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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23화
PAYLUA ORIGINAL · 제123화

123화. 세 번째 종에서 사라진 이름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228자

오프라인 책장
종이 한 번 울리자 칠판에서 날짜가 사라졌다. 분필 가루는 남아 있었다. 누군가 마른 천으로 지운 듯한 자국도 보였다. 하지만 '10월'이라고 적혀 있던 부분만 검게 빈 채였다. 이솔은 학생들을 자리에서 일으켰다가 곧바로 멈춰 세웠다. 출석 시간이 아닌 이동 시간에도 종이 반응하면 기록망이 이동자를 결원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민규는 교실 문턱에 분필로 두 줄을 그었다. 첫 줄은 교실 안, 둘째 줄은 복도에 그었다. “종소리가 나도 이 선을 넘어가면 안 되는 게 맞습니까?” 이솔은 잠깐 생각했다. “꼭 그런 건 아니에요. 교사 허가 없이 나가면 위험했어요.” “그럼 누가 그 허가를 내는 거죠?” “출석부가요.” 민규가 고개를 들었다. 이곳에서는 교사가 학생을 돌보는 듯 보였지만 실제 결정권은 출석부라는 물건에 있었다. 칠판이 지워진 뒤에도 수업은 이어졌다. 아이들은 종소리가 다시 울리기까지의 시간을 입을 다문 채 기다렸다. 누군가 기침이라도 하면 주변의 아이들이 겁에 질린 얼굴로 돌아보았다. 셀레나는 복도의 진동을 기록했다. 종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출석부의 특정 칸과 연결되는 신호였다. 열한 번째까지는 학생 한 명의 상태를 확인하도록 설계되어 있었고 열두 번째에는 교직원의 최종 승인을 요구했다. 문제는 장부가 누가 실제로 교실에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확인을 받은 사람부터 실제 사람으로 간주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면 대답하지 않는 게 최선 아닌가요?” 구렌이 물었다. “아뇨.” 이솔은 쓴웃음을 지었다. “오래 대답하지 않으면 불응 상태가 돼요. 그러면 가장 가까운 사람의 이름으로 빈칸을 채웁니다.” 민규는 교실에 설치된 작은 장치를 보았다. 각 책상 뒤에는 둥근 금속판이 달려 있었다. 학생이 이름을 불리면 금속판이 미세하게 울렸다. 교실 바닥 아래의 굵은 배관이 그 울림을 교무실로 옮겼다. 설비 자체만으로 사람을 지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어떤 장치가 신원을 확인한다며 사람의 반응을 수집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한편 이솔은 어린 학생들의 숨을 고르게 하려고 창가에 작은 종이별을 붙였다. 종이별이 바람에 흔들리면 학생들은 그것을 따라 천천히 숨을 쉬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장식이겠지만, 분교 아이들은 공포 때문에 숨 쉬는 법까지 잊을 때가 있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별의 움직임을 보여 주며 말없이 안정을 찾도록 도왔다. 민규는 그 모습을 보며 이솔이 출석부와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을 돌봐 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종이 아이의 이름을 가져가는 동안, 종이별은 한 아이가 자기 몸의 감각을 잃지 않게 지켜 주었다. 그러나 교사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도 보였다. 자신을 잊어버린 채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은 오래 버틸 수 없다. 그는 구렌에게 교사의 휴게 공간이 있는지 물었다. 구렌은 난로 옆 의자를 가리켰지만 그 의자에는 이솔의 교재와 다음 날 수업 준비물이 쌓여 있었다. 사실상 쉬는 자리가 아니었다. 민규는 그 물건을 치우기보다 교사에게 허락을 구해 따뜻한 차를 한 잔 놓았다. 이솔은 잠깐 앉았다가 다음 종이 울릴 시간이 되자 다시 일어섰다. 그에게는 휴식도 누군가의 결재가 필요한 일처럼 보였다. 셀레나는 각 책상 뒤의 금속판을 한꺼번에 떼어내자는 제안을 검토했지만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반응을 수집하는 판이 없어지면 출석망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사람을 계속 호출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대신 판이 전달하는 신호를 직접 읽어 출석부의 숫자와 비교했다. 열둘이라는 숫자 안에는 같은 진동이 두 번 들어 있었다. 별개의 아이 두 명을 한 명처럼 센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신호가 둘로 복제된 것으로 보였다. “이 기록은 학생 수를 세는 장치가 아닌지도 몰라요.” 셀레나가 말했다. “정해진 칸을 채우는 장치예요.” 민규는 칠판 아래에 남아 있는 분필을 집었다. '확인된 사람'이라는 글자 옆에 '비어 있는 칸'이라고 따로 적었다. 칸이 비었을 때 실제 사람이 없는지, 단지 장부가 원하는 이름이 없는지부터 나눠야 했다. 교실은 수학 문제를 풀 듯 조용해졌다. 하지만 학생들 중 누구도 그 두 문장이 왜 다르게 중요한지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자신들이 칸 때문에 위험해졌다는 것을 몸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종소리 직후 한 학생이 갑자기 일어섰다. 아이는 자신을 '스물세 번째 학생'이라고 소개하려 했다. 곁의 아이가 재빨리 입을 막았다. 이솔이 다가가 아이의 손을 잡았다. “조용히 하자. 지금은 말하면 안 되는 시간이야.”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눈물을 흘리면서도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민규는 그때야 이곳에서 침묵이 규칙이 아니라 생존 기술이 됐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사람을 보호하려고 만든 규칙이 사람의 목소리를 빼앗는 풍경은 낯설지 않았다. 그는 출석부를 달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구렌에게 교실에서 가장 오래 남아 있는 물건을 물었다. 구렌은 창가의 나무 의자를 가리켰다. 분교가 지어지기 전부터 광산 진료소에서 쓰던 의자였다. 의자 아래에는 아이들이 키를 재던 자국이 여럿 남아 있었다. 날짜와 이름은 지워졌지만 높낮이가 다른 선들은 그대로였다. “그럼 저 의자에 앉았던 아이는 출석부에서 없어져도 흔적을 남긴 거군요.” 구렌은 입술을 깨물었다. “내 손으로 지웠던 이름도 있습니다. 아이가 사라지면 다들 무서워하니까, 빈자리를 없애려고 의자를 창고로 옮겼죠.” 민규는 그에게 잘잘못을 묻기 전에 지금 남은 흔적을 보존하자고 했다. 작은 줄자를 가져와 의자의 높이 자국을 측정했다. 셀레나가 각 선의 사진을 찍었다. 이솔은 지난해 수업 시간에 그 의자에 앉았던 아이가 붉은 목도리를 좋아했다고 기억했다. 누가 이름을 못 떠올려도 목도리의 빨간 털실은 사진 속에 남아 있었다. 민규는 금속판 하나를 시험하려 했다. 하지만 학생을 앉혀서 시험하는 방법은 쓸 수 없었다. 그는 교실의 빈 의자 위에 자기 공구함을 올려놓았다. 의자가 진동하고 출석부에 임시 표시가 들어왔다. [미등록 탑승자.] 공구함은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셀레나가 자석을 이용해 진동을 바꾸자 이번에는 [교사 권한 미확인.]이라는 문장이 나타났다. “이건 몸이 아니라 반응 패턴을 읽어요.” “그럼 사람을 숫자로 바꾸는 일을 기계가 하는 게 아니군요. 누군가 정해 놓은 양식으로 사람을 부르고 있어요.” 케스는 장부의 서명칸을 살폈다. 모든 기록에 같은 날인이 찍혀 있었지만 그 날인의 가운데에는 작은 구멍이 있었다. 누군가 서명한 것이 아니라 장치를 돌릴 때마다 도장이 찍힌 듯했다. 이솔이 자신의 명찰을 꺼내자 그 구멍과 모양이 맞았다. 명찰은 이름표가 아니라 반복 서명용 열쇠였을 수도 있었다. “명찰을 벗어 놓으면 끝날까요?” 이솔이 말했다. “위험이 당신을 따라오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민규는 목소리를 낮췄다. “아이들이 당신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하고 기계가 당신을 붙잡고 있다는 사실은 다릅니다. 한쪽을 이유로 다른 쪽을 참을 필요는 없어요.” 교사는 수첩을 뒤집어 보았다. 밤마다 몰래 적은 메모가 있었다. '오늘은 세 번 이름을 불렀다', '한 아이가 기억나지 않는다', '구렌이 빵을 하나 더 만들었다'. 출석부에서는 지워졌지만 교사의 개인 기록에는 사라진 사람의 흔적이 계속 쌓였다. 이솔은 그것이 거짓 기억일까 봐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았다고 했다. 민규는 그 기록에 중요한 단서가 많다고 말하면서도 전부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실종 사고를 규명하는 데 필요한 날짜와 위치만 확인하고, 아이들의 사적인 이야기는 보호하는 게 맞았다. 학생 한 명이 친구에게 남긴 고백까지 기계가 읽어서는 안 됐다. 케스는 아이들 기록의 열람 권한을 분리하는 임시 봉인을 준비했다. 잠시 교실 창에서 먼 산의 햇빛이 번쩍였다. 아이들은 그 빛을 보고 눈사람을 만들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종소리만 없었다면 너무도 평범한 오후였다. 민규는 아이들이 앞으로도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구조의 성공을 숫자로만 기록하면 이 순간의 의미를 놓칠 것이었다. 세 번째 종이 울리기 직전, 학생 설아가 복도 끝에서 나타났다. 그는 경비실 창문으로 말을 걸었던 아이였다. 하지만 민규를 보고도 반가워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오면 자동으로 한 사람이 나간다는 말이 사실인지 걱정하는 얼굴이었다. “아저씨가 오셨으니까 한 명 더 없어지는 거예요?” “그건 우리가 막아야 할 일이야.”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했어요.” 민규는 대답을 서두르지 않았다. 오래전 이곳에 왔다가 학생 하나를 데려간 사람의 일을 자신이 대신 변명할 수 없었다. 대신 바닥의 두 줄 사이에 설아가 서도 안전한지, 실험하려면 누구의 동의가 필요한지 물었다. 설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교실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다른 아이들은 그 선택을 조용히 기다렸다. 세 번째 종이 울렸다. 금속판 하나가 반짝이고 설아가 있던 자리의 책상 이름표가 투명해졌다. 아이는 여전히 그곳에 서 있었다. 그런데 곁의 학생이 설아를 보고 낯선 사람을 본 듯 물러섰다. “누구세요?” 설아는 얼굴이 새하얘졌다. 바로 옆 친구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 이솔이 친구를 붙잡고 무언가를 설명하려 했지만 그 역시 설아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못했다. 민규는 손바닥에 미리 쓴 쪽지를 들어 보였다. [이 아이는 지금 여기에 서 있다. 우리가 직접 봤다.] 셀레나는 교실 바깥 장치의 시간을 기록했고 구렌은 학생 수를 다시 셌다. 숫자는 그대로였다. 그러나 한 아이를 부르는 목소리만 사라지고 있었다. 민규가 교실의 금속판을 바라봤다. 한 장의 작은 사진에서 반짝이던 붉은 목도리, 창가 의자의 키 자국, 지금 여기 있는 설아. 출석부에는 없지만 사람의 흔적은 분명 존재했다. 그는 모두에게 눈앞에 있는 사실을 하나씩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름은 빼고, 판단도 빼고. “파란 외투를 입은 선생님이 서 있어요.” “창가에 짧은 머리 아이가 있어요.” “그 아이는 아까 나한테 연필을 빌려 줬어요.” 말들이 이어지자 투명해진 이름표에 희미한 잉크가 돌아왔다. 설아의 친구가 갑자기 숨을 들이마셨다. “내 연필을 빌려 준 건…” 아이는 이름을 말하려다 입을 막았다. 민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이름보다 관계를 붙잡는 편이 안전했다. 이솔은 설아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는 이름을 부르지 않은 채 “연필을 잘 빌려 줬구나”라고 말했다. 설아는 눈물이 나는 것을 참으려는 듯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출석부가 이름을 훔쳐 가도 자신이 한 일까지 훔쳐 갈 수는 없다는 사실이 작은 위로가 됐다. 그러나 옆 친구의 기억은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친구는 자꾸 설아를 낯설게 바라보다가, 연필을 빌려 줬다는 사실을 듣고 다시 가까이 다가왔다. 둘의 관계가 자동으로 복구되지 않는다는 점을 민규는 기록했다. 잘못된 기록을 수정한다고 사람의 마음이 즉시 원상복구되지는 않는다. 그는 친구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지 않았고 설아에게 이해하라고도 강요하지 않았다. 단지 두 사람이 함께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구렌은 교실 뒤쪽에 남겨 둔 남은 빵 한 조각을 가져왔다. 설아와 친구가 나눠 먹었다. 주변 아이들도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했다. 서로가 누구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무엇을 좋아하는지, 오늘은 배가 고픈지 같은 질문은 가능했다. 민규는 그런 구체적인 대화가 위기에 빠진 기록망에 더 큰 혼란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기계는 학생 한 명을 빈칸으로 만들려 했지만 교실 전체가 그 사람과 맺은 연결을 새로 만들어 내고 있었다. 셀레나는 그때 기록된 마력 그래프를 출력했다. 놀랍게도 사람들의 증언이 늘수록 금속판의 진동이 일정하게 돌아왔다. 이것이 안전한 해결책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단지 출석망이 혼자 결정하지 못하는 순간이 생긴다는 뜻이었다. 그 틈을 이용하면 교무실의 자동 지정 절차를 늦출 수 있을지도 몰랐다. 민규는 시간과 대피 인원 확인을 묶어 다음 계획을 세웠다. “증언은 아이들한테 맡기지 맙시다. 우리가 구조용 기록을 준비하죠. 아이들이 기억을 증명하느라 또 위험해질 필요는 없어요.” 이솔은 처음으로 민규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는 그동안 학생들이 서로를 잊지 않게 하려면 끊임없이 기억을 말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아이들이 지치고 겁에 질려도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어른들이 대신 안전한 근거를 모으겠다는 말을 들으니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그동안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맡겼다는 사실이 아팠다. 교무실 쪽에서 기계가 거칠게 도는 소리가 들렸다. 출석부가 처음으로 다른 문장을 내보냈다. [대체 확인 실패. 증언이 출석보다 우선함. 외부 감시자 발견.] 다음 종이 울리기까지 남은 시간은 네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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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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