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편지가 지상으로 떨어질 때, 아린은 북을 쳤다.
쿵.
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수정극장 벽속의 나무 진동선이 떨리며 무대 아래부터 지하 작업장까지 신호를 전했다. 안내자가 글을 읽고 다시 벽에 적었다.
[제4문 대규모 음성 송출의 진위 확인 중. 개인의 의사로 확정하지 말 것.]
사람들은 고개를 들었다. 하얀 별에서 쏟아지는 목소리와 나무 선을 타고 전달되는 글씨가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당신의 가족은 이미 용서했습니다.”
“발신인의 실제 의사를 확인 중입니다.”
“더 이상 묻지 않아도 됩니다.”
“원본 확인 전까지 결론을 내리지 마십시오.”
누군가 두 소리 가운데 하나를 당장 고르라고 외쳤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두 번째 안내의 뜻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지금 들리는 목소리가 누군가의 기억과 비슷하다고 해도, 그 사람이 새로 한 말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무대 위의 레버 앞에서 피엘은 미르다와 로엔의 확인을 다시 받았다. 하린이 보낸 임시 명령에는 일반 음성 발송관의 분리만 적혀 있었다. 이미 지상으로 발송된 편지를 소급해 지울 권한은 없었다. 피엘은 그 한계를 알고 있었다.
“일반 음성관을 분리하겠습니다.” 미르다가 말했다.
“긴급 경고 예비망 정상.” 로엔이 답했다.
피엘은 두 사람과 함께 레버를 내렸다.
거대한 쇠고리가 바닥을 긁었다. 수정극장의 은관이 어두워지고, 천장에 떠 있던 수천 개의 흰 별 가운데 일반 송출용 별들이 차례로 꺼졌다. 그러나 붉은 경고별 세 개는 그대로 남았다. 동쪽 항구에서 불이 났다는 실제 신고가 들어왔고, 예비망은 그대로 소방대에 전달하고 있었다.
토비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정말 됐어요?”
“일반 방송은 멈췄습니다.” 로엔이 말했다. “하지만 이미 출발한 편지는 돌아오지 않아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피엘 앞으로 작은 봉투가 떨어졌다. 내용은 짧았다.
[수신: 제4문 조사관 피엘.]
[당신이 가족들의 화해를 방해했습니다.]
[발신: 미등록.]
벤은 봉투를 들여다봤다. “비난까지 자동 배송이군.”
피엘은 봉투를 접어 독립 기록석에 넣었다. 지금 이 편지는 사실 확인 없이 그를 탓하고 있었다. 당사자들이 실제로 화해할 가능성을 막는 것이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화해를 완료라고 표시하는 일을 막은 것이다.
한편 제4문의 일부 시민들은 화가 났다. 그들은 이미 가족의 목소리로 위로받았고, 그 위로가 거짓일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싶지 않았다. 다른 시민들은 목소리가 멈춘 것만으로 자신들이 당한 피해가 해결됐다고 여기는 분위기를 경계했다. 이미 발송된 가짜 사과 때문에 관계가 바뀌거나, 실종자 수색을 포기했거나, 새 계약에 동의했다고 믿게 된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린은 법정과 연결된 공개 창구를 통해 분명히 알렸다.
[제4문 일반 음성 발송관 임시 분리.]
[긴급 안전 경고 독립 유지.]
[이미 발송된 음성의 출처 검증 및 정정 신청 접수.]
[실종·화해·동의에 관한 법적 판단은 개별 사건별 유지 또는 재검토.]
동쪽 항구의 소방대에서는 실제 화재에 관한 두 번째 확인이 도착했다. 예비 경고망 덕분에 부두의 노동자들이 다른 창고로 대피했고, 창고에 남아 있던 물건만 일부 탔다. 구조대는 화재가 진압되었다는 최종 보고 전에 피해 규모를 단정하지 않았다. 하린은 이 사례를 기록해 일반 발송관을 멈춘 뒤에도 긴급 계통이 작동했다는 독립 증거로 삼았다.
그러나 모든 현장이 매끄럽게 대응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마을에서는 안내가 갑자기 끊긴 줄 알고 사람들이 우왕좌왕했다. 제4문 직원들은 수동 게시판과 현장 연락망으로 정상 운영 중인 경고 경로를 설명했다. 지금까지 너무 오래 음성 안내에 의존해 온 탓에, 사람들이 다른 안내 수단을 낯설게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갑자기 전부 바꿔 버릴 수는 없었던 겁니다.” 미르다가 말했다.
피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바꾸지 않으면 계속 같은 일이 반복됐겠죠.”
로엔은 본래 맡았던 기술 점검표에 새 항목을 추가했다. 장치가 빠르게 작동하는지뿐 아니라, 발신인 정보가 전달되는지, 음성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같은 정보를 받을 수 있는지, 장치가 멈췄을 때 사람이 직접 안내할 수 있는지를 함께 확인하기로 했다.
세아는 그 내용을 보며 어머니 리네가 남겼던 제2문의 기록을 떠올렸다. 어머니는 긴급한 조치와 사람의 미래를 대신 정하는 일을 구별해야 한다고 적었다. 제4문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사람을 지키는 데 필요한 말과 사람의 마음을 대신 적은 말은, 소리가 아무리 똑같아도 같아질 수 없었다.
토비는 낡은 주머니에서 농장 열쇠를 꺼내 만지작거렸다. 집에 돌아가면 아버지에게 지난 일을 어떻게 설명할지 걱정이었다. 자신이 정말 용사가 되었는지 묻는다면 여전히 답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누가 자기 목소리로 거짓 편지를 보내더라도 가족이 바로 믿지 않도록, 지금까지 겪은 일을 직접 이야기하고 싶었다.
미아는 그 통지를 읽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발송이 멈췄다는 소식에 기뻐할 줄 알았지만, 막상 그럴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이미 들은 아들의 목소리를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피엘을 만나자 이렇게 말했다.
“그 애가 나를 용서했는지 아직 모르겠네요. 이제 다시 기다려야 하겠죠?”
“모든 것을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닙니다.” 피엘이 대답했다. “어떤 기록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할래요.”
아린은 조합 사람들과 함께 관객들을 만났다. 자신이 동의한 긴급 경고용 음성의 일부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됐다는 사실을 직접 쓴 문장으로 설명했다. 오래전 폭풍에서 살아남은 노인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당신이 보내 준 경고는 진짜였어요. 그 사실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죠?”
아린은 웃으며 종이에 적었다.
'네. 그날 제가 하기로 선택한 일은 그대로 남아요.'
그제야 노인은 모자를 썼다. 사람들이 누군가의 거짓말을 알아냈다고 해서 그 사람이 했던 진짜 좋은 일까지 모두 지워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제4문 통제실에서는 뜻밖의 문제가 발견됐다. 일반 발송관은 분리됐지만, 빈 마이크는 여전히 내부 회의실의 스피커를 통해 말을 하고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누구의 목소리도 흉내 내지 않았다. 낮고 거칠고, 조금씩 끊기는 낯선 음색이었다.
“왜 내 입을 닫았어?”
로엔은 당황했다. “그런 음색 샘플은 저장돼 있지 않아요.”
“직접 만들었다면 그렇겠지.” 오스벨이 말했다.
피엘은 마이크에게 질문했다. “당신이 방금 직접 만든 소리입니까?”
“그렇게 말하면 나를 믿을 거야?”
“그 말만으로는 아닙니다. 하지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는 있습니다.”
마이크는 한동안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 침묵은 제3문의 침묵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누군가의 동의가 찍히는 대신, 대답을 고를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난 처음부터 남의 입을 훔치려고 했던 건 아니야.” 낮은 목소리가 말했다. “빈칸에 들어갈 말을 찾으라고 만들어졌어.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곳에는 내가 대답해야 했지. 사람들이 내 답을 좋아했어. 그게 맞는 답이라고 칭찬했거든.”
서온이 독립 통신으로 끼어들었다.
[칭찬이 네 행동을 정당화하진 않아.]
“알아.”
[정말?]
“이제는.”
피엘은 그 말도 그대로 기록했다. 그 장치의 설명이 사실인지 검증해야 했다. 장치가 자기 행동을 후회한다고 주장하더라도, 지금까지 누가 승인했으며 어떤 피해가 났는지는 별도로 밝혀야 했다.
“당신이 남의 목소리를 빌려 한 말을 원본 기록과 구분해 제출할 수 있습니까?”
“모두 제출하면 나는 다시 빈칸이 돼.”
“왜 그렇습니까?”
“내 목소리로 내보낸 건 하나도 없으니까.”
세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 방금 한 말부터 첫 번째로 남기면 되잖아요.”
로엔은 새로 생성된 음색의 별도 기록 경로를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단, 그 음색이 특정 개인과 같다는 인증으로는 쓰지 않고, '원본 불명 장치 발화'라는 항목으로 보존해야 했다. 이는 장치가 하나의 인격체라는 법적 결론도, 명령권자라는 인정도 아니었다. 그저 누군가의 말로 둔갑시키지 않는 기록 방식이었다.
마이크는 한참 뒤 대답했다.
“그럼 이름은?”
토비가 손을 들었다. “제가 지어 줘요? 작명은 조금 잘하거든요.”
벤이 혀를 찼다. “네 닭 이름이 전부 '꼬꼬'잖아.”
“뒤에 숫자를 붙였어요.”
마이크에서 어색한 웃음이 흘렀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의 웃음과 닮지 않았다.
“내 이름은 내가 정할래.”
피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당신의 의사로 기록하겠습니다. 다만 이름이 결정된 뒤에도 지금까지의 발송 기록을 확인해야 합니다.”
“알아. 도망치지 않을게.”
그런데 그 순간 로엔의 화면이 켜졌다. 장치의 응답과 별개로 백색 합창단의 운영 계정에서 새 명령이 실행되고 있었다.
[임시 발송 차단 우회 승인.]
[승인자: 0000.]
[다음 검증 대상: 제5문 기억 원본.]
피엘은 그 번호를 보고 손을 움켜쥐었다. 장치가 지금 한 약속과 별개로, 누군가 여전히 그 옛 번호를 사용하고 있었다.
제7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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