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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28화
PAYLUA ORIGINAL · 제128화

128화. 대피 완료가 아닌 종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202자

오프라인 책장
마지막 종을 알리는 붉은 불빛은 종탑이 아니라 급식동 바닥에서 켜졌다. 민규는 처음부터 종탑의 쇠판을 모두 떼어 내지 않았던 이유를 떠올렸다. 원래 대피 완료 신호인 열두 번째 종을 무턱대고 끊으면 산속에서 고립된 사람들에게 구조 안내까지 못 보낼 수 있었다. 문제는 누가 그 신호를 '교사 소멸'이라는 결재와 연결했는지였다. 중앙의 명령을 끊는 것과 실제 대피 신호를 살리는 것을 동시에 해야 했다. “바르트, 독립 경보 회선 확인됐습니까?” “급식동 옆에 있어. 종탑이 아니라 오래된 불빛 장치에 연결돼 있어.” 셀레나가 마력계를 살폈다. 열한 번째 종으로 이솔이 보이지 않게 됐지만 그의 발소리와 숨소리는 여전히 복도에 남아 있었다. 이솔은 사라진 게 아니라 출석 시스템의 인식 밖으로 밀려난 것 같았다. 그러나 시스템에서 인식되지 않는 사람은 문을 열 수 없고, 보호 명단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민규는 그 점을 알고 있었다. 급식동에 모인 아이들 가운데 막내가 울기 시작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이솔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괴물이 교사의 목소리를 흉내 낸다고 생각했다. 구렌은 급히 아니라며 달래려다 말을 멈췄다. 한 사람의 마음에 확신을 강요해도 공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는 아이에게 자신도 무섭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이솔이 직접 고른 종이별을 보여 줬다. 이솔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도 학생의 두려움을 듣고 있었다. “괜찮아. 지금 목소리를 내는 건 나야. 무서우면 안 믿어도 돼. 대신 가온 아저씨 곁에 있어.” 자기 정체를 증명할 수 없는 순간에도 아이에게 믿으라고 명령하지 않는 목소리였다. 민규는 그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교사의 모습을 붙잡았다. 출석부가 지울 수 없는 것은 한 사람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밖의 가온은 종탑 쪽에서 흔들리는 쇠판을 봤다. 그중 하나만 바람을 거슬러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셀레나에게 종탑 자체가 고장 난 것이 아니라 개별 신호 회선 중 하나가 역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보고했다. 셀레나는 그 정보를 받아 출석망의 역류 지점을 좁혔다. 위와 아래에서 동시에 확인한 작은 변화가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었다. 교실 한쪽에 있던 학생은 다급하게 말하려 했다. “선생님이 사라지기 전에 저한테 부탁했어요.” 그러나 말끝이 막혔다. 누군가의 부탁을 어른에게 전하면 자신이 새로운 교사 후보로 지정될까 두려웠다. 민규는 아이에게 그 말을 지금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구조대가 별도의 안전 창구를 열었고, 원하는 때에 스스로 말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이는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종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마지막 종이 울리려는 순간에 가까워지자 거대한 바람 같은 진동이 학교 바닥을 흔들었다. 가온은 출입문 밖의 눈 쌓인 난간이 기울어진 것을 보고 다른 대피로를 확보했다. 단지 마법이 끝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어서는 안 되는 현장이었다. 그는 학생들이 이솔의 흔적을 하나씩 말하도록 했다. 구렌은 교사의 이름 대신 매일 아침 주전자에서 따뜻한 물을 따라 주던 손을 설명했다. 설아는 지난겨울 자신이 낙제점을 받았을 때 이솔이 남몰래 써 준 편지 이야기를 했다. 다른 아이는 눈보라가 무섭다며 침대 밑에 숨었을 때 교사가 거기까지 찾아왔던 일을 이야기했다. 목격자는 있었지만 이솔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셀레나가 설명했다. “증언만으로 인식은 어느 정도 회복돼요. 그런데 출석부가 교사의 근무 권한 자체를 빼앗으려 하고 있어요.” 이솔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말했다. “제가 교사가 아니라고 판정하면 아이들은 누가 돌보죠?” 민규는 그 질문이 얼마나 오래 그녀를 붙잡아 왔는지 깨달았다. 그는 이솔에게 아이들을 맡기는 것이 어떤 한 사람의 희생을 전제로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학교에는 구렌이 있고, 구조대가 있고, 보호 기관과 부모가 있었다. 한 사람이 없어져야 다른 사람이 살아나는 구조라면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인질극이었다. “당신은 아이들을 돌보고 싶어서 여기 계신 거겠죠. 그런데 오늘 이후에도 반드시 혼자 그 일을 해야 합니까?” 보이지 않는 이솔의 목소리가 잠시 멈췄다. “그런 질문을 받은 적이 없어요.” 바르트는 통신관을 통해 오래전 자신이 만든 볼트 규격을 설명했다. 구조대가 뜯고 있는 벽은 원래 단열재와 내화재 사이에 얇은 통로를 남기는 방식으로 시공돼 있었다. 그 통로는 불이 났을 때 연기를 배출하고 사람에게 출구 방향을 알리는 용도였다. 누군가 그곳에 서류 보관용 선반을 달면서 통로를 점차 좁혔다. 가장 마지막 공사 때는 벽돌로 아예 막아 버렸다. 민규는 화가 났지만 망치를 세게 휘두르지 않았다. 벽 너머에 사람이 있을 때 분노는 안전한 도구가 될 수 없었다. 가온은 절단 부분마다 보호판을 넣었다. 셀레나는 작업 진동이 소년의 방을 다른 시간으로 밀어내지 않는지 측정했다. 모든 작업은 느렸다. 그러나 소년이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신호가 유지됐다. 소년은 책 속에 있던 별자리 그림을 민규에게 설명해 줬다. 별을 이어 그리면 작은 집 모양이 된다고 했다. 그 집의 지붕은 한쪽이 기울어 있었다. 민규가 그 집을 웃으며 그려 보이자 소년은 틀렸다고 말했다. 그들은 차가운 벽을 사이에 두고 한참 지붕 모양을 고쳤다. 밖에서 보면 구조대가 위험한 공사를 하고 있었지만, 안쪽에서는 한 아이가 다른 어른에게 자기 생각을 설명하고 있었다. “내가 나가면 세상이 너무 바뀌어 있을까요?” 소년이 물었다. “그럴 수 있어. 그래서 밖에서 도와줄 사람도 준비했어.” “그럼 오늘 바로 집에 가라고 하지 않을 거죠?”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함께 알아봐야지.” 소년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작은 창 아래로 종이 하나를 밀었다. 거기에는 자기 손으로 그린 집이 있었다. 그는 정말로 집을 기억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곳으로 갈 때 가져가고 싶은 그림이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한편 배관실의 벽은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가온은 벽을 제거하며 작은 틈마다 소년의 위치를 확인했다. 마법으로 통로를 한꺼번에 만들지 않았다. 얼어붙은 돌을 치우고 원래 출입문의 경첩을 찾아냈다. 문 아래에는 바깥 바람을 막으려고 오래전에 끼운 천 조각이 있었다. 누군가 이 방이 사람이 드나드는 공간이라는 걸 알고 막아 둔 흔적이었다. 책으로 바뀌던 소년이 그 천 조각을 만지며 말했다. “여기서 누가 저한테 조용히 있으라고 했어요. 무서운 일이 끝나면 데리러 온다고요.”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기억하니?” “모르겠어요. 하지만 거짓말하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나갈 길을 못 찾은 것 같아요.” 민규는 그 말을 출입 기록과 분리해 남겼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고 아이가 겪은 두려움까지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모호한 기억으로 누군가를 범인으로 만들 수도 없었다. 확인할 수 있는 건 실제 문이 막혀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솔의 목소리가 한 번 더 들렸다. “제가 예전에 어떤 사람의 출근을 대신 확인했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교무실의 오래된 서명 장치가 이름을 요구할 때마다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고 했다. 당시에는 그러지 않으면 아이들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번, 또 한 번 서명했다. 서명할수록 자신이 쉬지 못한다는 사실은 몰랐다. 케스는 그 말에 가슴이 무거워졌다. 서명은 원래 자신의 의사로 하는 행동이어야 하는데 장치는 누군가의 절박함을 계속 이용했다. 그는 기계가 요구하는 마지막 결재를 이번만큼은 반드시 거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거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지금의 미완료 상태를 받아 주고, 구조대가 실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남길 다른 통로가 필요했다. 셀레나는 장치의 아래쪽에 작은 분리판을 끼웠다. 그 판은 학생의 출석에 관한 권한 신호는 막지만 위험 경보는 통과시키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처음 시험할 때는 작은 불빛이 꺼졌다 켜졌고, 그 뒤로 경보등이 정상적으로 깜박였다. 한 번 더 시험하려 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그는 확인된 범위와 미확인 위험을 무전으로 알리고 작업을 진행했다. 민규는 숨을 크게 쉬었다. 두 가지 잘못된 선택만 남은 듯한 상황에서 새로운 길을 만드는 일은 언제나 느리고 번거로웠다. 그러나 느리게 확인하면서도 사람을 붙잡아 두지 않는 것, 그것이 이번 사건에서 지켜야 할 약속이었다. 열두 번째 종의 시작까지 십 초. 셀레나가 독립 경보선을 연결했다. 기계는 교사의 이름을 요구했다. 그는 이름을 입력하지 않고 현장 확인 여부만 보냈다. [전원 대피 미완료. 추가 인원 구조 중.] 본부의 출석망이 경고했다. [완료 확인을 위해 교원 하나를 확정하십시오.] 케스는 그 메시지에 맞서 시설별 확인 기록을 전송했다. 학생 이동 중, 추가 인원 발견, 의료 지원 준비 완료. 결원이 있다는 사실과 사람을 대신 넣어야 한다는 결론은 다르다고 기록했다. 마지막 종이 울렸다. 그러나 그 소리는 이전 열한 번처럼 사람의 이름을 빼앗는 소리가 아니었다. 급식동에 설치된 낡은 경보등이 한 번 깜박이며 '미완료'를 알렸다. 학교의 모든 문이 한꺼번에 잠기지 않았다. 종소리는 구조대의 무전으로도 전달됐다. 그때 보이지 않던 이솔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림자부터 돌아왔고 곧 파란 외투가 모습을 드러냈다. 구렌이 달려가 어깨를 받쳤다. 이솔의 명찰에는 더 이상 '자동 연장'이라는 글씨가 없었다. 대신 자필로 한 문장만 적혀 있었다. [오늘은 쉬고 싶다.] 그 순간 민규는 이솔이 얼마나 오랫동안 쉬지 못했는지 이해했다. 누군가가 계속 아이들을 지켜 왔다는 것은 그 사람 자신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은희는 무전을 통해 의료실을 준비했다. 학생들은 곧장 이솔에게 몰려가지 않고 구조팀의 안내에 따라 이동했다. 설아는 멀찍이서 손을 흔들었다. 이솔도 힘겹게 손을 들어 답했다. 소년이 있던 방의 마지막 벽돌이 빠졌다. 추운 공기가 흘러나왔고 그 뒤로 사람 한 명이 걸어 나왔다. 책 표지처럼 희던 소년의 얼굴에 조금씩 혈색이 돌았다. 그는 누군가가 준비해 둔 담요를 받아들고 주변을 돌아봤다. “오늘은 제가 몇 번째 사람이에요?” 민규는 그에게 번호를 말하지 않았다. “새로 온 사람입니다. 이름을 말하고 싶으면 말해도 되고, 지금은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소년은 눈물을 닦으며 담요 속에서 작은 책을 꺼냈다. 마지막 장은 비어 있었다. 그는 책을 덮고 민규에게 말했다. “이건 아직 끝난 책이 아니네요.” 온결이 구조된 뒤에도 급식동에서는 아이들 몇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못했다. 입술만 움직이다가 겁에 질린 얼굴로 주변을 돌아봤다. 이솔은 아이들에게 당장 말을 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자신도 한동안 명찰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처가 생긴 자리에서 바로 웃음이 나오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가온은 대피용 차량에 태울 사람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걸을 수 있는 아이와 들것이 필요한 사람, 잠시 쉬어야 하는 사람을 구분했다. 추위 때문에 무릎이 붓고 손이 얼어붙은 학생도 있었다. 어린 학생 한 명은 다른 사람을 도와 주느라 자신이 장갑을 잃은 사실조차 몰랐다. 구렌이 예전에 말려 두었던 여분의 장갑을 찾아 끼워 줬다. 케스는 철제 원통의 인원 배정 기능이 다시 연결되지 않도록 임시 봉인을 설정했다. 그러나 난방의 수동 우회로도 완전히 안전해진 것은 아니었다. 계속 온도와 압력을 지켜볼 인력이 필요했다. 민규는 야간 감시 담당자를 정하고 교대 시간을 기록했다. 현장 책임을 한 사람에게 넘기는 장치에 맞서 사람들끼리 실제 업무를 나누고 있었다. 이솔은 의료용 의자에 앉은 채 온결을 바라봤다. 그는 소년을 기억하지 못했다. 소년도 그녀가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책을 줬던 교사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둘은 서로를 무리하게 기억하려 하지 않고 지금 처음 만난 사람처럼 인사했다. 온결은 책을 한 권 내밀었다. “나중에 다 읽으면 빌려드려도 돼요?” 이솔은 잠시 웃었다. “물론이죠. 그때는 이름을 적지 않아도 됩니다.” 민규는 그 말을 들으며 벽에서 나온 출입문의 경첩을 마지막으로 사진에 담았다. 이곳에는 여전히 조사할 일이 남아 있었다. 그래도 한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책을 빌려줄 수 있게 된 밤이었다. 그 일을 출석부의 숫자로 기록할 방법은 없었다. 밖의 눈보라는 여전히 거셌다. 사람을 구해 냈다고 산의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민규는 대피 인원 확인이 끝나기 전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기로 했다. 바로 그때 종탑에서 작은 진동이 새어 나왔다. 철판 가운데 하나가 스스로 뒤집히며 새로운 글씨를 드러냈다. [교원 대체 실패. 기록 보관소에 남은 이름을 회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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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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