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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21화
PAYLUA ORIGINAL · 제121화

121화. 창문 너머의 열한 번째 종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640자

오프라인 책장
경비실 창문 너머에서 눈이 내렸다. 창틀은 따뜻했다. 바깥 운동장에는 늦가을 바람이 낙엽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유리의 안쪽 절반에는 하얀 서리가 끼어 있었다. 같은 창에 두 계절이 겹쳐 있는 광경을 본 민규는 놀라 손을 내밀었다가 그만두었다. 여태껏 낯선 마법 장치에 손을 댔다가 좋은 일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 “셀레나, 창문에 비친 학교 위치부터 찾읍시다. 얼굴은 찍지 말고 배경만.” 그는 휴대용 카메라를 창틀에서 두 걸음 떨어진 책상에 고정했다. 셀레나는 유리 아래에 절연판을 깔고 마력량을 쟀다. 창문은 통로가 아니었다. 적어도 아직은. 반대편에서 날려 온 눈이 실제 경비실 바닥에 닿는 일도 없었다. 그러나 음성은 들렸다. “열한 번 쳤어요. 다음엔 선생님이에요.” 목소리는 가늘었지만 문장 끝이 흔들리지 않았다. 이건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가 이미 너무 오래 설명을 반복했을 때 나오는 말투였다. “이름이 뭐니?” 민규가 물었다. “설아예요. 엄마가 지어 줬어요. 학교에선 그 이름을 부르면 안 된대요.” “그럼 내가 네 이름을 불러도 위험하니?” 침묵이 흘렀다. 저편의 아이가 누군가를 살피는 듯했다. “여기선 출석 시간이 아니면 괜찮아요. 하지만 종소리가 나면 부르지 마세요. 제가 대답하면 저 자리가 빈자리가 된대요.” 민규는 수첩 맨 위에 크게 적었다. [출석 시간에 신원 호명 금지. 당사자 진술. 검증 전 전원 적용.] 원인을 몰라도 당장 피할 수 있는 위험은 피해야 했다. 상대가 사라지는 마법이 아니라 발신자를 속이려는 장치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래도 아이 이름을 소리 내지 않는 데 드는 비용은 없었다. 책상 위의 오래된 유선전화가 마른 벌레 소리처럼 울렸다. 발신번호도, 연결된 통신선도 없었다. 창문을 따라 흐르는 마력이 전화기 속 낡은 코일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민규가 수화기를 들자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담당자를 지정해 주시면 즉시 문제를 종결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장이 어디죠? 실내에 사람이 몇 명 있습니까?” “담당자 지정 이후 확인 가능합니다.” “확인도 안 하고 담당자를 지정하란 말은 못 듣겠습니다.” 민규가 수화기를 내려놓자 이번에는 종소리 없이 정적만 흘렀다. 셀레나는 통화 신호의 출처가 유리창의 눈 풍경과 같다고 확인했다. 마치 아이의 도움 요청 바로 옆에 사무적인 자동 응답기가 놓여 있는 듯했다. 그는 두 소리가 하나의 발신자에서 나왔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자동 안내가 구조를 가장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민규는 카메라에 찍힌 프레임을 세 장 뽑았다. 첫 프레임에서는 설아 뒤에 학생 아홉이 보였다. 두 번째에는 열한 명. 세 번째에는 빈 책상을 포함해 열두 자리였다. 셀레나가 프레임 사이를 비교하자 아이들의 위치는 조금씩 달랐지만 눈발의 모양은 같았다. 정상적인 영상이라면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었다. 영상 일부가 반복되고, 그 반복 위에 현재의 음성만 얹혀 있을 가능성이 생겼다. “지금 보고 있는 장면이 실시간인지부터 불분명하네요.” “소리는 현재일 수 있지요. 우선 아이한테 눈앞에 있는 사실을 물어봅시다.” 그는 이름 대신 색을 이용했다. “지금 네 왼편 창틀에 빨간색이 있니?” 설아가 “없어요, 파란색이에요”라고 답하자 셀레나는 직전 영상에 있던 빨간 커튼을 가리켰다. 서로 다른 시각의 화면이 섞여 있었다. 민규는 덕분에 더 신중해졌다. 유리에 보이는 계단으로 바로 달려갈 수 있었다 해도 그것이 지금의 계단이라고 보장할 길이 없었다. 아이에게 자신이 무슨 색 외투를 입었는지 물으려다 그는 말을 멈췄다. 관찰당하는 사람이 어디에 서 있는지, 어떤 옷을 입었는지는 위험한 이에게도 전달될 수 있었다. 그는 대신 아이에게 지금 듣는 소리가 교실 안에서 나는지 바깥에서 나는지만 물었다. “두 군데서 나요. 발밑하고 머리 위요.” 설아의 대답에 셀레나가 메모했다. 종소리가 건물의 배관을 타고 전달된다는 단서였다. 어린 목소리의 뒤편에서 책상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 다른 아이가 누군가에게 “이번에는 네 차례가 아니야”라고 속삭였다. 상대편 아이는 분명 자신의 차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민규는 수화기의 자동 안내보다 그 작은 속삭임을 중요한 증거로 보았다. 아무도 결재를 요구하지 않았고, 누가 책임질지도 묻지 않았다. 그저 친구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말이었다. 카메라 화면을 키운 셀레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산 능선이 특이해요. 왼쪽에 세 갈래로 갈라진 바위가 있어요. 한서령 씨에게 보내 볼게요.” 잠시 뒤 시계공 한서령의 답이 도착했다. 사진에 나온 곳은 북쪽 고산지대의 흰등성이였다. 버려진 기상관측소 위쪽에, 옛 광산 노동자들의 자녀를 위해 만든 작은 분교가 있었다. 기상 관측표에는 '흰등성이 분교'라고 적혔지만 정식 학교 목록에는 오래전부터 빠져 있었다. “분교라면 중앙 목록의 열한 시설 중 하나일까요?” 케스가 물었다. “목록에 없다는 말을 듣고 출동을 접을 순 없지요.” 민규가 답했다. “여기서 먼저 저 아이가 실제로 그곳에 있는지 확인합시다.” 셀레나는 마력의 흔적을 따라 창문에 나타난 영상의 주기를 기록했다. 영상은 종이 울리기 칠 분 전에 생겼고, 종이 울린 뒤에는 끊겼다. 열한 번째 종이라는 아이의 말도 이상했다. 보통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그렇게 많이 울 이유가 없었다. 바르트는 옛 설비도를 뒤졌다. 흰등성이 분교에는 난방을 끊지 않기 위해 설치한 기계식 경보종 열두 개가 있었다. 최초 설계에서 열한 개는 각 건물의 상태를 알리고, 마지막 한 개는 모두 대피했다는 것을 확인하는 종이었다. “그렇다면 열두 번째는 누구를 지우는 종이 아니라 대피 완료를 알리는 종이어야 합니다.” “원래 설계가 그렇다는 거지.” 바르트가 나지막이 말했다. “우리가 이미 배운 게 있잖아. 누군가 글자 몇 개만 바꿔도 기계의 뜻이 정반대가 된다는 거.” 케스는 흰등성이와 관련된 오래된 행정 기록을 찾았다. 놀랍게도 그곳에는 ‘분교 폐지’라는 문서도, ‘분교 설립’이라는 문서도 없었다. 광산 사업자가 기상관측소 부속 교육실을 지원했다는 기록만 남아 있었다. 학교라면 있어야 할 졸업자 명부가 없고, 관측소라면 있어야 할 설비 점검표가 비어 있었다. 누군가 하나의 건물에 역할을 겹쳐 붙인 뒤 가장 불편한 항목을 지운 것 같았다. “이곳은 교육 기관으로도, 긴급 대피소로도 정식 관리되지 않았습니다.” 케스가 말했다. “이러면 사고가 생겨도 누가 출동해야 하는지 다툼부터 벌어지겠죠.” 민규는 예전에 지하 창고에서 발견한 표를 떠올렸다. 보관 창고였다는 이유로 사람을 보관 물품처럼 셌고, 피난 시설이었다는 이유로 사람의 이동을 통제했다. 기능이 잘못 붙으면 사람의 위치도 함께 잘못 결정됐다. 흰등성이가 그런 곳이라면 단순히 종만 끊어서는 달라질 것이 없었다. 한서령은 산 아래에서 쓰던 구식 시계 사진을 보냈다. 분교 종탑의 쇠판에는 시계의 태엽축과 같은 나사 자국이 있었다. 원래 열두 개의 쇠판은 시간을 알려 주기보다 시설별 위험을 순서대로 표시하는 물건이었다. 마지막 경보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붙어 있었다. [전 인원 확인이 끝나지 않은 경우, 완료 신호를 내지 않는다.] 민규는 그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작동 원칙이 분명했다. 완료를 위해 사람 하나를 끼워 넣는 게 아니라, 확인할 때까지 완료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은희가 그 말을 듣고 의료용 보온팩 몇 개를 더 꺼냈다. “마법으로 출석을 잡아 놓고 난방이라도 끊어 놓으면 아이들이 버티기 어렵겠구나.” “그래서 두 갈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마법 장치를 조사하는 팀과 실제 난방·대피를 챙기는 팀.” 민규가 출동 인원을 정하는 동안 오르반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르반은 자신도 동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내 대피 절차를 수정하는 일이 남아 있었고, 원점 장치가 다시 출근 권한을 강제로 건드릴 수도 있었다. 민규는 그에게 제7시설을 지켜 달라고 부탁했다. 과거 잘못을 바로잡는 방법이 반드시 먼 곳에서 영웅처럼 싸우는 것은 아니었다. 남아 있는 사람의 안전을 꾸준히 확인하는 일도 필요했다. 그때 루카가 새로운 메모를 건넸다. [우리 학교에서 내가 사라질 때 아무도 소리치지 않았다. 친구들은 나를 잊어서가 아니라 소리치면 자기들도 사라질까 봐 무서웠다.] 민규는 그 글을 곱게 접었다. 분교의 학생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구조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영상 속에서 눈보라가 잠깐 잦아들었다. 운동장 가장자리에 교사 하나가 나타났다. 짙은 파란 외투를 입은 젊은 여자였다. 그는 빈 책상 앞에 서서 출석부를 펼쳤다. 아이들이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여자는 종이 앞에 한 손을 들었다가 멈추었다. 그리고 카메라가 있는 쪽을 똑바로 바라봤다. “밖에서 듣고 있다면,” 여자가 말했다. “어떤 학생도 이쪽으로 보내지 마세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람이 아니라 시간을 멈출 방법입니다.” 그 순간 창문이 새까매졌다. 화면에는 다른 문장이 떠올랐다. [임시 결원 해소 절차. 외부 인원 접수 가능.] 민규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상대편의 교사는 사람을 오지 말라고 했고, 창문은 오라고 했다. 어느 쪽 말에 신뢰를 둘지 분명했다. 그는 한서령에게 기상 상황과 도로 폐쇄 여부를, 케스에게 현지 구조 당국 연락망을, 바르트에게 분교의 설비도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셀레나에게는 창문을 차폐하고 원본 영상을 별도로 보관하게 했다. 루카가 책상 가까이 다가왔다. “형, 나도 갈래요. 빈자리가 어떤 건지 알아요.” “네가 겪은 일이 도움이 될 수도 있어. 하지만 여기선 네가 직접 들어가야 한다고 결정할 이유가 아직 없어.” 루카는 불만스러운 얼굴을 했다. 민규는 그에게 설아가 한 말을 그대로 적어 달라고 부탁했다. 들은 사람의 기억이 달라지는 경우에 대비해 독립된 기록이 필요했다. 루카는 한참 펜을 굴리다가 작은 글씨로 썼다. [엄마가 지어 준 이름.] 그리고 한 줄을 덧붙였다. [그 이름을 잊지 않게 해야 한다.] 정은희는 출동 목록 옆에 약품과 보온 장비 목록을 붙였다. “우리가 사람을 꺼낼 수 있어도 눈길에서 저체온증에 걸리면 소용없다.” 민규는 어머니의 말이 반가웠다. 위험의 정체가 마법인 듯 보여도 현장에선 물, 추위, 무너진 계단 같은 것들이 먼저 사람을 다치게 했다. 그는 근무복 안에 두꺼운 내의를 입고 대피용 손전등의 건전지를 교체했다. 작은 공구함에는 절연 장갑, 분필, 종이 끈, 잠금장치 파손을 피할 얇은 쐐기를 넣었다. 출발 직전의 경비실에는 이상하게도 평범한 잡음이 많았다. 주전자의 물이 끓고, 사다리차가 운동장 밖으로 지나가고, 누군가 건의함에 고장 신고를 넣었다. 민규는 그 신고를 읽었다. 기숙사 남쪽 복도에서 비가 오면 물이 샌다는 것이었다. 그는 당장 갈 수 없으므로 다른 경비원에게 접수 상태를 알리고 점검 날짜를 잡았다. 멀리서 온 초자연적인 위험 때문에 지금 눈앞의 작은 위험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은희는 아들의 외투 깃을 바로 세워 주었다. 어린 시절에도 민규는 남의 고장 난 장난감을 고치겠다고 손잡이를 뜯어 놓곤 했다. 그때마다 은희는 먼저 안에 건전지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라고 가르쳤다. 지금은 그 습관이 낯선 마법학교를 조사하는 데 쓰이고 있었다. “이번엔 엄마를 찾으러 가는 게 아니야.” 은희가 말했다. “다른 아이들을 찾으러 가는 거지.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해.” “알아요. 엄마가 이제 곁에 있어서 다행이에요.” 은희는 그 짧은 말을 들은 뒤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삼십 년을 건너 돌아온 사람에게는 평범한 인사가 낯선 기적처럼 들렸다. 그는 아들의 공구함에 작은 수첩을 한 권 넣어 주었다. 첫 장에는 '잘 모르겠다고 말해도 된다'라고 적혀 있었다. 어린 민규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 듣지 못했던 말을 이제라도 돌려주고 싶었다. 셀레나는 창문의 소리를 실시간으로 듣되 자동 응답을 따라가지 않도록 마력 필터를 설치했다. 케스는 현지 당국과 출동 권한을 협의했고 바르트는 낡은 시설의 배관 상태를 보며 필요한 공구를 골랐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책임을 나눴다. 민규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여러 사람의 판단이 느린 듯 보여도 한 사람의 잘못된 확신보다 훨씬 안전했다. 마지막으로 출동 차량의 연료를 확인하자 은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산길에서 차가 서면 아무리 큰 마법도 괜한 소용이 없을 수 있어.” 민규는 웃었다. 신비한 세계를 구한다는 말보다 연료계의 바늘이 더 현실적인 위로가 되는 날이었다. 창문이 마지막으로 밝아졌을 때 설아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운동장 한가운데 놓인 책상 위에 출석부가 펴져 있었다. 책장 사이에서 작은 종이가 날아올랐다. [오늘의 총원: 열둘. 출석 완료: 열하나. 결원: 하나.] 민규는 영상을 멈춰 확대했다. 종이에 적힌 숫자 밑에는 희미한 볼펜 글씨가 있었다. 누군가 덧써 놓은 한 문장. [결원이 된 사람은 결석자가 아니다. 어제까지 출석한 사람이다.] 민규는 그 한 줄을 세 번 읽었다. 이것은 누군가의 위로가 아니라 절박한 구조 신호였다. 사라진 사람을 이름으로 찾는 것이 아니라 그가 남긴 어제를 찾아야 했다. 문을 나서기 전 그는 경비실 출입대장에 자신의 이름을 썼다. 그러나 이번에는 출근 시각만 적지 않았다. [현장 조사 출발. 목적: 실재 인원 확인 및 안전한 대피. 자동 관리자 지정 동의하지 않음.] 출입문을 닫는 순간, 아직 꺼지지 않은 창문 저편에서 종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렸다. 열두 번째가 아니었다. 첫 번째 종이었다. 누군가 하루를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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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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