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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26화
PAYLUA ORIGINAL · 제126화

126화. 책이 되려는 아이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234자

오프라인 책장
밸브실로 가는 계단에는 발자국이 두 종류 남아 있었다. 커다란 장화 자국은 최근 구조대원이 남긴 것과 비슷했다. 작은 발자국은 그보다 훨씬 오래된 것이었다. 계단의 물이 얼어붙었다 녹는 동안에도 작은 발자국은 지워지지 않았다. 마력으로 남은 흔적일 수도 있었다. 민규는 섣불리 그 발자국을 따라가지 않았다. 먼저 계단 난간을 당겨 흔들어 보고, 바닥이 얼마나 얼었는지 손전등으로 비췄다. 얼음 아래에 작은 균열이 보였다. “이쪽은 한 사람씩 가야 합니다.” 그는 로프를 구조대 기준으로 고정하고 가온에게 입구의 안전을 맡겼다. 케스는 원통 장치에서 받은 도면을 한 손에 들고 앞쪽을 비췄다. 서류에서 사라진 방은 배관실과 기숙사 사이에 끼어 있었다. 원래 피난 공간이었으나 벽이 새로 막혀 누구도 제대로 들어갈 수 없었다. 계단을 내려온 셀레나는 먼저 손바닥만 한 돌멩이를 바닥 위에 굴려 보았다. 돌멩이는 몇 번 튀다가 소년의 방 앞에서 멈췄다. 경사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러나 도면에 그려진 배관실은 아래로 계속 기울어야 했다. 그녀가 마력을 비추자 멈춘 곳에 희미한 경계선이 떠올랐다. 소년의 방이 실제 공간과 다른 시각에 붙어 있음을 보여 주는 흔적이었다. “이 선을 넘어가면 어떤 시간이 될지 알 수 없어요.” 민규는 줄자의 끝을 고정하고 길이를 쟀다. 계단 위에서 본 방의 길이는 네 걸음, 바닥에서 잰 길이는 다섯 걸음이었다. 손전등으로 안쪽을 비추면 나무 서가 하나가 보였다가 사라졌다. 민규는 이상한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마법을 배운 적 없는 자신이 여기서 길이 한 걸음 늘어나는 현상을 측정하고 있었다. 정상적인 공사장이라면 일단 공사를 중단시킬 상황이었다. 가온은 진지하게 말했다. “위험하다면 지금 돌아가야 합니다. 어린애가 있더라도 무작정 들어가서 둘 다 실종될 순 없어요.” “맞습니다.” 민규가 대답했다. “그래서 안 들어가고 나올 길부터 찾습니다.” 그는 벽의 작은 창과 배관 아래의 틈을 이용해 통신관을 설치했다. 소년이 대답할 때마다 창틀은 조금씩 흐려졌다. 케스가 이름을 묻고 싶어 했지만 민규는 질문지를 바꿨다. 오늘 무엇을 먹었는지, 지금 얼마나 추운지, 다친 곳이 있는지. 이상한 신원 기록보다 먼저 아이의 몸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소년은 시간을 모른다고 했다. 매일 같은 장을 읽는데 책장을 끝까지 넘기면 다시 첫 장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책의 마지막 장을 읽지 않았다. 끝까지 읽으면 자신도 책 안에 사라질 것 같아서였다. 그가 손으로 찢은 마지막 장은 작은 창 아래 구겨진 채 놓여 있었다. 누군가 굳은 손가락으로 붙잡고 버텨 온 시간의 무게가 종이 한 장에 남아 있었다. 민규는 아이의 말을 검증할 방법을 떠올렸다. 그가 책장을 넘기는 시각과 배관을 따라 넘어오는 종이 소리를 맞춰 봤다. 소년이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실제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적어도 그 소리는 단순한 환청이 아니었다. 그는 관 안쪽으로 따뜻한 공기가 통하는지도 살폈다. 그곳에서 살아 있는 사람이 있다면 산소와 온기가 우선이었다. 작은 창 너머에서는 책장 넘기는 소리가 났다. 소년이 책을 읽고 있었다. 몸이 반투명하게 보인다고 셀레나가 말했다. 그러나 소년은 손이 닿는 곳의 책을 실제로 넘기고 있었다. 그가 넘기는 페이지마다 글자가 반대편 벽에 그림자처럼 남았다. “괜찮니? 문을 열기 전에 안쪽 상태를 확인하려고 해.” 민규가 말했다. “선생님이 열두 번 종 치면 책에 들어가라고 했어요. 책 안은 안 추워요.” “네가 직접 들어간 거야, 아니면 누군가 너를 거기 넣은 거야?” 소년은 오래 생각했다. “처음엔 제가 들어왔어요. 바깥에서 애들이 저를 잊는 게 무서웠거든요. 근데 이제는 나가려고 해도 문이 없어요.” 그는 이름을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이름을 말하면 다시 서가의 한 권이 된다고 했다.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것 세 가지를 말했다. 계피 향의 빵, 삐뚤어진 천체도, 낡은 소설의 마지막 장. 민규는 그 말을 구렌에게 전달했다. 구렌은 계피 향의 빵이라는 말을 듣자 의자를 붙잡았다. 오래전 도서관에서 사라진 학생이 늘 그 빵을 찾았다고 했다. 문은 잠긴 것이 아니라 다른 시간의 벽에 붙어 있었다. 출석망이 소년을 '대출 중인 물건'으로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 출입문으로는 나오지 못했다. 민규는 차례대로 위험을 나눴다. 배관실의 우회 밸브를 열어 난방을 독립시키고, 도서관과 교무실 사이의 신원 동기화 관을 분리한 뒤, 소년이 있는 방의 벽을 실제로 점검한다. 한 번에 모든 마법을 끊으면 소년이 어느 쪽 공간에 남는지 알 수 없었다. 소년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구렌은 위층에서 예전 물건을 찾아 보냈다. 작은 천 가방이었다. 가방 안에는 말린 빵 껍질과 별자리 모양을 그린 종이, 손바닥 크기의 연필깎이가 있었다. 구렌은 이것을 도서관 아래에서 잃어버린 아이의 물건이라고 확신하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던 아이가 늘 가지고 다니던 가방과 비슷하다고 했다. 민규는 가방 사진만 보여 줬다. 소년은 연필깎이를 보더니 곧바로 웃었다. “저거 너무 둔해서 종이를 잘 찢었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새 걸 주겠다고 하셨어요.” 자신도 모르게 한 말에 소년은 놀랐다. 오래전 자신의 생활 일부를 기억해 낸 것이었다. 그는 더 많은 기억을 끌어내려 애쓰지 않았다. 웃음이 사라지고 다시 무서워지는 일이 반복될 수 있었다. 케스는 밖의 의료진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했다. 소년의 나이와 현재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성인이라고도, 당시 실종된 특정 학생이라고도 단정하지 않았다. 구조된 뒤 신원 확인을 서둘러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나왔지만 케스는 신원 확인과 의료 조치를 별도로 진행하자고 했다. 예전 총국이었다면 사람을 분류하기 전에는 문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그는 문을 열기 위해 분류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셀레나는 소년이 있는 공간에 이상한 서가가 더 있다는 점을 알아냈다. 창문에는 책 한 권만 보였지만 그림자 속에는 열세 개의 책등이 있었고, 그중 두 개는 텅 비어 있었다. 기계는 단지 이 소년 하나를 가둔 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 민규는 섣불리 다른 실종자가 있다고 확정하지 않고 그곳의 구조를 사진에 남겼다. 다음 조사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단서였다. 윗층에서는 설아가 자신이 기억하는 동화를 구렌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방 안의 소년도 그 이야기의 끝을 따라 말했다. 두 사람은 같은 책을 읽었던 것이다. 민규가 좁은 틈으로 보니 소년의 손가락이 종이 위에서 멈췄다. 자기가 잊은 사람들 사이에도 자신을 기억하는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그를 조금 덜 외롭게 한 모양이었다. 바르트는 원격 화면으로 수동 우회 밸브의 위치를 확인했다. 오래된 손잡이는 얼음과 녹 때문에 돌아가지 않았다. 무리하게 힘을 주면 관이 부러질 수 있었다. 가온이 가져온 따뜻한 물과 천으로 손잡이를 천천히 녹이고, 셀레나는 마력을 낮춰 금속이 급격히 수축하는 일을 막았다. 누군가는 그 느린 작업이 답답하다며 한꺼번에 녹이는 주문을 쓰자고 제안했지만 민규는 거절했다. 관 뒤에는 아이들이 자고 있는 교실로 이어지는 뜨거운 물이 흘렀다. 밸브가 처음 움직였을 때 소년의 방에서 책 한 권이 떨어졌다. 표지는 새하얬고 제목은 없었다. 소년이 말했다. “이게 저예요. 열두 번째 종이 울리면 페이지가 다 차요.” 민규는 책을 집어 들지 않고 떨어진 위치를 사진에 남겼다. 그리고 소년에게 지금 당장 책이 될지 아닐지를 결정하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서 사람의 몸을 잃는 일을 안전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구조는 위험을 설명하고, 선택할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하는 일이어야 했다. 민규가 밸브의 손잡이를 조금 돌리자 관 속에서 뚝 하는 소리가 났다. 모두가 움직임을 멈췄다. 바닥으로 물이 샌 흔적은 없었다. 하지만 계기판의 작은 바늘 하나가 예상과 반대 방향으로 돌아갔다. 바르트는 원격 화면을 보자마자 더 돌리지 말라고 지시했다. 손잡이와 실제 밸브가 반대로 연결돼 있을 수 있었다. “누군가 수리하면서 방향 표시를 잘못 붙였군요.” “아니면 일부러 그렇게 붙였을 수도 있겠죠.” 케스가 말했다. 민규는 이유보다 먼저 실제 방향을 확인했다. 그는 배관의 양쪽 온도와 압력을 비교했다. 수동 우회로를 조금 열었을 때 두 지점의 압력 차가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 밸브가 완전히 반대로 된 것은 아니었다. 중간에 설치된 역류 방지판이 얼어붙으면서 수치가 늦게 반응하고 있었다. 빠른 주문으로 녹였다면 깨졌을지도 모를 부분이었다. “이제 이유는 찾았네요. 천천히 열면 됩니다.” 가온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경비원이 여기까지 와서 밸브만 돌리다 간다고 하면 누가 믿겠습니까?” “좋은 결과면 밸브만 돌리고 가는 거죠. 영웅이 될 필요는 없어요.” 짧은 농담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 그러나 소년의 방에 남은 열기가 또 한 번 흔들렸다. 온기와 출석망의 전류가 아직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다. 작업이 진전될수록 기계가 더 크게 반응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위험이 가깝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때 이솔의 무전이 들렸다. 교실 온도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출석부에는 '외부 출입 인원 증가'라는 문구가 나타났다고 했다. 난방을 분리하는 과정이 시스템을 자극한 듯했다. 민규는 작업을 멈추고 계기판을 봤다. 온도는 떨어졌지만 예비 난방이 작동할 수 있는 범위였다. 가온이 아이들을 보온 공간으로 옮길 준비를 마쳤다. 위험을 덮어 두지 않고 준비된 대피 절차를 시행할 수 있었다. 소년은 문 안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저씨, 밖에 나가면 제 책은 어떻게 돼요?” “네가 원하면 네가 가진 책으로 남길 수 있어. 네가 원하지 않으면 폐기해야겠지. 네가 책이 되는 것하고는 달라.” 소년은 유리창에 손을 대었다. 손바닥이 투명해졌다가 돌아왔다. 다섯 번째 종이 울릴 시간이었다. 셀레나가 계기판의 수치를 확인했다. 우회 밸브는 아직 절반만 열렸다. 교실의 온도는 버틸 수 있었지만 소년의 방이 어느 시간과 연결되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민규는 공구함을 내려놓고 구렌에게 무전했다. “내부 인원에게 알려 주세요. 아직 문을 여는 중입니다. 안전하다고 발표하지 마시고 확인 중이라고 말해 주세요.” 그 말이 끝나자 통신망에 학교 밖에서 보낸 메시지가 끼어들었다. [자발적 대기 인원 한 명을 지정하면 전체 출석을 보장합니다.] 서류에는 서명 칸이 하나 있었다. 누군가 대신 남으면 나머지 모두가 나온다는 말이었다. 민규는 화면을 껐다. “또 한 사람을 빈칸에 넣으려는군요.” 그러나 소년은 그 문장을 이미 본 모양이었다. 유리창 저편의 얼굴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제가 남으면 애들은 다 나갈 수 있나요?” 소년은 창 너머에서 몇 번이고 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자신이 남으면 학교가 안전해지는지, 누군가를 위해 사라지는 게 착한 일인지. 오랫동안 그 방에서 들은 말이 모두 그런 내용이었던 듯했다. 누가 그에게 가르쳤는지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잘못된 선택을 당장 멈추게 하는 일이 먼저였다. 민규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자신이 맡은 일을 설명했다. 그는 이 학교의 교장도 아니었고, 아이를 처분할 권한도 없었다. 출입로를 점검하러 온 경비원이었고, 사람을 안전한 곳으로 안내할 책임이 있었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소년은 그 말을 이상한 듯 들었다. 지금까지 만난 어른들은 언제나 자신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아저씨가 못 하면 어떡해요?” “그럼 다른 사람과 함께 해야지. 누가 실패했다고 네가 대신 없어질 이유는 없어.” 소년은 손가락으로 창틀을 문질렀다. 책 속의 페이지가 한 장 저절로 넘어갔지만, 그는 이번엔 서둘러 막지 않았다. 민규가 오늘의 구조 계획을 순서대로 설명했기 때문이다. 난방을 분리하고, 다른 출입구를 확보하고, 다친 곳을 확인한 뒤 밖으로 나온다. 출석부에 이름을 쓰는 단계는 없었다. 케스는 소년에게 그 설명을 기록으로 남겨도 되는지 물었다.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되 자신의 얼굴은 찍지 말라고 했다. 그 요청은 받아들여졌다. 기계가 함부로 사람의 이름을 가져가던 시설에서 얼굴을 찍지 말라는 작은 선택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중요했다. 민규는 설아가 그린 지도를 다시 보며 소년의 방에서 기상관측소까지의 이동 경로를 그었다. 종이 위에는 아직 비어 있는 구간이 있었다. 그곳이 다음에 열어야 할 출구였다. 그 질문을 들은 민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아이에게 남을 생각을 떠올리게 한 상황 자체가 잘못되었다. 그는 먼저 소년에게 자신이 그 선택을 할 필요가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리고 모두가 나갈 수 있는 실제 길을 보여 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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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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