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소의 자동문은 열려 있었지만 들어오는 사람을 세지 않았다.
민규는 그 점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건물에 사람이 드나들면 일반적인 출입 장치라도 감지 기록이 남는다. 그러나 유리문 위의 센서는 그들이 통과할 때마다 똑같은 수치를 표시했다. [대기 인원 0.] 나린이 문을 건너자 숫자가 잠깐 1로 변했지만 곧 다시 0으로 돌아갔다.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마루를 밟았다. 익숙한 일인 듯했다.
실내에서는 오래된 종이와 끓인 보리차 냄새가 났다. 한쪽 벽에는 키가 작은 사람들을 위한 낮은 안내 창구가 있었고, 맞은편에는 성인을 위한 긴 창구가 있었다. 어린아이들이 서 있는 쪽에만 의자가 없었다. 민규는 전등과 비상구부터 살폈다. 입구에서 이어지는 복도는 하나였지만 정면 벽에 붙은 피난 안내도에는 왼쪽 출구가 추가로 그려져 있었다. 실제 벽에는 문이 없었다.
“여기서는 대기자가 자기 이름을 받기 전까지 나갈 수 없어요.” 나린이 말했다.
“그런 규칙을 누가 알려 줬니?”
“창구가요. 사람들이 아무 말도 안 하면 번호표에 그렇게 써요.”
민규는 이름을 받는다는 말을 곧바로 맞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린은 이미 자기 이름을 알고 있었다. 이곳이 빼앗는 것은 이름 자체가 아니라 그 이름을 공적으로 사용할 권리인지도 몰랐다. 그녀가 입구로 다시 나갈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싶었지만 실험한다고 아이에게 위험한 문을 건너게 할 수는 없었다.
셀레나는 유리문에 얇은 실을 걸어 닫히는 속도를 확인했다. 출입문은 자동 폐쇄 장치가 고장 난 듯 한쪽에서만 열렸다. 안에서 나가려면 창구에 있는 동그란 인장을 눌러야 했다. 그것이 비상 탈출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민규는 잠시 팀의 이동을 중단시키고 강 건너 구조팀에 현재 위치를 전했다. 통신이 끊길 경우의 복귀 시간도 정했다.
“위험 구역이니 전원 입장하지 않습니다. 케스 씨는 문밖에서 통신과 현장 관리를 부탁합니다.”
케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사에 중요한 장소라는 이유로 자신까지 안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그는 다리의 구조대원에게 안전 펜스를 놓도록 요청하고 주민 통행로를 따로 확보했다. 강변에는 저녁 장사를 준비하는 상점이 있었다. 마법 장치 하나를 끄다가 상점 전체의 전기가 나가는 일은 막아야 했다.
창구에서는 손이 움직였다. 사람의 손인지 종이를 접은 조형물인지 얼핏 구분되지 않는 형상이 서류를 밀어 냈다. [보호자 선임. 학생의 임시 명칭: 제0호. 동행인 정민규.] 민규는 종이에 손을 대지 않은 채 사진만 찍었다. 자신의 이름이 이미 적혀 있다는 사실이 가장 위험했다.
“사전 동의한 적 없습니다.”
창구 안에서 낮은 목소리가 나왔다. “제0호의 보호 의무는 가장 가까이 선 성인에게 자동 귀속됩니다. 효율적인 안전 조치입니다.”
“그럼 나린이가 위험한 상황일 때는 누가 책임집니까?”
“등록 대리인에게 귀속됩니다.”
“건물 문이 안 열리는 책임까지요?”
목소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서류 뒤쪽의 문구만 바뀌었다. [이의 제기 시 처리 순서 지연.] 민규는 셀레나와 눈빛을 나눴다.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마음을 이용해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었다. 많은 시설에서 그들의 구조 요청을 받아 낸 기계와 비슷했다.
출입구 가까이에는 낡은 나무 게시판이 세워져 있었다. '처음 오신 분께'라는 제목 아래 여러 안내문이 겹쳐 붙어 있었다. 가장 오래된 종이에는 보호자를 찾지 못한 아이를 실내에 머물게 하고 물과 담요를 지급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그 위에는 보호자를 확인하기 전까지 필요한 물품의 수령을 제한한다는 새 종이가 붙어 있었다. 글자 크기는 줄어들었고 단서는 많아졌다. 민규는 층층이 붙은 종이를 힘으로 떼지 않았다. 어떤 시기에 무엇이 바뀌었는지 남겨 두려 했다.
셀레나는 안내판 바로 옆의 벽을 두드렸다. 비어 있는 구역이 있었다. 그 뒤에는 키 작은 사람이 서서 문을 열 수 있도록 만든 보조 손잡이가 있었다. 지금은 철판으로 가려져 있었다. 나린은 철판 아래에 손가락을 넣어 보다가 깜짝 놀라 뺐다. “이런 게 있었어요? 저는 한 번도 못 봤어요.” 민규는 어린아이에게 손잡이를 확인하라고 다시 시키지 않았다. 철판 가장자리가 날카로워 손이 베일 수 있었다. 대신 위험표지를 붙이고 수리 공구를 꺼냈다.
보조 손잡이를 열면 자동문 제어가 어떻게 바뀌는지 아직 몰랐다. 민규는 밖에 있는 케스에게 테스트 시각을 알린 뒤 비상 정지 버튼을 위치만 확인했다. 도윤이 오기 전까지 문을 강제로 열 필요는 없었다. 대신 나린을 포함한 일행은 출입구와 떨어진 밝은 곳에서 기다렸다. 아이가 낯선 장치의 실험 대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기계는 안전이라고 말했지만 그 말의 뜻이 누구에게 안전하다는 것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실내 한쪽에는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가는 보관함이 놓여 있었다. 낡은 빨간 목도리, 손바닥만 한 도시락통, 짝이 맞지 않는 장갑. 민규는 보관함에 붙은 이름표들을 살폈다. 대부분 아이의 이름 대신 '추정 보호자'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는 주인이 없는 물건을 찾기 위한 임시 표기인지, 물건의 소유자까지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규칙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잃어버린 물건은 접수 서류와 달리 손때가 남아 있었다. 아이들이 실제로 그것을 쓰고 다녔다는 흔적이었다.
나린은 도시락통을 보고 잠깐 걸음을 멈췄다. 통 뚜껑에는 작고 흰 토끼 그림이 붙어 있었다. 어머니가 비 오는 날 도시락을 싸 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자기 물건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민규는 통을 가져도 된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어떤 그림이 기억나는지 물었다. 나린은 토끼의 한쪽 귀가 접혀 있었고 그 귀 안쪽에 별 세 개가 그려져 있었다고 했다. 민규가 보관함 유리 너머로 살펴보니 별은 두 개만 있었다. 기억이 틀렸을 수도, 비슷한 물건이었을 수도 있었다.
“그럼 제 도시락은 아닌가 봐요.” 나린이 작게 말했다.
“그럴 수도 있고, 네가 본 물건이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어. 지금은 모른다고 적어 두면 돼.”
아이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등록소에서는 무엇이든 즉시 확정해야 했다. 그것이 학교로 가는 길을 열어 준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확실하지 않은 기억을 그대로 둘 시간도 필요했다. 민규는 '유사 물품 발견, 소유 미확정'이라는 메모를 남겼다. 나린의 이름은 그 종이에 쓰지 않았다. 아이가 자신의 기억을 다른 사람에게 증명하려고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건물 안에 작은 식당이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탁자 위의 찻잔은 따뜻했지만 주전자는 식어 있었다. 누군가 계속 따뜻함을 유지하는 마법을 걸어 놓은 듯했다. 그런데 의자가 하나도 없었다. 오래전 이용자의 기록에 따르면 이곳에는 열두 개의 의자가 있었지만 모두 대기실로 옮겨졌다고 한다. 사람에게 차를 주는 것과 앉을 자리를 주는 일을 분리한 것이다. 민규는 빈 탁자와 열두 개 의자가 놓인 공간을 나란히 촬영했다.
셀레나는 건물 공기 속에 떠 있는 마력 입자를 살폈다. 공기는 숨 쉴 수 있을 만큼 신선했지만 긴 복도의 끝으로 갈수록 짧은 음성이 끊어져 흘러왔다. 그는 작은 소리굽쇠를 울려 실제 잔향과 마력 장치가 만드는 잔향을 비교했다. 평범한 소리의 잔향은 벽에서 돌아왔고, 사람이 부르려는 이름의 첫 음절만 천장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목소리 자체가 아니라 특정한 말을 잡아채는 장치였다.
“사람이 입을 열 때마다 조용해지는 이유가 이거예요.”
민규는 목이 답답해졌다. 대기실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들의 침묵을 동의로 받아들였다면, 그건 조용한 행정이 아니라 소리를 지운 결과였다. 그는 자신의 수첩에 글씨를 크게 썼다. [침묵 = 동의 아님.] 그리고 셀레나에게 부탁했다. “소리를 돌려줄 방법부터 찾읍시다. 그래야 무엇이 필요한지 직접 물을 수 있어요.”
홀 뒤편에서는 책상 끄는 소리가 났다. 그들이 다가가자 번호표를 목에 건 어른들이 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여자는 한 손에 작은 장난감 기차를 쥐고 있었고, 노인은 두툼한 장갑을 무릎에 올려놓았다. 모두 번호표가 달랐지만 기록상 대기 인원은 0이었다. 여자는 민규를 보고 입술을 움직였으나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가슴에 붙은 번호표의 잉크가 그때마다 짙어졌다.
나린은 여자의 앞에 멈췄다. “저 사람이 우리 엄마일지도 몰라요.”
“어떻게 알아?”
“저 장난감, 어제 제 가방에 있었거든요.”
민규는 여자가 실제로 아이의 어머니인지 확정하지 않았다. 그 대신 여자가 다쳤는지 물어봤다. 여자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기차의 앞바퀴를 손가락으로 돌렸다. 나린도 자기 장화 끈을 만지작거렸다. 두 사람이 같은 버릇을 가진 건 우연일 수도 있었다. 확인 없이 부모로 지정해 버리면 이곳 장치가 노리는 대로 될 것 같았다.
셀레나는 의자 밑에 붙은 도면을 발견했다. [대기실 환기 및 음성 회수.] 그는 음성 회수라는 문구를 읽고 천장의 둥근 흡입구를 올려다봤다. 사람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순간 흡입구 안쪽의 은색 리본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단순한 방음 마법이 아니라 누군가 말을 하려고 할 때 신호를 빼앗는 장치였다.
민규는 곧바로 환기구를 막으려 하지 않았다. 실제 공기가 흐르는 통로와 마법 신호가 지나가는 통로가 같을 수 있었다. 그는 작은 종이 쪽을 떨어뜨려 바람의 방향을 봤다. 종이가 환기구로 빨려 들어갔다. 천장 아래 사람들이 이미 오래 머문 상태라면 환기를 멈춰서는 안 됐다. 셀레나는 마법 회수선만 독립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접합부를 찾기 시작했다.
그때 나린이 여자의 앞에 장화를 가지런히 놓았다.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누구인지 물어봐 주세요.”
여자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울음소리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눈물이 턱 아래로 흘렀다. 그녀는 장난감 기차의 바퀴를 멈추고 의자 끝을 두드렸다. 짧게 두 번, 길게 한 번. 민규는 그 리듬을 수첩에 적었다. 소통을 위해 소리를 낼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건물 뒤쪽의 시계가 세 번 울리는 동안 셀레나는 천장 회수구의 첫 음절 감지 기록을 저장했다. 사람의 말소리가 빨려 들어가는 순간마다 기록표에는 짧은 점이 찍혔다. 그 점을 열두 개 이어 놓으면 누군가의 이름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계산으로 이름을 복원하는 것은 당사자의 허락 없는 새로운 기록을 만드는 일이었다. 셀레나는 먼저 장치의 작동 방식만 저장하고 개인의 목소리를 재구성하지 않았다.
민규는 그녀의 선택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실종자를 찾는 일에서 수집할 수 있는 정보가 많다고 해서 전부 가져와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기실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면 그 이유부터 없애야 했다. 그는 문 가까이에 안내문을 붙였다. '도움이 필요하면 손을 들어 주세요.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린은 그 안내문을 읽고 처음으로 손을 들었다. 민규가 다가가자 아이는 물을 한 잔 더 달라고 했다. 거창한 비밀이 아닌 아주 평범한 부탁이었다.
셀레나는 작은 물병을 건네며 웃었다. 나린은 그제야 이 방에서 자기 부탁이 기계에 접수되지 않고 사람에게 전달된다는 걸 알았다. 작은 성공이었지만 대기실의 불빛보다 분명했다. 그러자 다른 쪽 의자에서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민규는 그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지금 그들이 만드는 질서는 빠른 처리 순서가 아니라 서로의 요청을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복도 건너편에서 검은 조끼를 입은 사내가 나왔다. 그는 제복도 마법사 로브도 입지 않은 평범한 사무원처럼 보였다. 한쪽 소매에는 '안내 담당 도윤'이라고 자수된 명찰이 있었다. 사내는 여러 사람의 얼굴을 차례로 확인한 뒤 민규에게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보호자 선임이 자동으로 진행되는 날이라 외부 조사는 곤란합니다.”
“그러면 안전 담당자에게 연락해 주세요.”
“제가 안전 담당입니다.”
“그럼 저 문이 안쪽에서 열리지 않는 이유부터 답해 주세요.”
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뒤 민규가 들고 있는 출입 기록표를 봤다. 그는 어려운 문제를 처음 받아 든 사람처럼 이마를 찌푸렸다. “원래는 열렸습니다. 적어도 제가 여기 오기 전에는요.”
민규는 사내의 목소리에 공포가 묻어 있음을 느꼈다. 도윤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다만 자동문을 정상이라고 거짓말하지는 않았다. 민규는 그에게 수리 기록과 최근 출입 실패 사례부터 요청했다.
도윤이 책상 서랍을 열자 수십 장의 고장 신고서가 쏟아졌다. 맨 위 종이에는 날짜 없이 같은 문장만 적혀 있었다. [대기자는 없는데 대기실에서 누군가 노크한다.] 서류 아래쪽에는 누군가 붉은 펜으로 수정한 지시가 보였다. [사람을 세지 말고 자리를 세어라.]
그 문장 끝에서 민규는 분명한 기시감을 느꼈다. 열한 시설을 통과하면서 반복해서 봤던 방식이었다. 사람을 확인하는 절차를 관리자의 자리와 바꾸는 것. 그는 창구 쪽을 돌아봤다. [대기 인원 0.] 표시등은 여전히 밝았다. 실제로는 적어도 열한 사람이 그 방에 앉아 있는데도.
제13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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