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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27화
PAYLUA ORIGINAL · 제127화

127화. 열한 번째 종의 복도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170자

오프라인 책장
여섯 번째 종이 울렸을 때 바깥 기상대에서 연락이 끊겼다. 일행이 산에 올라온 시간은 고작 네 시간이었지만 분교 안의 시계는 이미 다음 날 새벽을 가리켰다. 케스는 이것이 단순히 시계가 고장 난 현상이 아니라 각 건물의 근무 날짜를 다르게 기록하는 장치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출석부는 학생에게 어제가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보이도록 만들어 반박할 여지를 없앴다. “우리가 지금 몇 시를 기준으로 움직여야 합니까?” 가온이 물었다. “외부 구조대와 마지막으로 확인된 시각입니다.” 민규가 답했다. “학교의 종소리는 위험 신호로만 쓰고, 이동 시각은 통일하죠.” 그는 손목시계를 가온의 무전 시각에 맞췄다. 모든 시계가 맞지 않아도 대피 계획 하나는 일관되게 만들 수 있었다. 바깥 산악 구조대는 분교의 일부가 실제 위치에서 조금씩 어긋나는 현상을 관찰했다. 삭도 철탑의 그림자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작은 눈보라 속에서 하나의 건물이 고무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민규는 관측소 측의 마지막 사진을 확대했다. 눈발이 심해지기 전, 건물 오른쪽 벽에 바람막이용 작은 판자가 붙어 있었다. 그런데 최신 사진에서는 그 판자가 보이지 않았다. 셀레나는 마법으로 건물의 바깥 윤곽을 확인했다. 아예 벽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분교의 시간 기록이 판자를 설치하기 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외부인에게 보이는 학교가 조금씩 과거 모습으로 바뀌고 있었다. “나갈 문이 옛날 자리로 이동하면 위험합니다.” 셀레나가 말했다. 민규는 서둘러 구조대와 출입구 확인을 갱신했다. 실제로 손으로 열 수 있는 문이 어디인지, 계단 높이는 같은지, 급식동의 난방은 유지되는지. 낡은 지도와 현실이 다를 때에는 현실을 기준으로 해야 했다. 가온이 매번 짧은 보고를 보내 왔다. 그는 바깥에서 종탑을 바라보다 창문 하나가 잠깐 사라지는 것을 봤다고 했다. 하지만 그 창문 안쪽의 학생들은 여전히 보였다. 케스는 원점 관리실에 긴급 경보를 보냈다. 시스템이 보고를 받아 자동 관리자 지정을 시작하지 않도록 메시지 형식에서 이름을 뺐다. 인원은 사람이 확인한 수치만 제공했고, 그 수치를 바꾸려면 현장 확인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붙였다. 중앙은 한동안 답이 없더니 [출석 대체 후보 탐색 중]이라는 문장을 돌려보냈다. “우리 말을 또 책임자 지정으로 알아듣는군요.” “그래도 구조망의 통신을 끊을 순 없습니다.” 케스가 말했다. “다른 시설에 위험이 생기면 지금 저희가 알아야 하니까요.” 민규는 중앙의 답장을 보관하면서 별도의 채널로 안전 확인을 계속 받았다. 방 안의 아이들에겐 화면에 보이는 이상한 숫자보다 어른들이 어디로 데려갈 것인지가 더 중요했다. 그는 이번 구조가 성공하더라도 기록망 전체를 고치는 일은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의 문 하나만 열면 내일 다른 건물에서 또 똑같은 일이 생길 수 있었다. 학교 안에서는 이상한 안내 방송이 시작됐다. [금일 마지막 출석 절차를 개시합니다. 보호를 위해 교원을 지정해야 합니다.] 이솔은 모든 교실의 종이 울리는 시간이 앞당겨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스스로의 이름이 적힌 명찰이 뜨거워졌다. 지금까지 아이들을 지키던 교사가 가장 먼저 사라질 차례였다. 이솔은 학생들에게 조용히 손을 흔들었다. “우리가 연습한 대로 움직이자. 친구가 안 보여도 무조건 찾으러 되돌아오면 안 돼. 근처의 어른에게 알려 줘.” 학생들은 이미 여러 번 같은 말을 들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복도의 바닥에 구조대가 표시한 색깔 선이 그어져 있었고, 각 아이의 옆에 두 명씩 확인자가 붙었다. 그 확인자는 교직원만이 아니라 구렌과 보호소에서 온 지원 인력도 있었다. 출석부가 누구 한 명을 지워도 나머지 사람들이 독립적으로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도록 마련한 것이었다. 출동 때부터 대기하던 구조대원 중 한 명이 제법 어린 학생에게 방한 장갑을 건넸다. 아이는 무척 큰 장갑을 끼고도 기뻐했다. 손가락 끝이 한참 남았지만 자기 이름이 지워질까 걱정하지 않고 선물 받은 장갑을 흔드는 모습이 낯설게 생기 있어 보였다. 다른 학생은 급식동 문턱을 넘지 않겠다고 했다. 예전에 그 문을 지나간 친구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조대원들은 아이를 억지로 끌지 않았다. 대신 문 반대쪽에서 안전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자신들이 통과해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확인시켰다. 아이는 여러 번 망설이다가 동행인의 손을 잡고 문을 넘었다. 작은 성공이었다. 그러나 그 문을 겁내게 된 오랜 시간까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설아는 친구들이 이동할 때마다 작은 종이 조각을 나누어 줬다. 숫자를 쓰는 대신 각자가 좋아하는 색을 표시했다. 출석망이 색깔까지 읽어 사람을 구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종이 조각은 신원 증명서가 아니었다. 아이들이 자기 물건을 잃지 않게 해 줄 작은 표식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표식이 같아도 다투지 않았다. 구별되지 않는 것과 같아지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이솔은 급식동 입구에서 학생마다 외투가 충분한지 살폈다. 누군가는 장갑을 잃었고 누군가는 신발 끈이 끊어졌다. 그는 출석부에 기록된 수보다 이런 사소한 문제를 먼저 챙겼다. 민규는 그 모습을 무전으로 듣고 안심했다. 이솔이 교사로서 해 온 일은 실제였으며, 지금도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다. 문제는 그 일을 그가 영원히 혼자 해야 한다고 장치가 명령한다는 데 있었다. 어린 학생 하나가 급식동의 창가에서 묻는다. “밖으로 나가면 학교가 없어져요?” 가온은 아이를 향해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건물은 점검해야 해. 하지만 네가 여기서 살았던 건 없어지지 않아.” 그 말을 듣자 아이는 가방에 넣어 둔 눈사람 그림을 보여 줬다. 출석부에는 없는 하루라도 아이의 손그림에는 눈사람이 남아 있었다. 첫 번째 조는 교실에서 난방된 급식동으로 이동했다. 한 아이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자 대열이 멈췄다. 학생 수를 맞추느라 아이의 필요를 무시할 수 없었다. 가온이 실제로 이용 가능한 화장실을 확인하고 동행을 배정했다. 위험한 학교의 탈출작전에서도 생활의 작은 요구를 무시하지 않는 일이 중요했다. 일곱 번째 종에서 복도 불이 꺼졌다. 그러나 손전등을 들고 있던 학생들은 그대로 서 있었다. 여덟 번째 종에서는 유리창의 바깥 풍경이 교실의 어제 모습을 비췄다. 친구들이 웃고 떠드는 장면이었다. 두 아이가 그 모습을 따라 문 쪽으로 뛰어가려 했지만 이솔이 그들의 손을 잡았다. “그건 우리 기억이야. 지금 가야 할 길은 저쪽이야.” 아홉 번째 종이 울리자 교무실의 출석부가 혼자 펼쳐졌다. 케스는 서류가 내보내는 글자를 받아 기록했다. [대피 인원 미확인. 교사 자원 등록 가능.] 그는 수첩을 펼쳐 거절 사유를 적었다. “대피 인원은 현장 구조대가 확인 중이다. 기계가 모른다는 이유로 사람이 사라지는 건 승인할 수 없다.” 열 번째 종을 기다리던 학교의 공기는 점점 답답해졌다. 주방의 식기가 미세하게 울렸고 기숙사 문고리는 차가워졌다. 셀레나는 마력이 건물 바닥 아래에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 종탑에서 소리를 내려 보내는 것이 아니었다. 종탑은 이미 내려온 신호를 아이들에게 알리는 확성기 같은 역할이었다. “신호의 시작점은 교무실 출석계보다 아래예요.” 케스는 차단 장치를 어디에 연결해야 할지 판단해야 했다. 너무 이른 차단은 교실의 난방을 끊을 수 있고, 너무 늦으면 교사를 대체자로 지정한다. 그는 이솔에게 위험을 설명하고 자기 이름을 명찰에서 떼어 낼지 물었다. 이솔은 잠시 명찰을 만지더니 고개를 저었다. “벗기만 하면 누군가 다른 사람 이름을 가져갈 수도 있어요.” 그 선택에 케스도 동의했다. 대신 명찰의 자동 승인 권한을 별도 봉인하고, 이솔이 직접 사람을 세는 권한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아직 완전히 검증된 방법은 아니었다. 그래서 셀레나는 봉인의 변화량을 계속 측정했고 케스는 다른 장치의 반응을 관찰했다. 교사의 손에 들린 작은 쇠판 하나가 학교 전체의 안전을 좌우하는 듯한 광경이 기이했다. 민규는 이솔에게 직접 무전을 보냈다. “힘들면 언제든 구조대에게 넘기세요. 지금까지 혼자 하던 방식으로 버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솔은 답했다. “무섭긴 해요. 그래도 제가 할 일을 제가 결정해 볼게요.” 민규는 그 말을 듣고 창틀의 나사를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누군가의 선택을 지켜 주려면 감동적인 말을 해 주는 것보다 실제로 문을 열 수 있어야 했다. 그때 도서관 아래에서 민규의 무전이 끊겼다. 배관의 진동이 무전 주파수와 겹쳤다. 셀레나는 그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대신 사전에 약속한 통신관을 세 번 두드렸다. 안쪽에서도 세 번 두드리는 소리가 돌아왔다. 하셀이 만들었던 비상 신호와 같은 방식이었다. 누군가 살아 있는지 확인하려면 반드시 최신 장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민규는 소년의 방 앞에서 손잡이가 돌아가는 것을 확인했다. 열 번째 종이 울리기 전에는 배관을 교무실과 분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소년의 방과 도서관 사이의 출입문이었다. 그 문은 종이 열두 번째 울리는 순간에만 실제 문이 된다고 했다. “그럼 열두 번째까지 기다리면 되는 거 아니에요?” 케스가 물었다. “그때 문이 되면서 사람이 책으로 바뀐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민규는 벽의 낡은 틈에 얇은 종이를 끼웠다. 종이는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바람을 타고 흔들렸다. 벽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었다. 그는 환풍관을 따라 소년의 방과 급식동 사이에 원래 대피 통로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막혀 버린 기존 통로를 찾아 여는 일이었다. 열 번째 종과 열한 번째 종 사이의 짧은 시간이 남았다. 구렌은 원래 건물 구조를 기억했다. “처음 지었을 땐 도서관 뒤에 밖으로 나가는 작은 문이 있었지요. 겨울에 아이들이 불이 나면 쓸 수 있도록요. 그 문을 교무실로 연결한다고 막았습니다.” 민규는 손전등으로 벽의 시멘트 색을 살폈다. 다른 부분과 색이 달랐다. 오래전에 덧막은 자리였다. 그는 구조대가 안전을 확인한 범위에서 그 벽을 뜯을 준비를 했다. 큰 망치가 아니라 벽 안쪽의 보강재를 피할 작은 절단 도구를 사용했다. 그 사이 셀레나는 소년이 서 있는 위치를 음성으로 확인했다. “벽에서 두 걸음 떨어져 있어. 보호대를 붙이고 나서 작업할 거야.” 소년이 작게 대답했다. “저 혼자 나와도 돼요?” “그럼. 네가 걸을 수 있으면 네 발로 나오면 돼. 아프면 우리가 도울게.” 급식동으로 옮겨진 학생 수와 교실에서 떠난 학생 수가 처음에는 한 명 달랐다. 가온은 즉시 대열을 멈추고 확인했다. 학생 하나가 다른 조의 담요를 가지러 복도로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그는 잘못을 벌주지 않았다. 다만 동행하지 않고 돌아가는 일이 왜 위험한지 설명했다. 아이는 주위를 살핀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짧은 혼란 사이 출석부에는 [분실 인원 자동 보충 준비]라는 문장이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학생을 찾았는데 기계는 잃어버린 사람을 보충할 방법부터 찾고 있었다. 민규는 사전에 마련한 수기 확인표에 붉은 선을 그었다. 한 명이 이동 경로를 이탈했고 이미 안전한 곳으로 복귀했다는 사실을 따로 적었다. 실종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과 실종 위험이 있었다는 것은 둘 다 기록할 가치가 있었다. 설아는 급식동의 문턱에서 잠깐 뒤돌아봤다. 자신이 창문으로 처음 도움을 청하던 순간이 떠오른 듯했다. 그때는 다음 종이 울리면 선생님도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어른들이 벽을 뜯고 밸브를 돌리며 방법을 찾는 모습을 보았다. 무서움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다만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은 조금 달라졌다. 셀레나는 종이 울리기 전에 사람의 위치를 다시 묻지 않았다. 출석부가 그 질문을 듣고 누군가를 지정할 수도 있었다. 대신 가온에게 실물 인원 확인 결과를 직접 받아 적었다. 숫자를 맞추기보다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런 작은 차이가 마지막 순간에 누구를 보호할지 결정할 수도 있었다. 열한 번째 종이 울렸다. 기계의 출석부에는 빨간 글씨가 나타났다. [교사 최종 확인 대기.] 이솔의 명찰이 희미해졌다. 동시에 구렌이 교실에서 급히 외쳤다. “선생님이 안 보입니다!” 학생들은 흔들리는 복도에서 멈췄다. 그러나 설아는 교사가 있던 자리로 달려가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를 가리키며 조용히 말했다. “우리 선생님이 여기 있었어요. 파란 외투였고, 첫눈 오는 날마다 창문에 종이별을 달아 줬어요.” 서로 다른 목격자의 목소리가 그 말을 이었다. 이솔의 모습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민규의 무전기에서는 마지막 종을 준비하는 기계음이 올라왔다. 남은 시간은 마흔 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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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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