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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83화
PAYLUA ORIGINAL · 제83화

83화. 어머니가 부르지 않은 노래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4,705자

오프라인 책장
세아는 어머니가 불러 주던 노래를 한 번도 글로 적지 않았다. 기억에 그대로 남아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겨울 새벽, 작은 부엌에서 물이 끓는 소리. 낡은 의자의 갈라진 등받이. 어머니 리네가 마지막 소절에 이르면 늘 일부러 음을 틀렸던 장면. 그때 세아는 웃었고, 리네는 네가 웃어야 노래가 끝난다며 다시 틀렸다. 제5문의 거리에서는 그 노래가 세아보다 먼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찻집 앞 작은 공연관에서 흘러나온 멜로디는 마지막 소절을 똑바로 불렀다. ‘내일은 이미 골랐단다.’ 제4문의 녹음관에서 듣던 바로 그 문장이었다. 세아는 찻집 앞에 멈춰 섰다. “또 그 노래예요.” 토비는 성검을 내렸다. “이번에는 원본인지 물어봅시다.” 가게 주인은 그 노래가 주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공공 위로 음원이라고 했다. 제2문의 시범 사업에서 넘어온 선율을 제5문에서 기억 친화형으로 편집해 배포했다고 했다. 원래 누가 불렀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피엘은 세아를 돌아봤다. “조사할까요? 먼저 확인해 두겠습니다. 이 노래를 더 듣지 않고 지나가실 수도 있습니다.” “조사하고 싶어요.” 세아가 말했다. “엄마가 어떤 말을 했는지 누가 정하려는지 알고 싶어요.” 일행은 공연관의 뒤편에서 음원 편집 대장을 열람했다. 담당자는 사전에 개인정보가 섞인 부분을 가린 사본만 내놓았다. 에른이 곁에서 읽은 대장에는 음의 높이와 속도를 조절한 흔적보다 더 중요한 기록이 있었다. [감정 교정: 불확실성 제거.] [후렴 교체: 수신자 선택을 완료형으로 표현.] [효과: 회상 안정성 상승.] “노랫말을 바꿨군요.” 세아가 말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담당자는 미안한 표정이었다. “어떤 분들은 매일 같은 꿈에서 깨어나 울기도 해요.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끝난 것처럼 들으면 조금 쉬게 되거든요.” “그렇게 듣고 싶다고 고른 분들께는 괜찮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고른 적 없어요.” 담당자는 책장을 넘겼다. 세아의 이름 아래에 위로 음원 수신 이력이 있었다. 열세 살 때 최초 수신, 최근까지 자동 갱신. 갱신 동의란에는 리네의 서명이 찍혀 있었다. 세아가 종이를 가리켰다. “엄마는 그때 집에 없었어요.” 그 말은 곧장 반박의 증거가 되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 서명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세아는 날짜를 기억했다. 그해 봄 리네는 제2문의 접수대에 문의서를 냈다. 딸에게 배달된 축복의 원본을 확인해 달라고. 그 문의의 사본은 아직 세아에게 있었다. 세아는 종이를 나란히 놓았다. 한쪽에는 질문, 다른 쪽에는 이미 승인했다는 도장. 두 기록의 시간이 열두 분 차이였다. “엄마가 원본을 묻고 나서 고작 열두 분 뒤에 원본을 바꾸는 데 동의했다고요?” 피엘은 등록 시각과 실제 발송 시각을 구분해 적었다. 서명 자체의 진위도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당장 드러난 것은 중요한 모순이었다. 확인을 기다리던 질문과 확정 승인 기록이 같은 시간대에 만들어졌다는 것. 공연관 뒤편에는 기억 씨앗이라는 작은 도구가 보관되어 있었다. 짙은 푸른색 구슬을 손에 쥐면 특정 장면을 떠올릴 수 있도록 돕는 물건이었다. 원래 치료 목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예전에 허락한 일이 있다고 기억하도록 유도하는 시험에 사용된다고 했다. 에른은 잠금이 걸린 시연 상자를 가져왔다. “실제 손님의 기억을 사용하지 않는 교습용 모형입니다. 작동을 보여 드릴까요?” 세아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에른은 모형에 ‘빨간 꽃을 좋아한다’라는 가상의 기억을 넣었다. 그것을 ‘파란 꽃을 좋아한다’로 바꾸자 상자 안의 작은 인형이 새로운 문장을 반복했다. 그런데 인형이 세 번째로 문장을 읽을 때, 이전의 붉은 꽃 그림이 완전히 사라졌다. 상자에 달린 기록계에는 ‘개인의 자발적 수정’이라고 찍혔다. “사람은 인형이 아니잖아요.” 토비가 말했다. “맞아요.” 에른이 답했다. “그래서 이런 기능을 사람에게 적용해서는 안 됐습니다. 처음 설계서에도 없었고요.” “그런데 누가 넣었죠?” 에른은 인형의 바닥을 뒤집었다. 점검자의 서명 아래 하얀 원 네 개가 겹쳐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아주 작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결과를 먼저 맞추면 과거가 따라온다.' 오스벨은 처음으로 진심으로 화가 난 얼굴을 했다. “과거를 따라오게 하는 것이 마법이라면, 사람의 삶은 도구가 되어 버리지. 마법사는 가능한 일과 해도 되는 일을 구분해야 해.” 편집실 한쪽에는 소리를 녹음하기 전 사람이 직접 손으로 적은 대본들이 보관돼 있었다. 직원은 최근 대본은 보여 줄 수 없지만 오래전 설계 예시는 공개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예시에는 사람을 안심시키는 말과 사람을 설득하는 말을 구분하는 지침이 적혀 있었다. '위로는 마음을 도울 수 있으나, 선택을 대신하여서는 안 된다.' 세아는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작동 중인 시스템은 그 원칙을 정반대로 쓰고 있었다. 마음을 편하게 한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결론을 미리 결정해 놓은 것이다. “누가 바꾸기 시작했는지 기억하시나요?” 피엘이 직원에게 물었다. “시범 사업이 끝난 뒤였습니다. 처음에는 병동에서 쓰는 노래였는데, 나중엔 학교에서도, 신탁 창구에서도 같은 후렴을 쓰라고 했어요. 어디에서나 같은 말이 들리면 사람들이 혼란스럽지 않다고요.” 그는 세아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세아는 지금 노래 자체를 없애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자기가 듣고 싶지 않은 버전을 거절할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 직원은 손으로 만든 구식 음원 선택표를 찾았다. 병동에는 가사를 바꾸지 않은 기악 버전을 들을 선택권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일반 방송 설정에는 그 메뉴가 감춰져 있었다. “이런 선택지도 있었네요.” 직원이 중얼거렸다. 세아는 음원 전체의 공개를 요구하지 않고 공개 방송에서 선택 메뉴를 복구할 수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직원은 정식 변경 신청을 접수했다. 해결됐다는 도장은 찍지 않았다. 처음으로 접수 창구에 ‘답변 대기’라는 글씨가 남았다. 그들은 실물 음원 원본을 확보하려 하지 않았다. 리네와 세아의 개인 기록이 다른 사람에게 공개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편집 기능의 기술 기록과 등록 시각의 충돌만 봉인하여 독립 감사관 하린에게 전송했다. 하린은 답신에서 원본 접근을 당사자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고 확인했다. 리네가 어디에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세아의 선택만으로 어머니의 사적인 말을 모두 열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알아요.” 세아가 말했다. “그래도 엄마가 남긴 질문이 지워지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후 늦게 공연관 밖에 작은 비가 내렸다. 비는 거울 지붕에 부딪혀 다른 사람의 발소리처럼 들렸다. 세아는 아주 오랜만에 어머니의 부엌을 떠올렸다. 낮은 창턱에는 조그만 화분이 있었고, 리네는 물을 주면서 늘 잎사귀가 어느 쪽으로 뻗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아가 오른쪽으로만 자라게 묶으면 되지 않느냐고 묻자, 리네는 식물이 햇빛을 찾아 움직일 자리를 조금 남겨 두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날 세아는 그 말을 시시하게 여겼다. 열세 살의 아이에게는 어른이 모른다고 하는 말이 별로 멋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시함이 귀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신탁보다, 내일은 아직 모르겠다고 웃던 사람의 표정이 더 믿음직했다. “예전엔 엄마가 뭘 모른다고 할 때마다 답답했어요.” 세아가 말했다. “어른들은 다 안다고 하는 것보다 낫지 않아요?” 토비가 물었다. “그런가 봐요.” 벤은 작게 헛기침을 했다. “악마의 세계에서는 무조건 안다고 하는 자를 조심해. 계약서 뒷장을 안 봤을 확률이 높거든.” 세아는 웃었지만 곧 진지해졌다. 자신이 기억하는 장면 역시 시간이 지나 달라졌을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 창턱의 화분이 정말 오른쪽에 있었는지, 어머니가 정확히 어떤 말을 했는지 전부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지금의 기억을 이유 없이 부정할 필요는 없었다. “제가 아는 건 엄마가 나한테 선택하라고 말했던 날들이 있다는 거예요. 엄마가 늘 그랬다는 건 아니고요.” 피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구분만으로도 충분히 중요한 진술입니다.” 그들은 세아가 원하는 범위에서 그날의 장면을 진술서로 남겼다. 어머니의 위치나 모든 생각을 추정하지 않고, 세아에게 남아 있는 기억이 무엇인지 적었다. 다른 기록과 충돌한다면 나중에 천천히 대조할 수 있을 것이다. 세아는 가게 처마에서 조용히 노래를 흥얼거렸다. 마지막 소절에 이르러 일부러 음을 틀렸다. 토비가 웃었다. “잘못 부르셨어요.” “원래 그런 노래예요.” “그럼 잘 부르신 거네요.” 세아도 웃었다. 그 웃음만큼은 다른 사람이 대신 만들 수 없었다. 그때 피엘의 수첩에 새 메시지가 떠올랐다. 제5문 장부에서 자동으로 생성된 ‘가족 기억 대조 완료’ 통지였다. [리네의 질의: 답변 완료.] [답변 내용: 나는 처음부터 내 딸이 정해진 길을 걷기를 원했다.] [질의자의 현행 의사: 확인 불가.] 세아가 그 문장을 읽고 숨을 멈췄다. 질문자의 뜻을 확인할 수 없으면서도 답변 완료라고 한 이유는 하나였다. 누군가 리네가 말하지 않은 결말을 먼저 써 놓은 것이다. “엄마가 저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겠죠.” 세아가 천천히 말했다. “그런데 누가 지금 엄마 대신 답하고 있는지는 꼭 알아야 해요.” 찻집의 노래가 멈췄다. 한동안 비 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빗물 사이로 낡은 우편 봉투가 떨어졌다. 봉투의 수신인은 ‘리네의 질문을 찾는 딸’이었다. 발신인란은 비어 있었지만, 소인에는 세 단어가 새겨져 있었다. [제5문 원본실. 출입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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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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