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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43화
PAYLUA ORIGINAL · 제143화

143화. 졸업식의 빈 의자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192자

오프라인 책장
강당 문에는 졸업식 준비 중이라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민규가 그 종이를 처음 본 건 새벽 두 시였다. 학교에서는 오래된 졸업 사진을 조사할 뿐 행사를 준비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종이 아래에는 금박으로 칠한 출입 금지선이 늘어났고, 벽 안에서는 누군가 박수 소리를 연습하고 있었다. “누가 출입을 통제했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야간 사감은 자신이 붙이지 않았다고 했다. 누군가 다치지 않도록 문을 잠가 두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강당은 낮이면 학생들이 쓰는 실내 대피 장소였다. 민규는 일단 별도 장소를 지정하고 공지한 뒤, 강당이 실제로 위험한지 조사하자고 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임의 폐쇄가 다시 장기간의 고립으로 이어지는 일을 그는 여러 번 보았다. 셀레나는 강당 쪽 마력선이 외부에서 주입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오래된 행사 기록 장치가 내부 동력으로 깨어나고 있었다. 이 장치는 본래 졸업식에서 참석한 사람의 추억을 작은 수정에 담아 보관하던 물건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회수 기능을 덧붙였고, 지금은 기억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는 순서까지 기록하려 했다. “그럼 졸업식을 중단하면 되지 않습니까?” 루카가 물었다. “무엇이 졸업식인지부터 알아야 해.” 민규는 문 위의 비상등을 확인했다. “종소리만 멈췄다가 누군가 다른 데서 또 불려 나오면 의미가 없지.” 그들은 강당으로 연결되는 계단을 돌아 공연 준비실에 들어갔다. 오래된 무대 의상 냄새, 먼지를 뒤집어쓴 커튼, 손으로 접은 꽃장식이 남아 있었다. 이상한 마법이 벌어지는 학교에서도 비품 창고 냄새만큼은 평범했다. 민규는 복도 끝에 삼십 년 전 설치된 환기팬을 발견했다. 팬의 날개에는 손가락으로 밀어 낼 수 없는 종이별이 붙어 있었다. 별마다 졸업생 한 명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이건 누가 붙였을까요?” 셀레나가 물었다. “먼지가 붙어 있지 않은 것부터 최근 것 같습니다. 별을 떼기 전에 사진부터 찍죠.” 기록된 이름은 백이준만이 아니었다. 도시 외곽의 제빵사, 먼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이름도 있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사는 사람이 어떻게 제7시설 강당의 환기팬에 매달렸는지는 설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종이별의 끝은 모두 같은 실에 묶여 있었다. 실은 무대 천장으로 이어졌다. 민규는 사다리를 직접 타기보다 전문 시설팀을 불렀다. 천장 높이가 높았고, 중간에 낡은 조명 전원선이 노출돼 있었다. 단서를 찾겠다고 아무 안전 조치 없이 올라가면 구조자가 구조 대상이 되는 일이 생길 수 있었다. 시설팀이 전력을 분리하고 안전 작업대를 설치하는 동안 그는 강당을 실제로 사용했던 옛 졸업생들의 기록을 확인했다. 영상 보관실에는 19년 전 졸업식의 사진첩이 두 권 있었다. 첫 권에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웃는 장면이 가득했다. 두 번째 권은 표지가 새것 같았지만 안쪽에는 빈 사진대만 있었다. 각 페이지에 이름표만 붙어 있었다. 그중 한 페이지에는 백이준의 이름이 적혔다. 사진이 있었다는 흔적조차 없었다. “사진이 지워진 것과 애초에 찍지 않은 것은 구별해야 합니다.” 민규가 말했다. 미라가 사진첩을 뒤집어 빛에 비춰 봤다. 오래된 접착제 자국은 첫 권에만 있었다. 둘째 권에는 아무도 사진을 붙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보관용 목록에는 모든 사진이 '회수 완료'로 표기돼 있었다. 누군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사진을 보관했다고 선언한 것이다. 미라는 그 단어가 싫다고 했다. 사라진 동안 자신을 설명하던 서류도 수없이 처리 완료라고 적혔기 때문이다. 민규는 사진첩을 그녀의 손에서 빼앗지 않았다. 원하면 밖에 나가 쉬어도 된다고 말했다. 미라는 잠시 생각한 뒤 카메라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옛날의 빈 사진을 대신 채우려는 게 아니라, 오늘 조사에 참여한 자신의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무대 커튼 뒤편에는 낡은 장부가 있었다. 표지에는 '이수자 확인'이라고 적혔지만 안쪽의 항목들은 학과목과 아무 관계가 없었다. [실종 신고 지연 시간], [보호소 정원 초과 기간], [대피통로 불능 일수]. 학업이 아니라 구조 지연을 기록하는 목록이었다. 각 항목을 합산하면 열아홉 해가 됐다. “열아홉 해를 빌린 사람이 아니라, 열아홉 해를 빌린 시스템이었군요.” 셀레나가 말했다. “아직 누가 누구에게 빌렸는지는 모르죠.” 민규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장부가 사실이라는 보장도 없으니까.” 케스는 사진을 받아 본 뒤 기록보존총국의 옛 시설 관리 명단과 비교했다. 당시 제7시설의 강당은 대규모 피난 당시 임시 학교이자 보호소로 사용됐다. 어떤 아이들은 정규 수업을 듣지 못했고, 교사들도 대피와 치료를 우선해야 했다. 처음의 '대리 이수'는 아이가 다쳐 학교에 나오지 못한 기간을 불이익 없이 인정해 주려는 보호 조치였을 가능성이 컸다. “그게 왜 사람을 지우는 장치가 됐습니까?” 루카가 물었다. “좋은 뜻의 규칙도 잘못된 사람 손에 들어가거나 책임을 감추는 데 이용될 수 있어.” 케스가 답했다. “그걸 밝혀내는 게 지금 해야 할 일이야.” 강당의 오래된 음향 장비를 살피던 민규는 무대 뒤 벽에 붙어 있는 작은 전원표를 발견했다. 전원표에는 '졸업식 특별 장치'라고 쓰여 있었지만 전선을 따라가자 환기실과 방재실이 나왔다. 행사 장비의 전원이 왜 안전 설비와 연결돼 있는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시설팀은 낡은 개조 기록을 뒤져 과거 강당을 피난소로 바꾸던 날의 긴급 배선을 찾았다. “그땐 급한 대로 썼겠죠.” 기술자가 말했다. “급할 때 만든 임시 배선은 자주 영구 시설이 됩니다.” 민규가 답했다. “그걸 정기 점검표에 제대로 올리지 않으면 다음 사람이 더 급할 때 사고가 나고요.” 두 사람은 소리를 시험하기 위해 강당에 사람 대신 빈 나무상자를 놓았다. 상자 안에는 소리를 기록하는 장치와 현재 시각을 표시하는 휴대 시계를 넣었다. 셀레나가 안전 구역에서 작은 종을 울리자 무대 위 상자에서는 소리가 십삼 초 뒤에 들렸다. 관객석에서는 동시에 들렸다. 같은 건물 안에서도 시각이 달랐다. 민규는 시험을 반복하지 않았다. 첫 실험의 결과가 신기하다고 해서 여러 번 마법을 울리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그는 상자의 위치를 바꿔 한 번 더 점검했다. 지연은 상자를 무대에 두었을 때만 나타났다. 환기팬에 묶인 종이별이 무대 중앙 위에서 같은 원형을 이루고 있었다. “무대 중앙이 시간이 흐르는 장소가 아니라 기록이 도착하는 자리군요.” 셀레나가 말했다. “그러면 원래 여기 있던 사람이 아닌 사람을 앉혔다고 적어도 장치가 믿을 수 있겠네요.” 미라는 강당을 사용했던 옛 사감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자는 졸업식마다 똑같은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줄에 앉은 학생들의 이름은 행사 직전까지 알려 주지 않았다. 사감이 직접 명단을 확인하자고 건의하면 누군가 '그들은 이미 참석 완료'라는 문장을 반복했다. 그녀는 몇 해 뒤 강당 업무에서 물러났다. “왜 그때 신고하지 않으셨어요?” 미라가 물었다. “신고했어요. 그냥 제가 틀린 줄 알았지.” 사감은 낡은 상자에서 당시의 안내문을 찾아 사진을 보내 주었다. 그 문서에는 의외로 중요한 문장이 있었다. [참석자가 부재할 경우 빈 의자로 처리하고 보호자를 호출하지 않는다.] 지금 작동하는 장치는 그와 정반대였다. 누군가 빈 의자가 생길 때마다 관련 사람을 강제로 데려와 채우도록 규칙을 바꿨다. 민규는 사감에게 사본 보관에 동의하는지 물었다. 사감은 자신이 수십 년 동안 아무도 듣지 않던 말을 이제 누군가 끝까지 들어 준다는 사실이 이상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당장 인정받는 것보다, 현재 학생들이 똑같이 의자에 묶이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른 증거와 함께 보겠습니다. 말씀한 것을 바로 단정하지는 않겠지만 잊지 않겠습니다.” 민규가 말했다. 강당 복도에 학생들 몇 명이 몰려왔다. 그들은 매년 하던 연주회가 취소되느냐고 물었다. 루카는 아직 강당을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학생 한 명은 교장이 마법으로 다 해결하지 않느냐며 불평했다. 루카는 참았다가 자신이 겪은 일을 짧게 들려줬다. 누군가 자신을 이름 없는 학생으로 처리했을 때, 분명 멀쩡해 보였던 통로가 출구가 아니었던 일을. “우리는 그냥 공연하고 싶었어요.” 학생이 말했다. “나도 알아.” 루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다른 장소를 마련하자고 했어. 공연을 못 하는 것도 억울하지만 공연하다가 누가 못 나오는 건 더 싫으니까.” 루카와 학생들은 체육관을 대체 장소로 쓰기로 했다. 그곳은 마법을 쓰지 않는 학생들이 운동하는 곳이라 관객의 나이를 등록하는 장치도 없었다. 미라는 그 이야기를 듣고 웃었다. 누구나 입장할 수 있는 체육관이 지금은 가장 비싼 마법보다 안전한 공간이 됐다. 민규는 무대 옆에서 한 번 더 빈 의자를 바라봤다. 행사를 기억하는 물건은 원래 축하를 위한 것이었다. 그 축하를 누가 자신에게 허락했다고 착각하는 순간, 빈 의자는 사람을 기다리는 덫이 될 수 있었다. 그는 공연장 대피 지도를 새로 그리면서 가장 먼저 '입장하지 않은 사람을 참석자로 기록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적었다. 연주 동아리 회장인 도한은 강당이 위험하다는 설명을 듣고도 쉽게 돌아서지 못했다. 다음 주 공연을 위해 석 달 동안 연습했고, 멀리 사는 부모님이 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민규는 공연이 취소됐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지 않았다. 다른 장소에서 무대 장비가 어떻게 옮겨지는지 점검할 계획을 설명했다. “여기 음향이 아니면 저희 곡이 다르게 들릴 거예요.” 도한이 말했다. “그럴 수 있겠죠. 다른 장소에서 한 번 시험하고 결정합시다.” 도한은 불만을 감추지 못했지만 시험에 동의했다. 체육관의 소리는 강당보다 많이 울렸다. 학생들이 음향판을 옮기고 바닥에 표시를 붙이며 반나절을 보냈다. 연주가 끝나자 도한은 음향이 완벽하진 않지만 관객이 안전하게 앉을 수 있겠다고 했다. 민규는 그 결정이 대견하면서도 마음이 쓰였다. 학생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평범한 공연을 시설 문제 때문에 바꾸어야 했다. 그는 사건을 해결하더라도 수리 일정과 비용, 대체 공간 마련까지 행정실에 남겨 두기로 했다. 시설의 잘못 때문에 생긴 불편까지 학생 개인의 희생으로 끝낼 수 없었다. 미라는 조사팀이 남긴 사진을 날짜별로 정리했다. 이상하게도 같은 강당 문을 찍은 사진마다 문고리 높이가 달랐다. 벽돌 줄눈은 그대로인데 문고리만 손이 닿는 위치를 바꿨다. 마치 열아홉 살 학생과 서른여덟 살 성인의 키를 동시에 맞추려는 듯했다. 민규는 현장 실측값을 덧붙였다. 사진만으로 시간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장치가 사람에게 맞추기보다 사람의 기록에 따라 문을 바꾸고 있다는 단서였다. 무대 뒤 비상 전화가 울렸다. 이 전화는 외부 회선이 연결되지 않아 시험 통화만 가능한 물건이었다. 민규는 수화기를 들기 전에 시설팀에 회선 상태를 확인했다. 전화선은 장부와 연결돼 있었고, 전화기에 귀를 대면 졸업생 한 명의 가장 오래된 기억이 자동 재생되도록 되어 있었다. 이준은 의료실에서 원격으로 전화기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제 목소리를 다른 사람이 듣는 건 싫어요.” 민규는 곧바로 재생을 멈췄다. “알겠습니다. 다른 단서를 찾아보죠.” 그 선택에 케스가 의아해했다. 아직 사건을 해결할 방법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규는 사건의 피해자를 또 다른 장치의 열쇠처럼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한 사람에게서 들어야 할 말은 강제로 꺼낸 기억이 아니라 그 사람이 하기로 선택한 말이었다. 시설팀이 무대 천장의 실을 분리했을 때, 종이별 열아홉 개가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각각의 별 뒤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날짜가 적혀 있었다. 모든 날짜는 서로 달랐지만 시각은 똑같았다. 오후 다섯 시 십삼 분. 그 아래에는 '졸업식 참석자에게 지급한 시간'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지급이라니, 학교에서 시간을 나눠 줬다는 겁니까?” 셀레나가 물었다. 민규는 마지막 별을 뒤집었다. 거기에는 남의 이름이 아니라 제7시설의 옛 설비 관리번호가 적혀 있었다. [시간 보존 장치 / 최초 설치 승인자 길태훈.] 길태훈은 실종자 명단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오래전 은퇴한 관리인 명단에만 존재했다. 현장에 돌아온 오르반이 그 이름을 보고 굳었다. “길태훈이라면… 지금도 졸업식 날마다 강당을 청소하러 오는 분입니다.” “왜요?” “자기는 한 번도 졸업식이 끝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 순간 강당의 비상등이 일제히 꺼졌다 켜졌다. 무대 위 빈 의자 열아홉 개가 누구도 앉지 않았는데 동시에 뒤로 밀렸다. 낡은 확성기에서 박수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번에는 연습 소리가 아니었다. “졸업생 여러분, 재입장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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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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