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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36화
PAYLUA ORIGINAL · 제136화

136화. 서명 없는 교칙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231자

오프라인 책장
빈 의자가 해진의 무릎에 닿기 직전, 민규가 바닥에 작은 고무 쐐기를 밀어 넣었다. 의자는 멈췄다. 바퀴에는 마법 문양이 새겨져 있었지만 그 힘이 특별히 크지는 않았다. 사람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기 위해 의자가 저절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한 장치였다. 민규는 그것을 알아차렸지만 곧바로 안전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의자 밑에는 또 다른 얇은 회선이 있었다. 실제로는 사람이 의자에 앉는 순간 그 회선이 서류의 강제 배정 절차를 실행할 수 있었다. “도윤 씨, 전원을 끊을 수 있습니까?” “의자만은 가능해요. 나머지 대기실 회선과 분리돼 있으니까요.” 민규는 두 사람이 함께 회선을 확인한 뒤 의자 구동 장치를 멈추게 했다. 해진은 나린을 안고 싶었지만 몸이 아직 떨렸다. 아이는 대신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 두 사람은 손가락 끝만 맞댔다. 누구의 법적 지위도 그 행동 때문에 바뀌지 않았다. 셀레나는 강제 보호자 지정 문구가 어디서 왔는지 살폈다. 등록소 창구 자체에서 생성된 문장이 아니었다. 건물 아래쪽의 문서고에서 오래된 교칙 하나가 반복해서 올라오고 있었다. [정식 이름이 없는 자는 시설의 보호 대상이다. 보호 대상은 관리자 승인 없이 움직일 수 없다.] 더 낡은 필체로 쓰인 원안에는 [정식 이름이 없는 자도 시설의 보호 대상이다. 관리자 승인 없이 이동을 제한할 수 없다]고 적혀 있었다. “한 글자 차이가 아니군요.” 도윤이 말했다. “문장을 중간에서 끊어 버렸어요.” 그는 어떤 날부터 직원 교육 자료가 짧아졌다는 것을 기억했다. 원래의 설명에는 '거절할 수 있는 보호'를 가르치는 사례가 있었지만 개정본에서는 모두 빠졌다. 대신 '미등록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안전하다'라는 문장이 들어왔다. 누가 개정했는지 적힌 결재 칸은 비어 있었다. 서명이 없는데도 제도의 모든 시설에 동일하게 적용된 것은 그 서류가 직원 교육용을 넘어 중앙 규칙으로 쓰였기 때문이었다. 지하로 내려갈 방법을 찾기 전에 도윤은 작은 사무실로 민규를 데려갔다. 벽에는 역대 등록소 담당자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날짜가 적힌 액자와 날짜가 지워진 액자가 섞여 있었다. 도윤의 사진도 있었다. 그런데 그의 입사 기록은 자신이 기억하는 것보다 삼 년이나 빨랐다. 그는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지만, 그때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일을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여기 책임자가 됐다고 나오네요.” 도윤이 말했다. 민규는 사진을 찍고 도윤에게 그때 아는 사람이 있었는지 물었다. 그는 한 여성을 떠올렸다. 야간에 혼자 서류를 정리하던 심사관이었다. 이름을 기억하려 하자 머릿속이 막힌다고 했다. 셀레나는 즉시 기억을 더듬지 말라고 권했다. 강제된 기록과 실제 기억이 뒤엉킨 사람에게 계속 떠올리라고 요구하면 오히려 혼란이 커질 수 있었다. 사진 아래에는 일곱 개의 작은 금속판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첫 여섯 개에는 창구 번호와 담당 업무가 적혀 있었다. 일곱 번째는 금속판이 떨어져 나가 나사만 남았다. 민규는 공구함에서 자를 꺼내 나사 간격을 재었다. 다른 금속판들과 같은 규격이었다. 한때 그 자리에도 제대로 된 안내가 있었음을 보여 주는 작은 흔적이었다. “처음 안내 문구가 뭐였습니까?” 도윤은 직원 교육 자료를 뒤졌다. 초창기 자료에는 한 번에 복잡한 질문을 하지 말고, 상대가 원하지 않는 말을 강요하지 말라는 안내가 있었다. 실종 신고를 접수할 때는 장소와 위험을 먼저 적고, 신원을 나중에 확인하도록 했다. 그러나 몇 판 뒤에는 [담당자 없는 신고는 유효하지 않음]이 붉게 추가됐다. 그는 자신이 배운 것이 언제부터 달라졌는지 정확히 말하지 못했다. 민규는 실수로 문서를 버리지 않도록 원본 목록을 작성했다. 셀레나가 각 판본에 남은 마법 잔향을 측정했고 도윤은 실제 보관 위치를 기록했다. 판본 간 변경을 확인하기 전에는 어떤 부분이 최초 작성자의 뜻인지 몰랐다. 케스는 외부에서 제도 변경 공고가 있었는지 찾아보겠다고 했다. 기록이 없었다면 공고를 생략한 사람의 책임도 문제 될 수 있었다. 도윤은 한참 후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저는 여기서 뭘 한 겁니까? 사람들이 나가지 못하는 걸 알면서도 규정만 읽어 줬어요.” “그 일에 대해 책임져야 할 수 있습니다.” 민규가 말했다. “하지만 아직 확인할 게 많아요. 누가 문을 잠갔는지, 누가 안에서 도움을 청했는지, 당신이 어떤 답을 했는지 말입니다.” “제가 몰랐다는 말로 끝낼 수 없는 거군요.” “모른다고 말하는 건 시작일 수 있죠. 그다음엔 알아봐야 합니다.” 도윤은 자신의 일지 가운데 날짜가 빠진 부분을 펼쳤다. 그곳에는 붉은 색연필로 작은 동그라미가 반복해서 그려져 있었다. 그는 왜 동그라미를 그렸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민규는 그것이 누군가의 얼굴을 대신한 표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확인하지 않은 가정을 기록에 넣지 않았다. 대신 동그라미가 있는 날짜에 어떤 공문이 배포됐는지 대조했다. 그날에는 대기자가 누구인지 묻지 말라는 공지가 붙어 있었다. 사무실 천장에서는 작은 발소리가 났다. 마법으로 만든 발소리인지 실제로 위층에 사람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도윤은 매일 저녁 그 소리를 들었지만 청소 당번이 다니는 줄 알았다고 했다. 민규는 도면을 확인했다. 사무실 위는 대기실이었고, 그 자리에는 지금 아무도 앉지 않았다. 발소리는 정해진 시각마다 같은 길이를 반복했다. 녹음된 소리일 가능성이 있었다. “여기선 사람을 확인하는 대신 소리를 틀어 놓고 근무했다고 생각하게 하는 장치가 많네요.” 셀레나가 말했다. 민규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사람이 없어도 일하는 것처럼 보이고, 사람이 있어도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니까요.” 도윤은 그 말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민규는 사내가 자책만 하다가 움직이지 못하게 두지 않았다. 그는 도윤에게 실제로 아는 건물 구조를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기억나는 통로와 기억나지 않는 구역을 구분해 달라고 했다. 도윤이 그린 도면에는 가운데 복도 끝에 사각형 하나가 남았다. 사내는 연필을 멈추고 한참 그림을 바라보다 말했다. “저기 문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벽밖에 없어요.” 민규는 그 벽이 일곱 번째 창구와 연결돼 있을 가능성을 표시했다. 누군가를 찾아내기 전에 안전한 길부터 찾는 일. 그것은 평범한 경비 업무와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도윤도 그 점검에 실제로 참여하고 있었다. 민규는 섣불리 '교칙 무효'라고 선언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그렇게 말해도 자동문이 열리지 않으면 사람들은 여전히 갇혀 있었다. 원본 규칙과 현재 작동 규칙을 나란히 보존하고, 먼저 안전한 이동 경로를 확보해야 했다. 케스는 외부에서 임시 의료 대기소를 준비했다. 환기량과 실내 산소 상태를 확인한 뒤 대기자들에게 앉거나 누워 있을 공간을 만들었다. 구조대가 건물에 무리하게 진입하지 않도록 안내했다. 도윤은 지하 기록고로 내려가는 계단이 한 번도 열린 적 없다고 했다. 매일 아침 청소한 적은 있지만 계단을 내려가려 하면 어느 순간 다시 1층 복도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민규는 그 경험을 듣고 계단의 길이를 측정했다. 첫 계단부터 끝까지 열일곱 칸이었다. 내려간 뒤 나오는 복도는 출발점과 같은 벽지였지만 바닥의 먼지 자국은 달랐다. 단순한 공간 환각일 수도, 실제로 비슷한 복도가 두 개 있을 수도 있었다. “발자국을 남겨 보죠. 지울 수 있는 것으로요.” 민규는 벽에 낙서를 남기는 대신 작은 종이 표식을 바닥 모서리에 놓았다. 셀레나는 그것이 사람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명령으로 오해되지 않도록 단순한 물리 표식만 사용했다. 그들이 계단을 내려갔다 다시 돌아왔을 때 종이 표식은 그대로 있었지만 위치가 뒤집혀 있었다. 마치 공간이 아니라 도면을 통째로 뒤집은 것 같았다. 하셀이 원점 관리실의 배치도를 보냈다. 등록소의 지하에는 일곱 창구가 표시돼 있었다. 그중 여섯은 폐쇄라고 기록됐고 마지막 창구의 상태만 공백이었다. 민규는 실제 건물에서 비상구 표시가 없는 이유를 이해했다. 원래 일곱 번째 창구로 이어지던 통로가 나중에 도면에서 사라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곳이 출구였는지는 아직 모른다. 계단 옆 작은 게시판에는 직원용 근무 수칙이 붙어 있었다. [규칙을 읽은 직원은 규칙을 준수한 것으로 간주한다.] 도윤은 그 문구 아래 자기 이름이 미리 적혀 있는 것을 보고 한참 말을 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언제 그 게시판을 처음 읽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규칙에 적힌 동의라는 단어가 동의한 사람의 선택이 아니라 책상 위의 숫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서류는 사람이 읽을 수 있어야죠.” 민규가 말했다. “그리고 읽었다고 반드시 동의한 건 아니고요.” 그는 안내문의 글자 크기를 확인했다. 중요한 제한 문구만 아주 작게 인쇄돼 있었다. 작은 글씨는 어린 학생이나 시력이 약한 노인이 읽기 어려웠다. 도윤은 늘 그 종이를 붙였지만 읽는 사람이 없어도 규칙이 전달됐다고 생각했다. 민규는 그가 비난받아야 할 일과 지금 바꿀 수 있는 일을 구분해 알려 줬다. 일단 모든 안내를 실제 목소리와 큰 글씨로 함께 전달하도록 하고, 승인받지 않은 문구는 사실처럼 알리지 않기로 했다. 그 사이 나린은 대기실 사람들에게 종이컵을 나눠 주었다. 어떤 사람은 자기 이름을 적고 싶어 했고 어떤 사람은 아직 원하지 않았다. 나린은 아무도 재촉하지 않았다. 도윤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자기 명찰을 떼어 냈다. 그 명찰이 없으면 자신이 직원인지 알아볼 수 없을까 두려워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이미 알고 있었다. 종이컵에 물을 따라 줬던 사람, 문을 열지 못한다고 솔직히 인정했던 사람, 오늘은 함께 출구를 찾고 있는 사람. “규칙을 고치는 것만으로 끝나면 안 되겠군요.” 도윤이 말했다. “어떤 규칙이 잘못됐는지 밝히는 사람도 있어야겠죠.” 민규가 답했다. 도윤은 계단에 놓인 먼지를 훔쳐 낸 뒤 작은 방의 문패를 보았다. 문패에는 한때 '휴게실'이라고 적혔던 흔적이 있었다. 그런데 휴게실 안에는 침대도 의자도 없고 서류 상자만 쌓여 있었다. 그는 직원들에게 식사할 시간은 주되 쉴 곳은 주지 않는 구조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민규는 그 방이 업무 절차 개편과 함께 창고로 전환됐을 가능성을 기록했다. 셀레나는 동력 장치에서 반쯤 찢긴 근무표를 꺼냈다. 그 종이에는 교대자 둘이 같은 시간에 근무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한 사람이 야간 근무를 끝내고 돌아가면 다른 사람이 일을 이어받도록 한 표였다. 그러나 현재의 근무표에는 '중단 없는 관리자'라는 단 한 칸만 남았다. 사람이 쉬어야 한다는 사실을 지우면 실제 노동도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여기 직원들도 자리에 묶여 있었을지 모릅니다.” 셀레나가 말했다. “그럴 수 있죠. 그래도 누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확인해야 합니다.” 민규는 대답했다. 도윤은 자신이 마지막으로 온전히 쉰 날을 기억하지 못했다. 정해진 식사 시간과 야간 순찰은 있었지만 근무가 끝났다고 인정받은 적은 없었다. 그는 처음으로 근무를 마치고 집에 갈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민규는 그 문제도 기록했다. 피해를 입었다는 사정이 다른 사람에게 끼친 피해의 책임을 없애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어떻게 그곳에 남아 있었는지 확인할 이유는 충분했다. 복도에 놓인 작은 화분에서는 잎이 마르고 있었다. 창문이 없어 햇빛을 받지 못했고 누군가 물을 주었다는 기록만 남았다. 민규는 화분을 집어 들었다. 흙은 말라 있었다. 도윤은 매일 물을 주도록 돼 있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다고 했다. 민규는 화분 밑의 받침이 건조한 것을 보여 줬다. 기록에는 '급수 완료'라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물을 준 적이 없는 날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도윤은 화분을 보며 한참 말하지 못했다. 작은 잎 하나에도 그동안 무엇이 잘못됐는지 남아 있었다. 지하 기록고의 잠금 장치는 의외로 오래된 수동 열쇠와 맞물려 있었다. 도윤이 안전 담당자로 지급받은 열쇠는 전혀 돌지 않았다. 대신 노인이 주머니에 넣고 있던 장갑의 금속 단추가 열쇠 구멍의 마찰을 바꾸었다. 단추 자체가 열쇠는 아니었고, 자석처럼 움직이는 잠금편을 끌어당긴 것이다. 민규는 어떤 신호가 어떤 장치에 영향을 주는지 확인한 뒤 별도의 공구로 잠금편을 고정했다. 문이 열리자 지하에는 수백 개의 서랍이 늘어서 있었다. 한 서랍에는 재난 당시 구조 요청이, 다른 서랍에는 나중에 덧붙인 보호자 지정서가 있었다. 하지만 모든 서랍 앞에는 똑같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처리 완료.] 가장 안쪽에서 한 사람이 손으로 벽을 두드렸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그림자만 흔들렸다. 벽 너머 누군가가 아직 기다리고 있었다. 도윤은 그곳에 사람의 방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벽에는 일곱 번째 창구의 작은 번호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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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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