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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17화
PAYLUA ORIGINAL · 제117화

117화. 안전하다는 방송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271자

오프라인 책장
안전하다는 방송은 언제나 위험한 순간에 더 친절해졌다. 방풍 터널 입구에 설치된 옛 확성기가 갑자기 켜진 것은 그날 밤이었다. 누구도 전원을 연결하지 않았는데 장치가 스스로 밝아지며 대피 안내가 흘러나왔다. 목소리는 정은희의 음성과 비슷했지만 발음이 지나치게 반듯했다. “현장 위험이 완전히 해소되었습니다. 확인 대상자는 열두 번째 문으로 이동해 주십시오.” 민규는 곧바로 확성기의 전원을 확인했다. 배선은 오래전에 잘려 있었다. 실제 방송이 아니라 안내판의 글씨를 음성으로 재생하는 마법이었다. “또 엄마 목소리를 썼네요.” 그가 낮게 말했다. 은희는 고개를 저었다. “목소리가 중요한 게 아니야. 사람들이 저 말을 믿고 움직인다는 게 문제지.” 서리나루에서 이미 같은 방식이 쓰였다. 보호 대상 학생들에게 백종 학원으로 돌아오라고 명령했던 거짓 안내. 이번에는 더 정교했다. 방송은 위험이 해소됐다는 말과 함께 구체적인 동선을 알려 주었고, 그중 일부는 실제 안전한 구간이었다. 모두 거짓말이라면 쉽게 의심할 수 있었겠지만 진짜 지도가 섞여 있었기에 더 위험했다. 민규는 구조팀을 모아 안내문을 다시 작성했다. 확인된 구간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구간을 색이 아니라 문장으로 구분했다. 색은 기록망이 바꿀 수 있었고, 글씨도 언제든 바뀔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 담당자의 이름과 대면 확인 절차를 함께 두면 적어도 사람들이 설명을 들을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케스는 현장 관계자들에게 직접 통신으로 변경 사항을 알렸다. 방송이 멈추지 않자 바르트가 분노했다. “그냥 부수면 안 되나?” “확성기를 부수면 소리가 다른 곳으로 옮겨갈지도 몰라요. 서리나루에서는 안내판이 방송 장치였잖아요.” 셀레나가 답했다. “그럼 이런 헛소리에도 계속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민규는 바르트의 어깨를 두드렸다. “가짜 안내를 듣는 사람에게 진짜 안내를 먼저 전하면 됩니다. 우리가 없앨 건 소리가 아니라 그 소리밖에 듣지 못하는 상황이죠.” 그는 터널 주변의 주민들에게 확인 중인 위험과 안전 구간을 알려 달라고 역무원에게 요청했다. 급수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낡은 표지판이 혼자 소리를 내는 가게가 생겼다. 상인은 깜짝 놀라 손님을 밖으로 내보내려 했지만 안내 방송에서는 오히려 그 가게가 가장 안전한 대기실이라고 했다. 민규는 그곳이 실제로 환기가 되는지, 건물 안에 몇 사람이 있는지부터 확인하도록 했다. 확인 결과 좁은 뒷방에는 막힌 출입문이 하나 있었다. 누군가 안내를 믿고 모두 들어갔다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 이 사건으로 마을 사람들도 제0설계국의 방송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마법 안내가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정식 대피 안내까지 거부했다. 민규는 주민들을 비난하지 않았다. “모든 방송을 믿으라고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확인할 수 있는 사람과 절차를 같이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는 현장에 있는 구조대장의 이름과 직접 연결되는 통신번호를 함께 공개했다. 루카는 제7시설에서 본인 나름의 일을 했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게시판에 ‘목소리가 익숙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말한 것은 아니다’라는 문장을 붙였다. 미라는 그 옆에 ‘실제 담당자에게 확인하기’라는 안내를 덧붙였다. 둘은 장난스럽게 누가 더 좋은 문구를 썼는지 다퉜지만, 정은희는 두 문장을 나란히 남겨 두자고 했다. 사람들은 짧은 문장 하나만으로 행동을 바꾸지 않을 수 있었다. 서로 다른 두 설명이 함께 있어야 이해하기 쉬웠다. 한편 티에른은 중앙 기록망의 구조를 조사하던 중 실험의 목적을 일부 찾아냈다. 제0설계국은 위험한 시설을 줄이려는 기관으로 출발했다. 어느 현장의 인원이 다른 현장으로 잘못 집계되면 자동으로 경보를 보내 안전을 확보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경보를 없애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실제 위험을 줄이는 대신 위험이 나타나는 숫자를 없애려 했던 것이다. 사람까지 숫자의 일부로 취급했기에 실종이 일어났다. “누군가는 이게 안전한 시스템이라고 믿었을 겁니다.” 티에른이 말했다. “그럴 수 있겠죠.” 민규가 대답했다. “하지만 믿었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아요. 실제 사람을 보지 않고 경보만 끄면 생기는 일입니다.” 케스는 중앙의 평가 지표를 찾아냈다. ‘경보 해소 시간’이라는 항목이 모든 현장의 성과를 결정했다. 실제 구조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가족들이 사람을 찾았는지, 사고가 재발했는지는 평가하지 않았다. 서류상 빠르게 정상 상태가 되면 좋은 결과로 기록됐다. 그렇게 수십 년 동안 실종자가 발생해도 업무 성과는 향상됐다고 표시되었을 것이다. 그날 오후 원점에서 두 번째 거짓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번에는 민규의 목소였다. “현장 관리자가 직접 승인했습니다. 열두 번째 문을 개방합니다.” 바르트는 듣자마자 욕설을 삼켰고 케스는 녹음 장치를 켰다. 민규는 자신의 이름이 쓰인 말이라고 해서 곧장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대신 구조팀에게 실제로 승인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리고 현장 기록에 남겼다. 동시에 시스템이 어떻게 음성을 모방했는지 셀레나에게 분석을 맡겼다. 셀레나는 경비실에서 녹음된 수많은 회의와 안내 멘트가 파형으로 잘려 재조합된 흔적을 찾아냈다. 민규가 한 번도 하지 않은 문장이지만 사용된 음절은 그가 과거에 했던 말들이었다. 기록망은 목소리만 흉내 낸 게 아니라 상황에 맞는 서류를 동시에 만들어 냈다. 누군가 분명히 동의했다고 믿게 만드는 수법이었다. 민규는 앞으로 구조에 관한 결정은 두 명 이상이 직접 대면해 확인하고, 각자 별도의 기록을 남기자고 제안했다. 방송이 계속되는 동안 서리나루에는 실제 사고가 날 뻔한 일이 있었다. 낡은 대기실의 벽면에서 ‘안전 구역’이라는 글씨가 나타나자 주민 몇 명이 그곳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중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도 있었다. 안내판에는 지역 복지 담당자의 이름까지 적혀 있었기에 모두 정식 안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복지 담당자는 그런 안내를 보낸 적이 없었다. 도만은 노인들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무턱대고 사람들을 되돌리지 않고 왜 이 대기실이 안전하다고 표시됐는지 확인했다. 문 앞은 넓었지만 안쪽 창문은 잠겨 있었고 외부 계단은 폐쇄된 상태였다. 대피 장소로 쓰기에는 부적합했다. 역장이 다른 방을 마련해 안내하자 노인 한 사람이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글씨가 또 바뀌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알아요?” 도만은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지금부터 저는 여기서 직접 안내하겠습니다. 다른 직원이 오면 그 사람도 자기 이름을 말하게 하죠. 글씨만 보고 이동하지 마세요.” 노인은 낯선 마법보다 그 말을 더 믿는 것처럼 보였다. 도만은 직원들과 함께 대기실에 남았다. 그들의 일은 기록망을 고치거나 원점의 비밀을 밝히는 것이 아니었다. 안전한 방으로 사람들을 안내하고, 노인이 화장실에 갈 때 이동할 수 있는 길을 알려 주고, 열차가 운행되는지 직접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이 없다면 거대한 구조 작전도 의미가 없었다. 민규는 연락을 받고 도만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도만은 칭찬받을 일을 한 게 아니라 역무원이라면 당연한 일을 했다고 답했다. “예전에는 종소리가 울리면 출입문부터 닫았습니다. 이번에는 사람부터 봤어요. 그 차이가 있네요.” 그는 잠시 침묵했다. “그때도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 하신 일은 지금 사람들을 지킨 겁니다.” 민규가 말했다. 과거의 책임은 남아 있었지만,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멈추는 이유가 될 수는 없었다. 제0설계국의 방송은 같은 날 세 번째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안전 구역’ 대신 ‘긴급 가족 상봉 장소’를 내세웠다. 실종된 가족을 찾는 주민들이 가장 약한 부분을 겨냥한 셈이었다. 통신에는 누군가 그곳에 오면 아이를 만나게 해 주겠다는 말까지 담겼다. 민규는 무작정 거짓말이라고 외치지 않았다. 실제로 가족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보호기관과 함께 공식적인 접촉 절차를 안내했다. 가족 여부 확인은 당사자의 의사와 안전이 우선이었다. 정은희는 그 소식을 듣고 잠시 말을 잃었다. 자신 역시 삼십 년 동안 아들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어떤 문도 열고 싶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민규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실종자를 찾는 사람에게는 남들이 쉽게 속지 말라고 할 수 있어도, 정작 본인은 그 말을 듣기 어려워. 그 마음을 이용하는 게 얼마나 나쁜 일인지 알아.” 민규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주민들에게 보내는 안내문을 고쳤다. ‘미확인 안내에 속지 마세요’ 대신 ‘가족을 찾는 연락은 이 담당자에게 확인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불안한 사람에게 잘못을 지적하는 말보다 실제로 도움을 요청할 길을 알려 주는 말이 필요했다. 케스는 그 문구를 열한 시설의 현장 연락망에도 함께 전달했다. 밤이 깊었을 무렵 학교에서는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루카가 복도를 걷다가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처음에는 미라인 줄 알았지만 소리는 벽 속의 방송 장치에서 나왔다. “루카 학생은 실종자 확인을 위해 원점에 출석해야 합니다.” 루카는 순간적으로 발걸음을 멈췄다가 경비실 쪽으로 돌아섰다. 그는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다른 장소로 가지 않고, 확인된 동료에게 알린다는 원칙을 지킨 것이다. 미라는 동생이 돌아오자 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잘했어.” “당연하지. 나도 이제 가짜 방송 구분할 줄 안다고.” 루카가 씩 웃었다. “구분이 안 될 수도 있어. 그래도 확인하러 왔잖아.” 루카는 그 말에 잠깐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똑똑해서 속지 않은 게 아니었다. 속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확인할 곳을 찾아온 것이었다. 셀레나가 통신관을 통해 그 이야기를 듣고 고맙다고 했다. 루카의 대응은 나중에 학생들에게 알려 줄 수 있는 좋은 사례였다. 잘못된 안내를 만났을 때 혼자 진실을 알아내려는 것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확인하는 일이 더 중요했다. 민규는 통신을 끊은 뒤 원점의 열두 번째 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도 똑같은 질문이 반복되고 있었다. 누구의 안내를 믿어야 하는가. 그는 한 사람의 말을 절대적인 지시로 만들려는 제0설계국의 방식과 맞서려면, 여러 사람이 각자 실제로 확인한 것을 공유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더 굳혔다. 구조팀은 열두 번째 문 앞에 실제로 모였다. 하셀은 통신관에서 문 안쪽의 압력이 안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위에 나타난 인원표는 여전히 한 명을 요구했다. 민규는 도면을 들여다보다 한 가지를 발견했다. 문이 열리는 조건으로 적힌 ‘총인원 0’ 옆에는 작은 기호가 있었다. 빼기 기호가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측정값의 차이를 나타내는 표식이었다. 즉 실제 사람 수가 0이 아니라 두 장치가 내는 오차가 0일 때 문을 열라는 뜻이었다. 누군가 그것을 일부러 인원 0이라고 번역한 것이다. “그러면 사람을 빼낼 필요가 없잖아요.” 바르트가 외쳤다. “그렇죠. 계측 오류를 줄이면 되는 문제였네요.” 민규는 말했다. 장치를 고치는 일은 간단하지 않았다. 열한 시설의 기록을 그대로 중앙에 넘기면 오류가 다시 생겼다. 민규는 각 시설의 안전 담당자에게 원래 측정값과 사람이 직접 확인한 내용을 따로 기록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람이 직접 확인하지 않은 값은 미확인으로 남겨 두고, 계수 회로가 인원을 마음대로 보정하는 기능은 시험 구간에서 차단했다. 작은 작업이 여러 곳에서 동시에 이루어졌다. 첫 차단을 시도한 순간 안내 방송이 갑자기 커졌다. “관리자의 안전 지침을 따르지 않는 행동은 모두의 생명을 위협합니다.” 이번에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민규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건조하고 거대한 기관의 목소리였다. 민규는 통신관을 통해 조용히 대답했다. “안전을 위한 지침이라면 현장에서 안전한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셀레나의 측정기에 처음으로 오차 값이 줄어드는 표시가 나타났다. 열두 번째 문의 금속띠가 느리게 식었고, 어둡던 통로 안쪽에서 바람이 흘러나왔다. 하셀이 기침을 하며 말했다. “조금만 더 하면 문을 열 수 있어요.” 그러나 중앙 장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 새로운 경보가 나타났다. 열한 시설 가운데 병원의 야간 병동이 ‘정원 초과’로 표시됐다. 실제로는 환자 수가 늘지 않았다. 중앙은 문을 열어 주는 대가로 다른 시설의 안전을 담보로 잡으려는 듯했다. 민규는 문고리에 다가가던 손을 거뒀다. “병원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사람을 구하면서 다른 곳을 위험하게 만들 순 없어요.” 그 말이 끝나자 확성기에서 마지막 방송이 울렸다. [현장 관리자 정민규: 구조 지연 책임 확정.] 그는 수첩에 다르게 적었다. [구조 지연 사유: 타 시설 안전 미확인. 확인 진행 중.] 누군가 자신에게 책임을 붙이려는 것은 익숙했다. 그러나 기록에 남는 한 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줄 때문에 누군가 실제로 다치지 않게 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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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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