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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13화
PAYLUA ORIGINAL · 제113화

113화. 숨 쉬는 계단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095자

오프라인 책장
‘내일 들어왔다’는 기록은 출입의 증거가 아니었다. 정민규는 방풍 터널 앞에서 그 말을 세 번 되뇌었다. 시계가 고장 났을 수도 있고, 기록망이 미래의 결정을 미리 써 놓았을 수도 있었다. 아직 하지 않은 일을 자신의 행동으로 인정하면 안 됐다. 그는 현장 출입대장에 오늘 실제로 한 일을 기록했다. 울타리 바깥까지 접근, 진동 감지, 붉은 손잡이 발견, 내부 진입 없음. 지역 기술자는 옆에서 서명했다. 이것은 관리자가 되기 위한 서명이 아니라 함께 확인한 사실을 남기는 것이었다. 다음 날 아침, 구조팀은 방풍 터널의 외곽을 다시 조사했다. 케스는 허가된 시설 관리 구간과 위험 지역을 구분했고 바르트는 공기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작은 유리관을 준비했다. 셀레나는 비상 탈출에 필요한 마법을 준비했지만 지반이 무너지면 마법만으로 모두를 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민규는 작업 인원을 실제로 호명하고 각자 돌아갈 경로를 확인했다. 누구도 열한 시설의 자동 인원표를 사용하지 않았다. 급수탑 아래의 돌계단은 바닥보다 얕게 파여 있었다. 첫 단은 마른 돌이었고 두 번째 단은 젖어 있었다. 세 번째는 낡은 철판으로 덮여 있었는데, 철판 위에 앉은 먼지가 어젯밤 손잡이 근처의 것과 달랐다. 민규는 손전등을 내려 비추었다. 계단 사이에서 공기가 일정한 주기로 새어 나왔다. 마치 거대한 건물이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 같았다. “펌프가 살아 있군.” 바르트가 말했다. “살아 있는 장치와 사람이 있는 건 별개죠. 우선 압력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셀레나는 마법으로 공기의 흐름을 색깔 있는 실처럼 보여 주었다. 파란 실들이 계단 사이를 스치며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이내 반대 방향으로 밀려 나왔다. 문제는 모든 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른쪽은 흡입, 왼쪽은 배출이었다. 둘 사이에 몸을 세우면 사람을 중심으로 공기의 압력이 달라질 수 있었다. 바르트가 계단을 뜯어 보려고 하자 민규가 멈춰 세웠다. “계단이 통로를 버티는 지지대일 수도 있습니다. 먼저 도면과 맞춰 보죠.” 도면에는 철판이 그려져 있지 않았다. 사고 뒤에 덧댄 임시 보강재였다. 누군가가 이곳을 폐쇄하면서도 안쪽 공기가 순환하도록 길을 남겼다는 뜻이었다. 입구를 막고도 살아 있는 사람을 포기하지 않았거나, 장치를 계속 움직이게 하려 했을 수 있었다. 은희는 통신관으로 안쪽에 질문을 보냈다. 하셀에게 배우던 응답 방법을 그대로 썼다.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같은 간격으로 세 번 두드려 달라.’ 돌아온 신호는 네 번이었다. 은희는 잠시 말을 멈췄다. “내가 가르친 방식이 아니야. 그러나 이 소리는… 누군가 일부러 규칙을 바꾸고 있는 것 같아.” 루카가 화면 앞에 가까이 왔다. “한 번 더 보냈으면 다시 다섯 번이 됐을까요?” “그러면 사람이 아니라 숫자를 늘리는 장치일 수도 있겠지.” 민규는 답했다. “지금은 답을 기다려 보자.” 이번에는 질문을 보내지 않았는데도 다섯 번의 두드림이 돌아왔다. 이어 여섯 번. 계단 아래 어딘가에서 숫자가 한 개씩 늘고 있었다. 셀레나는 출입 인원을 세는 마법판의 잔향을 발견했다. 외부에서 사람이 말할 때마다 그 소리를 한 명의 구조 대상자로 등록하는 장치였다. 같은 목소리를 반복해도 새 사람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 숫자가 많아지면 자동으로 관리 책임자를 불러들이는 구조였다. “저희가 하셀을 확인하려고 할수록 기록에는 더 많은 사람이 생기는 거네요.” 케스가 말했다. “그러면 무조건 말을 끊어야 하나요?” 은희가 물었다. 민규는 그녀를 바라봤다. “아뇨. 사람한테 물어보는 일은 계속해야죠. 다만 기계가 그 질문을 마음대로 인원으로 바꾸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는 나무 막대 두 개를 바르트에게 부탁했다. 금속 진동을 마법 판정 회로에 넘기지 않는 평범한 고무 받침을 끼워 통로와 호출기를 분리했다. 분리한 뒤에도 두드림은 잠깐 이어졌다. 그러나 숫자는 더 이상 늘지 않았다. 처음으로 소리가 숫자가 아닌 소리로 남았다. 그 짧은 성공에 바르트가 휘파람을 불었다가, 위쪽 돌벽에 먼지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지역 기술자는 잠긴 측면 관리문에 균열이 있다고 했다. 문을 열어 안쪽 압력을 내보내면 돌계단이 한꺼번에 내려앉을 위험이 있었다. 민규는 일행을 물린 뒤 외부 배수로를 먼저 정비할 것을 제안했다. 낙엽과 진흙을 치우는 일은 영웅적인 구조 작전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물이 고여 있는 건물의 문을 열 때는 그런 일이 구조의 시작이었다.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티에른에게서 편지가 도착했다. 제0설계국 내부에서는 민규가 전날 원점 관리실에 ‘입실했다’는 기록이 정식 보고로 배포됐다고 했다. 날짜가 아직 오지 않았는데 상부는 이미 결재까지 했다는 것이다. 티에른은 정식 문서 번호를 적고 자신이 그 문서를 받았던 시간을 증언하겠다고 했다. 케스는 그것을 보관하면서도 티에른에게 직접 현장에 오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아직 어떤 역할로 움직이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기록이 먼저 움직였다고 실제 사람까지 움직인 건 아닌데.” 바르트가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우리가 실제 사람이 움직이는 길을 확인하는 거죠.” 민규가 말했다. 배수로를 청소하는 동안 작은 사고가 있었다. 한 작업자가 낡은 돌에 발을 디디자 발밑의 흙이 내려앉았다. 작업자는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물이 고인 홈 쪽으로 미끄러졌다. 바르트가 가까이 있었지만 성급히 뛰어들지 않았다. 민규는 먼저 다른 작업자들에게 멈추라고 외치고 안전줄이 걸려 있는 곳을 확인했다. 지역 기술자가 작업자의 팔을 잡아 끌어 올렸다. 다행히 큰 상처는 없었지만 발목을 접질렀다. 작업자는 미안하다고 했다. 민규는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대신 바로 상태를 확인했다. “통증이 어디에 있습니까? 걸을 수 있습니까? 의료진에게 보여 드리겠습니다.” 미끄러진 부분에는 안전 표시가 부족했다. 사고의 원인을 작업자 한 명의 실수로 단정할 수 없었다. 그는 표시를 늘리고 작업 동선을 바꿨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좁은 계단 쪽으로 몰리지 않게 조정했다. 바르트는 자신이 서둘러 문을 열고 싶었던 마음을 털어놓았다. “하셀이 살아 있다면 한 분이라도 빨리 꺼내고 싶지. 그런데 급해서 무너진 바닥을 못 보면 또 사람이 다쳐.” “저도 그래요.” 민규가 답했다. “그래서 작업을 멈추게 한 겁니다. 저 사람이 다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바꾸자는 생각을 못 했을 수도 있겠네요.” 셀레나는 현장의 공기 흐름이 계속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을 빼자 터널 안쪽으로 들어가는 공기가 늘었고, 배수구에 다시 흙이 쌓이면 바깥으로 밀려 나오는 공기가 증가했다. 살아 있는 누군가가 안쪽에서 환기 장치를 조절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측정값을 분석하던 중 더욱 이상한 점이 나타났다. 공기가 들어가는 쪽과 나오는 쪽의 온도가 전혀 달랐다. 한쪽은 여름의 온도였고, 다른 쪽은 늦겨울처럼 차가웠다. “날짜가 다르다고 했던 말이 이 뜻인가요?” 케스가 물었다. “날짜가 다른 두 공간의 공기가 섞일 가능성은 있어요.” 셀레나가 답했다. “하지만 실제 시간을 이동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죠. 오래된 마법 장치가 열을 옮기는 방식일 수도 있고요.” 민규는 온도뿐 아니라 습도와 산소 농도도 따로 측정했다. 마법 측정값은 시간이 달라질 때 흔들렸지만 기계식 장비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그 차이를 도면 위에 표시하자 계단 아래에 좁은 환기 공동이 존재한다는 추정이 나왔다. 사람 한 명이 지날 수 있을 정도였지만 구조 통로로 사용하기에는 아직 위험했다. 은희는 사고 소식을 듣고 구조팀에 연락했다. “원점에서 사람을 구하려다 우리 쪽에서 또 환자가 생겼다면서?” “크게 다친 건 아니에요. 지금은 의료진이 확인하고 있어요.” 민규가 답했다. 은희는 한숨을 쉬었다. “작업은 쉬었다 해도 되지만, 다친 사람은 쉬어도 통증이 남아. 그걸 잊지 말아 줘.” 민규는 그 말을 수첩에 적지 않았다. 수첩보다 자신이 기억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구조팀 전원에게 간단한 휴식을 요청했다. 안전선 바깥에서 식사를 하고 몸을 녹인 뒤 다시 들어가기로 했다. 누군가는 일이 늦어진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 짧은 휴식 동안 장비를 점검하다 작은 균열을 발견했다. 그 균열을 고치지 않았다면 문을 여는 순간 위험했을 것이다. 점심을 먹는 동안 도만은 예전 기차역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하루에 여러 번 출발하던 화물열차의 역무원들은 경보를 너무 자주 들으면 결국 무시하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경보가 울릴 때마다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짧게라도 확인하려 했다. 늙은 역무원이 된 지금도 그 버릇은 남아 있었다. “경보가 틀린 적이 백 번 있다고 백한 번째도 틀리다는 법은 없으니까.” 민규는 그 말에 동의했다. 자신의 일을 누군가 대단한 마법 사건으로 보더라도 결국은 같은 원칙이었다. 위험이 실제인지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사람을 이동시키고, 안전한 출구를 남기는 것. 마법이 없는 현장에서도 해야 할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복귀 직전 셀레나는 계단 밑에서 조금 전까지 없었던 빛을 발견했다. 작은 유리 조각이 돌 틈에 끼어 있었고 그 안에서 별 모양의 빛이 흔들렸다. 민규는 처음에는 장식품이라고 생각했지만 바르트가 그것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사고 전의 급수탑에는 비상 조명용 유리 표시가 있었다. 전원이 끊기면 스스로 빛나는 부품이었다. 그런데 지금 빛나는 것은 전원이 정상인 때에만 들어오는 파란색이었다. “안에서 누가 스위치를 누르고 있군.” 바르트가 말했다. “자동으로 켜진 걸 수도 있어요.” 민규가 답했다. “그렇지만 사람이 그곳을 사용하고 있는지 물어볼 이유는 충분하네요.” 작업자는 모두 지정된 위치로 돌아왔다. 다친 사람은 치료를 받으러 먼저 떠났고, 그의 자리를 무리하게 다른 사람으로 메우지 않았다. 민규는 인원을 다시 호명했다. 장치의 정원표는 자동으로 숫자를 맞추려고 했지만 실제 작업팀의 명부는 늘어난 사람도 사라진 사람도 없었다. 그 분명한 차이를 확인한 다음에야 다시 계단 아래로 다가갔다. 한낮에 물이 빠지자 계단 아래에서 오래된 종이 하나가 떠올랐다. 종이는 기름 먹인 봉투에 들어 있어 물에 젖지 않았다. 봉투에는 하셀이라는 이름 대신 [설계 변경에 대한 이의 신청]이라고 적혀 있었다. 안쪽에는 선명한 필체가 남아 있었다. ‘수동 대피로는 관리자 승인 없이 열려야 한다. 생존자의 응답을 정원 초과로 처리할 수 없다.’ 그 아래에는 반려 도장이 찍혀 있었다. 사유는 ‘총괄 시험 목적과 충돌’이었다. 은희는 그 문장을 한참 읽었다. “그분이 왜 그때 화를 냈는지 알 것 같아.” 그녀는 오래전 보건실을 찾아온 하셀이 공사 관계자와 다퉜던 일을 기억했다. 그는 설비를 멈출 때 사람을 먼저 빼내는 절차가 없으면 완공 확인서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음 날부터 그의 이름이 공사 명단에서 사라졌다. 민규는 종이를 복사해 구조팀에 전달했다. 하셀이 생존해 있다는 증거는 여전히 아니었지만, 최소한 오래전 그가 어떤 위험을 경고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현재의 구조 판단에 중요했다. 수동 대피로가 존재한다면 관리자 권한을 가져올 필요 없이 열 수 있는 방법이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 질 무렵 바르트는 계단의 마지막 철판 밑에서 작은 손잡이를 찾아냈다. 이번에는 붉은 손잡이가 아니라 낡은 황동 고리였다. 표면에는 손가락이 오래 닿아 반질반질해진 부분이 있었다. 고리 옆에는 [비상 압력 배출]이라고 쓰여 있었다. 민규는 현장 기술자와 개방 순서를 검토했다. 모두 뒤로 물러서고 공기가 빠지는 방향을 확인한 뒤 서서히 고리를 당겼다. 계단에서 긴 한숨 같은 소리가 났다. 젖은 벽의 균열을 따라 물안개가 솟았고, 멀리서 오래된 종소리가 한 번 울렸다. 통신관에는 낯선 목소리가 아닌 누군가의 기침이 들렸다. 이어 쇠를 두드리는 소리. 세 번 짧게, 두 번 길게. 은희가 눈을 감았다. “이제야 제대로 된 호출이야.” 민규가 물었다. “누구십니까? 바깥 구조팀입니다. 지금 움직일 수 있습니까?” 대답은 신호가 아니라 거칠고 낮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움직일 순 있어요. 다만 발이 닿는 바닥이 내일이라서요.” 민규의 손목시계가 한 번 흔들렸다. 오래된 계단 아래에서 누군가 분명 살아 있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목소리는 지금 당장 문을 열지 말라고 부탁했다. “오늘 쪽 계단부터 고치세요. 내 쪽은 아직 어제에 매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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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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