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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25화
PAYLUA ORIGINAL · 제125화

125화. 검은 소금이 깔린 도서관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337자

오프라인 책장
도서관 문턱에는 검은 가루가 얇게 뿌려져 있었다. 처음에는 화재 뒤에 남은 재처럼 보였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니 가루는 결정 모양이었다. 셀레나가 유리병에 소량을 담고 검사를 했다. 오래된 광산의 암염과 마력 차단에 쓰던 분말이 섞인 물질이었다. 사람을 해칠 정도로 위험하진 않았지만 맨손으로 만지거나 눈에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되는 성분이 있었다. “아이들이 여기 들어올 때 이 가루를 밟았겠군요.” 민규가 말했다. 구렌은 그제야 무릎을 쳤다. “내가 뿌렸어요. 도서관 문이 열릴 때마다 종이 울려서, 예전 설비 기사에게 배운 대로 문턱을 막은 겁니다.” 민규는 노인을 탓하지 않았다. 구렌은 아이들을 지키려다가 자신이 아는 유일한 방법을 쓴 것이었다. 문제는 그 방법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누구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출석망은 소리가 닿지 않는 사람을 결석자로 처리했다. 차단된 도서관 안에 누군가 있으면 이 장치는 그 존재를 못 보고 대체 인원을 찾기 시작했을 것이다. “가루를 치우면 괜찮아지나요?” “아직 모릅니다. 가루가 막아 준 위험도 있을지 모르니까요.” 민규는 통로를 폐쇄하지 않고 임시로 출입을 중지했다. 바닥의 결정 위치를 표시하고, 문턱을 넘지 않은 상태에서 도서관 안을 살폈다. 책상 네 개, 서가 세 줄, 안쪽에 붙은 작은 난로. 벽에는 아이들이 읽은 책 제목을 기록하는 표가 있었다. 그 표의 마지막 줄은 비어 있는데, 날짜만 내일이었다. 도서관 내부의 책은 이상하게도 먼지가 적었다. 구렌은 한 달에 한 번 문을 열고 청소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책등 가운데 일부에는 사람의 손이 자주 닿은 반짝임이 남아 있었다. 누구도 책을 빌려 가지 않았다고 했는데, 분명 누군가 이곳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민규는 대출 장부가 잘못됐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책꽂이마다 서가 번호를 붙이고 한 권씩 빼는 대신 표면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누가 읽었는지는 몰라도 어떤 책이 자주 움직였는지는 알 수 있었다. 가장 많이 움직인 책은 아이들이 좋아할 모험담과 별자리 도감이었다. 민규는 그 목록을 보고 약간 웃었다. 사람을 책으로 만드는 끔찍한 규칙 안에서도 누군가는 여전히 새로운 별과 다른 세상을 궁금해했다. 책상 모서리에는 작은 칼집이 있었다. 구렌이 그것을 보더니 오랫동안 잊었던 일을 떠올렸다. 눈 때문에 기숙사에 돌아갈 수 없던 학생이 책상 아래에 비밀 동굴을 만들고 싶어 했다. 작은 칼로 장난스럽게 나무에 길을 그렸다고 했다. 혼내면서도 아이가 밤새 추울까 봐 담요를 덮어 주었다는 기억이 뒤따랐다. “그 아이가 지금도 안에 있을까요?” 구렌이 물었다. “확인하지 않은 걸 살아 있다고 확정할 순 없어요. 그래도 찾을 이유는 충분합니다.” 도서관의 환풍구는 낮은 소리로 웅웅 울렸다. 환기 덕트의 손잡이를 돌려 보자 통로 깊은 곳에서 종이 스치는 소리가 났다. 셀레나는 누군가의 음성이라고 생각했지만 민규는 책장이 바람에 넘어가는 소리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마력을 잠시 줄이고 다시 측정했다.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물리적 소리였다. 그 안에 책이나 종이가 실제로 있었다. 도서관 사서였다는 여자 마렌은 분교가 폐쇄된 해에 이곳을 떠났다고 했다. 그런데 구렌이 보관한 낡은 사진에는 그보다 십 년 뒤에도 마렌이 책을 빌려 주는 모습이 있었다. 사진 아래에는 '임시 교원'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 이름과 역할이 자꾸 바뀌는 시설에서 사람의 신분을 기록하기보다 업무 칸이 이어져 온 듯했다. 가온은 문턱에서 시료를 채취한 뒤 자신의 부츠 바닥을 확인했다. 검은 가루가 미끄럼 방지 무늬에 끼어 있었다. 구조대원이 그 가루를 다른 방까지 옮기면 차단해야 할 신호가 엉뚱한 곳에서 끊길 수 있었다. 그들은 부츠를 갈아 신고 작업 구역을 지정했다. 아무도 이름을 지우는 마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더 퍼지지 않도록 할 수는 있었다. 이솔은 검은 가루를 보고 오래전 아이들이 만든 눈꽃 장식을 떠올렸다. 종이를 접어 검은 부분에 놓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하얘졌다고 했다. 아이들은 가루가 색을 빨아먹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민규가 확인한 종이에는 원래 잉크가 지워진 것이 아니라 분말이 표면에 달라붙어 글자가 가려졌다. 셀레나가 조심스럽게 분말을 털어 내자 어린아이의 필체가 나타났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아요.] “이건 비밀 문장 같네요.” 케스가 말했다. “누가 썼는지 아직 모르지만 길을 찾고 있었던 건 맞겠죠.” 그들은 도서관의 대피 지도부터 다시 그렸다. 구렌의 기억에는 책장 뒤 작은 문이 있었으나 현행 도면에는 표시되지 않았다. 바닥을 비춰 보니 책장을 옮길 수 있도록 만든 바퀴 자국이 있었다. 누군가 문을 막으려고 책장을 세웠던 것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밀면 상단 선반이 무너질 수 있었다. 가온은 사다리를 가져와 책을 먼저 빼고 선반을 고정했다. 오래 걸리는 일을 하는 동안 학생들이 복도 저편에서 구경했다. 아이들은 숨겨진 문이 정말 나오느냐고 수군거렸다. 민규는 이곳이 위험해서 가까이 오면 안 된다는 사실을 설명하되, 모든 질문을 막지는 않았다. “문을 찾으면 바로 보여 줄게. 다만 직접 들어가려면 안전 점검이 끝나야 해.” 설아는 그 말을 듣고 자기 그림에서 책장 위치를 고쳐 그렸다. 셀레나는 마력계의 눈금을 확인했다. “종이 울리는 때마다 문턱의 가루가 보이지 않는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해요.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게 아니라 바깥으로 밀려 나오네요.” 민규는 바닥 경사를 재었다. 책장 아래에서부터 문턱까지 아주 미세한 내리막이 있었다. 가루가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지만 뒤쪽 환풍기가 간헐적으로 공기를 밀어내고 있었다. 종을 울리는 동력이 환풍기와 연결됐을 수 있었다. 그는 환풍 장치의 배선도를 요청했다. 바르트가 원격으로 보내 준 도면에는 도서관이 대피소이던 시절의 비상 순환관이 그려져 있었다. 원래는 아이들이 추위에 갇혀도 따뜻한 공기를 보내기 위한 통로였다. “이 장치를 누가 출석망에 묶었는지 찾아야겠네요.” “원점 기록엔 도서관이 없어요.” 케스가 말했다. “그러니까 추가 개조된 건 확실합니다.” 마렌이 남긴 대출 카드에서는 이상한 일이 더 발견됐다. 책을 빌린 사람의 이름은 지워졌는데 반환일과 책의 상태는 그대로였다. '눈이 많이 내려 젖음', '끝에 연필 표시가 있음', '다음 사람에게 추천함'. 어떤 사람의 이름이 없어져도 다른 사람에게 읽으라고 남긴 말은 지워지지 않았다. 설아는 대출 카드 하나를 들여다보고 갑자기 울었다. “이거 제 글씨예요. 근데 제가 이 책을 읽은 기억이 없어요.” 카드에는 한 줄이 더 있었다. [열셋째 자리에 앉는 아이에게.] 설아는 자신이 세 번째 종에서 이름을 잃기 전에도 도서관에 여러 번 왔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민규는 기억을 억지로 떠올리라고 하지 않았다. 기억보다 먼저 안전을 확보해야 했다. 그는 카드의 사본을 설아에게 주고 원본은 케스에게 봉인하도록 했다. 도서관의 난로 안에서는 또 하나의 작은 장치가 발견됐다. 연료통처럼 생긴 철제 원통이었다. 손잡이를 돌리면 난방으로 이어지는 관이 열렸고, 동시에 교무실 출석계의 마력이 올라갔다. 하셀이 원격 통신으로 원통을 본 순간 낮게 신음했다. “그건 예전 실험실에서 쓰던 동시 승인 장치입니다. 두 시스템 중 하나만 작동하는 걸 막으려고 만든 거예요.” “난방을 켜려면 출석망도 같이 켜져야 한다는 뜻입니까?” “누군가 그렇게 연결했다면요.” 민규는 분노보다 먼저 계산이 앞섰다. 이 학교는 난방을 끄면 아이들이 추위에 위험해지고, 난방을 켜면 출석망이 사람을 지웠다. 하나의 버튼이 안전과 위험을 동시에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그것은 마법의 기묘함보다 훨씬 비겁한 설계였다. “따로 켤 방법을 찾죠. 이걸 꺼 버리면 이분들 체온이 먼저 떨어집니다.” 바르트는 철제 원통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당시 설계에 반대했던 일을 털어놓았다. 한 설비가 작동하려면 다른 설비의 결재까지 받아야 하는 구조는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 기록을 빠뜨리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어떤 날에는 기록이 사람을 지연시키는 이유가 됐다. 그는 안전 점검표를 보여 주며 두 회로를 분리할 수 있는 수동 절차를 짚었다. “지금은 배관 쪽이 더 오래됐을 겁니다. 마력으로 장치를 한 번에 끊으면 뜨거운 물이 어디로 흐를지 알 수 없어요.” 민규는 그 설명을 받아 도면 위에 붉은 펜으로 위험 구역을 표시했다. 혹한 때문에 배관 안의 압력이 낮아졌을 수 있고, 오래된 관이 갑자기 열린다면 누군가 화상을 입을 수 있었다. 마법의 위험을 잠시 제쳐 두더라도 점검할 것이 많았다. 그는 누가 위험한 통로를 맡을지 결정하기 전에 모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달했다. 케스는 자신도 배관실로 내려가겠다고 했다.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총국이 이런 구조를 승인했다는 사실을 그냥 서류로 남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민규는 그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동행을 허락하기 전에 안전 교육을 받아 달라고 부탁했다. 마음이 급한 사람보다 안전 절차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현장에 필요했다. 케스는 불쾌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이제야 무언가를 배운다며 장갑을 제대로 조여 맸다. 설아가 그린 '밤에 책 읽는 방'에는 작은 화살표가 있었다. 아이는 자신이 언제 그 방에 갔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겨울마다 누군가 문 안에서 책장을 넘기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이솔은 종이 열한 번 울리면 그 소리가 잠시 멈추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셀레나는 두 진술을 따로 기록했다. 출처가 다른 증언을 하나로 뭉쳐 버리면 나중에 어느 부분이 맞았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민규는 구조대로부터 확보한 이동용 들것을 문 근처에 두었다. 안쪽에 사람이 있다면 다쳤을 수 있었다. 보온 담요와 마실 물도 준비했다. 구조는 존재를 확인한 뒤에야 시작하는 일이 아니라, 존재할 가능성이 있을 때부터 준비해야 하는 일이었다. 셀레나는 원통 주변의 마력 흐름을 기록하고 바르트는 수동 우회 밸브의 존재를 확인했다. 문제는 밸브가 도서관 아래 얼어붙은 배관실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곳까지 가려면 출석 종이 다섯 번째 울리기 전에 안쪽 계단을 통과해야 했다. 이솔은 남아 있는 학생들을 따뜻한 교실에 모으겠다고 했다. 설아는 자기도 밸브 위치를 안다며 따라가겠다고 했지만, 민규는 그 제안을 바로 받지 않았다. “설명해 줘서 고마워. 안내가 필요하면 네가 안전한 자리에서 도면에 표시해 주면 돼.” 도서관에는 냉기를 막기 위한 두꺼운 커튼이 있었다. 커튼은 오래전에 헤어진 한쪽 끝을 여러 번 꿰매 놓은 것이었다. 민규가 손전등으로 비춰 보니 같은 자리에서 조금씩 다른 색의 실이 사용돼 있었다. 한 번 고장 날 때마다 누군가 직접 고쳐 온 흔적이었다. 출석부가 매번 사람의 이름을 새것처럼 바꾸는 동안 그 커튼은 닳은 부분을 감추지 않고 간신히 이어 붙여져 있었다. 셀레나는 커튼 안쪽에서 오래된 천 조각을 하나 찾았다. ‘도서관 열쇠는 사서에게, 비상열쇠는 관리인에게’라는 문구가 그 위에 적혀 있었다. 민규는 구렌에게 비상열쇠가 아직 있는지 물었다. 구렌은 보일러실의 오래된 못에 달아 놓았던 열쇠가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날 이후 도서관의 문은 이름을 확인해야 열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물리적 열쇠 하나가 사라지고 나서 사람이 문을 열 권한까지 빼앗긴 셈이었다. “그때 누가 바꿨는지 기억하십니까?” “장비 기사 둘이 다녀간 건 기억해요. 한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벽만 보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서류를 가져와 빨리 도장 찍으라고 했죠.” “누군지 모르더라도 방문 날짜는 중요합니다.” 구렌은 난방 연료 구매 장부에서 그 시기를 찾아 주었다. 뚜렷한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지만 평소보다 석탄 두 자루가 더 사용된 날이었다. 외부 사람이 와서 묵었다는 작은 흔적이었다. 케스는 그 장부의 날짜를 기록보존총국의 공사 배정표와 대조하기로 했다. 마법 장치만 살피면 보이지 않던 일들이 연료와 커튼, 물때 자국에 남아 있었다. 민규는 도서관 문 옆에 [사람 있을 수 있음, 내부 확인 전 임의 폐쇄 금지]라고 표시했다. 공구함을 들고 손잡이를 바라보았다. 이제 이 문을 열기 위해 누군가의 이름을 바칠 필요는 없다고, 적어도 그렇게 되도록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 설아는 잠깐 입을 삐죽였다가 분필을 들었다. 난로와 배관실, 문턱 아래 가루의 이동 방향을 하나씩 그렸다. 그림에는 도면에 없는 작은 방이 있었다. '밤에 책 읽는 방'. 설아는 거기서 친구 하나가 책을 반납하지 못하고 잠들었다고 말했다. 민규는 지도에 그 방을 추가했다. 만약 그 아이가 아직 그곳에 있다면 밸브를 찾는 일과 구조하는 일은 하나였다. 그는 손전등을 켜고 작은 문 앞에 섰다. 문에는 손바닥보다 작은 창이 나 있었고, 창 안쪽에서 희미한 손자국이 보였다. 손가락이 다섯 개였다. 그리고 손자국 아래에는 아이의 필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종이 열두 번 울리면 나는 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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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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