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11화
PAYLUA ORIGINAL · 제111화

111화. 구조 요청의 발신자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255자

오프라인 책장
원점 관리실의 비상 호출은 세 번 반복됐다. [발신자: 하셀. 현재 상태: 구조 요청 중.] 그리고 네 번째부터는 문장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구조 요청이 접수되었습니다. 현장 관리자 정민규의 출입을 승인합니다.] 정민규는 안내서를 덮었다. 누군가를 구하러 와 달라는 부탁과 출입을 승인한다는 통지는 성격이 달랐다. 앞의 것은 사람이 보냈을 수도 있지만, 뒤의 것은 사람에게 책임을 씌우려고 만들어진 자동 문구일지도 몰랐다. “일단 구조 요청과 초대장을 따로 봐야겠네요.” 바르트가 그에게서 안내서를 받아 들었다. 손때 묻은 기술자의 손가락이 종이 귀퉁이를 문질렀다. 금빛 문양이 칠해진 부분은 오래된 양피지처럼 거칠었지만 안내 글자는 아직 잉크가 덜 마른 듯 번들거렸다. 셀레나는 책상 아래에 얇은 차폐판을 깔았다. 종이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을 측정하되, 그 마력이 경비실의 다른 설비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셀의 이름이 들어간 건 맞아요. 하지만 이름이 실제로 발신했다는 뜻은 아니에요.” 셀레나가 말했다. “복사된 서명이 자동으로 붙었을 가능성도 있어요.” 케스는 서류에서 문서 번호를 찾았다. 하단에는 숫자가 찍혀 있었다. 수신처가 없는 번호였다. 제0설계국의 문서 양식에는 원래 부서 부호와 기록관의 인수 시각이 함께 붙어야 했다. 이번 번호에는 둘 다 없었다. 대신 ‘사고 이전 발송’이라는 표기만 있었다. “발송일이 삼십 년 전입니다.” “그러면 삼십 년 동안 배달이 안 된 편지인가요?” 루카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고, 오늘 만들어진 종이에 오래전 날짜를 찍었을 수도 있지.” 민규는 수첩에 두 가능성을 모두 적었다. “발송인이 누구인지보다 먼저, 지금 구조가 필요한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자.” 정은희는 안내문을 바로잡아 주듯 펼쳤다. 종이 왼쪽 상단에는 바늘구멍 두 개가 있었다. 그녀는 오래전 하셀이 의료실에 설치해 주었던 낡은 호출기를 기억했다. 전기나 마력이 끊겨도 긴급 상황을 알리도록 만든 것이었다. 호출기는 세 번 짧게, 두 번 길게 울렸다. 소리가 아니라 압력으로 신호를 남기는 장치였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그것을 ‘종이의 맥박’이라고 불렀다. “이 구멍 위치가 비슷하구나.” 은희가 말했다. “하셀 씨는 중요한 수리를 할 때 꼭 구멍 두 개를 내서 작업표를 고정했어. 하지만 그게 본인의 메시지라는 증거는 아니야.” 그녀가 조심스럽게 종이를 뒤집자 바늘구멍 사이에서 먼지가 떨어졌다. 먼지는 책상 위에 세 개의 점과 하나의 선을 만들었다. 민규는 처음에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뒤 종이가 혼자 떨리면서 같은 무늬가 다시 생겼다. 세 개의 점, 하나의 선. 은희의 표정이 변했다. “이건 ‘들리면 응답하라’는 신호야.” 바르트는 무턱대고 종이를 두드리지 못하게 했다. 모르는 통로의 문을 두드린다고 해서 그 너머가 반드시 사람일 리는 없었다. 그는 독립된 나무판과 길이가 다른 쇠막대 세 개를 가져왔다. 호출기에 연결하지 않은 채 기록만 남길 수 있는 시험 장치였다. 은희는 삼십 년 전 신호의 규칙을 종이에 적었다. 질문을 보낼 때와 구조 종료를 알릴 때 쓰는 신호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민규는 두드릴 문장을 골랐다. ‘당신은 안전한가?’보다는 ‘그곳에 사람이 있는가?’가 먼저였다. 자동 장치가 안전하다고 답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바르트가 막대기로 다섯 번 소리를 냈다. 아무 일도 없었다. 경비실 바깥의 복도에서 청소 직원의 발걸음만 들렸다. 루카가 실망한 듯 고개를 내밀었다가, 바로 다시 굳었다. 낡은 안내서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 세 번 짧게, 두 번 길게. 이번에는 신호가 아니라 대답이었다. 은희가 해석했다. “사람이 있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다.” “몇 명인지 물어봐 주세요.” 케스가 말했다. 질문은 몇 번이나 실패했다. 둘인지 셋인지 묻는 신호를 보낼 때마다 종이에서 다른 수가 나타났다. 어느 때에는 열둘이었고, 어느 때에는 한 명이었다. 민규는 숫자를 답으로 적지 않았다. 기존 기록망이 사람을 숫자로 만들며 사고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두 번째 질문을 바꿨다. ‘신호를 보내는 사람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가.’ 이번 대답은 길었다. 세 번의 짧은 소리 뒤에 쇠가 긁히는 마찰음이 이어졌다. 무언가에 걸려 있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미라가 경비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루카의 손을 잡고 서 있었다. 서리나루에서 돌아온 뒤에도 루카는 밤중의 호출음을 들으면 무의식적으로 창문부터 살폈다. 미라는 동생을 의자에 앉히고 민규에게 물었다. “실제로 갈 건가요?” “구조 요청이 진짜라면 가야겠죠. 하지만 지금 여기서 출입문이 열렸다고 해도 바로 들어가진 않을 겁니다.” “그 말은 믿을 만하네요. 예전 같았으면 루카가 먼저 뛰어들었겠지만.” 루카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요즘은 두 번 확인해.” “그래서 오늘은 세 번 확인하라고 하려는 거야.” 미라의 농담에 경비실의 긴장이 잠깐 누그러졌다. 민규는 동료들과 확인 사항을 나눴다. 셀레나는 발신 신호의 출처와 위조 여부를 분석하고, 바르트는 호출기의 도면을 찾는다. 케스는 제0설계국의 공식 구조 요청 기록을 확인한다. 은희는 삼십 년 전 하셀의 수기와 신호를 대조한다. 자신은 현장 출입 동선과 구조 시 필요한 인력을 확인하기로 했다. 누구도 단독으로 출동하지 않는다. 연락이 끊겨도 통신 장치가 구조 인원의 생사를 대신 판정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 조항은 다른 사항보다 굵게 적었다. 그날 밤 경비실의 책상에는 평소보다 물건이 많았다. 열한 학교의 표지가 찍힌 우편물, 서리나루의 차표, 하셀의 작업표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던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낡은 시계, 그리고 은희가 의료실에서 가져온 작은 종이컵이었다. 컵에는 따뜻한 보리차가 담겨 있었다. 민규는 오늘만큼은 커피를 마시지 않기로 했다. 오래된 시설에서 밤을 보내기 전에는 마음보다 손끝이 정확해야 했다. “그런데 네가 이 일을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은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건 원래 설계국이 해야 할 일이고, 네가 어릴 적에 도움을 청했다는 사실은 아무런 의무도 만들지 않아.” 민규는 종이컵을 돌리다가 내려놓았다. “알아요. 그래서 제가 관리자라고 적힌 문서는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거예요. 그래도 사람이 안쪽에 있다면 확인하러 갈 필요는 있잖아요. 그건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같이 결정할 수 있고요.” “그 말과 혼자 해결하려는 건 다르다는 거 잊지 마.” “바르트 아저씨가 제가 혼자 나서면 출입대장에 빨간 글씨로 써 놓겠다고 했어요.” 은희는 웃었다. 짧은 웃음이었지만 민규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조금 안심했다. 너무 오랫동안 서로의 시간을 빼앗겼던 두 사람이 이제는 같은 밤을 살고 있었다. 그 사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영웅처럼 기록하는 일은 피해야 했다. 그때 미라가 오래된 연락망의 목록을 정리해 왔다. 구조 신호에 응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원격 통신이 끊기는 지역에서는 수동으로 전해야 했고, 마력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직원들은 대부분 다른 업무를 맡고 있었다. 미라는 누가 언제 연락 가능한지 한 줄씩 적고, 대리 연락을 받을 사람까지 지정했다. 민규는 그 목록을 보고 구조 요청 한 줄 뒤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루카는 방 한쪽에서 구리 종을 두드리고 있었다. 은희에게 배운 신호를 연습한다고 했다. 세 번 짧게, 두 번 길게. 그러나 두 번째 긴 소리가 끝나자 종의 울림이 묘하게 뒤로 감겼다. 루카는 놀라 종을 내려놓았다. 민규가 가까이 가서 종의 재질을 확인했다. 평범한 구리였다. 문제는 종이 아니라 종을 두드린 시각이 경비실의 출입표에서 거꾸로 인쇄됐다는 것이었다. “형, 이건 내 탓 아니지?” 루카가 물었다. “네가 종을 두드린 건 맞아. 그런데 출입표가 시간을 거꾸로 쓴 걸 네 탓이라고 할 순 없지.” 민규는 종소리와 출력 기록을 각각 보관했다. 언제부터 출입표의 오류가 시작됐는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셀레나는 기록이 조작되는 순간에 어떤 마력 반응이 있었는지 분석했고, 미라는 루카가 같은 시험을 반복하지 않도록 종을 잠금 서랍에 넣었다. 호기심과 안전 사이에서 작은 싸움이 있었지만, 결국 루카도 동의했다. 자정이 넘자 경비실 창밖에서 사람 그림자가 스쳤다. 민규는 창문을 열지 않았다. 먼저 외부 조명을 켜고 근무 중인 당직자에게 확인했다. 당직자는 건물 밖에 아무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창문에는 기름 묻은 손바닥 자국이 하나 남아 있었다. 손자국의 손가락은 다섯 개가 아니라 넷처럼 보였다. 셀레나가 기록을 남기자 손자국은 천천히 지워졌다. 조명은 계속 켜져 있었다. 실제 사람이 사라진 것인지, 창문에 남은 이미지가 사라진 것인지 끝내 알 수 없었다. 민규는 침묵을 깼다. “누군가 이미 우리 작업을 보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케스는 창문을 관찰하는 대신 주변 출입문을 확인했다. 실제 침입이 없었는지 살피는 게 먼저였다. 모호한 현상을 이유로 모든 경보를 울리면 건물 안의 학생들만 더 불안해질 수 있었다. 그들은 순찰을 마치고 보고서를 썼다. 잠금장치는 정상, 유리 표면에 손자국 확인, 발자국과 출입 기록 없음. 지워진 자국이 남긴 것은 위험한 인물이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 확인해야 할 질문이었다. 침대에 누운 은희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너희 어릴 때 보건실에서 쓰던 호출기는 물이 새면 오작동했어. 하셀 씨가 한밤중에 배관을 뜯어 고쳐 줬지. 그때는 사람을 구하는 기계가 사람을 가둘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니.” 민규는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려 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어머니가 지금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내일 다시 이야기해 주세요. 기억나지 않는 건 나중에 들어도 되니까.” “그래. 너도 너무 오래 깨어 있지 마.” 전화를 끊은 민규는 동료들에게 휴식 순번을 정해 주었다. 구조를 시작하기 전에 구조자가 지쳐선 안 된다. 아침까지 남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자료 정리와 응답 경로 확인뿐이었다. 그는 홀로 경비실에서 끝까지 버티지 않았다. 첫 순번의 휴식을 위해 불을 끄고 자리를 떠났고, 그날의 마지막 근무 항목에는 [긴급 상황 없음. 신호 재확인 예정]이라고 적었다. 다음 날 새벽, 제7시설의 낡은 기계실에서 작업이 시작됐다. 바르트가 가져온 호출기의 도면은 일부가 타 있었다. 불에 탄 가장자리 옆에 남은 문장은 분명했다. ‘원점 관리실로 보내는 비상 신호는 일방향이다.’ 한 번 보내면 답을 들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경비실로 도착한 안내서는 질문에 대답하고 있었다. “누가 원래 장치를 고쳤군요.” 셀레나가 말했다. “그게 구조 요청을 더 믿을 이유입니까, 덜 믿을 이유입니까?” 케스가 물었다. 민규는 두꺼운 장갑을 낀 손으로 태엽 장치를 돌려 보았다. “둘 다 아니죠. 새로 연결한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생긴 겁니다.” 오래된 연결관의 끝에는 실이 끊어진 듯한 자리가 남아 있었다. 나사를 풀어 덮개를 걷어 내자 유리관이 드러났다. 유리관 안쪽에는 하얗게 칠한 작은 화살표가 있었고, 그 밑에는 누군가 손톱으로 파낸 글자가 남아 있었다. ‘밖의 시간과 안의 시간을 혼동하지 말 것.’ 민규는 손목시계를 풀어 바깥 기준 시각을 기록했다. 셀레나는 유리관 속 마력의 흔적을 따라가다 갑자기 말을 멈췄다. 측정기가 같은 값을 두 번 표시했기 때문이었다. 보통이라면 오차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측정 시각이 서로 달랐다. 한 기록은 아직 오지 않은 새벽에 찍혀 있었다. 바르트가 기계를 열어 내부 시계를 확인했다. 고장은 없었다. 기록만 먼저 도착한 상태였다. 그때 관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노인 같기도 하고 젊은 사람 같기도 했다. 숨을 몇 번 고른 뒤 아주 짧게 말했다. “장갑을 끼지 마세요.” 민규는 잠금함에 넣어 둔 흰 장갑을 떠올렸다. 아직 누구에게도 장갑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셀레나가 곧바로 질문을 보내려 했지만 목소리는 다시 이어졌다. “열쇠는 문을 여는 게 아닙니다. 출근을 확정하는 겁니다. 나를 구하러 오려면, 먼저 당신들이 어디에 서 있는지부터 알아내세요.” 소리는 끊겼다. 유리관 안쪽에서 손톱으로 긁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리고 모든 시계가 같은 시각을 표시했다. 새벽 두 시 십칠 분. 민규는 한동안 유리관을 바라보다 수첩에 세 가지를 적었다. [생존 여부 미확인. 발신자가 열쇠의 기능을 알고 있음. 호출 경로가 현재 장소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 이어 네 번째 줄을 쓰려는데 측정기에서 아주 작은 종이가 나왔다. [원점 관리실 위치 확인 요청: 지도에서 찾지 말 것. 남겨진 출구에서 찾을 것.] 그는 수첩을 덮고 말했다. “좋습니다. 원점을 찾으러 가기 전에, 누가 원점에서 나왔는지부터 확인합시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11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11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