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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22화
PAYLUA ORIGINAL · 제122화

122화. 열셋째 책상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451자

오프라인 책장
흰등성이로 가는 길은 지도에서 끝난 뒤에도 두 시간이나 더 이어졌다. 승합차가 마지막 마을을 지나자 포장도로가 끊기고 오래된 광산 운반로가 나타났다. 계곡 아래에는 빙점에 가까운 물이 검은 바위 사이로 흘렀다. 산 위에는 햇빛이 있었지만 길의 그늘은 이미 겨울이었다. 민규는 고도가 높아질 때마다 차량의 타이어 상태와 브레이크 온도를 확인했다. 마법을 잘 아는 사람은 동승했지만 미끄러운 노면을 대신 멈춰 주는 마법은 없었다. 케스가 현지 구조대장으로부터 받은 통지서를 펼쳤다. “정식 출동이 어렵답니다. 해당 분교는 폐쇄된 시설이고, 지난 십 년간 주민 신고가 없어서요.” “그럼 연락은 받았다는 말이네요.” 민규는 지도를 펼쳤다. “이 길이 막히면 내려올 경로는요?” 산악 구조대원 가온이 차창 밖을 가리켰다. 옛 삭도선이 계곡을 가로질렀다. 철탑은 군데군데 녹슬어 있었고 케이블은 눈 속으로 사라졌다. 지금 사람을 태우면 안 되는 시설이었다. 가온은 두 번째 길로 능선의 기상관측소를 지나는 보행로를 알려 주었다. 좁고 느렸지만 바람이 약한 시간에는 이용할 수 있었다. 민규는 그 길에 표시를 남겼다. [들어가는 길과 나오는 길을 따로 계산할 것.] 차는 눈 아래까지 가고, 그다음에는 걸어야 했다. 그가 가온에게 반드시 지켜 달라고 부탁한 조건은 구조팀이 분교의 출입 기록에 이름을 입력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유를 듣자 가온은 눈썹을 찌푸렸지만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현장에서 쓰는 고유 호출 부호를 정하자고 제안했다. 사람의 이름 대신 A조, B조, 현장1과 같은 부호를 쓰되, 구조 종료 후에는 각자의 실제 인원 확인을 따로 하자는 약속이었다. 분교의 건물은 세 동이었다. 교사와 기숙사, 급식동이 눈 사이에 낮게 엎드려 있었다. 운동장 끝에 종탑이 하나 있었다. 그곳에는 실제 종 대신 열두 개의 작은 쇠판이 걸려 있었다. 바람이 세게 불 때마다 쇠판은 서로 부딪힐 듯 흔들렸다. 그런데 소리는 나지 않았다. 셀레나가 마력을 측정하자 쇠판의 진동은 교사 내부에서만 소리로 바뀌고 있었다. 물리적인 쇳소리가 아니라 출석 의식에 묶인 신호였다. “학교 안에서 듣는 종과 밖에서 듣는 종이 다르군요.” 셀레나가 속삭였다. 현관에는 관리인 구렌이 기다리고 있었다. 몸집이 작고 굳은 손을 가진 노인이었다. 그는 경비원 배지를 보더니 입술을 다물었다. “또 본부에서 왔습니까? 그쪽 사람들은 처음엔 종을 끊어 준다고 했어요. 그리고 아이 하나를 문 밖으로 보내더니 돌아오지 않았지요.” “본부의 임무가 아닙니다.” 케스가 먼저 말했다. “우리는 여기서 실제로 확인한 일만 보고하러 왔습니다.” 구렌은 쉽게 믿지 않았다. 민규는 신분증을 내밀되 구렌에게 무작정 찍으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들이 가져온 산악 구조대 연락처와 현장 외부의 대기 차량 위치를 알려 줬다. 구렌은 밖의 가온에게 무전으로 연락하고서야 쇠문을 열었다. 믿음은 서류 한 장이 아니라 확인할 수 있는 연락으로 생기는 것이었다. 구렌은 먼저 방문자에게 교칙을 내밀었다. 종이에는 아이들 글씨로 고친 흔적이 수없이 남아 있었다. '출석을 부르지 않을 때에는 서로를 이름으로 부를 수 있다'는 조항 옆에는 '너무 크게 부르지 않기'라고 적혀 있었고, '대피 시간에는 교사의 지시를 따른다'는 문장 옆에는 작은 글씨로 '교사가 안 보일 때에는 구렌 아저씨에게 물어보기'라고 덧붙여져 있었다. “저희가 바꿨습니다.” 구렌이 말했다. “원래 규칙대로 하다가 여러 번 위험한 일이 생겨서요.” 민규는 아이들이 규칙을 고쳐 썼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보았다. 교칙이 종이 위에만 존재했다면 아이들은 오래전부터 살 방법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규칙을 없애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어떤 조항이 실제로 도움이 되었는지 먼저 듣기로 했다. 분교의 급식실에서는 한 아이가 새벽에 반죽한 빵 냄새가 났다. 구렌은 하루 세 번 식사를 준비했고 작게 자란 감자와 말린 과일을 아껴 썼다.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바깥에서 물자를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창고의 통조림은 날짜별로 정리돼 있었다. 민규는 창고 문에 걸린 재고표를 보다가 이상한 칸을 발견했다. 빵 수량은 매일 한 개씩 남는데 학생 수는 줄어들어 있었다. 누군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빵을 한 개 더 굽고 있었다. “누구 몫인지 모르겠어요.” 구렌은 어깨를 움츠렸다. “그래도 남겨 두면 밤새 사라져요. 쥐가 먹는지는 모르죠.” 민규는 남은 빵의 사진을 찍고 무게를 기록했다. 분교에 숨어 있는 추가 인원이 있을 수 있었고, 단지 구렌의 습관일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지금 여기서 '유령의 식사'라고 부를 필요는 없었다. 빵 한 개가 누구의 것이었는지 모르는 상태를 그대로 남기는 편이 더 정확했다. 복도 끝의 손 씻는 곳에는 각기 다른 높이의 고리가 달려 있었다. 그중 하나는 아이 키보다 훨씬 낮았다. 구렌은 허리를 숙여 오래된 수건을 떼어 냈다. “작은 애가 있었거든요. 이름이…” 그는 입을 다문 채 수건을 쥐었다. 그의 눈에 짧은 당혹감이 떠올랐다. 기억이 흐릿해서가 아니라 생각을 막는 무언가가 있다는 표정이었다. 민규는 질문을 바꿨다. “그 아이는 물을 좋아했나요, 싫어했나요?” “싫어했지. 손을 씻을 때마다 소리를 질러서 내가 따뜻한 물을 꼭 준비했어요.” “그럼 그 아이는 적어도 여기에 있었던 거네요.” 구렌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작은 손을 씻겨 준 기억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는 수건을 빨아 다시 걸었다. 아이가 돌아오더라도 깨끗한 수건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학교 내부는 의외로 따뜻했다. 보일러가 오래된 파이프를 두드렸고 창가에는 학생들이 접은 종이별이 걸려 있었다. 낯선 공포의 장소라기보다 작은 시골 학교였다. 복도 끝에서 두 아이가 다투고 있었다. 한 명은 굽은 자를 펴려 했고 다른 한 명은 그 자에 그려진 그림이 자기 것이라고 우겼다. 민규가 다가가자 아이들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저 사람은 출석부 안 보고 다니는 분이래.” 더 큰 아이가 작게 말했다. 그 말이 퍼지는 속도는 어른들의 설명보다 빨랐다. 아이들은 복도 양쪽으로 비켜섰다. 어떤 아이는 그의 손을 보았다. 펜을 들고 있는지 살피는 것 같았다. 민규는 수첩을 주머니에 넣고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오늘은 누구 이름도 부르지 않을 거야. 안전한 자리만 확인하러 왔어.” 교실 벽에는 서로 다른 계절의 그림이 붙어 있었다. 봄에는 눈이 녹아 계곡물이 불어나는 풍경, 여름에는 광산 아래에서 풀을 뜯는 양 떼, 가을에는 말린 과일과 장작 더미, 겨울에는 종탑과 하얀 운동장. 하지만 마지막 겨울 그림만은 두 장이었다. 한 장에는 열두 명의 작은 사람이 있었고 다른 장에는 사람 없이 책상 열세 개가 그려져 있었다. 셀레나는 그림을 그린 날짜를 찾았다. 대부분은 출석부에서 지워진 날짜와 겹쳤다. 종이 위의 작은 필체는 지워지지 않았다. 교실 뒤 창문의 먼지에도 비슷한 숫자가 적혀 있었다. 학생들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못할 때 숫자를 조용히 적어 뒀다. 열둘, 열셋, 열둘, 열하나. 그것은 자꾸 틀리는 출석부를 견디기 위해 만든 비밀 기록이었다. “너희가 직접 세었니?” 셀레나가 물었다. 아이 하나가 입을 열었다가 이솔의 눈치를 봤다. 이솔은 교실 벽의 시계를 확인하고 말했다. “지금은 대답해도 괜찮아요.” 그러자 아이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마다 친구를 세요. 일어나면 한 명이 없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밥그릇은 그대로 있어요.” 다른 아이는 침대 아래에 그림을 숨겼다고 말했다. 누군가 사라질 때마다 그 사람이 좋아한 색을 하나씩 칠해 두었다. 제일 최근에는 초록색을 좋아하는 친구의 자리가 비었지만 그 친구가 어떤 말을 했는지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민규는 학생들의 은밀한 기록이 부정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버리지 않았다. 공식 출석부와 다른 독립된 관찰 자료로 보존하기로 했다. 이솔은 책상 열세 개를 세는 일부터 막으려 했다. “숫자가 늘어나면 중앙이 누군가를 데려가요.” 민규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럼 숫자를 모르는 척해야 한다는 건가요?” “살려면 그럴 때도 있어요.”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이솔은 그동안 자기 힘으로 아이들을 지켜 왔다. 이름을 숨기고, 숫자를 맞추고, 때로는 눈앞의 빈자리를 없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말이다. 민규는 그녀의 선택을 쉽게 비난할 수 없었다. 다만 이제 다른 방법을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더 이상 교사가 혼자 아이들의 안전을 감당하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이솔의 표정이 잠깐 무너졌다. 그는 손을 모았다 폈다. “그 말을 듣고 싶었나 봐요. 근데 믿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민규는 믿으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자기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과 아직 못 하는 일을 분명하게 나눠 설명했다. 종을 멈추는 법은 찾는 중이었고, 대피로는 점검해야 했으며, 적어도 아이들을 강제로 출석시키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교실에는 책상이 열세 개였다. 출석부에는 열두 명이 적혀 있었다. 구렌이 나름의 방법으로 아이들을 세자 열한 명이었다. 민규는 바로 숫자를 확정하지 않았다. 교실 밖 기숙사와 의료실에 아이가 남았을 수 있었다. 출석부가 거짓말을 하는 상황에서는 눈앞의 인원도 위치와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었다. 파란 외투의 교사 이솔이 교탁 앞에 섰다. 영상에서 본 여자였다. 실제로 마주 보니 스무 살 후반쯤으로 보였지만 피곤한 기색이 짙었다. 그는 낯선 사람을 보자 안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들이 듣지 못하도록 복도 쪽으로 민규를 이끌었다. “종이 울릴 때 교무실의 출석 장부를 열지 마세요. 그러면 학생을 보호하는 대신 교사를 찾기 시작해요.” “이미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이솔은 손에 든 쪽지를 보여 줬다. 한쪽에는 자신의 이름이, 다른 한쪽에는 '비상 교원 배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름 아래에는 일곱 번이나 고친 흔적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수정 시각은 오늘 밤이었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각이었다. “제 이름이 출석부에서 지워지면 아이들이 살아남는다고 해요. 하지만 한번 지워진 이름은 다시 올리지 못해요.” 민규는 교실 창을 살폈다. 환기구 너머로 오래된 통풍관이 지나고 있었다. 출석 종의 파동은 천장을 타고 교실마다 전달됐다. 종탑만 멈춰서는 해결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는 보일러실과 종탑, 교무실의 설비도부터 요청했다. 이솔은 그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지금 사람 한 명이 없어질지도 모르는데 배관부터 보시겠다고요?” “사람이 없어지는 원인이 배관일 가능성까지 봐야 하니까요. 그리고 먼저 안 없어지게 할 방법도 찾아야죠.” 가온은 각 건물의 출입문을 돌아보고 간단한 위험도를 표시했다. 교사는 따뜻하지만 창문 하나의 경첩이 흔들렸고, 급식동은 밖으로 나가는 문이 두 개라 피난처로 적당했다. 기숙사는 눈이 지붕에 너무 쌓여 장시간 대기하기 어려웠다. 그는 당장 대피하겠다는 말 대신 어떤 문을 먼저 열어야 하는지부터 논의했다. 민규는 인원판을 세 칸으로 나눴다. 확인된 사람, 위치만 확인된 사람, 행방을 확인해야 하는 사람. 두 번째 칸에는 교실 밖에서 움직이는 관리인과 교사도 넣었다. 아이들만 세고 어른을 잊어버리면 또 다른 결원이 생긴다. 그리고 세 번째 칸에는 누구도 이름을 쓰지 않았다. 아직 누가 없는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몇몇 아이는 이름이 불리지 않는 상황이 오히려 어색한 듯했다. 분교에서는 이름을 숨겨야 하지만 출석이 필요할 때는 또 이름을 말해야 했다. 그 모순 속에서 아이들은 매번 자신이 옳은 행동을 했는지 불안해했다. 민규는 손을 들거나 종이에 표시하는 방식으로 서로에게 안전 신호를 보내는 방법을 알려 줬다. 단순히 입을 다물라는 지시가 아니라 말할 수 없는 동안에도 도움을 청할 방법이 필요했다. 이솔은 주머니에서 작은 자를 꺼냈다. 자에는 손톱으로 판 눈금이 열한 개 있었다. 종이 울릴 때마다 새로운 눈금을 긁어 넣었다고 했다. 그런데 자의 뒤편에 지워지지 않는 열두 번째 눈금이 있었다. “처음부터 열두 개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요. 다만 어제 갑자기 나타난 건 아니에요.” 민규는 그 자를 빌리지 않았다. 이솔에게 손에 쥐고 있도록 하고, 사진만 찍었다. 누군가 오래 붙잡고 살아온 물건을 조사라는 이유로 빼앗고 싶지 않았다. 사진 속 마지막 눈금에는 다른 눈금과 달리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구렌이 오래전 그 구멍에 실을 묶어 아이들이 도망칠 때 길을 찾도록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종이 단지 출석만을 위한 장치가 아닐 수 있다는 실마리였다. 그때 교실 뒤쪽에서 아이 하나가 손을 들었다. 이름을 부르지 말라고 하자 아이는 손짓만 했다. 책상 아래에서 쪽지를 내밀었다. 종이가 까맣게 그을린 가장자리에는 초록 잉크로 두 단어가 적혀 있었다. [열셋째 자리.] “저 자리는 비어 있는데요.” 민규가 조용히 물었다.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원래는 안 비었어요. 다들 잊어서 그렇지.” 그 말이 끝나자 교실 천장 어딘가에서 작은 금속음이 났다. 첫 번째 종이 울렸다. 학생들은 숙달된 사람들처럼 동시에 자신의 입을 가렸다. 구렌은 시계를 봤다. 어제보다 종이 울리는 시간이 열다섯 분 빨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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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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