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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19화
PAYLUA ORIGINAL · 제119화

119화. 최종 확인자의 빈칸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337자

오프라인 책장
하셀을 밖으로 옮기는 일과 뒷벽의 문을 조사하는 일은 같은 순간에 진행될 수 없었다. 정민규는 우선 순서를 정했다. 의료진이 준비한 들것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앞문을 넓히고, 하셀이 안전하게 밖으로 나온 뒤 뒷벽을 살핀다. 기록망이 뒷벽의 문을 다시 없앤다고 해도, 사람을 남겨 두고 문양을 쫓을 수는 없었다. 바르트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케스는 누군가 뒷문이 닫힌다고 소리칠 때 사람들의 시선이 돌아가지 않도록 구조 절차를 다시 읽어 주었다. 하셀은 들것에 누우며 손가락으로 수첩의 모서리를 짚었다. “삼십 년 동안 저 문을 열려고 애썼습니다. 그런데 이제 다른 문으로 나가려니 이상하군요.” “문을 여는 목적이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였잖아요.” 민규가 말했다. “목적을 바꾸실 필요는 없어요.” 하셀은 웃었다. “젊은 시절의 나에게도 그 말을 들려주고 싶네요.” 그를 바깥으로 옮기는 데에는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문턱의 철판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연결된 날짜 표시가 달라졌다. 셀레나는 마력이 사람의 몸을 다른 시간으로 끌고 가지 않도록 흐름을 차단했다. 바르트는 사슬이 땅에 닿지 않게 유지했고 케스는 하셀의 신원 확인이 완료되기 전부터 출입 기록에 ‘실제 사람 이동 중’이라고 표기했다. 그들은 시스템의 완료 문구가 뜨지 않아도 구조를 진행할 수 있었다. 문턱을 넘어오는 순간 하셀의 출입 카드가 두 장으로 갈라졌다. 한 장은 제0설계국의 기록 속에 남았고, 다른 한 장은 실제 카드로 바닥에 떨어졌다. 사진이 있는 카드였다. 셀레나의 측정기에선 이상 신호가 나타났지만 하셀의 몸은 온전히 바깥에 있었다. 의료진은 즉시 그를 검사했다. 오래된 탈수와 체력 저하가 있었고, 호흡 상태도 안정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의식이 있었으며 자신의 의사를 말할 수 있었다. “구조 완료라고 쓰지 마세요.” 하셀이 힘겹게 말했다. 민규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지금은 의료 인계까지 확인 중입니다.” 하셀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기다렸습니다.” 작업실에 남겨진 수첩을 조사하던 케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서리나루에서 보았던 열한 시설의 인원표는 원래 열두 번째 관리실의 시험 자료가 아니었다. 모든 시설에 연결되는 긴급 구조 기록을 한곳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든 원본의 일부였다. 하셀이 처음 설계한 것은 사고가 생겼을 때 서로 구조 인력을 지원하는 체계였다. 이후 제0설계국이 각 현장의 인원을 균형 값으로 환산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서로 도와달라고 만든 장치가 서로의 사람을 지우는 장치가 됐군요.” 케스가 말했다. “도움을 요청하는 절차가 허가를 받는 절차로 바뀐 순간부터요.” 셀레나가 답했다. 민규는 수첩에 적힌 최초 오류의 날짜를 찾았다. 그것은 삼십 년 전 사고가 일어나기 사흘 전이었다. 최초 검사자는 실제 존재했던 한 직원이었지만, 최종 확인자 칸에는 서명이 없었다. 검사를 받은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확인자가 되었다고 적혀 있었다. 같은 문제가 여러 번 반복되자 제0설계국은 오류를 고치는 대신 규칙을 만들어 자동으로 다음 사람의 이름을 집어넣었다. 결국 관리자는 누구도 자원하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맡은 것처럼 표시되는 자리가 되었다. 그 기록 가운데 한 장에는 어린 민규의 음성이 인용되어 있었다. ‘엄마를 꺼내 주세요.’ 단순한 구조 요청이었다. 그러나 옆 칸에는 ‘성인 확인자의 대리 동의’라고 적혀 있었다. 민규는 오랫동안 알던 사실을 다시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리 여러 번 봐도 잘못된 기록이 익숙해지는 일은 없었다. 그는 그 문장을 증거로 보존하되 자신이 동의했다는 항목에는 분명히 이의를 남겼다. 하셀이 의료진과 함께 밖으로 나온 뒤 원점의 뒷벽에서 낮은 종소리가 울렸다. 뒷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문 중앙에 작은 서명란이 생겼다. [최종 확인자: ____] 빈칸이었다. 이름이 없는 칸을 보고 민규는 오히려 경계했다. 과거에는 이름이 자동으로 채워져 문제였다. 이제는 사람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쓰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빈칸이 더 공정해 보인다고 해서 그 안의 조건까지 공정한 것은 아니었다. 바르트는 작은 렌즈로 서명란을 들여다봤다. “저 안에 다른 글씨가 숨어 있어.” 렌즈 아래에서 서명란의 잉크가 둘로 갈라졌다. 겉에는 [최종 확인자]라고 적혀 있었지만 속에는 [재난 발생 시 유일한 책임자]라는 글자가 숨어 있었다. 서명한 사람 한 명에게 열한 시설의 모든 책임을 넘기는 문서였다. 민규는 펜을 꺼냈다가 그대로 닫았다. 최종 확인자라는 이름을 가진 빈칸은 실제로 안전을 확인한 사람이 아닌 책임을 혼자 뒤집어쓸 사람을 찾고 있었다. “사람 한 명이 열한 시설의 실제 상황을 모두 알 수는 없죠.” 그가 말했다. 케스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수십 명이 각각 확인해야 합니다. 책임도 현장의 실제 담당자가 나누어 지고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나누어 맡은 사람이 서로 확인할 방법이 있어야죠. 혼자 다 안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될 겁니다.” 하셀이 의료실로 옮겨진 뒤 민규는 잠시 복도 의자에 앉았다. 몸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원점을 향한 출동을 결정한 이후로 며칠이나 지났는지 바로 계산할 수 없었다. 이상한 기록망의 시간보다 실제로 자신이 잤던 시간과 먹었던 식사가 더 믿을 만했다. 그는 물병을 비우고 출입대장에 하셀의 인계 시각을 적었다. 그제야 작전의 한 단계가 끝났다는 실감이 났다. 의료진은 하셀의 상세한 건강 상태를 구조 기록망에 올리지 말라고 요청했다. 내부 문서에 필요한 것은 ‘살아 있는 사람으로 인계됨’이라는 최소한의 확인이었다. 민규는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중앙 기록망은 그동안 사람의 이름과 몸을 자기 마음대로 옮겼다. 이제는 누군가의 몸 상태를 기록한다는 이유로 사생활까지 빼앗아서는 안 됐다. 하셀은 잠들기 전 손으로 쓴 쪽지를 하나 내밀었다. 글씨가 떨려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문장은 분명했다. ‘구조 요청은 누군가에게 일을 떠넘기는 명령이 아니다.’ 그는 오랫동안 그 문장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민규는 쪽지를 보관하기 전에 원본을 하셀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사본을 사건 기록에 첨부해도 되는지 물었다. 하셀은 고개를 끄덕였다. 민규는 원점 관리실 앞에 돌아와 그 문장을 다시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이곳까지 온 이유를 기록망의 시험에 통과하려는 마음으로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한 사람이 구조를 요청했고, 실제로 그 사람을 확인하고 구했기 때문에 왔다. 그 이상의 임명이나 시험은 필요하지 않았다. 시스템이 무엇이라고 부르든 그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원점의 기록실에서는 케스가 오래된 문서를 한 장씩 확인하고 있었다. 일부 문서에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가리기 위해 새 종이를 덧대었다. 또 어떤 서류에는 같은 날짜가 여러 번 반복됐다. 기록망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숨기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셀레나는 먼저 물리적인 훼손과 마법에 의한 변화를 분리하자고 했다. 모든 조작이 하나의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하면 실제로 누가 무엇을 했는지 놓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세 사람은 작은 회의 기록을 찾았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열린 안전 점검 회의였다. 참석자는 다섯 명으로 적혀 있었지만 한 사람의 이름이 두 번 나타났다. 반면 회의록의 끝에는 여섯 번째 사람이 발언했다는 표시가 있었다. 민규는 숫자를 지우고 다시 쓰지 않았다. ‘실제 참석 인원 미확인, 중복 이름 1건, 별도 발언 기록 1건’이라고 그대로 남겼다. 숫자를 맞추려고 사람을 없애던 과거와는 다른 방식이었다. “이렇게 쓰면 나중에 누가 봐도 찜찜해하겠네요.” 케스가 말했다. “그래야 확인하겠죠.” 민규가 답했다. “찜찜한 걸 없애려고 거짓말을 쓰면 더 큰일이 납니다.” 셀레나는 회의 기록의 뒷면에서 손으로 그린 작은 회로를 발견했다. 사람이 아닌 장치가 회의의 마지막 문장을 자동으로 작성하도록 설계한 부분이었다. 안전 점검 회의가 끝나면 ‘이상 없음’이라는 문장이 자동으로 붙도록 되어 있었다. 참석자가 실제로 동의하지 않아도 회의록에는 문제없다고 남았다. 그 뒤의 인수인계는 바로 그 자동 문장을 근거로 이루어졌다. “처음엔 문서 하나였는데, 그 문서가 또 다른 문서의 근거가 됐군요.” 케스가 말했다. 민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아무도 현장을 보지 않고 문서끼리 확인을 주고받게 된 거죠.” 그는 오래전에 서리나루에서 만난 아이들을 떠올렸다. 교실에 분명 다섯 명이 있었는데 출석부에는 네 명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때도 문제는 숫자가 틀렸다는 사실 하나가 아니었다. 숫자를 틀렸다고 고치려는 사람의 말을 누가 듣지 않았는지가 중요했다. 원점 관리실의 기록은 그 과정을 처음부터 보여 주는 듯했다. 케스는 다른 시설에 자료를 보낼 때 한꺼번에 모든 것을 복사하지 않기로 했다. 확인된 사실과 추정,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록을 구분했다. 어떤 시설의 과거 책임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사람들에게 소문으로 먼저 전하지 않기로 했다. 잘못을 밝히는 일과 새로운 낙인을 만드는 일 사이에도 구분이 필요했다. 그들은 그 약속을 문서로 남겼다. 작업을 마치고 문을 나서던 민규는 원점의 벽에 적힌 문장을 다시 보았다. [검사자가 검사 대상을 대신하여 서명함.] 그는 그 밑에 직접 반박문을 써 넣지 않았다. 증거를 바꾸면 나중에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사진을 남기고 별도의 보고서에 이의를 적었다. 실종자를 구하기 위한 과정에서 기록을 함부로 바꾸지 않겠다는 원칙은 이런 작은 선택에서도 드러났다. 그때 티에른이 중앙에서 보내 온 새 문서를 보여 줬다. 문서에는 원점 관리자 지정에 실패하면 열한 시설의 실험을 강제로 종료한다는 조항이 적혀 있었다. 처음에는 좋은 일처럼 보였다. 그러나 ‘강제 종료’의 뜻은 현장에 남은 모든 사람의 출입 기록을 폐기하는 것이었다. 기록이 없으면 구조 대상도 없다는 논리였다. 실제 사람을 내보내지 않은 채 사건을 없애려는 최후의 수단이었다. “이걸 막으려면 서명이 필요하다는 겁니까?” 바르트가 물었다. “서명해도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민규가 말했다. 그는 다른 길을 생각했다. 열한 시설에서 실제로 사람들이 확인한 기록을 서로 공유하면 중앙의 단일 승인 없이도 구조 상황을 추적할 수 있다. 병원은 환자와 직원의 안전을, 광산은 작업자의 출입을, 학교는 학생과 교사의 보호를 각각 확인한다. 모든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확인 결과만 신뢰할 수 있는 담당자끼리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지금 당장 완벽한 체계를 만들 수는 없지만, 실험망이 기록을 지운다고 해서 실제 사람이 사라졌다고 인정할 필요도 없었다. 케스는 다른 지역 담당자들과 회의를 열었다. 처음부터 모두 찬성하지는 않았다. 한 학교는 제0설계국이 제공하는 장비 없이는 학생 명부조차 작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병원은 개인정보를 지키기 위해 자세한 기록 공유를 거부했다. 광산 감독관은 자신들 일을 마법학교 사람들에게 맡길 생각이 없다고 화를 냈다. 민규는 그들에게 모두 같은 서류에 서명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각자의 현장을 지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연락과 확인 규칙부터 함께 정하자고 제안했다. 시간이 흐르자 실제 응답이 조금씩 모였다. 안전한 시설은 안전하다고, 미확인 시설은 미확인이라고 기록했다. 병원 담당자는 환자의 이름이 아닌 인계 완료 여부만 전했다. 광산 감독관은 출입구의 실제 개폐 상태를 기록했다. 서리나루 역장은 열차 운행과 대피 장소를 확인했다. 제7시설의 오르반은 자신이 사고 당시 잘못 판단한 내용을 포함해 현장의 대피 절차를 다시 검토했다. 누구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서로의 확인이 서로를 지우지 않는 방식으로 기록이 쌓여 갔다. 원점의 서명란이 갑자기 흔들렸다. [단일 관리자 확인 불가. 분산 확인 절차 감지.] 셀레나는 기록망이 평소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제0설계국은 그 절차를 오류라고 부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안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날 밤 원점의 뒷벽이 열렸다. 어둠 속에서 거대한 기록 선반이 모습을 드러냈다. 선반에는 수십 년 동안 사용한 출입대장과 사고 보고서가 쌓여 있었다. 각 권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모두 같은 빈칸이 있었다. 이름 없는 최종 확인자.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누군가 책임을 지도록 매번 사람을 붙잡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가장 오래된 대장 한 권에서 두툼한 종이가 떨어졌다. 맨 위에는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최초 관리자는 정해지지 않았다. 대신 첫 사고를 보고한 사람이 관리자가 되도록 했다.] 민규는 오래전 어머니를 구해 달라고 외치던 어린 자신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이유로 영원히 책임을 져야 한다면, 앞으로 누가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을까. 그는 종이를 접지 않고 모두가 볼 수 있는 작업대에 펼쳐 놓았다. “이 규칙부터 끝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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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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