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04화
PAYLUA ORIGINAL · 제104화

104화. 서리나루 창고의 네 번째 밸브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399자

오프라인 책장
서리나루 역의 창고에는 문이 하나뿐이었다. 적어도 겉에서 보기에는 그랬다. 낡은 벽돌 창고는 역사 뒤쪽의 좁은 골목 끝에 있었다. 벽에는 소금기가 하얗게 배어 있었고, 출입문에는 ‘시설 보수 중,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정민규는 안내문에 찍힌 날짜부터 확인했다. 보수 공사는 열한 해 전에 시작한 것으로 적혀 있는데 종료일은 비어 있었다. 사람들이 긴 공사를 의심하지 않을 만큼 느린 곳은 위험한 시설을 숨기기에 편했다. 역장은 창고 열쇠를 가져왔지만 문을 곧장 열지는 않았다. “혹시 안에 누가 있으면요?” 그가 물었다. 민규는 그 질문이 반가웠다. “그래서 먼저 호출하고 환기 상태를 보겠습니다. 기록부에는 빈 건물이라고 되어 있지만 방금 객차 안에 사람이 있는 걸 봤으니까요.” 벨라는 학교에서 학생을 인계하는 서류와 도장을 갖고 왔다. 교감이면서도 창고 문에는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바르트는 학교에서 원격으로 연결된 통신관을 통해 옛 도면을 읽어 주었다. “문 안쪽 오른편에 급수 밸브가 있어야 해. 열차 객차로 연결된 관이 그쪽 벽을 지나갈 거야.” 민규는 장갑 낀 손으로 잠금장치를 살폈다. 금속 표면에는 열쇠를 바꾼 흔적이 있었다. 열쇠구멍보다 새로운 덧판의 나사가 눈에 띄었다. 누군가 문을 잠갔다기보다, 문을 열었을 때 다른 장소가 나오도록 장치를 덧씌운 것처럼 보였다. 셀레나는 마법으로 문을 부수자는 제안을 하지 않았다. 대신 안팎의 마력 차이를 측정했다. 창고 앞 공기는 맑았고 문 틈에서 나온 바람에도 특별한 냄새가 없었지만, 측정석에는 시간을 조금씩 당기는 잔류 반응이 나타났다. 그녀는 긴 줄을 문 바깥의 기둥에 묶고 신호 장치를 달았다. 민규는 역장에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비상 중단 신호를 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종 두 번이면 후퇴, 세 번이면 역 전체에 구조 요청. 마법을 몰라도 행동할 수 있도록 단순하게 만들었다. “이런 준비까지 해야 합니까?” 벨라가 물었다. “문이 하나라서요. 안에서 다른 문을 발견하더라도 나올 길을 잃어선 안 됩니다.” 열쇠가 돌아갔다. 창고 안에는 나무 상자 세 개가 나란히 쌓여 있었다. 그런데 밖에서 본 창고 크기는 겨우 상자 하나를 놓기에도 빠듯했다. 내부 벽이 길게 뻗어 있었고 천장에는 수업 종이 달려 있었다. 바닥의 물은 얕았지만 멈춰 있지 않았다. 한쪽으로 흐르다가 중간 지점에서 다시 되돌아왔다. 선로 아래 급수관과 연결된 곳에 미세한 물안개가 떠 있었다. 민규는 신발 앞쪽에 묻은 먼지를 보았다. 같은 자리를 두 번 밟을 때마다 발자국이 하나씩 사라졌다. 이곳도 기록과 실제 동선을 다르게 처리하는 장소였다. 그는 진입 인원을 두 명으로 제한했다. 케스는 입구에서 감시하고 셀레나는 내부 측정을 맡았다. 벨라는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했지만 일단 바깥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교감이 창고의 위험성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도 기록했다. 창고의 바닥은 일정한 높이가 아니었다. 민규가 두 발짝 걸으면 바닥이 낮아지고 다시 한 걸음 물러나면 같은 곳에서 발꿈치가 먼저 닿았다. 그는 멀리서 보면 같은 나무판인데 서로 다른 두 장의 판이 번갈아 나타나는 것을 알아챘다. 바르트가 보내 준 도면에는 나무판 아래 빈 공간이 표시돼 있었다. 오래전 화물을 운반하던 레일이 지나가는 통로였다. 민규는 레일 틈에 끼인 작은 단추 하나를 꺼냈다. 녹슨 쇠에 붙어 있던 단추는 검은 교복의 단추와 닮아 있었다. 뒷면에는 숫자 4 대신 아주 작은 다섯 개의 점이 있었다. 그는 그 단추를 문 앞에 남기지 않고 증거 봉투에 넣었다. 누가 잃어버린 단추인지 모른다. 하지만 오래전 여기서 학생이 지나다녔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물건이었다. 벨라는 밖에서 창고 안을 들여다보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그녀에게는 상자 세 개만 보였고 민규가 설명한 긴 복도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셀레나는 그녀를 억지로 안에 들어오게 하지 않았다. “지금 서로 다른 공간을 보고 있다는 걸 확인한 걸로 충분해요.” 벨라는 그 말을 듣자 어깨를 조금 폈다. 자신이 이상한 게 아니라 서로 다르게 보이는 상황이 실제로 있다는 뜻이었다. 역장은 화물 창고를 마지막으로 사용한 때가 이십 년 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도만은 그 뒤로도 새벽마다 작은 열차가 서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민규는 두 증언을 따로 남겼다. 화물 사용 기록이 끝난 시기와 실제 누군가 드나든 시기는 같지 않을 수 있었다. 창고는 오래전부터 수업을 위한 공간으로 쓰였던 것으로 보였다. 통신관에서는 바르트가 단호하게 말했다. “민규, 공간이 좁으면 뒤돌아 나와. 구부러진 통로를 끝까지 따라갈 필요 없어. 안쪽에서 문제가 생기면 두 사람이 돌아설 자리가 있어야 하니까.” “예, 입구 폭부터 표시하고 있습니다.” 민규는 대답했다. 지하 피난동의 구조에서 배운 가장 실용적인 원칙이었다. 사람을 구할 때는 돌아올 공간도 함께 확보해야 한다. 나무 상자에는 학생 이름 대신 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1부터 4까지는 뚜렷했고 다섯 번째 번호는 나무의 결 속에 숨어 있었다. 민규는 상자 아래에서 오래된 운동화를 발견했다. 크기가 다른 신발 여러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한 켤레에는 젖은 흙이 묻어 있었다. 아무도 없는 창고에서 신발만 닳을 수는 없었다. “누가 여기 살았던 걸까요?” 셀레나가 물었다. “살았는지 갇혔는지는 아직 몰라요. 다만 누군가 자주 걸었던 길은 맞는 것 같습니다.” 창고 뒤편에 커다란 칠판이 걸려 있었다. 칠판에 적힌 시간표는 오전 아홉 시부터 오후 네 시까지 정확하게 짜여 있었다. 그런데 수업 과목이 이상했다. ‘조용히 기다리기’, ‘정해진 이름으로 답하기’, ‘모자라는 한 사람 찾기’. 마지막 줄에는 ‘졸업: 미기재’라고 쓰여 있었다. 사라진 학생들은 마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어떤 계산에 필요한 행동을 반복한 셈이었다. 그들은 상자에 있던 신발을 하나씩 살폈다. 어떤 것은 한쪽만 있었고 어떤 것은 끈이 서로 다른 색이었다. 모두 한 학교의 지정 교복을 신은 학생이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신발 크기의 차이가 유난히 컸다. 어린아이의 것이 있는가 하면 성인도 신을 법한 구두가 있었다. 학생 이외의 사람도 이 시설을 지나다녔거나 오랫동안 갇혀 있었을 수 있었다. 셀레나는 뒷벽의 흰 선을 발견했다. 아이가 키를 재려고 벽에 그은 표시처럼 보였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까지 여러 높이의 선이 있었지만 날짜는 모두 오늘이었다. 민규는 한 사람이 몇 년을 지냈다고 가정하기 전에 선의 간격을 확인했다. 일정하게 위로 올라가지 않고 아래로 내려간 선도 있었다. 시간이 계속 같은 날로 갱신된다면 이곳에 남은 사람이 자신이 얼마나 컸는지조차 기록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서 교실처럼 생활했다면 식사도 했겠죠.” 민규가 말했다. 셀레나는 벽의 작은 급식표를 찾았다. 메뉴는 죽, 빵, 감자수프가 번갈아 적혀 있었다. 하지만 식사 인원은 늘 네 명이었다. 식기 보관함을 열자 접시는 다섯 개였다. 그릇 하나는 가장 안쪽에 놓였고, 닳은 부분이 나머지보다 심했다. 민규는 접시 바닥에 금이 간 것을 보았다. 사용한 흔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 매번 이걸 씻었나 봅니다.” 그가 말했다. “다섯 번째 사람을 기록에선 없애도 밥그릇은 치우지 않았네요.” 그 사실은 그에게 어떤 희망을 주었다. 기록망이 완벽했다면 잃어버린 사람의 흔적도 모두 없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 물건과 사람의 생활에는 늘 작은 차이가 남았다. 경비원에게는 그 작은 차이가 한 사람을 찾는 길이 되곤 했다. 그때 급수관 너머에서 세 번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객차에서 민규에게 신호를 보냈던 아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그는 관을 두 번 두드리고 잠시 기다렸다. 반대편에서 두 번 돌아왔다. 셀레나가 순간 미소를 지었다. 서로 맞춘 신호가 생겼다. 민규는 이름을 묻지 않고 물었다. “지금 거기서 움직일 수 있니?” 한 번 두드림. 두 사람은 미리 정한 신호를 바꾸었다. 한 번은 ‘예’, 두 번은 ‘아니오’. 아이는 네 번 천천히 쳤다. 정해진 대답과 달랐다. 민규는 통신관을 통해 바르트에게 물었다. “옛날 기술자들이 관을 네 번 두드리는 규칙이 있었습니까?” “네 번째 밸브를 찾으라는 뜻일 수도 있어. 첫 세 개가 잠겨 있을 때 유지관을 열어 달라고 네 번 쳤거든.” 민규는 창고의 밸브를 세었다. 정상적으로 표시된 것은 세 개였다. 네 번째는 칠판 뒤에 가려져 있었다. 칠판을 무턱대고 떼기 전에 고정 나사의 부식 상태를 살폈다. 벽에 물이 새고 있어 나사를 건드리면 일부가 무너질 위험이 있었다. 셀레나는 칠판을 마력으로 띄워 무게를 줄였고 민규는 아래에 임시 받침대를 세웠다. 둘은 조금씩 칠판을 밀어 네 번째 밸브의 손잡이를 드러냈다. 밸브 옆에는 붉은 경고가 붙어 있었다. [졸업 인원 확정 시 개방. 미확정 시 급수 중단 금지.] 졸업 인원이 없으니 영원히 열 수 없는 밸브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물이 새고 있었다. 민규는 이 경고가 설비의 위험을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숫자를 맞추지 못하면 사람을 구하지 못하게 만드는 규칙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시스템을 속여 인원을 확정하지 않았다. 대신 원래의 수동 배수관을 찾기 시작했다. “경고를 무시하실 겁니까?” 벨라가 문밖에서 물었다. “경고의 원인을 조사할 겁니다. 물이 사람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면 그 위험을 먼저 줄여야죠.” 도만이 역장과 함께 오래된 펌프를 찾아왔다. 수십 년 동안 창고에서 물이 흐르는 이유를 몰랐다는 역장은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민규는 그를 책망하지 않았다. 대신 지금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부탁했다. “펌프의 전원을 차단할 수 있는 곳이 어딘지 알려 주세요. 소리가 나면 모두 위치를 알게 하도록.” 펌프를 임시로 가동하자 급수관 안쪽에서 물이 내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젖은 상자 하나가 내부 벽에서 천천히 밀려 나왔다. 상자 앞면에는 ‘5번 학생 보관품’이라고 적혀 있었다. 안에는 이름 없는 교과서와 조그만 방울, 방수가 되는 종이봉투가 있었다. 종이봉투에는 학생이 직접 쓴 듯 삐뚤빼뚤한 문장이 있었다. ‘우리는 다섯 명이었다. 선생님이 넷만 세면, 내가 다시 나와서 알려 줄 것이다.’ 글씨가 지워질까 봐 민규는 종이를 덮어 보호 주머니에 넣었다. 이어서 급수관을 다시 두드렸다. 이번에는 긴 두드림이 이어졌다. 한 아이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서로 다른 간격으로 반응하는 소리였다. 바르트가 통신관 너머에서 숨을 삼켰다. “저 안에 하나만 있는 게 아닌데.” 셀레나는 마력 측정석을 높이 들었다. 수업 종이 걸린 천장이 잠시 흔들리더니 물결처럼 투명해졌다. 위에는 칠판이 또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칠판 뒤로 교실처럼 보이는 작은 방이 줄지어 나타났다. 각 방의 문 옆에는 같은 숫자, 4가 붙어 있었다. 그런데 창문마다 손가락은 다섯 개씩 매달려 있었다. 천장의 칠판 뒤로 갈라진 틈이 드러나자 내부의 소리도 전보다 또렷해졌다. 어떤 방에서는 학생이 교과서를 읽는 소리가 들렸고, 다른 방에서는 누군가 천천히 기침했다. 두 소리가 정말 다른 방에서 나온 것인지, 하나의 소리가 여러 출구로 나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셀레나는 통신석을 놓고 각각 다른 간격으로 신호를 보냈다. 첫 번째 방에서 두 번 치면 두 번째 방에서는 세 번 돌아왔다. 단순히 같은 소리가 복제되는 것은 아니었다. 민규는 각 창문 아래에 숫자 대신 임시 기호를 붙였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 어느 방에서 어떤 응답이 왔는지 혼동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비가 자신도 기호를 붙이겠다고 했지만 그는 대피실에서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구조 현장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었다. 자신이 기억하는 친구의 신호가 어떤 것인지 말해 주는 일이다. 아이는 다섯 번째 친구가 기차에서 장난으로 두드리던 박자를 흉내 냈다. 짧게 둘, 길게 하나. 그 신호가 창고 안에서도 돌아오자 하비는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 거기 있나 봐요.” 그가 말했다. “그래. 그래도 확인할 게 남았어.” 민규는 응답이 온 곳을 다시 표시했다. 가볍게 말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누군가 안에 있다는 희망이 보다 분명해졌다. 민규는 무너질 수 있는 벽 아래로 달려가지 않았다. 출입구를 살피고, 통신관으로 의료지원팀을 호출하고, 외부에서 구조할 수 있는 경로를 확인했다. 좁은 창고에서 학생들을 하나씩 끌어내면 누군가는 뒤에 남을 수 있었다. 그는 구조 목록을 새로 만들었다. 첫 줄에는 이름 대신 이렇게 적었다. [내부 교실 수: 미확인. 각 교실의 실제 인원: 미확인. 숫자 4는 증거가 아닌 시설 표시.] 그가 마지막 점을 찍는 순간, 창고의 수업 종이 스스로 울렸다. 칠판 위에는 새 분필 글씨가 생겼다. [임시 교장 선임. 후보: 정민규. 인수인계 수락 시 전체 학생 열람 가능.] “교장이라.” 민규가 어이없어 웃었다. “저는 건물 점검하러 왔습니다.” 벽 속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그 목소리는 서로 다른 말투였지만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선생님, 오늘은 누가 졸업해요?”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04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04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