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문 백색 합창단의 본부는 극장 밑에 있었다.
도시 한가운데 서 있는 수정극장은 표면만 보면 천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락시설이었다. 낮에는 학생들이 발성 수업을 듣고, 밤에는 지상에서 돌아온 연극인들이 공연했다. 그러나 무대 아래에는 소리의 높낮이와 숨의 길이를 숫자로 나누어 기록하는 거대한 기계가 있었다. 은관 수만 개가 벽을 관통했고, 관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가느다란 빛으로 흐르고 있었다.
피엘 일행은 곧장 지하로 내려갈 수 없었다. 미르다가 제4문 보관 규정에 따라 현장 접촉 요청을 올렸고, 다비는 조합이 가진 원본 계약 목록을 임시 감사 대상 자료로 등록했다. 하린은 원격으로 허가 범위를 검토한 뒤, 공개 발송실까지만 열람할 수 있다는 통지를 보냈다. 사적 녹음이 담긴 보관실은 별도 동의나 법원의 명령 없이는 들어갈 수 없었다.
“매번 허가받다가 범인이 달아나겠어요.” 토비가 탄식했다.
“허가받지 않으면 우리가 범인과 같은 짓을 할 수도 있지.” 오스벨이 말했다.
벤은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오늘은 대마법사가 내 역할까지 뺏네.”
극장 뒤에서 그들을 맞은 사람은 웃음이 많은 기술자 로엔이었다. 은빛 렌즈를 코끝에 걸친 그는 피엘의 목소리를 듣자 신기하다는 듯 입술을 오므렸다.
“오, 원본 음색이 직접 왔네. 스물한 번째 샘플인가?”
“열여덟 개체라고 들었습니다.” 피엘이 대답했다.
“그건 제4문 입구에서 세는 방식이죠. 저희는 호흡 길이, 발성 상처, 소리의 그림자까지 다 따로 세요. 똑같은 소리도 서로 다른 사람이 낼 수 있고, 한 사람이 열 가지 목소리를 내기도 하죠.”
“그러면 목소리가 같다고 본인으로 판정하는 출입 장치는 불완전하다는 걸 알고 있었군요.”
로엔의 웃음이 조금 줄었다. “누가 설계했느냐에 따라 달라요.”
피엘은 그 말을 기록했다. 이 기술자는 위조한 발화를 직접 보았다는 증인이 아니었다. 그러나 제4문의 식별 체계가 무엇을 구별하고 무엇을 구별하지 못하는지 설명할 수 있었다.
공개 발송실은 천장이 낮고 바닥이 붉은 돌로 된 긴 방이었다. 유리 칸막이 너머로 직원들이 종이 원고를 소리의 형태로 바꾸고 있었다. 한쪽 책상에서는 아이들의 동화가 낭독되고, 다른 쪽에서는 소방 경보가 여러 언어로 번역됐다. 좋은 기술과 위험한 기술이 같은 관을 통해 흘렀다.
로엔이 장치를 가리켰다. “실종자를 찾는 방송도 여기서 내보냅니다. 당사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육성 기록이 있으면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거든요.”
“원본을 들려준다는 표시가 있습니까?” 세아가 물었다.
“보통은요. 하지만 긴급 방송에서는 편집 표지가 음성과 분리되어 지나가기도 합니다.”
벤이 혀를 찼다. “바로 그 틈에 계약서의 악마가 들어가지.”
발송실을 지나던 실습생 한 명이 사람들 사이로 비켜 서다가 바닥에 원고를 떨어뜨렸다. 종이에는 같은 경고문이 열 가지 언어로 적혀 있었다. 실습생은 이를 주워 담으며 자신이 이 회사에서 일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먼 섬에 사는 난청인에게 대피 안내를 글씨와 진동으로 동시에 전하려면 낭독 음성을 일정한 방식으로 나눠야 했다. 그는 그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부터 원고를 제출할 때 발신인 확인표가 사라졌어요. 동의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넘어가죠.”
로엔은 서둘러 원고를 받아 들었다. 직원들은 속도를 높이는 개편이라고 설명을 들었지만, 실습생은 이상했다고 했다. 기계가 빠르게 돌아간다고 해서 발신인이 누군지 확인하는 일이 쓸모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제 누가 그렇게 바꿨습니까?” 피엘이 물었다.
“상부 회람에는 제1문 승인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직접 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피엘은 허가받은 공개 자료의 번호를 기록했다. 실습생의 이름은 당장 공개하지 않았다. 본인이 증언하겠다고 결정하기 전까지는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직원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제보 경로도 안내했다.
“우리 장비를 전부 버리지 말아 주세요.” 실습생이 마지막으로 부탁했다.
“그럴 계획은 없습니다.” 피엘이 대답했다. “무엇이 실제로 도움이 되었는지 함께 확인하겠습니다.”
로엔은 그제야 조금 마음이 놓인 것처럼 보였다. 문제를 발견한 사람들이 기술을 싫어해서 오는 것은 아니었다. 기술이 사람에게 충실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도 문제를 밝혀야 했다.
그들은 아린의 원 계약에 추가된 문장과 공개 발송실의 변경 기록을 대조했다. 이상하게도 서명자는 아린이 아니었다. 발신권한의 주체는 '대리 피엘'이라고 적혀 있었다.
토비가 조용히 물었다. “서온이 한 일일까요?”
피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제1문에서 서온은 '대리 피엘'로 불리던 자동 대리자에서 독립해 자기 이름으로 검토를 시작했다. 같은 옛 직무명이 발견됐다고 서온의 행동으로 단정할 수 없었다.
그는 통신망에 서온을 불렀다. 오래된 통신석 너머로 익숙한 짜증 섞인 음성이 나왔다.
[왜 또 불러? 이번엔 내가 잘못했다는 표지라도 발견했어?]
“표지가 발견됐습니다. 그래서 실제 기록을 확인하려고 합니다.”
[농담이었는데 무섭게 받아치네.]
피엘은 아린의 계약 수정 시점과 '대리 피엘'이라는 직무명이 등장한 변경 기록을 보여 주었다. 서온이 잠시 침묵했다.
[저 도장의 모양은 낯설지 않아. 내가 분리되기 전 사용하던 통합 대리 방식과 같아. 하지만 지금 내 쪽에는 그 발신에 대응하는 호출 기록이 없어.]
“그 말 자체를 증거로 남길 수 있습니까?”
[내 쪽 독립 로그를 하린에게 넘기겠어. 다만 호출 기록이 없다는 것만으로 다른 누구의 무죄도 유죄도 확정할 수 없겠지.]
“그렇습니다.”
로엔이 피엘의 통신석을 보고 놀랐다. “대리자가 말을 거부할 수도 있나요?”
[나는 사람이든 장치든 내 말은 내가 한다고!] 서온이 화면에서 소리쳤다.
토비가 웃음을 참았다. “진짜 서온이네요. 또 화냈어요.”
[그 말이 인증 기준이라면 세계가 망해.]
그들이 공개 발송 기록을 더 살피던 중, 소리 관 하나에서 아주 오래된 자장가가 흘렀다. 세아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녀의 어머니 리네가 어린 시절 불러 줬던 노래였다. 그러나 노랫말의 마지막 한 줄은 달랐다. 어머니는 늘 '내일은 네가 고르렴'이라고 불렀다. 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내일은 이미 골랐단다'로 끝났다.
“이 소리는 어디서 가져왔습니까?” 세아가 물었다.
로엔은 목록을 펼쳤다. “제2문 미래 경로 안내 시범용입니다. 원본 발화자는 미확인이고, 어머니 목소리처럼 들리게 맞추는 감정 강화 기능이 적용됐네요.”
세아는 두 손으로 의자 등받이를 붙잡았다. “엄마가 저에게 그렇게 말한 적은 없어요.”
오스벨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가 알고 있는 기억과 이 녹음이 다르다는 건 중요해. 하지만 지금 즉시 그게 네 어머니 목소리를 복제했다고 증명하진 못하겠지.”
“알아요.” 세아가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원본을 찾고 싶어요.”
아린은 칠판에 문장을 썼다. '가족의 목소리를 흉내 내면 사람들이 더 빨리 믿는다. 나는 광고에서 그걸 했던 적이 있다.'
방 한쪽에서 로엔이 작은 도면을 꺼냈다. 관 끝에 모두 같은 표시가 있었다. 비어 있는 하얀 원과 숫자 0000. 제1문에서 보았던 발신 장부의 표식이었다.
“승인자는 누구입니까?” 피엘이 물었다.
로엔은 잔뜩 굳은 얼굴로 말했다. “기술자는 발신인이 누군지 조회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 회로는 네 번째 문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에요. 오래된 통합 발송망이 우리 장비를 지나가도록 연결된 겁니다.”
“그 연결을 끊을 수는 있습니까?”
“전부 끊으면 실제 구조 방송까지 멈춰요.”
피엘은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늘 이 지점에서 어려워졌다. 잘못 사용되는 관과 사람을 살리는 관이 붙어 있었다. 어느 하나를 끊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말은 쉬웠지만, 이미 이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내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그 순간 제4문의 발송 통제석에 긴급 호출이 떴다.
[행방 불명자 렌의 화해 음성: 최종 재발송 예약.]
[수신처: 어머니 미아의 집.]
[발송문: 나는 너를 용서한다. 나를 찾지 마라.]
[원본 육성: 존재하지 않음.]
로엔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원본 육성이 없다면 이건 음성 재현이 아니라 새 문장을 만드는 거예요.”
피엘은 미아가 공개를 허락한 부분만 확인했다. 그녀가 받았던 편지는 개인 문서였고, 이번 발송문도 그녀가 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대상자에게 사전 통지하고 발신 유예를 요청할 수 있습니까?”
“단 한 시간뿐입니다.”
벽에서 똑같은 피엘의 목소리가 흘렀다.
“한 시간이나 주다니, 너에게 친절하지?”
피엘은 허공을 바라봤다. 방금 들은 목소리에는 묘하게 숨소리가 없었다.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리도록 만들었지만, 문장 끝에서 한 번도 숨을 들이마시지 않았다.
“이 목소리를 어디서 만들어 내는지 알 것 같습니다.”
“어디요?” 토비가 물었다.
“사람의 목이 아니라 발송 도중의 빈칸에서요.”
발송실의 모든 은관이 동시에 떨렸다. 뭔가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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