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소의 마지막 문은 이별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문이 아니었다.
민규는 문틀의 경첩을 마지막으로 확인하면서 그 사실을 알았다. 낡은 철문 옆에는 피난 안내판을 걸었던 나사 구멍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현재의 안내판에는 그 문이 표시되지 않았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비상구를 닫으라는 지시가 여러 번 내려왔고, 그때마다 아무도 실제 비상 상황을 상상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사이 문은 서류로만 존재하는 출입구가 됐다.
“이걸 열면 안 된다고 했던 사람은 누굽니까?”
도윤은 오래된 근무 일지를 펼쳤다. 지시자는 모두 비어 있었다. 어떤 문서는 원점 관리실, 어떤 문서는 등록소 본부라고만 적혀 있었다. 민규는 그 문서를 보고 짧게 숨을 내쉬었다. 책임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조직이 아니라, 책임의 이름을 사라지게 만드는 조직이었다. 누군가 실제로 문을 잠갔다면 그 일을 했다는 사실부터 기록해야 했다.
그는 도윤과 함께 경첩을 살폈다. 문은 심하게 녹슬었지만 안쪽 잠금 장치는 단순한 레버 방식이었다. 앞선 직원들이 전자식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아무도 수동 레버를 내려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물론 그냥 열 수 있다는 것과 안전하게 열 수 있다는 것은 달랐다. 민규는 먼저 문 건너편의 지형과 낙하 위험을 확인했다. 셀레나는 위험한 마법 회선이 연결되지 않았는지 검사했다.
문 바깥에는 강변의 좁은 보행로가 있었다. 철제 난간 일부가 무너져 있었다. 등록소의 공식 도면에는 길 자체가 없지만 시청에는 오래된 보행로 유지보수 기록이 남아 있었다. 케스는 지역 시설팀과 함께 임시 안전 펜스를 설치했다. 남은 대피자들이 이곳으로 급히 몰려나올 상황은 이미 지나갔지만, 다음에 누군가 같은 위험을 겪지 않도록 해야 했다.
나린은 임시 대피소에서 그림을 그렸다. 그림 속 등록소는 회색 건물이었지만 출입문은 밝은 노란색이었다. 그녀는 그 문이 정말 열리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민규는 다리 건너편에서 충분히 안전한 거리에서만 볼 수 있게 했다. 아이는 눈을 크게 뜨고 열려 있는 문을 바라봤다. 그 사실이 믿기지 않는지 여러 번 해진에게 확인했다.
“이제 다시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죠?”
“아니.” 해진이 대답했다. “지금은 여기 있어도 돼.”
나린은 종이컵에 적었던 이름을 작은 노트에 다시 썼다. 이번에는 지우지 않았다. 그녀의 실제 가족을 찾는 과정은 계속됐다. 거주와 보호, 교육을 어떻게 이어 갈지도 아직 정해야 했다. 그러나 적어도 오늘은 등록소의 승인 없이는 자신을 나린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
정은희는 제7시설에서 하셀의 시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원래의 긴급 신고 회선을 복구한 뒤 산악 병동에서 시험 신고를 보냈다. 환자는 등록 여부를 입력하지 않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고, 호출 기록에는 위치와 필요한 의료 지원만 남았다. 민규는 시험 결과를 듣고도 '전 시설 복구 완료'라고 쓰지 않았다. 다른 지역의 오래된 장치에서는 예상 못한 문제가 나올 수 있었다. 시설별 확인과 긴급 복귀 방법을 함께 기록하기로 했다.
오르반은 제7시설의 출입 정책을 점검했다. 학교 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안전한 건물 출입을 막은 사례가 있는지 조사했다. 처음에는 단지 절차를 고치면 될 줄 알았지만, 의료실의 임시 이용자와 졸업생 보호자, 교내 행사에 초대된 주민들이 서로 다른 규칙 아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누구든 마음대로 들어오게 하자는 뜻은 아니었다. 위험을 관리하되 정해진 이름표가 없다는 이유로 도움 자체를 거절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루카와 미라는 그 변화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시험했다. 루카는 도서관 안내실에서 '임시 보호 대상 학생'이 입장할 수 있는지 물었고, 미라는 보호자 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아이에게 학습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직원들은 처음에 머뭇거렸다. 그러나 새 절차에 따라 위험 여부와 필요한 도움을 먼저 확인했다. 루카는 시험을 끝내고 민규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이번에는 창구에서 제 이름부터 안 물었어요.”
“그럼 뭘 물었는데?”
“어떤 책이 필요한지요.”
민규는 웃었다. 이름을 묻는 일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어떤 도움을 주기 전에 반드시 누군가를 행정 서류의 칸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사람을 가둘 수 있었다. 루카가 그 차이를 스스로 발견했다는 사실이 기뻤다.
강변에서는 병우가 마지막으로 등록소에 돌아왔다. 그는 딸의 장갑을 찾았다고 알려 주고 싶었다. 구조대가 그를 안전 구역까지 안내했다. 병우는 이제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자기 발로 밖에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건물에서 나온 뒤 다시 돌아와 보고 싶다는 마음도 그의 것이었다. 그는 강 위의 바람을 한참 맞았다.
“딸을 찾으러 갈 겁니다.” 병우가 말했다. “살아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게 둘 순 없어요.”
민규는 병우의 여정을 자신이 대신 끝낼 수 없음을 알았다. 가족을 찾는 과정에는 또 다른 사람들의 동의와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병우에게 필요한 연락 창구를 안내하고, 등록소에서 확보한 기록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전달받을 수 있는 방법을 설명했다. 병우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해결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찾을 권리를 되찾고 싶었을 뿐이었다.
등록소에서 돌아온 뒤 민규는 경비실의 낡은 의자에 앉아 손목을 주물렀다. 수동 레버를 오래 잡아당겨 작은 근육이 뻐근했다. 셀레나는 따뜻한 찜질 주머니를 가져다 놓았다. 마법이 발달한 학교에서도 손목의 피로를 풀려면 쉬는 시간이 필요했다. 민규는 웃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근무 교대가 끝나기 전까지 구조 현장의 장비 반납 목록을 정리해야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모든 일을 오늘 끝내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루카가 경비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이는 손에 작은 종이봉투를 들고 있었다. 안에는 시내 빵집에서 산 별 모양 빵이 두 개 있었다. 그는 나린이 그런 빵을 먹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미라에게서 듣고 샀다고 했다. 민규는 그 빵을 곧장 아이에게 가져다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나린이 지금 어디에 있고 음식을 먹어도 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루카는 잠깐 실망했지만 곧 이해했다. 좋은 마음으로 한 행동도 상대의 상황과 맞아야 한다는 걸 배우는 중이었다.
“그럼 빵은 내일 새로 사면 되죠.” 루카가 말했다. “오늘 건 형이 드세요.”
“너도 먹어야지.” 민규는 빵을 반으로 잘랐다.
루카는 한 입 먹더니 별 모양보다 평범한 빵이 더 맛있다고 말했다. 미라가 문틈으로 그 말을 듣고 웃었다. 그들은 잠시 등록소도, 오래된 기록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학교 식당에서 아침에 나온 수프가 너무 짰다는 투정과 도서관의 새 책이 재미있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긴 사건 끝에 찾아온 평범한 대화였다. 민규는 이런 시간이야말로 반드시 지켜야 할 구조 결과라는 생각을 했다.
조금 뒤 케스에게서 대기자 후속 현황이 왔다. 구출 인원은 실제 사람 기준으로 모두 확인됐고, 의료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은 안내를 받았다. 그러나 신원이 미확정된 사람이 둘 있었고, 가족 연결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케스는 그들의 선택을 보고서에서 '미해결'이라는 한 단어로 덮지 않았다. 각각의 사유와 다음 연락 방법을 구분했다. 민규는 보고서의 그 부분에 표시를 남겼다.
정은희는 아들과 차를 마시며 옛 보호시설의 한 아이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름을 잊어버린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매일 아침 창문으로 새를 세는 습관이 있었다. 누군가 이름을 물으면 대답하지 않았지만 새를 몇 마리 봤느냐고 물으면 손가락으로 숫자를 보여 줬다. 당시 은희는 아이가 스스로 말할 준비가 될 때까지 그 숫자를 함께 세었다. 한참 뒤 아이는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말했고, 그 이름이 이미 기록돼 있지 않아도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그때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은희가 말했다. “지금은 당연한 일을 되찾는 게 제일 어려워졌네.”
민규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다가 질문했다. “그 아이는 나중에 어떻게 됐어요?”
“확실하지 않아. 다른 도시로 이사했다는 얘기만 들었어.”
“그럼 그렇게만 적어 둬요. 잘 지냈다고 마음대로 끝내지 말고요.”
은희는 웃었다. “너 정말 경비원이 다 됐구나.”
민규는 어머니가 자신을 칭찬하는 목소리에 잠깐 얼굴을 붉혔다. 그들은 아직 삼십 년의 간격을 다 채우지 못했지만 서로가 지금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은희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기 전에 오늘 새로 쓴 편지를 민규에게 건넸다. 편지에는 길지 않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나는 네가 돌아올 곳에 있고 싶다.' 민규는 그 문장을 두 번 읽고 접어 지갑에 넣었다.
밤중에는 등록소와 연결된 예비 회선에서 정상 시험 신호가 도착했다. 예전이라면 [담당자 지정 필요]라는 경고가 따라왔을 자리에 [위치 확인, 구조대 연락 완료]라고 적혀 있었다. 하셀은 그 로그를 저장하고 다음 시험 날짜를 알렸다. 민규는 장치가 오늘 바르게 작동했다고 해서 영원히 안전해졌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그래도 적어도 오늘 한 건의 도움 요청은 누군가의 이름을 빼앗지 않고 전달됐다.
제7시설의 기숙사에서 마지막 순찰을 돌 때 그는 학생들이 잠든 방 앞에 멈췄다. 복도 바닥에는 낮에 떨어진 색종이 조각이 하나 있었다. 누군가 작은 별을 만들다 남긴 모양이었다. 민규는 그것을 주워 쓰레기통에 넣으려다 잠시 바라봤다. 오늘 본 나린의 별 모양 빵과 비슷했다. 그는 손바닥 위의 종이를 접었다가 조용히 웃었다. 사람들은 이상한 마법 없이도 서로를 기억할 작은 표시를 만들고 있었다.
잠긴 문은 없었다. 화재경보기에는 정상 표시가 켜졌고 비상 통로에는 장애물이 없었다. 그는 수첩에 점검 완료 시간을 적었다. 어떤 날에는 그런 기록 한 줄이 누군가를 지키는 가장 분명한 증거였다. 이제 경비실로 돌아가 잠깐 쉬어도 되겠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한편 케스는 서명 없는 공동 이용 약정을 조사했다. 제0기록관이라는 기관은 공식 시설 명단에 없었다. 하지만 여러 학교의 졸업 기록에서 이상한 공통점이 나타났다. 어떤 학생은 입학일이 없고, 어떤 학생은 졸업식 사진에 얼굴이 없었다. 기록상 졸업했다는 사실과 실제로 공부하고 살아온 시간이 일치하지 않았다. 케스는 공통된 심사 코드 하나를 발견했다. [학습 이수 확인: 대리 완료.]
“대리 완료가 무슨 뜻입니까?” 민규가 물었다.
“서류상으로는 다른 사람이 대신 수업을 들었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원 기록에 쓰여 있다는 게 이상해요.”
“그러면 학생은 학교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졸업만 처리된 건가요?”
케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모른다고 했다. 거짓 서류를 만드는 일과 실제 한 사람의 삶을 바꿔 놓는 일은 달랐다. 지금까지의 사건이 둘을 연결해 왔지만 이번에도 같다고 단정해서는 안 됐다.
민규는 마지막 점검표를 완성했다. 출입문 수동 개방 확인, 실제 대피 가능 구간 확인, 비상 신고 회선 독립 유지, 강제 보호자 지정 차단, 대기자 전원 현장 확인, 후속 의료·신원 지원 담당자 지정. 마지막 두 항목에는 '진행 중'이라고 썼다. 도윤의 책임 조사와 등록소 문서의 조작자 확인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저녁이 되어 등록소 간판의 불이 꺼졌다. 하지만 건물은 무작정 폐쇄되지 않았다. 필요한 신고 회선을 다른 장소로 이관한 뒤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최소한의 유지보수 담당자가 남았다. 민규는 그들에게 교대 일정을 남기고, 피난 안내판은 실제 열리는 문만 표시하도록 고치라고 요청했다. 창구에는 이제 아무도 줄을 서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 셀레나가 차창 밖 강을 바라보며 물었다. “다음에는 어느 학교를 고치러 가는 걸까요?”
“학교가 아닐 수도 있죠.” 민규가 말했다. “학교에 들어간 적 없는 졸업생이라니까.”
그의 휴대전화에 오르반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제7시설의 졸업생 행사에 낯선 신청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이었다. 신청자는 자기 이름도 학번도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학교의 어느 교실에도 들어간 기록이 없었다. 그는 졸업장을 돌려주러 왔다고 했다.
“왜 돌려주겠다는 거죠?” 민규가 물었다.
오르반의 답장은 짧았다. [졸업장을 받은 날부터 자기 삶에서 열아홉 해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민규는 손에 들고 있던 점검표를 내려다봤다. 등록소에서 사람들에게 이름을 돌려주는 일은 시작이었다. 이제 누군가에게서 빼앗은 시간을 누가 어디에 보관했는지 알아야 했다.
차창에는 저녁 도시의 불빛이 지나갔다. 경비실의 문은 멀지 않았다. 그러나 그 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는 사람은, 그가 아직 한 번도 출석을 확인한 적 없는 졸업생이었다.
제140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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