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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15화
PAYLUA ORIGINAL · 제115화

115화. 반려된 도면의 증인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344자

오프라인 책장
하셀의 비상 통로는 안쪽에서 잠겨 있지 않았다. 그러나 문을 잡아당겨도 쉽게 열리지 않았다. 경첩은 멀쩡했다. 대신 문틀을 따라 붙은 금속띠가 미세하게 떨렸다. 정민규는 손전등을 문틈에 넣어 억지로 벌리는 대신 주변의 안전 장치를 먼저 확인했다. 문이 무거운 것은 녹 때문일 수도 있었지만, 벽 반대쪽에 압력이 쌓여 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바르트는 문 옆의 작은 눈금을 살펴보더니 “실제 압력과 기록된 압력이 서로 다르다”고 했다. 제0설계국의 기록에는 급수탑 내부의 압력이 정상이었다. 그러나 현장에 매단 수은 없는 기계식 압력계는 위험 수치를 가리켰다. 기계가 틀릴 가능성도 있었기에 같은 방법으로 한 번 더 재었다. 결과는 같았다. 정민규는 기록의 숫자를 믿고 문을 여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장비를 점검한 뒤 배출 밸브의 나사를 조금씩 풀어 압력을 낮췄다. “문 하나 여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케스가 말했다. “그러게요. 서류만 보면 이미 열려 있는 문인데.” 민규의 대답에 바르트가 피식 웃었다. 통신관 속 하셀은 마치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이야기를 듣는 사람처럼 반응했다. 그가 가진 설계도와 바깥에 있는 설계도가 서로 어긋나는 부분을 대조하자 사고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씩 드러났다. 설계국은 급수탑의 배기 계통을 계수 장치에 연결해 사람들의 이동을 기록하려 했다. 장치가 사람의 출입을 직접 보지 못하면, 출입문에 걸리는 압력의 변화를 인원 변화로 판정하도록 만든 것이다. “사람이 몇 명인지 배관 압력으로 어떻게 알죠?” 셀레나가 물었다. “원래는 알 수 없어야 했죠.” 하셀이 대답했다. “그러니 그들은 압력이 맞지 않으면 사람 쪽을 틀렸다고 판정했습니다. 한 사람이 나갔는데 계측값이 둘이면, 기록에서 한 사람을 지웠어요.” 말이 끝나자 방풍 터널의 벽면에서 이름들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첫 번째는 익숙한 학생의 이름이었고, 다음은 전혀 알 수 없는 노동자의 이름이었다. 이곳이 마법학교만을 위한 시험 시설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열한 곳 가운데에는 병원과 광산, 기차역도 있었다. 그곳에서 장치의 오류를 견디지 못한 사람이 수십 년 동안 실종 기록으로 남았을지 몰랐다. 정은희는 통신관 너머의 이름을 따라 읽지 않았다. 누군가의 신원을 확인할 때는 실제로 그 사람이 들을 수 있고 동의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했다. 민규는 벽에 나타난 글씨를 개인 이름 없이 기호로 기록하고 보호기관과 협의해 대조하기로 했다. 생존자 구조에 필요한 부분과 공개해서는 안 되는 부분을 나누는 데 시간을 썼다. 그때 제0설계국에서 두 번째 연락이 도착했다. 티에른이 보낸 것이 아니라 중앙 통제실 명의로 된 안내였다. [급수탑 시설에서 반려된 도면은 안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원점 구역과의 연결을 중지할 것.] 케스는 문서 번호가 있는지 확인했다. 이번에는 번호가 있었다. 그런데 발행 시각이 제0설계국의 공식 업무 시작보다 두 시간 빨랐다. 누군가 밤새 명령을 만들고 있었다. “중지해야 할 근거가 있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중지 자체가 명령입니다.” 통신관에서 자동 음성이 답했다. “그러니까 근거를 주세요. 현장 위험이 있으면 저희도 멈춥니다. 근거 없이 구조 요청을 끊을 수는 없습니다.” 몇 초 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어 안내문에 새 문장이 생겼다. [관리자 후보 권한을 수락하면 안전 정보가 제공됩니다.] 민규는 안내서를 접어 케스에게 건넸다. “이건 안전 정보가 아니라 거래 조건입니다.” 바르트는 답을 기다리지 않고 벽의 실제 진동을 측정했다. 문틀 한쪽에서 두드림이 약하게 들렸다. 하셀이 안에서 두드리는 소리와 달랐다. 하셀의 신호가 세 번 짧게, 두 번 길게였다면 이번 것은 일정한 간격으로 두 번씩 반복됐다. 셀레나가 마법 측정기를 대자 마력의 출처는 문 안쪽이 아닌 금속띠 자체로 확인됐다. 관리자 후보가 가까이 오면 문을 열어 준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장치였다. “여기 안에서 우리를 유인하는 사람이 또 있는 걸까요?” 루카가 통신으로 물었다.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 소리는 장치에서 나는 것으로 확인됐어. 사람 소리하고 나눠서 들어야지.” 민규가 말했다. 바르트는 금속띠를 해체하지 않고 전원을 우회시켰다. 출입문을 통째로 열면 안쪽의 시간 차이가 돌연 커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작은 점검구를 이용해 양쪽 압력을 맞추고 하셀에게 이동 가능한 바닥을 확인해 달라고 했다. 돌아온 답은 뜻밖이었다. “발밑이 움직이지 않아요. 하지만 내가 서 있는 곳의 이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셀레나는 그 말을 듣고 하셀의 음성이 전달되는 통신경로를 다시 확인했다. 정상적인 전화라면 선을 따라가면 된다. 그러나 이 통신은 압력계와 종이 기록, 낡은 호흡 신호를 섞어 사용하고 있었다. 연결된 매질이 끊어질 때마다 음성이 잠깐 다른 시각으로 밀렸다. 하셀의 말이 늦게 들린 게 아니라 어떤 문장은 어제에서, 어떤 문장은 오늘에서 전해진다는 추정이 나왔다. “정민규 씨. 밖에 사람은 몇 명입니까?” 하셀이 물었다. 민규는 실제 구조팀 인원을 말했다. 하셀은 다시 물었다. “그중에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 기록에 적혀 있습니까?”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하셀은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사고 직전, 원점 관리실의 최초 승인이 이루어졌을 때 아직 존재하지 않는 이름이 서명란에 나타났다고 했다. 그 이름 때문에 현장의 관리자 교대가 미래까지 자동으로 이어졌다. 지금 민규의 이름이 내일의 출입대장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원리였다. “그 이름이 제 이름이었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처음엔 아니었어요. 사고 뒤에 여러 이름이 바뀌어 들어갔죠. 그 안에는 어린아이도 있었어요. 목소리를 빌렸을 뿐인데 동의했다고 적혔어요.” 은희는 옆에서 눈을 감았다. 그녀의 아들이 구조를 요청하던 목소리가 성인의 승인 문서로 둔갑했던 일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규는 그 기록 때문에 하셀에게 성급한 결론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 원래 서명란을 실제로 본 사람이 있습니까?” “있었죠. 기록을 들고 밖으로 나간 설계국 직원이요. 나는 그 사람을 막으려다 이곳에 남았습니다.” 케스는 그 직원의 이름을 물었다. 하셀은 답하지 못했다. 목소리에서 어떤 기억이 지워지는 듯 단어가 끊어졌다. 대신 아주 오래전에 들었던 인수인계 문구를 반복했다. ‘지워진 자리는 가장 최근에 확인한 사람의 이름으로 채운다.’ 즉, 누군가를 확인하려고 서류를 열어 보는 행동 자체가 그 사람을 차기 관리자로 등록할 수 있었다. 민규는 서류를 그대로 덮었다. 그는 직원의 이름을 억지로 찾는 대신 기존 자료를 대조하기로 했다. 종이마다 서로 다른 사람이 발행자가 되어 있었지만 최종 승인란은 모두 비어 있었다. 그 빈칸을 보며 민규는 영 번째 피난동에서 만난 ‘서명하지 않는 승인자’를 떠올렸다. 승인자가 숨어 있는 게 아니라 승인자를 계속 만들어 내는 방식일지도 몰랐다. 오후에는 제0설계국의 외부 기록을 검토하던 케스가 뜻밖의 방문자를 데리고 왔다. 오래전 급수탑 공사에 참여했던 기술자의 손녀였다. 그녀는 할아버지가 남긴 공구 상자를 우연히 발견했다고 했다. 안에는 사용하지 않은 볼트와 낡은 출근표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사고 뒤에도 누군가에게 급수탑 공사를 끝내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현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곤 했다고 했다. “그분이 아직 살아 계십니까?” 민규가 물었다. “몇 해 전에 돌아가셨어요. 그래도 일할 때 기록은 남겨 두셨죠.” 여자는 낡은 종이를 조심스럽게 펼쳤다. “어릴 때는 이런 종이가 왜 중요한지 몰랐어요. 할아버지는 날짜보다 누가 실제로 문을 열었는지가 중요하다고 늘 말씀하셨거든요.” 출근표에는 결근 처리된 날짜가 여러 개 있었다. 그런데 같은 날짜에 이미 퇴근 확인 도장이 찍혀 있었다. 출근하지 않은 사람이 퇴근한 것으로 기록된 것이다. 그 아래에는 하셀의 이의 신청과 같은 문서 번호가 적혀 있었다. 두 기록의 발행 시점을 맞춰 보니 누군가 출입대장을 소급해 고쳤을 가능성이 높았다. 민규는 손녀에게 원본을 무조건 제출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필요한 페이지를 복사하고 제공 범위를 설명한 뒤 동의를 받았다. 손녀는 민규가 이야기하는 동안 몇 번이나 할아버지의 이름을 꺼내려다 멈췄다. “그분은 자신이 겁이 많아서 마지막 점검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생각하셨어요. 하지만 출근표에는 누군가 그날 이미 안으로 들어갔다고 되어 있네요.” “그건 실제로 누가 들어갔는지 확인해야 알 수 있습니다.” 민규가 답했다. “다만 공사 기록이 뒤바뀐 사실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여자는 안도하는 얼굴도 슬픈 얼굴도 아니었다. 그저 오래 품었던 의문 하나가 질문으로 바뀐 표정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공구 상자를 다시 들었다. “이걸 제가 가져가도 되죠?” 민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볼트와 공구는 그녀의 가족이 간직할 물건이었다. 사건의 진상을 밝힌다는 이유로 모든 유품을 가져올 필요는 없었다. 그 후 케스는 공사 관계자의 인수인계 서류를 확인했다. 서명란에는 실제 사람이 손으로 적은 이름과 자동 출력된 이름이 뒤섞여 있었다. 사라진 것은 단순한 이름 한 줄이 아니었다. 누가 위험을 알고 있었는지, 누가 반대했고 누구의 지시를 따랐는지 구분할 수 없도록 기록 자체가 뒤틀려 있었다. 그는 자신의 옛 동료에게 연락해 유사한 양식이 다른 시설에도 있는지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민규는 이 일을 구조팀의 회의에서 설명했다. “지금 우리가 하셀 씨를 발견했다고 해서 누가 모든 걸 만들었는지 바로 알 수는 없습니다. 하셀 씨가 직접 서명한 도면과 나중에 개조된 도면은 따로 봐야 합니다. 오르반 씨가 명령을 따랐던 것과 명령을 만든 사람이 같은 사람이 아닌 것처럼요.” 오르반은 통신 너머에서 잠깐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자신의 책임이 줄어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잘못된 명령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여전히 자신의 선택이었다. 다만 그 선택을 하게 만든 구조도 따로 밝혀져야 했다. 그는 제7시설의 과거 보고서를 다시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사고 직후의 보고서뿐 아니라 누락된 구조 요청이 있었는지까지 확인하기로 했다. 지역 기술자는 하셀의 대피로를 보수하면서 작은 철판을 발견했다. 원래의 문구 위에 제0설계국이 새 문구를 붙여 놓은 구조였다. 아래쪽에는 [외부에서 수동 개방 가능]이라고 적혀 있었고, 위쪽에는 [승인자 입실 전 개방 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더 오래된 문구는 나사가 녹슬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바르트는 덧붙인 철판을 떼지 않고 그대로 사진을 찍었다. 어느 시기에 어떤 문구를 붙였는지 증거를 남겨야 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단순한 실수는 아니겠지.” 바르트가 낮게 말했다. “누가 바꿨는지 확인해야 의도를 알 수 있겠죠.” 민규는 대답했다. “하지만 지금 문이 안전 규정과 다르게 되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러면 구조할 때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현장 관계자들은 출입문을 바꾸기 전 원래의 대피로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구조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방과 장기적인 설비 교체를 분리하는 계획이었다. 급하게 모든 것을 뜯어내면 문 안쪽의 하셀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반대로 잘못된 승인 장치를 그대로 두면 다음 구조에서도 문제가 반복될 것이다. 두 가지 위험을 함께 기록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그러나 민규는 늦어졌다는 말 대신 무엇을 확인했는지 적었다. 그날 새로 확인한 사실은 세 가지였다. 원래의 수동 출구가 존재한다는 것, 제0설계국이 출입 조건을 바꾸었다는 것, 그리고 그 변경을 반대한 사람이 하셀 한 명만은 아니었다는 것. 그 사실들은 나중에 누군가 진실을 부인하더라도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해 질 무렵 방풍 터널의 압력이 안정됐다. 구조팀은 비상 통로를 작은 폭만 열어 내부 공기를 검사했다. 사람이 숨을 쉴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오래 갇혀 있던 사람을 바로 걸어 나오게 하는 것은 위험했다. 의료진이 장비를 준비했고, 하셀에게는 불필요하게 걷지 말고 현재 자리에서 쉬도록 안내했다. 민규는 작전이 느리다는 이유로 누군가 불안해하지 않게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그때 비상 통로 아래에서 낡은 서류철 한 권이 밀려 나왔다. 누가 내보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표지는 물에 젖어 있었지만 제목은 읽을 수 있었다. [안전 설계 반려 이력. 최종 검토자: 제0설계국 원점 관리자.] 그 아래에는 보통의 이름 대신 작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관리자는 사람이 아니다. 확인이 끝나지 않은 일의 이름이다.] 민규는 문장 앞에서 잠시 굳었다. 자신이 수십 번 거절해 온 관리자 자리가 애초부터 사람이 맡는 역할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그 자리에 어떤 사람을 세우더라도 실험은 계속될 것이다. 그는 서류철을 증거 봉투에 넣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않았다. 원점 관리실을 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서명이 아니라, 사람을 서명으로 바꾸는 일을 끝내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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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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