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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45화
PAYLUA ORIGINAL · 제145화

145화. 다섯 시 십삼 분의 졸업식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134자

오프라인 책장
오후 다섯 시 십삼 분이 되기까지 두 시간 남았을 때, 강당의 의자 열아홉 개에는 교복이 가지런히 놓였다. 누가 가져다 두는지 확인하는 감시 카메라는 그 모습을 찍지 못했다. 영상에는 빈 의자만 있었고 현장에 도착한 사람들은 분명 옷을 보았다. 민규는 한쪽만 옳다고 선언하지 않았다. 영상과 실제 관찰이 서로 다른 시점을 보는 현상이 이 사건의 핵심일 수 있었다. 그는 우선 강당을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하도록 안전 공지를 냈다. 행사 중지라는 문구 대신 '실제 출입·대피 안전 확인 전까지 사용 제한'이라고 적었다. 졸업이라는 단어를 써서 불필요한 자동 호출을 시작할 이유가 없었다. 옆 강의동의 대체 강당에는 안내원을 배치하고, 학생들이 불편하다고 느낄 부분까지 설명했다. “다들 그냥 마법으로 처리하면 된다고 해요.” 루카가 투덜거렸다. “뭘 그렇게 많이 적어야 하냐고요.” “마법이 문을 연다면 좋지. 그런데 누가 문 밖으로 나왔는지 확인한 사람은 있어야지.” 루카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대체 강당으로 향하는 길의 턱을 직접 확인했다. 휠체어가 걸릴 만한 높이였다. 그가 사람들을 다른 길로 안내하는 동안 민규는 위험 요소가 아니라 사람의 움직임으로 비상 동선을 검증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태훈은 강당의 주전원함 앞에서 오랫동안 손을 떨었다. 한때 자신이 보존 수업 장치를 연결했던 전기함이었다. 새 장치가 몇 차례 개조되면서 기본 회선과 비상 회선은 뒤섞여 있었다. 무작정 주전원을 내리면 시간 기록뿐 아니라 복도 화재감지기까지 멈출 수 있었다. 민규는 시설팀과 함께 회로를 다시 추적했다. “이런 배선은 도면이 못 따라가죠.” 민규가 말했다. “현장에 있는 그대로 표시해야 합니다.” 셀레나는 마력 회선을 감지하고, 기술자는 절연 시험을 했다. 둘은 서로의 설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위험한 것을 건드리지 않는 방법은 충분히 공유할 수 있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시계 열아홉 개는 강당 전원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이 시간을 빌려 오는 곳은 학교 밖의 졸업생들 자신이었다. 케스는 아직 연락이 닿지 않은 열아홉 명의 임시 보호 방식을 준비했다. 공식적으로 사고를 인정하기 전에는 본부가 대대적인 통보를 꺼렸다. 그는 상사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응급 위험 고지에 필요한 최소 정보를 정리했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퍼지지 않도록 개별 연락을 우선했다. “누구나 다 같이 위험을 알면 낫지 않나요?” 미라가 물었다. “조심해야 해.” 케스가 답했다. “실종자였다는 사실이 공개되는 걸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어. 위험을 알릴 권리와 남의 사연을 공개할 권리는 다르지.” 강당 무대 뒤에서 박수 소리가 커졌다. 관객이 없는데 의자가 하나씩 눌렸다. 이준은 의료진과 상의한 뒤 멀리 떨어진 관찰실에서 잠깐 화면을 보기로 했다. 그는 아무리 두려워도 자신이 겪은 일을 알아야겠다고 했다. 민규는 강당으로 오지 않아도 되며 중간에 화면을 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섯 시가 되자 졸업장 위에 전자 시계처럼 숫자가 나타났다. 00:13:00. 숫자는 정확히 남은 분을 세고 있었다. 태훈은 과거에 한 시간이 아니라 십삼 분 동안 시간을 묶어 두려 했다고 정정했다. 구조대가 인접 복도의 막힌 문을 열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최소 시간이었다. 그러나 장치는 위기 종료 시점을 받지 못해 십삼 분의 보존 명령을 계속 이어 왔다. “그럼 종료 신호를 보내면 되지 않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그럴 수 있다면 오래전에 했지. 누군가 종료 신호를 '졸업식 전원 참석 확인'으로 바꿔 놓았어.” “그럼 참석자를 확인하지 못하면 종료할 수 없는 겁니까?” “그들이 정말 거기에 있었다는 걸 증명하라는 뜻이야. 그런데 그걸 증명하려고 사람을 데려오는 순간 빌린 시간을 회수하지.” 민규는 판넬 옆 바닥에서 오래된 수동 비상 종을 발견했다. 새 졸업식 장비와 연결된 전자식 종이 아니라 실제 청동으로 만든 낡은 종이었다. 종을 치면 피난 담당자가 각 구역에 안전 확인을 요청하게 돼 있었다. 겉에는 행사 도구처럼 보였지만 안쪽에는 작은 글씨가 있었다. [위험 해제 시 개별 현장 확인 후 종료.] 오래전 사람들이 만들어 둔 안전 장치였다. “원래 끝내는 방법은 있었군요.” 민규가 말했다. 태훈은 그 글씨를 손끝으로 짚었다. “내가 적었는데 잊고 있었어. 잘못된 걸 고치겠다고 여기저기 서류를 뒤지다 정작 눈앞에 있는 걸 못 봤구먼.” 그들은 수동 종을 곧장 치지 않았다. 과거의 종료 절차가 현재의 시간 회수 장치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른다. 민규는 복도와 마을의 임시 대피 구역이 정상인지 확인하도록 요청했다. 사람의 안전을 확인하지 않고 시스템이 스스로 '안전'을 선언하면 똑같은 사고가 반복될 것이다. 실제 대응 훈련은 길지 않았다. 첫 번째 조는 강당 바깥에서 출입 동선을 관리했고, 두 번째 조는 학생들이 대체 강당으로 이동하도록 안내했다. 세 번째 조는 증상을 호소하는 졸업생들과 의료진을 연결했다. 셀레나는 어느 순간에도 실종자 확인용 명단과 보호자 명단이 섞이지 않게 했다. 서로 다른 목적의 명단을 뒤섞은 탓에 이미 수많은 사람이 억울한 일을 겪었다. “옛날 일은 옛날 일이고 지금은 전부 다르게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한 시설 직원이 물었다. “그럴 수도 있죠.” 민규가 답했다. “하지만 어떤 안전 장치는 반드시 남겨야 합니다. 원래의 비상 통로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없앨 이유가 없어요.” 직원은 민규와 함께 천장 근처의 환기 장치를 확인했다. 오래전 피난 때 환기가 막혀 학생들이 호흡 곤란을 겪었다는 기록이 있었다. 누군가 그 사실을 잊지 않게 하려고 환기팬 옆에 작은 빨간 끈을 묶어 놓았다. 시간이 흐르며 끈의 의미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는 여전히 관찰하기 좋은 지점이었다. 민규는 시설팀에 간단한 안내판을 부탁했다. 빨간 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표기하고, 현재의 환기 상태와 점검 날짜만 적게 했다. 괴담처럼 남겨 두는 것보다 실제 공기 흐름을 확인하는 편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준은 멀리서 화면을 보다가 아버지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는 작은 공방을 운영하며 손목시계를 수리했다. 어떤 손님은 시계가 늦으면 시간을 잃었다고 화를 냈고, 어떤 손님은 오래된 시계를 고치면서 지난 사람을 떠올려 울었다. 아버지는 둘 다 틀리지 않다고 했지만 결국 시계는 기계이니 기계처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서운하다고 태엽이 저절로 감기는 건 아니니까요.” 이준이 말했다. 민규는 그 말에 공감했다. 특별한 마법이 있어도 안전 장치의 물리적인 부분은 실제로 고쳐야 했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기계와 다른 것이 있었다. 빼앗긴 시간이 발견된다고 해서 마음까지 즉시 복구되는 건 아니다. 그는 이준에게 지금 힘들면 화면을 그만 봐도 된다고 한 번 더 알려 줬다. “끝까지 보겠어요.” 이준이 말했다. “그런데 제가 중간에 싫다고 하면 바로 꺼 주세요.” “그렇게 합시다.” 루카는 대체 강당에서 친구들의 동선을 안내하다가 자신의 옛 기억을 떠올렸다. 누군가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학년 표식이 사라지던 밤이었다. 그는 그때 민규가 자기 이름을 계속 확인하는 대신 손을 잡고 안전한 방향을 찾았던 일을 기억했다. 지금 강당 안에는 직접 잡아 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 소리부터 닿게 하려 했다. “밖에 있는 분들, 혹시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헷갈리면 주변을 살펴보세요. 억지로 기억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도와줄 겁니다.” 그 방송을 들은 한 졸업생은 눈물을 흘렸다. 그에게는 지난 몇 년간 비슷한 기억 혼란이 있었지만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못했다. 본인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루카의 말은 병을 고치지는 못했으나 도움을 청해도 된다는 허락처럼 들렸다. 한편 케스는 기록보존총국과 시청에 동시에 공문을 보냈다. 사고는 학교의 특별 마법 장치에서 시작됐지만 주민들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 조직이 모두 처리하겠다고 나서면 다른 기관들은 자신과 관계없는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케스는 책임을 분리하기보다 각 기관이 반드시 맡아야 할 역할을 명확히 적었다. 하셀은 원점 관리실에서 연결된 의료 신고 회선을 확인했다. 지난번 사건 때 신고 회선을 통째로 끊지 않아 살렸던 환자들이 있었다. 이번에도 동일한 원칙을 유지해야 했다. 현재의 졸업식 장치가 강당 환기 및 화재경보기와 연결돼 있다면 위험한 기능만 분리해야 했다. 단순한 해결법처럼 보이는 '모든 마법 제거'는 또 다른 실종자를 만들 수 있었다. 민규는 훈련 기록지 마지막에 이름이 아닌 역할을 적었다. 문을 확인한 사람, 바깥 소식을 전한 사람, 의료 지원을 연결한 사람, 독립 기록을 남긴 사람. 역할은 바뀔 수 있었고 교대할 수 있었다. 어느 한 사람을 영원한 관리자로 지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했다. 사람들이 서로 바꿔 할 수 없는 임무라면 시스템부터 고쳐야 했다. 훈련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강당의 빈 의자마다 작은 온기가 남아 있었다. 민규는 온도계를 대고 수치를 적었다. 누군가 실제로 앉았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그러나 먼 곳의 졸업생과 연결된 현상이 실제 온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다. 시계가 다섯 시 십삼 분을 가리키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얼마 없었다. 이준의 유리창에 비친 모습은 졸업식이 다가올수록 조금씩 흐려졌다. 의료진은 그의 상태를 보고 직접 강당으로 이동하지 말라고 권했다. 이준은 처음에는 반대했다. 자신이 피해자인데 자신 없이 결정하는 게 싫었다. 그러나 민규가 원격 화면을 통해 장치와 증거를 확인할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하자 생각을 바꿨다. “위험하다고 해서 저를 또 모르는 곳에 두지 마세요.” 이준이 말했다. “그럴 생각 없습니다. 어떤 걸 볼지, 어느 순간 멈출지 당신이 정해도 됩니다.” 유정은 오빠가 다시 없어질까 두려웠지만 그 두려움을 이유로 모든 결정을 대신하진 않기로 했다. 두 사람은 화면을 같이 볼지 따로 볼지부터 의논했다. 아주 사소한 것 같았지만 열아홉 해 전이었다면 유정은 오빠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할 만큼 나이가 많지도 않았다. 이준은 화면을 크게 켜지 말라고 했다. 자기가 원치 않는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될까 걱정됐다. 민규는 작은 창으로 필요한 장치만 보여 주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게 했다. 졸업식이라면 모든 사람을 보여 주는 게 당연했겠지만, 이번에는 보이지 않을 권리가 더 중요했다. 비상 경보가 울리는 시간은 짧았지만 학교의 평범한 하루까지 잘라낼 순 없었다. 민규는 수업 중인 반에 불필요한 공포를 주지 않도록 위험 구역만 별도로 안내했다. 실제로 대피가 필요해지면 모든 교실에 정확한 경보를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아이들은 그 약속을 듣고 책상 앞으로 돌아갔다. 시계가 다섯 시 십삼 분을 가리키자 강당 문이 열렸다. 무대에 아무도 없었는데 누군가 졸업생 이름을 읽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백이준. 다음은 낯선 제빵사의 이름. 세 번째 이름을 읽었을 때 학교 밖 전화 연결이 끊겼다. 네 번째 이름을 부르자 객석의 교복 하나가 젖기 시작했다. 바깥에서 비가 내리지도 않았는데 소매에 물이 흘렀다. “그 옷은 제 거예요.” 화면 앞의 이준이 말했다. “아버지 시계 고치던 날 입었어요.” 이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영상 속 교복도 움직였다. 민규는 눈앞의 옷이 단지 기억의 영상이 아니라 먼 곳의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장치라고 판단했다. 그는 마이크를 켜지 않은 상태로 셀레나에게 중단 신호를 보냈다. 무대 아래 통신함의 표시는 위험했다. [이수 완료 인정 시 동행인 시간 차감.] 이준을 도우려 왔던 유정의 손목에서 다시 단추 모양 빛이 났다. 그녀는 순간 어지러워 의자에 기대야 했다. “유정 씨는 이 일을 승인하지 않았어요.” 민규가 말했다. “학교도 지금 그런 권한이 없습니다.” 셀레나는 임시 격리선을 작동했다. 마법진의 고리가 강당 장비를 감싸며 서명 확인을 멈췄다. 대여 시간 회수는 잠깐 정지됐지만 종료되지는 않았다. 시계는 다시 새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00:13:00. 강당 안내 방송이 짧게 울렸다. “졸업식 제1회차 불참. 재시험을 시작합니다.” 민규는 기록지에 숫자를 썼다. 십삼 분. 열아홉 명. 반복되는 시험. 그는 제자리에서 크게 승리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시간을 열세 분 벌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열세 분 안에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누가 출석을 확인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누구의 시간이 이미 보관됐는지 알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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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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