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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41화
PAYLUA ORIGINAL · 제141화

141화. 졸업장을 돌려주러 온 남자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199자

오프라인 책장
제7시설 경비실 앞에는 야간 방문객용 의자가 두 개 있었다. 한 개는 오래전 다리가 부러져 민규가 직접 수리했고, 다른 한 개는 분실물 상자에서 발견한 쿠션을 올려놓았다. 밤 열한 시에 도착한 남자는 두 의자 중 어느 쪽에도 앉지 않았다. 검은 구두를 가지런히 모은 채 졸업장만 양손으로 들고 있었다. 남자의 머리카락은 스무 살 청년처럼 검었고, 손등에는 오래된 흉터 하나 없었다. 하지만 졸업장 아래 적힌 생년월일대로라면 올해 서른여덟 살이었다. 민규는 얼핏 보고 나이를 추정한 생각부터 지웠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외모를 평가하는 일이 아니었다. “졸업장을 반납하시겠다고요?” “제가 여기를 졸업했다고 하네요.” 남자는 빳빳한 종이를 내려다봤다. “백이준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저는 열아홉이었어요. 아침에 눈을 떴더니 거리 이름이 바뀌어 있고, 동생은 제가 모르는 아이의 아버지가 됐습니다. 이건 어머니 장롱 속에 있었다더군요.” 졸업장에는 열아홉 해 전 날짜가 새겨져 있었다. 학교 이름은 분명 제7시설의 옛 명칭이었지만, 이준이 입학한 기록은 없었다. 입학 허가서도, 수강 신청서도, 생활관 배정표도 없었다. 그 대신 졸업식 일람표 맨 끝에 그의 이름이 있었다. [이수 완료. 공백 시간 정산 대상.] 민규는 그 문장 옆에 임의로 '졸업 확인'이라고 쓰지 않았다. “여기 오기 직전에 어디 있었습니까?” “강변 버스 정류장이요. 어느 버스를 타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서 거기 앉아 있었어요.” “그 전에는요?” 이준은 입술을 움직였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잠깐 눈을 감았다가 한참 뒤에야 말했다. “공방 지하실에 내려갔어요. 아버지 시계를 고치려고. 벽시계가 다섯 시 십삼 분에 멈췄는데, 제가 태엽을 당기는 순간 누가 졸업을 축하한다고 했어요.” 민규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현재 시각은 열한 시 육 분. 경비실의 벽시계도 같았다. 하지만 이준이 손에 쥔 졸업장에는 은빛 먼지처럼 작은 숫자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셀레나가 감지석을 가까이 가져가자 숫자가 정확히 다섯 시 십삼 분으로 고정됐다. “건물에 들이기 전에 별도 공간을 확보하죠.” 셀레나가 말했다. “종이 자체가 어느 시설의 출석 회선에 연결됐어요.” 민규는 빈 대기실 대신 복도 끝의 방문자 면담실을 택했다. 밖으로 열리는 창과 두 개의 출입문이 있었고 소화기, 비상등, 화재경보기의 위치를 이미 알고 있는 방이었다. 그가 먼저 문을 열어 보여 주자 이준은 한참을 망설였다. “또 문 닫으면 못 나오는 거 아닙니까?” “문은 열어 둡니다. 닫고 싶으면 말씀하시고요. 저는 밖에 서 있을 겁니다.” 이준은 그제야 의자에 앉았다. 물을 내밀자 마시기 전에 컵 가장자리를 돌려 봤다. 모든 사물이 낯설어 보이는 표정이었다. 손에 닿는 종이컵조차 자신보다 오래된 물건일지 모른다는 얼굴이었다. 오르반은 서둘러 면담실로 왔다. 서류를 보고는 이준의 얼굴을 한 번, 졸업장 인장을 한 번 살폈다. 교장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이준에게 어린 시절 어느 교실에서 공부했는지 묻고 싶어 하는 듯했지만 민규가 먼저 제지했다. “입학한 적 없는 사람에게 교실부터 물으면 답이 안 나옵니다. 지금 기억하는 마지막 장소와 연락할 가족이 있는지를 확인했어요.” “그 졸업장은 교장이 직접 서명한 서식입니다.” 오르반이 낮게 말했다. “당신이 했습니까?” “아니요. 그 날짜에는 아직 교장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서명란의 필체는 지금 제 필체와 같습니다.” 셀레나가 졸업장을 투명 고정판 위에 펼쳤다. 금박 문양은 종이가 흔들려도 변하지 않았지만 아래쪽의 교장 이름은 여전히 적히고 있었다. 잉크가 현재의 서명과 비교해 흘러가는 모양을 고쳤다. 누군가 졸업 증거를 과거에 만든 게 아니라 현재의 믿을 만한 증명으로 보이게끔 계속 갱신한다는 뜻이었다. 민규는 촬영용 유리판을 덮고 원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이준의 동의를 얻어 앞뒷면을 각각 촬영했다. 졸업장은 그가 원하지 않는 시간 이동의 근거인 동시에, 누가 그 일을 했는지 밝혀 줄 유일한 물증이었다. “그럼 제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아시는 겁니까?” 이준이 물었다. “아직 모릅니다. 다만 당신에게서 열아홉 해가 없어진 게 졸업장을 받았기 때문인지, 없어진 시간을 가리려고 졸업장을 만든 건지는 구별해야 합니다.” 말을 끝내자 이준은 뜻밖에 웃었다. “그 말을 해 주는 사람은 처음이에요. 다들 제게 축하한다고만 했거든요.” 민규는 오르반을 따로 불러 복도 끝의 오래된 졸업생 명단을 함께 봤다. 명단은 매년 보관함을 바꿔 왔고 종이에 적힌 숫자는 조금씩 달랐다. 민규가 손가락으로 짚은 부분은 이준의 이름이 아니었다. 서명란 아래 작게 찍힌 검수자의 표식이었다. 학교 외벽을 수리한 업체가 쓰던 옛 검수 인장과 같았다. “저건 강당의 시설 인수 확인 도장 아닌가요?” 민규가 물었다. 오르반은 가까이 다가와 살폈다. “학생의 졸업장이 아니라 시설을 인수했다는 뜻이군요.” “시설에는 점검을 받은 뒤 인계했다는 표시를 붙입니다. 그런데 사람에게 같은 도장을 찍었다면 누구에게 뭘 인계한 걸까요?” 오르반은 대답하지 못했다. 교장이라는 자리에서 학교의 모든 문서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제7시설에서 벌어진 사건마다 자신이 모르는 문서가 얼마나 많은지 깨닫고 있었다. 아랫사람에게 업무를 맡길 때와 사람의 삶을 모르는 사이 넘겨 버릴 때의 차이를 이제는 쉽게 말할 수 없었다. 민규는 교장의 책임을 대신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문서의 원래 목적을 보존할 수 있도록 시설팀에 옛 인장을 찾아 달라고 요청했다. 학생증에는 있어서는 안 될 인장이 왜 졸업장에 남았는지 검증하려는 것이었다. 그 사이 셀레나는 이준이 가져온 종이의 마력 반응을 한 시간 간격으로 비교했다. 숫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지 않았다. 누군가 다른 곳에서 졸업장을 읽을 때만 떠올랐다. “누가 이 사람의 기록을 열람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어요.” 셀레나가 말했다. “어디서요?” “학교 안은 아니에요. 출처가 먼 시설이라 그런지 마력 회선의 방향만 잡혀요.” 민규는 지도를 펼쳤다. 이전에 구조했던 원점 관리실과 등록소의 위치를 표시하자 동쪽 터널 너머로 선들이 모였다. 정확한 장소는 알 수 없었지만, 제7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래전 공동 시설망의 일부라는 점은 분명해졌다. 그는 지도에 물음표를 크게 그렸다. 방향은 단서였고 주소는 아니었다. 이준은 면담실 창으로 자기 얼굴을 오래 바라봤다. 셀레나가 유리창에 보이는 얼굴을 근거로 변화 속도를 측정할 수 있다고 제안하자 그는 잠깐 움찔했다. 거울이 달린 병실에서 검사를 받는 게 싫다고 했다. 민규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신 이준이 편안한 방법으로 손등의 체온과 맥박을 확인하도록 했다. “저 같은 건 학교에서 처음 보시는 거겠죠?” “비슷한 사건은 겪었습니다. 그렇다고 당신도 같은 일을 겪었다는 말은 못 해요.” “사람들이 절 보면 왜 그렇게 겁을 먹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제 얼굴이 그대로인데요.” “그 얼굴이 문제가 아니라 설명되지 않는 일을 두려워하는 거겠죠. 당신한테 그 두려움을 떠넘겨선 안 됩니다.” 이준은 창에서 돌아섰다. 주머니에서 낡은 동전을 꺼냈다. 한쪽 모서리가 닳은 동전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공방에서 잔돈을 정리하다 마지막에 자신에게 준 거라고 했다. 동전이 여전히 같은 모양이라는 사실이 이상하게 위안이 된다고 했다. 새로운 도시의 간판과 화폐는 낯설었지만 그 동전은 기억하는 것과 같았다. 그는 민규에게 왜 경비원이 이런 일을 하는지 물었다. 질문 속에는 비웃음보다 순수한 호기심이 있었다. 민규는 한참 생각한 뒤 대답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정해진 시간에 순찰하고 문제가 생기면 담당 부서에 연락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 '담당 부서 없음'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누군가 문 안에 있을 때 문이 열리는지 직접 확인하게 됐다. “일이 커져 버렸군요.” 이준이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원래는 복도 전등이 자꾸 꺼지는 것만 해결하려고 했는데.” 이준이 작게 웃었다. 민규도 따라 웃었다. 그 짧은 대화 속에서는 아무도 졸업장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이준은 조금 전까지 자신의 미래가 어느 서류에 적혀 있다는 사실에만 매달렸지만, 처음 보는 경비원과 웃을 수도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안심됐다. 그는 그 대화를 어딘가 적어 두고 싶다고 했다. 민규는 작은 수첩 한 권을 건넸다. 첫 장은 빈칸이었다. “오늘부터 쓰셔도 됩니다. 누가 검사할 용도가 아닙니다.” 이준은 수첩 첫 장에 현재 날짜를 적다가 멈췄다. 자신이 아는 연도와 열아홉 해 차이가 났다. 숫자를 지우려다가 민규의 손을 보고 펜을 세웠다. 이준은 이전 연도를 괄호에 함께 썼다. 두 날짜를 나란히 두는 것만으로 어느 쪽을 거짓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됐다. 경비실에서 여섯 번째 접수 기록을 확인하던 민규는 졸업장에 찍힌 날짜가 다른 서류에서 사용된 흔적을 발견했다. 같은 날짜의 복도 수리비가 승인돼 있었는데 수리 책임자는 지금의 자신이었다. 그날 자신은 태어나기도 전이었으므로 직접 결재할 수 없었다. 아무리 자동 결재라도 실제 근무 기록으로 남는다면 위험했다. “이름을 빌려 썼다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겠군요.” 민규는 혼잣말했다. 셀레나는 그를 걱정스럽게 봤다. 오랫동안 민규의 어린 시절과 첫 근무자라는 표현이 사건마다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과거에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장 이준을 조사하기보다 자기 정체를 먼저 밝히려 하지는 않았다. 눈앞에 도움을 요청한 사람이 있고, 자신에 관한 서류도 별도로 보존하면 될 일이었다.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셀레나가 말했다. “무리할 거면 혼자 했겠죠. 오늘은 야간 근무자 한 명 더 부를 겁니다.” 그는 경비실 교대 인원표를 펴서 빈칸을 확인했다. 누군가 도와주러 오더라도 이름만 적고 실제로 없는 사람이 근무한 것처럼 기록해선 안 된다. 그들이 지금 겪는 사건이 바로 그런 작은 편의를 핑계로 시작됐을지도 몰랐다. 민규는 직접 전화를 걸어 상대가 정말 출근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그날 밤 경비실로 들어온 두 번째 방문객은 이준보다 열한 살쯤 많아 보이는 여성이었다. 손에는 구겨진 버스 승차권과 오래된 가족사진이 있었다. 여자는 방문 등록대의 펜을 잡고도 이름을 적지 못했다. 대신 면담실 안의 남자를 멀리서 보자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오빠.” 이준은 그 목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났다. “유정아? 네가 왜 이렇게….” 둘 사이에 있던 열아홉 해는 그 한마디에 무너지지 않았다. 유정은 열아홉 해 전 오빠와 함께 살던 열한 살 아이가 아니었다. 이준 역시 자신이 못 본 세월을 설명할 수 있는 어른이 아니었다. 서로 다가갔다가 멈춘 두 사람 앞에서 민규는 면담실 문을 더 넓게 열어 놓았다. 유정은 오빠에게 안길지 손을 잡을지 망설이다가 승차권을 보여 줬다. “이거 기억해? 그날 내가 네 지갑에 넣어 줬어. 시내버스 한 번 탈 돈은 있어야 한다고.” 이준의 손끝이 떨렸다. “너 그때 열한 살이었잖아.” “응. 그랬어. 이제 서른이야.” 유정은 열아홉 해 동안 오빠를 찾았던 이야기를 한꺼번에 하지 않았다. 첫날에는 실종 신고를 했고, 첫해에는 학교와 경찰서를 오갔다. 그다음 해에는 오빠가 살아 있다고 믿는 사람보다 잊어야 한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어머니는 장롱의 맨 위 칸을 끝까지 비우지 않았다. 그곳에 졸업장이 도착한 건 사흘 전이었다. 발신인은 없었다. “엄마는요?” 이준이 물었다. 유정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준은 잠깐 웃으려다가 웃음을 거뒀다. 그 표정에 민규는 억지로 위로의 말을 얹지 않았다. 필요한 것은 상실을 멋진 이야기로 바꾸는 일이 아니라, 당장 무너지지 않고 다음 시간을 보낼 장소를 마련하는 일이었다. 셀레나가 놓은 따뜻한 차가 식어 갈 때, 경비실 비상벨이 한 번 울렸다. 실제 화재 감지기는 정상 표시였다. 하지만 복도 끝에 걸린 졸업 기념 시계가 시침을 거꾸로 돌리기 시작했다. 열한 시가 열 시가 되고, 열 시가 아홉 시가 됐다. 이준의 졸업장 위에는 새 문장이 떠올랐다. [반납 신청 접수. 졸업생의 잔여 시간이 확인될 때까지 동행인을 임시 담보로 지정합니다.] 유정의 손목에 낡은 교복 단추 모양의 빛이 떠올랐다. 민규는 황급히 종이를 태우려는 이준의 손을 잡았다. “종이가 아니라 연결을 끊어야 합니다. 사람을 담보로 잡는 쪽부터요.” 그가 보호자 대기석을 확인하는 사이, 복도 바깥의 동창회 사진에서 사람들이 한 명씩 사라졌다. 지워진 이들의 얼굴 아래에는 똑같은 문구가 찍혔다. [졸업식 재개까지 04일 00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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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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