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2화
PAYLUA ORIGINAL · 제12화

12화. 실종자에게서 온 세 번째 답장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752자

오프라인 책장
삼십 년 전의 사건을 설명하는 데 오르반 교장이 처음 꺼낸 것은 마법서가 아니었다. 오래된 대피 점검표였다. 종이는 군데군데 헤어졌고, 모서리에는 오래된 물때가 번져 있었다. 위쪽에는 대피 인원 확인란, 아래쪽에는 구조 경로를 직접 그려 넣는 빈 지도가 있었다. 모든 항목에 검은 도장이 찍혀 있었지만 한 줄만은 붉은색이었다. [회수 승강로: 작동 여부 미확인.] “위에서 학생을 구하려던 게 아니었다는 말씀부터 하셨죠.” 정민규가 물었다. 교장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학교에는 오래전부터 아래 세계와 연결된 통로가 있었다. 다른 대륙이나 다른 나라가 아니다. 이곳의 마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장소였지. 한 번 열린 문으로 낯선 물건이 흘러들어 왔고, 어떤 날은 소리가 들려왔다. 위원회는 그 문을 연구용으로 보존하려 했어.” “위험한 시설이면 먼저 격리해야 했겠군요.” “그래서 격리층으로 만든 것이 0층이다. 그런데 위원회는 격리를 하면서도 아이들의 기억을 관찰 자료로 썼다. 네가 왔을 때도 그랬지.” 루카가 주먹을 쥐었다. “아이를 데려와서 실험했다는 건가요?” “나는 그렇게 하려는 걸 막지 못했다.” “그럼 사고 이후에도 기록망을 끊지 못했다는 변명도 같은 거네요.” 오르반은 반박하지 않았다. 민규는 루카에게 잠시 복도에서 쉬라고 권했지만 루카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누나를 찾으려면 이 기록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신 그는 의자를 문 쪽으로 옮겨 놓았다. 언제든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위치였다. 민규는 그 선택을 존중했다. “그때 저는 왜 문을 열려고 했습니까?” “무언가가 아이들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문 안에서 누군가 구조를 요청했어. 너는 그 소리를 믿었지. 나는 믿지 않았다.” “누가 옳았습니까?” “아직도 모르겠다.” 민규는 펜 끝을 잠시 멈췄다. 스스로 한 선택을 정당화할 수 없더라도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것. 오르반은 비로소 그 어려운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네가 문을 열려고 했을 때, 아래에서 올라온 것은 사람처럼 보이는 그림자들이었다.” “지워진 이름을 뒤집어쓴 것들이었나요?” 셀레나가 물었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지. 그림자들이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고, 보호 장치가 그 이름들을 바꿔 적기 시작했다. 너는 그걸 막으려고 문에 매달렸다. 나는 기계실의 봉인 장치를 작동시켰고.” 민규는 열 살의 자신이 문 앞에서 외치던 장면을 떠올리려 애썼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손바닥에는 설명할 수 없는 통증이 잠깐 지나갔다. 무거운 문틈에 끼였던 것처럼. “나머지 인원은요?” “0층으로 대피했다. 네가 그 아이와 함께 마지막까지 아래쪽에 있었어.” “무슨 아이였습니까?” 교장이 은시계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네 이름을 아주 정확하게 불러 주던 아이.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고, 누가 데려왔는지도 알아내지 못했다. 너는 그 아이를 잊지 말라고 부탁했어.” “그 부탁을 들어주셨습니까?” 오르반은 입을 다물었다. 그 침묵이 대답이 됐다. 민규는 화를 내는 대신 점검표를 돌려 보았다. 위에 찍힌 검은 도장들은 똑같은 모양이었다. 사고 이후에 일괄 처리한 문서인 듯했다. 그런데 한 도장만 잉크의 색과 압력이 달랐다. ‘마지막 현장 확인자’라는 칸의 도장이었다. [베르안.] 셀레나가 종이를 받아 들었다. “베르안 교수님이 직접 확인했네요.” “기억 위원회에서 유일하게 반대하던 분 아니었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맞아요. 그런데 베르안 교수님은 삼십 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제 스승의 스승이었죠.” 민규는 종이의 뒷면을 확인했다. 작은 편지가 접혀 끼워져 있었다. 봉투에는 수신인도 날짜도 없었다. 다만 평범한 연필로 한 단어가 쓰여 있었다. [받는 사람: 밤에 문을 지키는 이.] “열어 보겠습니다.” “위험할 수 있어.” 오르반이 말했다. “그러니까 마법 검사부터 하지요.” 셀레나는 먼저 문서에 남은 마나 흔적을 살폈다. 활성 주문은 없었다. 민규는 봉투를 빛에 비춰 숨겨진 낚싯줄이나 압력 장치가 없는지 확인했다. 루카는 가만히 기다렸다. 학교에서 받은 편지를 이렇게까지 검사하는 일은 처음이었다. 봉투 안에는 짧은 문장 세 개가 있었다. [아이들이 있는 곳은 대피실이 아니다. 대피실은 아이들이 있었다는 증거를 보관하는 곳이다.] [회수 승강로는 사람을 올리는 장치가 아니라 아래쪽 압력을 조절하는 장치다.] [상승을 막으려면 문을 잠그지 말고 통풍을 열어라.] 셀레나는 마지막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통풍을 열어라?” “기계식 설비의 과압 배출구가 있다는 뜻일 수 있겠습니다.” “아래쪽에 마나가 쌓인다면 압력으로 볼 수 있을까요?” “어떻게 쌓이는지부터 확인해야죠. 문을 열면 압력이 빠질 수도, 반대로 바깥으로 밀려 나올 수도 있습니다. 경고만 보고 움직이면 위험해요.” 루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아이들은 어디 있어요? 0층에 등불로 얼굴만 남았다고요?” “실제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아직 모른다.” 민규는 분명히 말했다. “기록이 남았다는 건 좋은 증거지만, 살아 있다는 증명은 아니야.” 루카는 종이를 꼭 쥐었다. 누나의 이름이 다시 나타난 뒤부터 희망은 커졌지만, 때때로 희망이 가장 두려운 것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대답했잖아요. 누나가 직접.” “그래. 그건 중요한 단서야. 하지만 목소리가 누나의 것인지 확인할 방법도 같이 찾아야 한다.” 민규는 경비실 구석의 금속관을 두드렸다. 톡, 톡, 톡. 한참 지나도 대답이 없었다. 그는 두드린 시간과 횟수를 수첩에 적었다. 연결 상태가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차이를 구분하려는 것이었다. 한 시간이 지났을 때 금속관에서 대답이 왔다. 톡, 톡. 잠깐 멈추고 톡. 그러나 곧이어 비슷한 소리가 벽 세 곳에서 동시에 들렸다. 루카가 깜짝 놀랐다. “똑같이 따라 하잖아요!” 민규는 대답하지 않았다. 벽에 귀를 댔다. 처음 들린 두드림은 작은 쇳소리가 섞여 있었는데, 나중의 세 개는 아주 균일했다. 누군가 현장 신호를 복제해 보내고 있었다. “관 안쪽에서 왔던 건 원래 소리, 나머지는 복사한 소리일 수 있겠습니다.” “어떻게 구별하죠?” 셀레나가 물었다. 민규는 배관 옆에 붙은 작은 점검 마개를 돌려 풀었다. 안쪽의 금속 표면에는 사람이 연필로 그은 듯한 줄이 있었다. 그가 마개를 두드리자 금속관의 소리가 이전과 다르게 울렸다. 관을 통해 온 진동의 실제 경로를 바꾼 것이다. “다시 보내 보겠습니다.” 톡, 톡. 잠깐 멈추고 톡. 이번에는 벽 세 곳에서 같은 소리가 났지만, 하나만 음색이 바뀌었다. 민규는 세 번째 벽을 가리켰다. “실제 금속관을 타고 온 건 저쪽. 나머지는 소리만 흉내 내는 장치입니다.” 셀레나는 소매를 걷었다. “그럼 가짜 신호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역추적해 볼게요.” “활성 주문은 최소한으로요. 서기관에게 우리가 뭘 하는지 알리지 않도록.” 루카가 갑자기 자신의 공책을 펼쳤다. “저도 해 볼 수 있어요.” 그는 한쪽 여백에 숫자를 썼다. [1, 1, 2, 3, 5.] “누나랑 어릴 때 신호 놀이를 했어요. 누나는 거짓말하는 사람도 외울 수 있는 암호면 암호가 아니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숫자 다음에 우리만 아는 질문을 붙였어요.” “질문이 뭔데?” 루카는 잠깐 망설였다. “누나가 저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침대 밑에 숨겨 둔 건 뭐였을까요?” “그건 네가 답을 알아야 의미가 있겠구나.” “네. 그리고 누나는 제가 답을 아는 것도 알고요.” 민규는 감탄했다. 기계는 신호 패턴을 복제할 수 있어도 두 사람의 사소한 추억까지 모두 복제할 수 있는지는 확인해 봐야 했다. “좋아. 하지만 정답부터 말하지는 마. 상대가 자기 말로 말하게 해.” 셋은 문제를 짧은 편지로 바꾸었다. 종이는 대피실까지 통하던 좁은 관에 넣어 보냈다. 금속관을 타고 간 편지는 반대쪽에서 누가 꺼내야만 전달될 터였다. 그들은 기다렸다. 오후가 되자 첫 번째 답장이 왔다. [금빛 리본.] 루카의 얼굴이 환해졌다가 이내 굳었다. “틀렸어요.” “정답이 뭐였는데?” “아직 말하면 안 돼요. 두 번째 답장이 올 수도 있으니까.” 루카는 침을 삼켰다. 서기관은 이미 누군가의 기억을 흉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가짜 미라도 그랬다. 그러니 답장이 틀린 게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이 질문을 엿듣고 있다는 증거였다. 실제 금속관과 복제된 소리를 구분한 뒤, 셀레나는 인쇄실의 낡은 진동 기록지를 꺼냈다. 종이에 가느다란 바늘을 대면 파동의 모양이 선으로 남는 도구였다. 마법 실험실에서는 이미 폐기된 장비였지만 민규에게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세 번씩 두드리는 소리가 모두 똑같은 것 같았는데, 모양이 다르네요.” 루카가 말했다. “그래. 이 선은 처음에 크게 올라왔다가 서서히 떨어지고, 저 선은 매번 완전히 같은 높이야.” “누군가 실제로 두드린 소리와 기록을 재생한 소리 차이일까요?” “그럴 가능성이 있지. 다만 상대가 그 차이를 흉내 낼 수도 있으니 이 방법 하나만 믿으면 안 돼.” 그들은 다음 신호에 각기 다른 재료를 사용하기로 했다. 민규가 나무 손잡이로 두드리면 셀레나는 은제 막대로, 루카는 손톱으로 아주 짧게 두드렸다. 관 안쪽에서 돌아온 진동은 재료에 따라 다르게 울렸다. 반면 벽에서 복제되는 소리는 늘 같은 파형이었다. 신호의 경로를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됐다. “이렇게 하면 누가 답을 보내는지도 알 수 있어요?” “같은 관을 쓰는지까지는 알아낼 수 있겠지. 상대가 누군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해.” 루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어제부터 종이를 두 장으로 나눠 쓰고 있었다. 하나에는 확인한 사실을, 다른 하나에는 자신의 바람을 적었다. ‘누나가 살아 있을 것이다’라는 문장은 두 번째 종이에 있었다. 민규는 그 모습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직 그 문장을 지울 이유도, 첫 번째 종이로 옮길 이유도 없었다. 서기관의 흔적을 찾으려 셀레나가 임시로 만든 추적판에서는 가짜 소리가 발생할 때마다 은색 불꽃이 스쳤다. 그런데 실제 관을 타고 온 진동에는 은색 반응이 없었다. 그 사실은 기록망과 독립된 통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희망을 줬다. 만약 모든 편지가 서기관의 장부를 거쳐 온다면 아무리 사적인 질문을 해도 이미 정답을 가로챘을 수 있었다. “누나한테만 묻는 질문을 보내도 되는 건가요?” 루카가 물었다. “지금 확인한 관으로 보내자. 그래도 답을 믿기 전에 다른 검증을 더 하자.” 잠시 후 학생회장이 인쇄실로 내려왔다. 지난밤 복구된 학생들이 친구들을 위해 편지지를 가져왔다는 소식이었다. 누군가는 용돈을 모아 새 종이를 샀고 누군가는 오래된 공책을 뜯어 왔다. 그들은 이름을 잃는 일이 얼마나 두려운지 직접 겪은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름을 모르는 누군가에게도 말을 걸 수 있는 방법을 만들고 싶어 했다. 민규는 종이를 받으며 말했다. “편지는 잘 쓰겠습니다. 다만 여러분이 모두 같이 위험한 곳으로 내려갈 필요는 없습니다.” 학생회장은 웃었다. “그건 알아요. 저희는 여기서 기록할 거예요. 루카처럼 무작정 뛰어들지는 않을 겁니다.” “야, 내가 언제 무작정….” 루카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0층에서 가짜 누나를 보고 달려가려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는 입을 다물고 대신 자기 공책에 새 문장을 적었다. [먼저 확인하고 움직이기.] 그날 해가 기울 때 두 번째 편지가 왔다. 이번 것은 빨간 밀랍으로 봉해져 있었다. 0층에서 발견한 낡은 편지와 똑같은 봉투였지만 필체가 달랐다. [찾는 사람을 찾고 싶다면 내일 밤까지 다시 묻지 마.] 루카는 편지를 찢으려다가 참았다. “누나가 쓴 거 아니에요.” “왜?” “누나는 제가 겁먹으면 절대 아무것도 묻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요. 대신 제가 뭘 무서워하는지 물었거든요.” 민규는 두 번째 봉투를 봉인된 증거 상자에 넣었다. 문장을 흉내 내는 사람도 감정을 따라 할 수 있지만, 상대를 다루는 방식에는 습관이 남는다. 루카는 그 차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저녁 아홉 시를 넘어서 세 번째 편지가 도착했다. 전혀 다른 종류의 종이였다. 양피지가 아니라 작은 공책의 한 귀퉁이를 찢은 것이었고, 글씨는 급하게 눌러 쓴 연필 자국이었다. 편지에는 단 한 문장만 적혀 있었다. [엄마 몰래 구워 먹은 빵 껍질. 너는 그걸 별이라고 불렀지.] 루카는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한참 후 입술을 떨며 말했다. “맞아요. 누나가 숨겨 놓은 게 그거였어요.” 민규는 기뻐하기에 앞서 봉투의 바깥쪽을 확인했다. 아주 작은 물방울 자국이 있었다. 발신자가 젖은 손으로 종이를 잡았을 가능성이 있었다. 또 종이 구석에는 짙은 회색 가루가 묻어 있었다. 연필심 가루와 달리 손으로 문지르자 금속 냄새가 났다. “실제 사람이 보냈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럼 누나 살아 있어요?” “그렇게 바라고 있어. 다만 이 종이가 언제,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는 더 확인해야 해.” 루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편지를 품에 넣지 않고 필름 봉투 옆에 놓았다. 아무도 모르는 동안 글자가 바뀌는 일을 겪은 뒤로, 무엇이든 기록하고 여러 사람이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운 것이다. 그때 세 번째 편지의 뒷면에서 희미한 선이 나타났다. 셀레나가 손전등을 비스듬히 비추자 작은 그림이 드러났다. 네모난 방과 그 안의 둥근 손잡이. 손잡이 아래에는 한 줄의 표식이 있었다. [회수 승강로 압력계 — 바늘이 오른쪽으로 가면 문을 열지 마.] 그림의 가장 아래에는 또 다른 글씨가 있었다. [여기에는 아이들만 있는 게 아니야.] 루카는 편지의 모서리를 떨리는 손가락으로 붙잡았다. “그러면 누나가 숨어 있는 곳에, 대체 누가 더 있다는 거죠?”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2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2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제12화 12화. 실종자에게서 온 세 번째 답장 | 페이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