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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06화
PAYLUA ORIGINAL · 제106화

106화. 교감이 된 다섯 번째 학생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363자

오프라인 책장
벨라는 자기 이름이 적힌 졸업장을 보고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그녀가 교감 대행으로 살아온 시간은 십 년이었다. 하지만 졸업장은 그보다 훨씬 오래된 종이처럼 누렇게 변해 있었다. 가운데 찍힌 학교 문장에는 세 개의 종과 네 개의 문이 그려져 있었다. 민규는 그 문장이 아이들의 교복 단추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보았다. 이 학교는 사람을 교육하겠다는 이름을 걸고서, 교직원을 학생 자리로 옮기는 순환 장치를 운영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내가 졸업하면 교감이 되는 걸까요?” 벨라가 물었다. “그건 제가 대신 답할 수 없습니다.” 민규는 종이를 접지 않은 채 말했다. “다만 이 졸업장에는 당신이 이미 교감으로 근무한 기록을 지우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런 일을 허락하신 적이 있습니까?” 벨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첫 출근일에 누군가 자신을 불러 교감실 열쇠를 주던 장면을 기억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목소리만은 남아 있었다. ‘학생은 네 명이어야 한다.’ 열쇠를 건네던 사람은 축하 인사보다 그 규정을 먼저 강조했다고 했다. 벨라는 교감실에서 일하는 동안 한 번도 자신의 급여를 직접 받은 적이 없다는 걸 떠올렸다. 학교는 숙식과 교복을 제공했고, 일의 대가는 학기가 끝날 때 졸업증서로 지급된다고 했다. 그러나 해마다 증서는 다시 인쇄됐고, 그녀는 다음 학기를 준비한다는 이유로 건물을 떠날 수 없었다. 근무 계약서라고 믿었던 서류에는 그녀가 아직 학생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케스는 계약서의 작은 글씨를 읽었다. [학생의 잔류 의사는 학사 운영의 안정성을 위하여 추정함.] 본인이 동의하지 않아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간주한다는 문장이었다.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어떤 기관도 사람의 선택을 이렇게 마음대로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벨라는 그제야 지난 세월 자신의 피로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듯했다. 정은희는 통신관을 통해 벨라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조금 들려주었다. 삼십 년을 보건실에 갇혀 있었지만, 돌아온 뒤 처음 한 일은 과거를 모두 설명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루를 쉬고, 따뜻한 밥을 먹고,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 본 것이었다. “밖에 나가면 우선 잠을 자도 괜찮아요.” 은희가 말했다. 벨라는 통신관에서 들리는 낯선 여자의 말에 오랫동안 울지 못하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민규는 학생들에게 벨라의 신원을 증명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이미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 어른이 자기 일을 설명하기 위해 아이의 기억에 기대야 한다면 그 역시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었다. 대신 교직원 기록과 급식 장부, 매 학기 운영 비용의 흐름을 조사했다. 그곳에서 벨라가 실제로 학생을 돌본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본인의 삶을 되찾는 작업은 서류 한 장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오후 다섯 시까지 한 시간이 남았다. 셀레나는 학교 전체가 아니라 창고 안에서만 마력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졸업 종이 울리면 창고가 열차 객차와 연결되고, 연결된 문을 지나간 사람 중 한 명이 다음 학기의 교직원 자리로 밀려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이는 공간 이동이라기보다 신분을 옮기는 장치였다. 사람의 몸은 살아 있는데 기록에서는 다른 역할로 대체되는 식이었다. “그럼 출입문을 막으면 되지 않나요?” 역장이 물었다. “문을 막으면 갇힌 아이들이 빠져나올 길도 막힙니다.” 민규가 대답했다. “대신 어디에서 숫자를 세는지 알아내야겠어요.” 바르트는 통신관으로 낡은 열차차량의 저울 구조를 설명했다. 플랫폼 끝에는 화물을 세던 계근기가 있었다. 무게를 기준으로 열차에 탄 사람 수를 추정하던 기계였는데 한때 마법학교의 운송 시스템에 쓰였다고 했다. 학생이 한 명 더 타도 기계가 항상 네 명이라고 표시한다면 원래 측정값을 바꾸는 연결부가 있을 수 있었다. 민규는 창고에서 출발한 사람 수가 아니라, 열차에 실제로 탄 사람 수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도만은 역장의 허락을 받아 오래된 계근기를 살펴보았다. 지렛대에는 누군가 끼워 놓은 얇은 금속판이 있었다. 금속판에는 이름을 새길 만한 자리가 있었지만 모두 긁혀 있었다. 금속판을 건드리자 표시는 네 명에서 다섯 명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네 명으로 돌아왔다. 민규는 함부로 빼지 말라고 했다. 갑자기 연결을 끊으면 다른 곳에서 숫자를 보충하려 들 수 있었다. 케스가 말했다. 로제는 벨라가 잠시 쉬는 동안 대기실에서 기억나는 노래를 불렀다. 기차를 타는 날마다 다섯 명이 함께 부르던 짧은 노래였다. 첫 소절은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고, 마지막 소절에서는 모두 제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그런데 지금은 마지막 소절을 부르려 하면 네 사람의 목소리만 남았다. 로제는 노래를 멈추고 입을 다물었다. 아무도 노래를 강요하지 않았다. 민규는 그 모습을 보고 서리나루의 장치가 사람의 이름뿐 아니라 공동의 기억을 특정한 숫자로 맞추려 한다는 가설을 적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노래를 잊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가설을 확신하지 않았다. 대신 여섯 번째 소절이 있었다는 목격자의 말을 따로 적어 두었다. 단어 하나가 사라졌다고 모든 것을 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역장실로 돌아오니 오래된 승차권 모음집이 도착해 있었다. 도만이 수십 년 동안 보관한 표였다. 어떤 표에는 네 명의 이름이, 어떤 표에는 다섯 명의 서명이 남았다. 날짜별로 나누니 이상한 규칙이 보였다. 이름 다섯 개가 찍힌 날 다음 주에는 네 개가 남고, 한 달 뒤에는 서류의 담당 교사 이름이 바뀌었다. 학생이 사라지면 곧 직원이 바뀌는 구조였다. 벨라의 개인 기억만으로 모든 것을 확정할 수 없었지만, 다른 시기의 물건들이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케스는 도만에게 왜 이걸 진작 신고하지 않았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도만은 예전에 신고했고, 그 신고를 받은 기관의 기록이 사라졌다고 했다. 신고가 기록에서 지워졌다는 이유로 신고하지 않은 사람으로 몰아서는 안 됐다. 그는 오히려 같은 문제를 다시 보고할 공식 접수번호를 발급했다. 이번에는 역장, 경찰, 교육청이 서로 같은 보고서의 사본을 갖도록 했다. “교장실이 정말 있긴 한 겁니까? 벨라는 목소리만 들었고, 학생들 사진에도 교장 얼굴이 없습니다.” 민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선생은 없고 교장은 전화로만 나타난다. 학생은 살아 있는데 신분 기록이 바뀐다.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 교장실은 사람의 업무 공간이 아니라, 이 숫자 장치를 통제하는 장소일지도 몰랐다. 실제 책임자를 찾으려면 열쇠와 승인 기록을 확인해야 했다. 정은희는 학교에서 보내 준 오래된 보건실 기록을 읽고 있었다. 기록에는 백종 마법학원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이 자기 이름을 말하지 못하고 역할만 반복하는 증상이었다. 그녀는 민규에게 급히 연락했다. “직원이 자기 일을 기억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리면, 그 일부터 계속 시키지 마. 잠깐 쉬게 해야 해. 본인이 선택할 여유가 필요해.” 민규는 벨라에게 따뜻한 물을 건넸다. “잠깐 앉아 계시겠어요? 학생들은 저희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녀는 처음엔 못마땅해했지만 의자에 앉았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교복을 입은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자,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이 돌아왔다. 열여섯 살의 벨라가 그들과 똑같은 가방을 메고 역에 서 있었다. 다섯 번째 학생은 자신이었다. 교장은 네 명을 졸업시켰고 벨라에게 ‘다음 기수 학생을 맞으라’고 했다. 교감 대행이라는 직함은 처음부터 없는 자리였다. “그럼 나는 십 년 동안 학생들을 데려오면서….” 벨라가 말을 잇지 못했다. 민규는 그녀의 기억을 대신 완성하지 않았다.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말하도록 기다렸다. 그러다 벨라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나도 나갈 수 있을까요?” 민규는 대답했다. “우리가 확인해야겠죠. 출구를 찾고 있습니다. 당신도 여기 남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역장실에는 새벽 열차의 교대 근무표가 걸려 있었다. 민규는 그 종이를 보다가 오늘 오후 다섯 시에 들어오는 열차가 없는 걸 확인했다. 그러나 플랫폼의 신호등은 이미 출발 준비를 알리고 있었다. 차량이 움직이지 않더라도 누군가 기계 속에서 출발을 선언할 수 있었다. 그 선언이 졸업 기록과 결합하면 사람을 인계한 것처럼 처리될 수 있었다. 도만은 역의 비상 정지 절차를 길게 설명했다. 기계의 전원을 갑자기 끊으면 제어판이 마지막 값을 기억하고, 다시 켜졌을 때 그 값을 정상 인원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따라서 정지하기 전에 현재 계측값이 신뢰할 수 없다는 표시를 남겨야 했다. 민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을 모르더라도 잘못된 숫자를 안전한 숫자로 오해하지 않게 만드는 일은 이해할 수 있었다. 케스는 교육청에 긴급 연락을 보냈다. 규정상 학교가 졸업식을 진행할 수 있는지, 실제로 등록된 학교인지 공식 답변을 요청했다. 돌아온 것은 자동응답뿐이었다. 담당자가 확인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민규는 답변이 늦다는 사실에 화를 내기보다, 지금 당장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찾았다. 법적 권한을 확인하는 일과 위험한 기계 앞의 사람을 구하는 일은 서로 기다리게 할 수 없는 별개의 작업이었다. 셀레나는 종이 움직이는 순간마다 바닥의 선이 끊어지는 장면을 측정석에 담았다. 움직이는 선은 사람의 몸을 자르지는 않았지만 다른 역할을 부여했다. 학생이 교사가 되고, 교사는 빈자리로 바뀌었다. 민규는 그 자료를 보며 처음 교장실 전화가 상냥한 이유를 이해했다. 사람들에게 충분히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수록 누군가는 자기 희생을 자발적인 결정이라고 믿게 될 것이다. 그는 학생들 앞에서 어떤 조건도 제시하지 않기로 했다. 남은 시간은 삼십 분이었다. 창고 안의 종은 일정한 간격으로 울리기 시작했다. 셀레나는 종소리가 창고의 마력 측정값보다 계근기의 금속판 반응과 정확히 맞물리는 걸 발견했다. 졸업은 교실 안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라 플랫폼의 낡은 무게 측정 장치에서 결정되고 있었다. 그걸 알자 동선도 달라졌다. 학생들을 창고로 모으는 대신 역의 대기실과 구조 통로를 먼저 확보해야 했다. 민규는 역장과 도만에게 계근기 주변을 비워 달라고 했다. 바깥에는 구경꾼이 모이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졸업식이 열린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역장은 사람들을 밀어내려 했지만 민규는 원인을 설명하자고 했다. “학생 구조 중이고, 무단으로 플랫폼 끝으로 가면 위험하다고 안내해 주세요. 모르는 걸 아는 척하지 말고요.” 벨라는 학생들의 가방을 바라봤다. 언젠가 자신도 같은 가방을 메고 기차를 탔다는 기억이 이제는 분명했다. 그때의 가방 안에는 부모가 넣어 준 손수건이 있었다. 가장자리에 작은 꽃이 수놓인 손수건이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주머니를 뒤졌다. 오래돼 실이 풀린 손수건 한 장이 손끝에 닿았다. 수십 번 세탁했지만 작은 꽃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건 엄마가 준 거예요.” 벨라가 말했다. 십 년 동안 그녀는 그 물건을 누가 주었는지 기억하지 못한 채 교감실 책상에 두었다. 이제는 떠올랐다. 누군가를 대신하기 위해 남은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 배웅받아 학교에 왔던 학생이었다. 그걸 기억하자 눈물이 났다. 그러나 그녀는 곧 손수건을 접었다. 앞에는 아직 돌아가지 못한 아이들이 있었다. 민규는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이 처음 경비실을 찾아온 날을 떠올렸다. 낯선 교복과 마법진 사이에서 어디에 손을 대야 할지 몰랐던 때였다. 지금도 그는 마법사의 모든 주문을 알지 못했다. 다만 설비가 고장 났다면 누가 사용했고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묻는 일을 배웠다. 그 물음이 사람의 삶을 지우는 시스템 앞에서도 쓸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졸업장 네 장의 글씨가 짙어졌다. 카란, 메이든, 하비, 로제. 다섯 번째는 여전히 백지였지만 벨라의 이름이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남게 되는 거네요.” 그때 열차 객차 안에서 아이가 손바닥으로 창문을 쳤다. 소리가 더 커졌다. 민규는 아이를 바라보며 작은 수첩을 펼쳤다. ‘세어야 하는 건 정원이 아니라 실제 사람’이라는 문장을 적었다. 그리고 역장에게 말했다. “계근기를 정지시키는 방법을 알려 주세요. 기록을 고치는 대신 측정 자체를 멈출 겁니다.” 역장은 안전조치 없이 기계를 멈출 수 없다고 했다. 그 말이 오히려 민규에게 확신을 주었다. 졸업을 멈추기 위해 사람을 다른 자리로 밀어 넣는 방법이 아니라, 정상적인 절차로 설비를 정지시킬 길이 있는 것이다. 바르트가 알려 준 구형 장비의 구조를 따라가자 측면의 큰 손잡이가 보였다. 손잡이 아래에는 아주 오래된 글씨가 있었다. [장치 이상 시, 실제 계수보다 사람의 생존을 우선한다.] 민규는 손잡이를 만지기 전에 벨라와 역장의 동의를 확인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을 때 종이 다섯 번 울렸다. 종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졸업식이 시작됐다. 창고 안의 수업 책상 네 개가 서로 밀착하며 하나의 문이 되었고, 보이지 않던 다섯 번째 학생의 그림자가 그 문 뒤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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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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