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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24화
PAYLUA ORIGINAL · 제124화

124화. 출근하지 않은 교사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232자

오프라인 책장
교무실에서 나온 이솔은 출석부 대신 오래된 교사 명찰을 들고 있었다. 명찰에는 이름이 없었다. 반짝이는 금속판 아래에 사진만 있었다. 사진 속 여자는 지금의 이솔과 닮았지만 웃음이 더 자연스러웠다. 민규는 그 사진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사진이 닮았다고 동일 인물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는 이미 경험했다. “처음 이 학교에 왔을 때 제가 받은 명찰이에요.” 이솔이 말했다. “출근 날짜가 적힌 종이는 있는데, 그 날짜에 제가 실제로 여기 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케스는 그녀에게 질문을 하나만 했다. “본부가 정한 역할 외에, 스스로 이 학교에 남겠다고 결정한 적 있습니까?” 이솔은 대답하지 못했다. 서류에는 '장기 대체 교원, 근무 연장 자동 승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정작 결재란의 필체는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교감도 교장도 없는 분교에서 누가 교사의 근무를 연장했는지 알 수 없었다. 아이들이 교사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이유가 조금씩 드러났다. 교사가 사라지는 순간 출석 시스템은 새 교사를 학생 중에서 찾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보관실로 내려가기 전 민규는 이솔에게 사진을 보여 주며 한 가지를 확인했다. “이 사진을 조사해도 괜찮습니까? 당신의 신원과 관련된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솔은 뜻밖이라는 듯 그를 쳐다봤다. 다른 조사관들은 늘 물건을 가져가고 이름을 비교한 뒤 결과를 통보했다. 자기 이야기를 읽어도 되는지 먼저 묻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 앞에서 말하지만 말아 주세요.” 민규는 약속했다. 그는 그녀의 신원 문제가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과 연결돼 있다고 해도, 그 사연을 공개할 권리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케스는 원본 서류를 손상시키지 않을 작은 장갑을 끼었다. 구렌은 세 사람이 내려가는 동안 종이 몇 번 울렸는지 적을 수 있도록 복도에 자를 놓았다. 지하 계단에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은 냄새였다. 젖은 종이 냄새와 말린 나무 냄새가 섞여 있었다. 학교의 오랜 시간이 그 냄새 속에 갇혀 있었다. 이솔은 첫 계단에 발을 올리자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민규는 즉시 멈췄다. 서류 하나 보겠다고 교사가 쓰러지도록 할 수 없었다. 셀레나가 복도 쪽의 마력 압력을 낮추고, 이솔은 벽에 기대 몇 분 쉬었다. “저는 여기 내려오는 게 무서워요.” 이솔이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는데 몸이 먼저 알아요.” “그러면 지금은 돌아가도 됩니다.” “아니요. 이번엔 제가 볼래요.” 그 선택을 존중하자 이솔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자신의 삶과 관련된 문을 열면서도 누군가 대신 손잡이를 돌려 주길 원하지 않는 마음이었다. 민규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손전등만 비춰 줬다. 발끝이 놓일 곳의 얼음은 구렌이 미리 긁어 냈다. 이솔은 구렌과 함께 지하 보관실로 내려갔다. 민규도 동행했지만 교실에는 셀레나와 구조대원이 남았다. 한꺼번에 움직여 목격자가 사라지면 안 됐다. 보관실은 광산에서 쓰던 철문 뒤에 있었다. 위쪽 틈으로 차가운 바람이 흘렀다. 바닥에는 폐기한 분필 상자가 쌓여 있었고, 벽면에는 다른 연도의 교육 일정표가 층층이 붙어 있었다. 그중 한 장에 현재의 이솔 사진이 있었다. 날짜는 삼십 년 전이었다. 사진 옆에 적힌 직책은 교사가 아니었다. [교습 실습생. 윤소리.] 이솔은 사진을 보는 순간 발끝을 뒤로 물렸다. “처음 보는 이름이에요.” “그럴 수 있죠.” 민규가 말했다. “사진이 같은 얼굴이라고 바로 당신 이름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케스는 다른 서류를 비교했다. 윤소리는 당시 산악 기상관측소에서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던 교습 실습생이었다. 눈사태 경보가 오던 날 분교에 올라가기로 돼 있었지만, 도중에 길이 끊겨 현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서류상의 '미출근' 표시가 이후 수십 년 동안 지워지지 않았다. “출근하지 않은 교사를 계속 찾는 장치가 있었다는 뜻인가요?” 이솔이 물었다. “아마 출근하지 않은 교사의 빈칸을 무언가가 채웠겠지요.” 케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게 누구의 이름을 빌렸는지는 더 확인해야 합니다.” 벽 한쪽에는 졸업 기념사진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사진 속 아이들은 해마다 얼굴이 달라졌지만 같은 나무 의자를 들고 있었다. 몇 해의 사진에서는 배경에 낯선 그림자가 서 있었다. 윤소리의 사진을 찍은 것과 같은 옛 필름이라면 그 그림자 역시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일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솔은 자신이 그곳에 있었다고 기억하지 못했다. 구렌은 자신이 이곳에 오기 전부터 같은 교사가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교사는 아침마다 출석부를 펼쳤지만 자기 이름은 부르지 않았다고 했다. 아이들은 그를 '선생님'이라고만 불렀다. 이름 없이 오래 남는 역할이 한 사람의 정체를 덮어 버린 것이다. 민규는 이솔이 진짜 윤소리인지, 누군가 윤소리의 얼굴을 빌려 만든 대체 인원인지 아직 판단할 수 없었다. 케스는 사진의 뒷면을 확인했다. 사진관 도장과 함께 촬영 날짜가 적혀 있었다. 그 날짜는 윤소리가 길이 끊겨 분교에 오지 못한 날보다 일주일 늦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모순이었다. 오랫동안 학교가 시간 기록을 뒤섞어 놓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날짜가 잘못됐을 가능성도 컸다. 그렇지만 누군가 아예 다른 시각의 사람을 이곳에 데려왔을 가능성도 있었다. “사진으로 사람을 확정하는 일은 나중에 합시다.” 민규가 말했다. “지금 필요한 건 사고 날에 무슨 출입 명령이 있었는지예요.” 그날의 사고 보고서에는 눈사태보다 먼저 일어난 일이 적혀 있었다. 경보망의 접속 사고로 분교의 교사 등록이 공백이 됐다는 것이었다. 당시 운영자는 외부 실습생의 미출근 기록을 임시 승인에 사용했다. 실제 사람이 현장에 왔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서류의 한 칸을 채우는 일이 눈사태에 갇힌 아이들을 구하는 일보다 먼저 처리된 셈이었다. 이솔은 창문 없는 방에서 그 보고서를 오래 읽었다. 자기가 언제부터 아이들을 가르쳤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갑자기 두려워졌다. 민규는 그녀의 눈앞에서 기록을 덮지 않았다. 보고 싶다면 볼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어떤 결론을 내릴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이솔은 서류를 다시 펼친 채 낮게 말했다. “제가 누구였든, 아이들이 오늘은 안전했으면 좋겠어요.” 보관실 맨 아래 상자에서는 편지 한 묶음이 나왔다. 윤소리가 보낸 편지였다. 그중 몇 통에는 분교 학생들이 그린 그림이 들어 있었다. 눈사태 이후에도 교습 실습생은 아이들에게 답장을 보내려 했지만, 우편은 매번 '수신인 소재 불명'이라는 도장을 찍고 돌아왔다. 민규는 우편봉투를 손가락으로 넘기다가 봉인된 종이를 발견했다. [미출근자의 근무 권한을 임시 대체자에게 부여.] 누군가 실종자를 구하려는 대신 비어 있는 업무 칸을 채우는 데 집중했던 것이다. 이솔은 오래된 편지를 읽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원래 누구인지 모르면 지금까지 아이들을 가르친 일도 가짜가 되는 건가요?” “아닙니다.” 민규가 답했다. “당신이 매일 여기서 아이들을 돌봤다는 건 우리가 직접 봤어요. 문서가 잘못됐다고 그 시간이 없어지는 건 아니죠.” 그는 자신이 정은희의 사진과 출입대장을 찾아다녔던 날들을 떠올렸다. 글로 기록된 사실은 중요했지만 기록이 사람의 전부는 아니었다. 누군가의 내일을 정하는 데 반드시 과거의 이름이 하나로 확정될 필요도 없었다. 이솔은 편지 묶음 가운데 한 장을 펼쳤다. 그 편지는 보내지지 않은 초안이었다. 윤소리가 눈사태 소식을 듣고 관측소로 보내려 했던 글이었다. ‘길이 막혀서 도착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있는 곳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 문장이 오래된 종이 위에 남아 있었다. “교사가 오지 않았다는 기록 하나로 이 사람의 마음까지 없는 일이 됐겠네요.” 이솔이 말했다. 케스는 초안이 작성된 날짜와 실제 우편 발송 날짜가 달라진 경위를 살펴보겠다고 했다. 사람은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실만으로 도움을 줄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해선 안 됐다. 중앙 장치가 지워 버린 것은 이름뿐 아니라 상황을 설명할 가능성이었다. 민규는 구렌이 창고에 쌓아 두었던 낡은 장부 한 권을 꺼냈다. 그 장부에는 난방 연료 사용량이 꼼꼼히 적혀 있었다. 눈사태가 났던 날은 연료 사용량이 평소의 두 배였고, 이후 며칠간은 손글씨가 떨려 있었다. 같은 날의 공식 출석부에는 아무 사고도 없었다. 인간의 손이 남긴 작은 오차가 오히려 상황의 진실에 가까웠다. “이 장부도 꼭 가져가야 할까요?” 구렌이 물었다. “원본은 이곳의 증거로 남겨 두고, 안전한 장소에 사본을 보내죠.” 민규가 말했다. “지금까지 살림을 맡아 온 분의 기록인데 정작 당사자 허락도 없이 가져갈 수는 없지요.” 구렌은 웃으려다가 눈시울을 붉혔다. 그동안 자신이 쓴 근무표는 누구에게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학생을 지키는 데 급급한 동안 연료와 물, 빵과 장작을 적어 온 시간은 허술한 생활의 흔적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을 살린 과정이었다. 그때 보관실 벽의 작은 환풍구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윤 선생님은 여기까지 오지 않았어요.” 어린아이의 목소리였다. 구렌은 자신도 그 목소리를 들은 적 있다고 했다. 종이 열 번째 울릴 때마다 보관실의 바람이 누군가를 부르는 것처럼 변했다는 것이다. 민규는 환풍구를 뜯어내려는 케스를 막았다. “안쪽 구조부터 확인합시다. 저쪽에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단순한 음성 전달 장치일 수도 있어요.” 철망 앞에 작은 거울을 대자 차가운 공기 사이로 연필로 쓴 글씨가 비쳤다. 거울에는 보이지 않던 글씨가 반사됐다. [출근하지 않은 사람은 결원으로 계산한다. 출근하려고 했던 사람은 어디에 기록하는가.] 이솔은 그 문장 앞에서 오래 서 있었다. 민규는 편지와 장부를 비교한 뒤 한 가지 차이를 발견했다. 장부에는 윤소리의 이름이 여덟 번 등장했고 편지에는 세 번이었다. 장부의 필체는 일정했지만 편지의 필체는 시간이 흐르며 달라졌다. 실제로 손으로 쓴 편지는 사람의 피로와 날씨까지 남기고 있었다. 그는 원본을 비닐로 싸서 보관하기 전에 이솔에게 읽고 싶은 편지를 고르게 했다. 이솔은 학생들이 그린 작은 별이 들어 있는 편지를 골랐다. 편지 속에는 오늘 본 교실 창가의 종이별과 비슷한 그림이 있었다. 그것이 우연인지 아니면 누군가 오래된 그림을 보고 따라 만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솔은 종이를 쥔 손을 천천히 폈다. “저 별을 볼 때마다 무서움이 조금 줄어들었어요. 내가 어디서 배웠는지 이제 알 것 같아요.” 구렌은 자신이 분교에 남게 된 일을 이야기했다. 원래는 광산의 시설 담당자였고, 폐쇄된 뒤에도 남은 보일러를 관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런데 겨울마다 아이들이 새로운 얼굴로 나타나며 출석부의 내용이 달라졌다. 그는 학교가 미쳤다고 생각하면서도 떠나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식사를 줘야 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어른들이 와서 제대로 고쳐 줄 줄 알았죠. 매번 다음 겨울을 기다리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민규는 그가 오래 남았다는 사실을 영웅적인 미담으로만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구렌에게는 교대 인력과 휴식이 필요했다. 누군가 희생하는 동안만 운영되는 분교는 이미 고장 난 시설과 다르지 않았다. 구렌은 처음에는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잠시 뒤 “내려가면 따뜻한 목욕부터 하고 싶다”고 조용히 말했다. 보관실 문 옆에는 오래된 근무표가 붙어 있었다. 과거의 날과 오늘의 날이 겹쳐 있었는데 그 사이에 아주 작은 공백이 있었다.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하루'. 민규는 바로 그 하루의 설비 기록을 찾기로 했다. 누군가의 얼굴보다 시스템이 비어 있는 시간을 어떻게 견뎠는지 살피는 편이 더 빠를지도 몰랐다. 밖에서는 네 번째 종이 울렸다. 누군가 교실에서 출석부를 넘기는 소리가 공기를 타고 왔다. 이솔은 더 이상 출석부의 이름 칸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교실에 남아 있었다. 민규는 그녀에게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과 셀레나가 서류를 보관하고, 구렌이 교실의 난방을 확인하는 동안 누가 아이들의 곁에 남을지 함께 정하자고 했다. 이솔은 명찰을 잠시 쥐었다가 주머니에 넣었다. “제가 돌아갈게요. 근데 제 이름을 자동으로 서명하게 두지는 않겠어요.” 지하 보관실을 나오는 계단에서 민규는 구렌의 손전등 빛을 따라 벽을 보았다. 벽돌 사이에 아이들이 연필로 적어 놓은 문장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선생님이 오지 않아도 오늘 수업은 우리가 기억한다.] 그 밑에는 세 개의 이름이 남아 있었다. 한 명은 설아, 한 명은 알 수 없는 약자로 적혀 있었고, 마지막 한 명은 지워진 흔적만 있었다. 교무실 출석부는 열두 명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학교에는 그보다 오래전부터 서로를 기다린 사람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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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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