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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34화
PAYLUA ORIGINAL · 제134화

134화. 보내지 못한 편지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283자

오프라인 책장
정은희가 처음 입학 전 등록소를 본 것은 민규가 태어나기 전이었다. 그녀는 제7시설의 작은 회의실에서 케스와 연결된 화면을 보며 오래된 서류를 펼쳤다. 종이 모서리에 남은 글자는 자기 필체였다. '미등록 아동 임시 보호 절차.' 지금은 위험한 명령의 출발점이 된 문서지만, 처음 만들었을 때의 목적은 정반대였다. 산사태가 난 겨울, 여러 보호시설이 동시에 고립되었다. 명단에 없는 아이들은 구조 신고를 해도 이미 다른 기관에 등록됐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떠넘겨졌다. 은희와 동료들은 이름을 모르는 아이도 신고할 수 있는 공통 대기 회선을 만들었다. “보호자가 없다는 말로 아이를 버리지 않게 하려고 했어요.” 은희는 자기 앞에 놓인 낡은 펜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번호표에 담당자를 쓰라고 했죠. 사람에게 무조건 책임을 지정해야 한다는 뜻인 줄은 그때 몰랐어요.” 통신 화면 속 민규는 대기실 노인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셀레나가 회수선의 압력을 고정한 덕분에 장갑에 생긴 선은 더 이상 길어지지 않았다. 노인은 퇴실을 원한다고 직접 밝혔다. 민규는 그의 말을 임시 기록으로 남긴 뒤 건강 상태와 실제 이동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이름을 몰라도 구조 요청은 유효했다. 그 당연한 말을 현실의 출입문에 적용하기는 몹시 어려웠다. 은희는 자신의 오래된 수첩에서 한 장을 뜯었다. 거기에는 검은 잉크로 짧은 편지가 적혀 있었다. '사랑하는 민규에게. 내가 만든 제도가 누군가를 다치게 한다면, 그 잘못을 인정할 힘이 있기를 바란다.' 편지는 보내지 못했다. 자신이 사라진 삼십 년 동안 이 문장이 아이에게 도착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은희는 새 종이에 같은 내용을 다시 쓰려다 멈췄다. 이제는 편지 대신 아들에게 직접 말할 수 있었다. “민규야, 문서 한 장 때문에 사람을 잃는 일이 생기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 그렇지만 내가 서명한 것이 있었어. 확인해야 해.” “엄마가 그 서류를 만들었다고 사람을 가둔 것도 엄마라는 뜻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내가 했던 일을 아예 안 했다고 할 수도 없겠지.” 민규는 어머니의 말에서 자신이 배운 방식과 닮은 고집을 보았다. 그녀는 변명을 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판단이 남긴 흔적을 확인하려 하고 있었다. 그는 화면으로 보이는 문서의 판본을 보존해 달라고 부탁했다. 과거의 선택을 비난하거나 면죄해 주는 일보다 현재 위험을 없애는 데 필요한 증거였다. 은희가 처음 공통 대기 회선을 설계하던 겨울에도 숫자는 중요했다. 산사태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가 실제 사람을 찾으려면 식수와 담요, 약품이 몇 개 필요한지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의를 맡은 관리자는 숫자가 맞지 않으면 지원을 보류하자고 했다. 은희는 그때 직접 고립된 가정들을 찾아다녔다. 누군가는 가족이 세 명이라고 했지만 작은 방에는 이웃집 아이가 함께 있었고, 다른 집에는 입양 절차가 끝나지 않은 아기가 있었다. 정식 명단과 현장의 사람 수가 달랐다. 그녀는 물품을 배급할 때부터 이름이 아니라 현장 확인을 우선하는 임시 절차를 제안했다. 이름과 보호자는 나중에 확인하고,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에게 먼저 담요를 주자는 것이었다. 일부 관리자는 혼란을 걱정했지만 은희는 담요가 잘못 지급될 위험과 아이가 추위 속에 방치될 위험을 비교해 달라고 했다. 결국 긴급 보호용 임시표가 만들어졌다. 원래의 표에는 누가 책임질 것인지 대신 지금 어디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만 적혔다. 은희는 회의실에 앉아 당시 문서의 사본을 넘겼다. 첫 번째 판본에는 자신의 서명이 있었고 두 번째에도 있었다. 세 번째 판본부터는 같은 필체를 흉내 낸 서명이 인쇄돼 있었다. 그녀가 사라진 뒤에 발행된 문서에 자신의 서명이 붙은 것이다. 그 사실을 처음 확인했을 때 은희는 화가 나기보다 무서웠다. 자신의 이름이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명령으로 사용되는 동안 정작 자신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곳에 갇혀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돌아오면 다 해결될 줄 알았어.” 은희가 화면 너머로 말했다. “원래 의도를 설명하면 사람들이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네.” 민규는 그녀가 결코 혼자 해결할 수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서류를 바꾼 사람, 그 서류를 믿고 실행한 사람, 위험을 알아채고도 외면한 사람, 반대로 작은 의심을 남긴 사람. 그들 모두가 문제의 일부였다. 한 사람을 찾아 사과하게 한다고 자동문이 열리는 건 아니었다. 그는 어머니에게 자신이 모른다고 말해도 되는 것처럼, 어머니도 모든 답을 가지고 돌아올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은희는 아들의 근무복 목에 묻은 먼지를 화면으로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밥은 먹었니?” “지금 그 얘기를 할 때예요?” “네가 다친 건 아닌지 묻는 일이기도 해.” 민규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는 도시락통에서 아침에 미라가 넣어 준 주먹밥 하나를 꺼내 보여 줬다. 은희는 그것을 보더니 안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셀레나는 회선 상태를 검사하며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 척하지 않았다. 생사가 오갔던 삼십 년의 세월 끝에 나눌 수 있는 평범한 잔소리는 소중했다. “엄마가 그때 만들었던 표는 어땠어요?” 민규가 물었다. 은희는 메모지에 작은 사각형을 그렸다. 위쪽은 위치, 가운데는 건강 상태와 필요한 지원, 맨 아래는 연락 가능한 사람을 적는 칸이었다. 연락 가능한 사람이 없어도 신고가 유효하다는 표식이 있었다. 민규는 현재 등록소에서 발견한 전표와 비교했다. 지금 쓰는 서류에는 연락 가능한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연락이 끊기면 다른 사람을 대신 입력하게 되어 있었다. “계산이 사람을 따라가야 하는데 사람이 계산을 따라가게 됐군요.” 민규가 중얼거렸다. 은희는 민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이 만들었던 간단한 구호가 그렇게 변했을 줄 몰랐다. 그녀는 당시 같이 일했던 사람들의 이름을 떠올리려 했다. 이미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르고, 어떤 사람은 여전히 숨겨진 시설에 있을 수도 있었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임의로 이름을 채우지 않았다. 대신 연구소에 남은 옛 사진과 작업 일지를 찾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 자료를 기다리는 동안 은희는 보내지 않은 편지를 다시 펼쳤다. 거기에는 '너를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도 적혀 있었다. 하지만 민규에게 지금 필요한 말이 그것뿐일까. 그녀는 문장을 지우고 새로 썼다. '사라진 시간까지 단번에 채우지는 못해도, 네가 돌아올 곳에는 내가 있고 싶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자기 의지로 쓰는 첫 번째 약속이었다. 대기실에서는 노인의 번호표가 희미하게 빛났다. 창구에서 새 문구가 흘러나왔다. [회수 대상의 대체 보호자를 선택하십시오.] 민규는 사무적인 음성에 대꾸하지 않았다. 셀레나는 번호표와 천장 회수구 사이의 연결을 찾아 표시했다. 그것은 마법 한 줄기가 아니라 수십 개 신고 유효 시간을 합쳐 놓은 계산 회선이었다. 특정 번호를 강제로 제거하면 나머지 대기자들의 신호까지 끊길 우려가 있었다. “우선 외부 구조대와 직접 통화하는 통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민규가 말했다. 케스는 강 건너 구조팀의 무전 주파수를 맞춰 줬다. 그러나 건물 안쪽에서는 사람의 목소리가 전파로 옮겨지는 순간 번호표를 거쳐야 했다. 도윤은 오래전에 업무용으로 쓰던 수동 전화선을 떠올렸다. 그것은 강변의 폐역 역무실과 연결돼 있었다. 지금은 종이 상자 밑에 묻혀 있었지만, 선로 자체는 철거되지 않았을 수 있었다. 민규와 도윤은 복도 아래의 수동 배선 함을 열었다. 먼지 속에는 세 가닥 선이 놓여 있었다. 하나는 외부 통신, 하나는 건물 내부 종소리, 마지막 하나는 통신 고장 시 사용할 비상벨이었다. 도윤은 그중 어떤 선이 살아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는 그동안 종이 보고서만 처리했고 배선 함을 직접 열어 본 적이 없었다. 민규는 낡은 검사기를 꺼냈다. 전기 회선과 마법 신호가 뒤섞여 있어 절연이 충분한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셀레나가 외부 마력 흐름을 잠시 우회시키자 민규는 수동 전화선에 작은 신호를 흘려보냈다. 강 건너 케스의 수신기에서 뚝뚝 끊기는 소리가 들렸다. 연결은 불완전했지만 끊긴 것은 아니었다. “말이 들립니까?” “끊기지만 들려요.” 케스가 답했다. 그 짧은 대답이 노인의 얼굴을 바꿨다. 노인은 자기 번호표를 만지며 조용히 말했다. “저쪽에 우리 목소리가 들리는 거요?” “예. 목소리가 안 나면 벨을 치거나 종이에 적어도 됩니다. 바깥에서 확인할 방법을 만들고 있어요.” 노인은 오래전 폐역에 물건을 배달하던 사람이었다. 딸이 아파 병원에 가던 날, 한 여자가 길에서 도움을 구했다. 그는 자기 손에 들린 짐을 내려놓고 여자를 도왔다. 그런데 서류에서는 그 순간부터 자신이 '상시 보호 대기자'가 됐다. 그때까지 고치지 못한 장갑 한 짝이 딸의 물건이었다. 사람을 돕는 마음 하나를 평생 복무하는 계약으로 바꿔 놓은 셈이었다. “저는 그날 한 사람을 도운 겁니다. 여기에 취직한 게 아니고요.” 민규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도움을 주었다고 그 사람의 시간을 마음대로 가져갈 권리는 없다. 그 구분이 등록소에서는 지워져 있었다. 은희는 화면으로 문장을 듣고 눈을 감았다. 오래전 자신이 쓴 규정의 첫 줄은 '누구에게나 긴급 보호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였다. 개정본의 첫 줄은 '보호 요청에는 지정 책임자가 필요하다'로 바뀌어 있었다. 단어 몇 개의 변화가 제도의 중심을 뒤집었다. 그녀는 케스에게 자신이 기억하는 초안을 설명했고, 케스는 독립 보관소에서 판본별 문서 날짜를 확인했다. 하셀이 원점 관리실에서 연락했다. “아직 회선을 끊지 마십시오. 이름값 계산부에는 실종자가 아니라 실제 구조 중인 사람의 긴급 신고도 연결돼 있습니다. 등록소를 한꺼번에 정지시키면 그쪽 연락망까지 사라집니다.” “그럼 잘못된 기능을 분리할 수 있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원형의 임시 신고 기능을 되살리면 가능합니다. 문제는 원형의 승인 열쇠가 누군가의 서명으로 돼 있다는 겁니다.” “누구 서명이죠?” 하셀은 침묵했다가 대답했다. “정은희 씨입니다.” 은희는 수첩을 덮었다. 화면 속 아들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가 없는 삼십 년 동안, 누군가는 그녀의 서명을 이용해 제도를 바꾸고 사람을 가둬 왔다. 그런데 지금 그것을 되돌리려면 또 그 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규는 어머니에게 서둘러 서명하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대신 하셀에게 원본과 위조본을 구별할 방법이 있는지 물었다. 누군가의 오래된 동의를 만능 열쇠처럼 쓰는 방식으로 또 다른 사고를 일으킬 수 없었다. 은희는 미리 준비한 서류의 마지막 칸을 비워 두었다. 자신이 기억하는 원안과 발견된 개정본을 비교한 표였다. 검증된 항목에는 날짜와 출처를 적고, 추정에 불과한 항목에는 물음표를 남겼다. 자신이 설계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이후 누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여전히 몰랐다. 그녀는 아들에게 자료를 보내면서 말했다. “내가 기억한다고 다 맞는 건 아니야. 직접 확인해 줘.” 민규는 파일을 받아 보다가 오랫동안 바라보던 한 줄을 찾았다. '긴급 보호를 받은 사람은 원하는 시기에 신원 확인을 거절하거나 유보할 수 있다.' 개정 과정에서 사라진 문구였다. 민규는 그 문장 덕분에 오늘 만난 사람들을 떠올렸다. 나린은 엄마를 찾고 싶어 했지만 당장 아무 사람에게나 맡겨지고 싶지는 않았다. 노인은 문을 열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해진은 나린을 도우려 했지 남의 책임을 강제로 떠안으려 한 게 아니었다. 은희는 작은 컵에 따뜻한 물을 따랐다. 그녀도 지금 자기 이름이 왜 서류에서 계속 호출되는지 두려웠다. 하지만 두려움 때문에 다른 사람의 선택을 없애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민규는 통신 화면으로 어머니가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 “엄마 이름을 이용해도, 엄마가 동의하지 않은 일은 동의한 게 아니에요.” 은희는 그 말에 잠깐 웃었다. 그건 원래 자기가 사람들에게 가르치려 했던 문장이었다. “그럼 나도 거절할 수 있겠구나.” 은희가 물었다. “물론이죠. 다만 우리가 다른 길을 찾아야겠죠.” 두 사람은 그 말에 더 설명을 붙이지 않았다. 모든 답이 바로 나오지 않더라도 누군가 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키는 것만으로 방향이 바뀔 수 있었다. 문밖의 경비원이 “통신 안정 확인됐습니다”라고 보고했다. 민규는 어머니가 안전한 곳에서 말을 이어 갈 수 있음을 확인하고 다시 지하의 출입문을 살폈다. 그때 회의실 창가의 유리잔이 미세하게 울렸다. 은희가 보낸 수동 회선의 시험 신호를 따라 등록소 쪽에서 새로운 종이가 나타났다. 문구는 짧았다. [최초 서명자의 귀환을 확인했습니다. 관리자 복귀 절차를 개시합니다.] 은희는 그 문장을 읽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삼십 년 동안 찾아야 했던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 밖의 어느 기관에서는 아직도 자신을 일하러 오라고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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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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