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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73화
PAYLUA ORIGINAL · 제73화

73화. 나 대신 사과한 사람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4,530자

오프라인 책장
백색 합창단의 마차는 길가에 멈춰 서서 무료 시연을 시작했다. 마차 문이 열리자 검은 양복을 입은 안내자가 나타났다. 그는 누구의 목소리를 흉내 내지도 않았다. 평범하고 조금 쉰 자신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의 머리 위에서 작은 은색 공들이 떠올랐고, 공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따님이 보고 싶으신가요? 멀리 떠난 아버지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으신가요? 백색 합창단은 기억을 더 선명하게 재현합니다.” 군중 가운데 허리가 굽은 여자가 앞으로 나왔다. 그녀는 낡은 빨간 외투를 입고 있었고, 손에는 아들이 보낸 마지막 편지를 쥐고 있었다. 편지는 모서리마다 손때가 묻어 거의 부서질 듯했다. “정말 그 애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나요?” 안내자는 빙긋 웃었다. “기록만 있으면요. 이름을 알려 주십시오.” 피엘은 군중 한편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목소리의 재현 자체가 나쁘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다시 들은 목소리가 유일한 위로일 수 있었다. 문제는 이곳에서 무엇을 제공한다고 약속하는지, 그 약속을 누가 확인하는지였다. 여자가 아들의 이름을 말하려는 순간 토비가 다가왔다. “잠깐만요. 혹시 지금 뭘 신청하시는지 아세요?” 여자는 놀란 눈으로 그를 봤다. “왜요? 돈을 훔쳐 갈 사람처럼 보이나요?” “아뇨. 저는 그냥….” 토비는 뒤통수를 긁었다. “저도 돌아가신 할아버지 목소리를 듣고 싶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분이 안 하셨을 말을 대신 듣는 건 조금 다를 것 같아서요.” 안내자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이런 기술에 반대하십니까?” “기술은 잘 모르고요. 주문은 제가 한 적 없는 주문이니까 확인하려고요.” 여자가 편지를 내려다봤다. 그러다 조용히 이름을 밝혔다. “제 아들은 렌이라고 해요. 사라진 지 아홉 해 됐어요. 사고로 죽었다고 들었지만 마지막 순간은 아무도 보지 못했지요.” 안내자는 즉시 은색 공을 들어 올렸다. 공에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흘렀다. “어머니, 미안해요. 이제 저를 기다리지 마세요. 모든 건 제 잘못이었어요.” 여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공을 붙잡으려다 손을 거뒀다. 피엘은 그녀가 우는 줄 알았지만, 첫마디는 전혀 달랐다. “우리 렌은 저를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아요.” 안내자의 미소가 흔들렸다. “긴급 녹음 당시의 공식 호칭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그 애는 항상 엄마라고 했어요. 화가 나도, 무서워도.” 공에서 다시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엔 더 부드러웠다. “엄마. 미안해요. 이제 저를 기다리지 마세요.” 토비는 소름이 돋았다. 방금 상대가 지적한 한 단어를 고쳐, 기계가 더욱 진짜 같은 대답을 만들어 냈다. “지금 제 말 듣고 바꾼 거죠?” 여자가 물었다. 안내자는 설명했다. “저희 서비스는 고객의 기억을 반영해 자연스러운 위로를 생성합니다.” “그럼 저 사람이 실제로 한 말은 아니군요.” 피엘이 개입했다. 안내자는 이제야 그의 얼굴을 알아봤다. 동시에 마차의 나팔에서 피엘의 목소리가 흘렀다. “네, 진짜입니다. 이 서비스는 천계가 보증합니다.” 군중이 술렁였다. 사람들은 피엘을 바라봤다. 바로 눈앞에서 피엘이 입을 닫고 있는 모습을 본 이도 있었지만, 저 멀리서는 나팔 소리만 들은 사람도 있었다. 피엘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대신 마차와 충분히 떨어진 곳에 선 채 말하는 모습을 기록할 수 있는 외부 점검인에게 요청했다. 하린과 연결된 수동 기록석을 가진 사람이었고, 그 사람은 두 영상의 시간 차이를 따로 보관했다. “제 음성은 공식 보증으로 등록된 적 없습니다. 지금 말씀은 그 사실에 대한 이의입니다. 단정 가능한 것은 제가 저 나팔을 통해 보증 발화를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안내자는 군중에게 외쳤다. “여러분은 어느 쪽을 믿으시겠습니까? 귀에 들리는 목소리입니까, 아니면 누군가 들고 온 종이입니까?” “둘 다 확인해야죠.” 렌의 어머니가 대답했다. 그녀는 이름을 미아라고 밝혔다. 미아는 이미 세 달 전에 백색 합창단에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렌의 목소리로 사과가 담긴 편지가 도착한 뒤, 아들과 싸운 자신을 오랫동안 탓하며 살았다고 했다. '모든 것은 내 잘못이었다'는 말이 아들의 진심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들은 음성은 조금 전 자신이 한 말을 받아 바뀌고 있었다. “내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만들었다면, 그게 정말 그 애가 남긴 말인지 어떻게 알죠?” 답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백색 합창단 직원은 마차에 몸을 숨겼다. 피엘은 그를 쫓지 않았다. 현재 확보한 것은 시연 과정과 공개 발화의 모순이지, 미아의 아들이 어디에 있는지에 관한 사실은 아니었다. 아린이 미아의 옆에 앉았다. 그녀는 작은 칠판에 썼다. '저도 한때 제 목소리가 누구에게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내 말의 뜻까지 다른 사람이 만들 수 있다는 건 몰랐어요.' 미아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래도 저는 렌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싶어요.” '그건 나쁜 일이 아니에요.' 아린이 적었다. '다만 기억과 새로 만든 말을 구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비 조합장은 시연장에 남은 공 하나를 살폈다. 은색 표면 안쪽에는 '편집된 위로문'이라는 안내가 작게 새겨져 있었다. 글자 크기는 너무 작아 맨눈으로는 읽기 힘들었다. “편집 사실을 숨기고 원본처럼 들려준 거군.” 다비가 말했다. “이걸 상업 서비스 문제로만 볼 수도 없겠어요. 같은 기술이 제4문의 공문에도 쓰일 수 있으니까.” 벤은 미아의 편지에 손대지 않고 직원에게 물었다. “이 회사가 렌의 진짜 녹음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소?” 직원은 난감한 표정으로 물러섰다. “저희는 원본을 직접 보관하지 않습니다. 음색 보관소에서 사용권을 빌려 와요.” “그럼 원본이 없는 경우에도 목소리를 만들 수 있단 말이군.” 오스벨이 말했다. “고객님, 모든 작업은 합법적 규정에 따라….” “합법이라는 말과 사실이라는 말은 다릅니다.” 피엘이 조용히 끊었다. 미아는 마차에서 한 발 떨어졌다. 그녀는 서비스 철회부터 요구하지 않았다. 이미 보낸 편지를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명받고 싶다고 했다. 피엘은 그녀가 원한다면 외부 분쟁 창구를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미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자신의 편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하지는 않겠다고 명확히 말했다. 일행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시연장 근처에는 작은 우체국이 있었다. 외관은 기울어진 기와집처럼 초라했지만 창구 옆에는 오래된 발송 기록을 손으로 적은 장부가 쌓여 있었다. 미아는 그곳에서 렌의 마지막 실물 편지에 찍힌 날짜를 확인했다. 음성 편지 회사가 주장한 '사고 당일 녹음'보다 두 달 먼저 도착한 편지였다. “이제 아들이 살아 있다는 증거인가요?” 토비가 물었다. 미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단정하지 마요. 그저 이 편지가 먼저 왔다는 걸 알게 됐을 뿐이에요.” 창구를 지키던 우편원은 오래전 사고 전후의 배달 노선을 기억했다. 렌이 있던 곳은 산비탈의 광산촌이었다. 구조 기록이 남아 있는지 묻자 그는 위치가 기록된 구식 장부를 보여 줬다. 그러나 그 장부는 완전하지 않았다. 당시 폭우로 우편차가 여러 번 길을 바꿨고, 수취인의 이름이 빗물에 번진 편지도 있었다. 미아는 장부를 보며 오래 잊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렌이 마지막으로 집을 나서던 날 그녀는 아들에게 집안일을 돕지 않는다고 크게 꾸짖었다. 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문을 닫았다. 미아는 세월이 지난 뒤 그 침묵을 분노, 미움, 포기의 증거로 해석해 왔다. 그런데 이제 누군가 그 침묵에 '나는 너를 용서한다'라는 문장을 넣어 보냈다. “아이 마음을 알고 싶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네요.” 피엘은 쉽게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다. 렌이 마지막에 무슨 마음이었는지 그는 몰랐다. 대신 물었다. “광산촌 구조 기록을 조사하는 데 필요한 우편 경로 번호를 복사해 가셔도 되겠습니까?” 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만 아들이 마지막으로 한 말을 당신들이 알아내더라도 제가 듣고 싶은지는 그때 다시 물어봐 주세요.” 피엘은 그 말을 기억했다. 찾는 사람에게도 답을 받을 준비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었다. 우체국을 나서자 오후 그림자가 길어졌다. 그들은 렌에 관한 소문을 더 퍼뜨리지 않고, 원본 확인 신청 번호만 미아에게 건넸다. 오후 늦게 미르다가 소식을 가져왔다. 제4문 행정 기록에 새로운 공문이 올라왔다고 했다. 미아의 아들을 비롯한 미확인 행방자들의 이름이 '화해 완료' 대상으로 묶였다는 내용이었다. [대리 사과 음성 발송 완료: 2,418명.] [민원 조기 종결: 승인.] [승인 발화자: 피엘.] 토비가 이를 악물었다. “사람이 사과한 것도 아닌데, 그 사람의 일이 끝났다고 적은 거예요?” “지금 화면의 상태가 그렇습니다.” 피엘이 답했다. “그런데 승인 발화는 제가 한 것이 아닙니다.” “그럼 누가 한 겁니까?” 회색 하늘 위에서 피엘의 목소리가 대답했다. “정말 알고 싶어? 네가 믿는 진짜보다 내가 훨씬 편한데.” 미아는 손에 쥔 편지를 접었다. “나는 편한 대답이 아니라 우리 애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싶어요.” 그 말을 듣자 나팔이 한 번 부르르 떨었다. 처음으로 준비된 문장을 찾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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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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