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문에서 출입 취소를 알리는 소리는 종이 찢어지는 소리와 닮아 있었다.
면담실 안의 은색 명찰들이 동시에 꺼졌다. 잠금장치가 미끄러지듯 내려오자 토비는 문손잡이를 잡았다가 금세 놓았다. 그가 배운 첫 번째 규칙은 힘으로 당기기 전에 누가 잠갔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문이 우릴 쫓아내는 거라면 밖으로 나갈 수는 있어야 하잖아요?”
“출입 취소는 퇴실 지시이지 감금 허가가 아닙니다.” 피엘이 말했다.
벤이 씩 웃었다. “정답이야. 내가 계약서에 그 문구를 얼마나 많이 썼는지 알아?”
미르다는 나팔에 연락해 출입 철회의 원본 승인 기록을 요청했다. 답변은 간단했다.
[음색 인증 통과. 추가 확인 불필요.]
“누구의 목소리인지 확인했나요?” 그녀가 다시 물었다.
[피엘의 음색.]
“그러니까 누가 말했느냐고요.”
장치가 잠시 멈칫했다.
[분류할 수 없는 질문.]
미르다는 입술을 깨물었다. 천년 동안 제4문의 문을 지키던 절차가, 갑자기 가장 기초적인 질문 앞에서 길을 잃고 있었다. 미르다는 자기 명찰을 꺼서 자동 인증망과 분리했다. 이어 독립 수동 출입부에 현장 위조 의심을 신고했다.
“원본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대피 통로를 열 수 있어요. 다만 제가 이 문제를 잘못 판단하면 징계를 받겠지요.”
“보고서를 함께 제출하겠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저 때문에 처벌받지 않도록 보증할 수는 없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남길 수 있습니다.”
미르다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천계 직원치고 듣기 불편한 말을 정확하게 하는군요.”
“많이 연습했습니다.”
벤이 옆에서 웅얼거렸다. “주로 내가 시험 대상이었지.”
문이 열리고 일행은 면담실을 빠져나왔다. 아린도 동행하겠다고 썼다. 그녀는 성우 조합 사무소에 자신의 원 계약 사본을 보관해 뒀으며, 거기에 음색 복제 허용 범위가 적혀 있다고 했다. 피엘은 아린의 의사를 확인한 뒤 통행 경로를 정했다.
극장 뒤편에는 수많은 작은 가게가 이어지는 골목이 있었다. 가게마다 간판이 눈 대신 귀를 현혹했다. 빵집에서는 막 구운 빵 냄새와 함께 '어서 오세요'라는 다정한 할머니 목소리가 흘렀다. 장난감 가게는 유명한 영웅의 우렁찬 목소리로 할인 소식을 알렸다. 어느 가게에서는 귀향하지 못한 선원의 목소리를 몇 초씩 들려 주는 추억 편지를 팔고 있었다.
토비는 마지막 가게 앞에서 멈췄다. 오래된 농장에 있던 아버지의 웃음이 떠올랐다. 아주 어린 시절 멀리 떠난 누군가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다는 말은 그에게도 달콤했다.
“저런 것도 전부 나쁜 겁니까?”
“아니.” 오스벨이 대답했다. “목소리는 사람을 살리기도 해. 듣지 못했던 작별 인사를 보관하는 일도 필요할 수 있지. 문제는 누가 허락했고, 무엇을 위해 쓰고, 끝내고 싶을 때 끝낼 수 있느냐겠지.”
가게 주인은 토비의 시선을 눈치채고 작은 유리병을 들어 보였다. 병 안에는 어린아이가 '아빠'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반짝였다. 벤이 즉시 병을 내려놓게 했다.
“남의 목소리를 누구나 들을 수 있게 틀지 마시오. 거래 전에 녹음 당사자의 허락은 받았습니까?”
가게 주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악마가 개인정보를 걱정하네.”
“돈을 받으려면 계약도 제대로 해야지.”
아린이 웃음 대신 어깨를 흔들었다. 소리 없는 웃음이었다.
성우 조합으로 가는 골목에서는 뜻밖의 소란이 일었다. 소방서 직원 하나가 붉은 손수레를 끌고 달려오며 가게마다 방송을 듣지 말라고 외치고 있었다. 조금 전 가짜 음성 안내가 중앙 분수에 화재가 났다고 알렸고, 상인들이 장사를 접고 한꺼번에 뛰쳐나왔다는 것이다. 실상 분수에서는 아이가 불꽃 모양 종이배를 띄웠을 뿐이었다.
“그 안내는 누구의 목소리였어요?” 피엘이 물었다.
“소방서장의 것이었습니다. 다만 소방서장은 오늘 먼 항구에 출장 중입니다.”
벤이 한숨을 쉬었다. “발신인 확인 하나 하지 않는 버릇이 여기까지 이어졌네.”
소방서 직원은 전부 거짓이라고 단정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오전에는 정말로 한 창고에서 화재가 났고 같은 목소리의 안내가 사람들을 살렸기 때문이다. 그는 제4문에서 재난 안내를 받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했다. 피엘은 실제 경고를 위한 예비 연락망의 존재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약속했다. 그것이 가짜 명령을 막으려는 일과 동시에 필요한 이유였다.
그들이 골목을 벗어날 때 아린은 종이에 '그때 내 목소리를 빌려 사람들을 구했다면, 정말 내가 거기 있었던 것은 아니어도 좋았다'고 썼다. 그러나 바로 아래에는 더 진하게 덧썼다. '그 사실 때문에 나의 다음 선택이 없어져서는 안 된다.'
세아는 그 종이를 아린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마음대로 가져가 남들에게 보여 줄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들이 찾아간 성우 조합은 푸른 지붕 아래 자리한 작은 건물이었다. 현관에는 아린의 목소리를 처음 사용한 폭풍 경보에 관한 감사 편지가 걸려 있었다. 주민들이 무사히 피난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진 속 아린은 지금보다 훨씬 어렸고, 빨간 목도리를 두른 채 마이크 앞에서 웃고 있었다.
조합장 다비는 회색 수염을 쓸어내리며 계약함을 열었다. 그는 아린을 보자 인사 대신 곧장 의자를 가져왔다.
“너의 목이 아직 낫지 않았구나.”
아린은 종이에 답했다. '목보다 기록이 아프다.'
다비는 긴 한숨을 쉬었다. “그때 너희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면….”
“무슨 일을요?” 세아가 물었다.
아린의 계약 사본에는 세 가지 사용 목적이 적혀 있었다. 첫째는 폭풍과 화재 등 명시된 긴급 경고를 대신 낭독하는 일. 둘째는 당사자가 직접 확인한 안내문을 재송출하는 일. 셋째는 사용 중단 요청 시 새로운 발신을 잠정 정지하고 이의 절차를 제공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계약 하단에는 최근 덧붙인 붉은 문장이 있었다.
[긴급 경고 목적의 신뢰 확보를 위해, 유사 음색의 일반 안내 자동 발신을 허용한다.]
“원본에 없던 문장입니다.” 다비가 말했다. “며칠 전 조합 사본을 대조해 봤을 때 발견했어요.”
피엘은 그 날짜를 살폈다. 붉은 문장이 등록된 때는 제3문의 독립 보전권이 발동되기 하루 전이었다. 누군가 원본 음성이 제4문에 도착하기 전에 사용 범위를 넓혀 놓은 것이다.
“서명자는 누구입니까?”
“아린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아린이 연필을 부러뜨렸다. 종이에는 짧은 문장 하나가 남았다.
'나는 이 글씨를 모른다.'
다비는 복제 음성으로 승인한 전력이 있는 외부 대행 업체의 명단을 가져왔다. 제4문에는 음성 제작소가 여럿 있었다. 소리의 높낮이를 바꾸어 듣기 어려운 안내를 보완하는 곳도 있고, 병중인 부모가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다시 읽어 주는 곳도 있었다. 그중 하나, '백색 합창단'이라는 회사는 등록 주소가 극장 아래로 되어 있었다.
“합창단이 회사예요?” 토비가 물었다.
“보통은 남의 목소리를 섞지.” 오스벨이 말했다.
“농부님, 불필요하게 무서운 말은 하지 마세요.” 다비가 만류했다. “실제 계약 작업도 하는 단체입니다.”
토비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근데 저는 농부인데 왜 여기서도 농부님이에요?”
“성검을 등에 멘 분을 무턱대고 부르긴 어려워서요.”
벤은 계약 사본의 종이 냄새를 맡았다.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잠깐. 이 붉은 문장, 마계의 문구가 섞였어.”
“마계 계약서입니까?” 피엘이 물었다.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지. '신뢰 확보를 위해'라는 연결 방식이 특이해. 우리 쪽은 계약 목적을 늘리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상대를 가장 좋아하거든.”
아린이 다시 적었다. '나는 내 목소리를 돌려받고 싶다. 이미 보낸 경고를 지우고 싶다는 게 아니다.'
“그 차이를 공개할 수 있습니까?” 피엘이 물었다.
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비도 조합의 계약 원본 확인서를 발급했다. 다만 누가 붉은 문장을 넣었는지 단정하지 말라는 조건을 붙였다. 정확한 변경 이력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조합의 벽시계가 정오를 가리켰다. 거리를 덮은 나팔들이 일제히 울렸다.
“천계 조사관 피엘이 알려드립니다. 오늘 이후 아린의 음성 사용 범위에 관한 이의 신청은 허위로 취급됩니다.”
가게마다 사람들이 고개를 들었다. 은색 나팔은 성우 조합의 창문까지 떨리게 했다.
“제 목소리가 이제 제4문 행정 명령이 됐군요.” 피엘이 말했다.
“더 나빠.” 벤이 창밖을 가리켰다. “저 말 때문에 아린을 도우려는 사람들은 전부 너를 적으로 보겠지.”
다비는 조합의 옛 수동 게시판을 가져왔다. 글씨로 적어 건물 밖에 거는 고전적인 방식이었다. 아린이 연필을 들고 잠시 망설였다. 피엘이 묻기도 전에 그녀는 자신의 문장을 썼다.
'내 목소리가 방금 나팔에서 나왔다고 해서 내 뜻은 아닙니다. 확인할 곳은 이 조합입니다.'
토비와 세아는 게시판을 밖으로 날랐다. 몇 사람이 멈춰 서서 읽었다. 그중에는 아린의 목소리로 폭풍 경고를 듣고 살아남았다는 노인도 있었다. 그는 게시판을 두 번 읽은 뒤 작은 모자를 벗었다.
“그때 고마웠어요. 하지만 지금도 그때처럼 하라는 말은 아니죠.”
아린의 눈가가 젖었다.
그 순간 거리 끝에서 검은 마차 한 대가 나타났다. 차체에는 흰 입 모양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마차 창문마다 서로 다른 사람의 얼굴이 비쳤고, 하나의 합창이 흘러나왔다.
“시민 여러분, 진짜 목소리와 가짜 목소리를 구별하는 일은 피곤합니다. 저희가 대신 결정해 드리겠습니다.”
마차 지붕의 간판이 돌아갔다.
[백색 합창단. 원본보다 믿음직한 목소리.]
맨 마지막 창문에서 피엘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내가 진짜라고 해도, 너희는 어떻게 증명할 건데?”
제72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