸다. 일부 천장은 과거 공사 때 낮아졌고, 바닥에는 물이 고였다. 기술자는 오래된 환기팬이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다. 장치에 동력이 들어오는 표시가 켜져 있다는 것과 신선한 공기가 도착한다는 것은 달랐다. 민규는 현장 검증 결과를 보고 임시 환기 장비를 설치하도록 했다. “출입 승인과 출입 가능도 다르겠네요.” 셀레나가 말했다. “맞습니다. 서류가 문을 열어 줘도 사람이 통과할 수 없으면 소용없습니다.” 한참 뒤 터널 안쪽으로 들어가자 여러 시대의 안내 표지가 섞여 있었다. 하나는 손으로 그린 낡은 비상구 화살표였고, 다른 하나는 최근에 인쇄한 경고문이었다. 그런데 두 화살표가 서로 반대 방향을 가리켰다. 민규는 현재의 안전 출구를 실제로 확인한 뒤 임시 안내등을 설치했다. 오래된 표시를 바로 뜯어내지는 않았다. 조사 자료로 보존해야 했기 때문이다. 셀레나는 바닥의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이 이상하다고 했다. 발을 멈췄는데도 반사상은 한 걸음 더 걸었다. 민규는 그대로 서 있지 말고 바닥이 젖지 않은 쪽으로 이동하게 했다. 자신들의 행동이 앞으로 얼마나 왜곡될지 알 수 없다면 제일 먼저 확실한 지형을 찾는 편이 나았다. 터널 끝의 막힌 벽 앞에서 그는 이준에게 전화했다. 멀리 있는 이준에게 무언가를 승인하라고 부탁하려는 게 아니었다. 혹시 현재 증상이 변했는지 묻기 위해서였다. 이준은 이상한 교복 꿈을 꾸긴 했지만 지금은 안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리하게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 “제가 오라고 하지 않았어요. 저 때문에 또 누가 사라지는 건 싫습니다.” “당신 때문에 가는 건 아닙니다. 이미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준 시설이라 확인하는 겁니다.” 민규가 말했다. “당신이 원치 않는다면 개인 기록은 열람하지 않겠습니다.” 이준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제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고 싶어요. 하지만 그걸 꺼내서 모두에게 보여 주고 싶지는 않아요.” “그 선택도 기록하겠습니다.” 통화를 끊자 터널 저편에서 수십 장의 승차권이 서로 마찰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발자국 대신 종이를 밟고 걷는 듯했다. 민규는 손전등을 비추면서도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곧장 달리지 않았다. 위험이 있는 길과 진실이 있는 길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었다. 배수로 근처에서 오래된 비상 전화가 울렸을 때 아무도 곧장 수화기를 들지 않았다. 전화선이 실제 외부 기관에 연결돼 있는지 먼저 살폈다. 수리 기록에는 모든 회선이 폐쇄됐다고 적혀 있었지만 선 끝은 터널 벽을 넘어 깊은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민규는 외부 구조대가 대기하고 있는 번호와 연결돼 있는지 시험했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낯선 여자가 말했다. “여기서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하나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정류장에요. 매일 버스가 오는데 탈 자리가 없어요.” 목소리는 성인 여자의 것이었지만 배경에는 어린아이들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 민규는 상대가 실제 어느 시대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문서상의 장소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물건과 주변 상태를 물었다. 여자는 빨간 의자 세 개와 버스 노선표 하나가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은 도면상 제0기록관 아래에 남아 있는 옛 대합실과 일치했다. 민규는 비상 전화의 위치를 지도에 표시했다. 통화가 끊기기 직전 여자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려 했다. 민규는 급히 그 이름을 묻지 않았다. 대신 “도움이 필요하면 다시 이 회선으로 알려 달라”고 답했다. 상대에게 보낼 수 있는 말을 남기는 게 이름 한 줄을 확보하는 것보다 중요했다. 터널 바닥에는 오래전의 버스 승차권이 줄지어 붙어 있었다. 누군가 걸어온 발자국 대신 종이가 이어졌다. 그중 일부에는 어린아이의 글씨로 장소 이름이 적혀 있었다. 병원, 운동장, 집, 식당. 학교가 아닌 장소들이었다. 민규는 그 종이가 사람의 하루에 있어야 할 장소를 가리키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안쪽의 벽에는 굵은 유리창 하나가 있었다. 창 너머에는 서가가 끝없이 이어지고, 책장 사이로 사람들이 천천히 걸었다. 외부에서 창을 두드리자 서가를 걷던 사람들은 반응하지 않았다. 창에 비친 민규의 모습만 실제 움직임보다 십삼 초 늦었다. “시간이 늦는 건가요?” 셀레나가 물었다. 민규는 자기 반사상을 기다렸다. 십삼 초 뒤에 반사상이 손을 들었다. 그가 지금 손을 들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곧 그는 유리 너머의 그림자가 자신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조금 뒤의 행동을 먼저 보여 주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그 행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 반사상은 그 자리에서 멈춰 버렸다. “예언 같은 건 아니군요. 우리가 정해 놓은 반응을 따라 하게 만드는 표시일 뿐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 유리창 아래 작은 문이 열렸다. 방문자 목록이 나타났다. [정민규, 셀레나, 케스, 루카, 미라.] 이름이 정확했다. 그러나 맨 아래에 한 줄이 더 있었다. [동행인: 백이준. 출입 시 잔여 시간 차감.] 이준은 현장에 오지 않았다. 아직 의료진과 함께 학교에 있었다. “오지도 않은 사람을 참석자로 잡았어요.” 미라가 말했다. 민규는 확인란에 서명하지 않았다. 그는 유리에 실제 인원을 적고, 이준은 이곳에 없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증언했다. 제0기록관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대신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 시설의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럼 이준 씨가 어디에 있는지 직접 확인하세요.” 민규가 말했다. “확인이 불가합니다. 문서상 참석이 완료됐으므로 현장 확인은 생략합니다.” 이 말이 민규의 분노를 일으켰다. 신원 기록이 사람을 찾아가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지우는 핑계가 되고 있었다. 그는 케스에게 그 응답을 공식 증거로 보존하라고 요청했다. 단지 문을 열지 못했다는 기록보다 무엇이 출입을 거부했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했다. 케스는 터널 관리자로부터 긴급 안전 점검 승인서를 받아 왔다. 제0기록관 내부에 누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는 여전히 불명확했지만, 오래된 터널의 통행과 환기 상태를 확인할 법적 근거는 있었다. 그들은 외부의 구조대와 연락을 유지하면서 지하 배수로까지 살폈다. 배수로는 유리창 뒤의 서가 아래를 지나갔다. 하셀의 전송 화면에 오래된 장치 도면이 떠올랐다. 배수로는 원래 학생들의 대피로가 아니라 기록을 보존하던 방의 침수 방지 통로였다. 입구는 좁지만 막혀 있지는 않았다. 민규는 그곳을 사람을 밀어 넣을 통로로 삼을 생각이 없었다. 먼저 내부 상태를 확인할 작은 장비부터 보냈다. 카메라가 배수로 끝에 다다랐을 때 화면에는 벽에 붙은 쪽지 하나가 잡혔다. [돌아오지 못한 시간은 아직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그 아래에는 잉크가 마르지 않은 문장이 있었다. [보관 대상 19년. 소유자 백이준. 열람 예정자 정민규.]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46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46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