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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YLUA ORIGINAL · 제71화

71화. 피엘의 목소리로 온 철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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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문의 입구에는 문지기가 없었다. 대신 수백 개의 귀가 있었다. 청동으로 만든 귀가 회랑의 양쪽 벽에 층층이 매달려 있었고, 귀마다 아주 작은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왕, 죄수, 아기, 늙은 어부,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은 사람. 천장에서는 얇은 은줄이 늘어져 귀들을 서로 연결했다. 은줄을 타고 작은 떨림이 지나갈 때마다 복도 어딘가에서 다른 사람의 기침과 웃음과 한숨이 들렸다. 토비는 본능적으로 입을 가렸다. “여기서 말을 하면 저 귀들이 전부 듣는 겁니까?” “적어도 그렇게 보이게 만들고 있죠.” 피엘이 답했다. “실제로 무엇을 저장하는지는 확인해야 합니다.” 마지막 청동 귀에서 피엘 자신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대답해 줄게.” 조금 전 들은 말이었다. 어조도 호흡도 같았다. 피엘은 자신이 한 적 없는 말을 자기 목소리로 듣는 기분이 얼마나 기묘한지 처음 깨달았다. 마치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그림자를 입고 길을 걷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누구십니까?” 피엘이 물었다. “네가 모르는 걸 묻는 버릇을 고쳤을 줄 알았는데.”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물어야겠지요.” 청동 귀들이 일제히 접혔다. 곧 벽면에 글씨가 떠올랐다. [원본 대조 불가. 동일 음색 보유 개체 18.] [소유자 확정 보류.] “열여덟?” 토비가 놀랐다. “피엘 씨가 열여덟 명인 겁니까?” “마계식으로 말하자면 열여덟 명이 같은 외투를 입었다는 뜻이지.” 벤이 말했다. “옷이 같다고 주인까지 같진 않잖아.” 오스벨은 귀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금속 표면에 아주 가는 홈들이 원형으로 파여 있었다. 그는 주문을 외우지 않고 손전등을 비추듯 지팡이 끝에 불을 켰다. 홈마다 무늬가 달랐다. “이 회랑은 음색만 비교하는 게 아니야. 언제, 어느 경로에서 소리가 수집됐는지도 함께 붙여 놨군. 다만 그 표지를 믿어도 되는지는 다른 문제지.” 피엘은 청동 귀에 접근해 원본 기록의 열람 절차를 요청했다. 벽이 대답했다. [조회 사유를 음성으로 선언하십시오.] “제 이름을 이용한 발송 의혹에 관한 사건 확인입니다.” [본인 음색 확인 완료. 본인으로 취급합니다.] 곧 열여덟 개의 자물쇠가 동시에 풀렸다. 토비가 손뼉을 치려다가 멈췄다. “어? 방금 이상하지 않았어요? 피엘 씨라서 문을 열어 준 게 아니라, 피엘 씨 목소리 같아서 열어 준 거잖아요.” 벽 안쪽에서 방금과 똑같은 피엘의 목소리가 웃었다. “농부가 먼저 알아차렸네.” 피엘은 문턱을 넘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다른 누군가도 같은 권한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독립 기록석에 이 사실을 적었다. 벤은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 “천계 보안은 대체 누가 만드는 거야? 마계에서도 계약할 때 상대가 모자를 바꿔 쓰었다고 다른 사람 취급하진 않아.” “모자보다 음성이 더 믿음직할 때도 있겠죠.” 세아가 말했다. “그래. 아픈 사람의 말을 전하거나, 먼 곳에서 구조를 요청할 때.” 오스벨이 답했다. “그러니 기록 자체를 없애자는 말부터 하면 안 돼.” 회랑 뒤편에서 종 대신 박수 소리가 터졌다. 커튼이 열리자 아래로 둥근 광장이 드러났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무대가 있고, 무대 주변으로 작은 전신주처럼 생긴 은색 나팔들이 솟아 있었다. 나팔은 지상으로 내려가는 발송관과 연결돼 있었다. 거리는 극장처럼 화려했지만 사람들은 대화를 속삭이며 나눴다. 자기 목소리가 자기 뜻과 함께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도시의 공기처럼 퍼져 있었다. 무대 위에 젊은 여자가 섰다. 검은 장갑을 낀 여자는 입을 열었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광장의 나팔에서는 선명한 목소리가 울렸다.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 여러분은 모두 만족하고 있습니다.” 여자는 경악한 얼굴로 목을 움켜쥐었다. 여자는 분명 입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제4문 정시 안내. 등록 음색: 아린.] 세아가 난간으로 달려갔다. “저 사람이 그렇게 말한 게 아니에요!” “정시 안내는 자동 편집됩니다.” 옆에서 낯선 직원이 답했다. 회색 옷을 입은 중년 여성이었다. 목에는 거울이 달린 명찰이 있었는데, 거울 속 입술은 실제 입술보다 한 박자 늦게 움직였다. “제4문 음성 보관관 미르다입니다. 승인이 없는 방문객은 무대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피엘은 방문 목적과 하린이 발급한 조사 협조 공문을 내밀었다. 미르다는 문서의 봉인을 보고 표정이 굳었다. “제3문에서 온 사람들이군요. 그쪽에서 목소리 원본을 몽땅 이전시키려 했다가 막았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이전 시도가 확인됐고, 현재는 임시 보전 중입니다. 원본을 받아 온 것은 아닙니다.” 미르다는 잠시 안도한 듯 보였다. “다행이군요. 이곳에 오면 원본과 음색 복제품이 뒤섞일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대의 여성부터 확인해 주십시오.” 세아가 말했다. “본인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나팔은 그분의 목소리로 말했어요.” 미르다는 아래를 봤다. 여자는 무대 뒤로 내려가고 있었다. 걸음마다 검은 장갑에 달린 방울이 작게 흔들렸다. “아린은 제4문의 정식 성우입니다. 그녀는 열두 도시의 긴급 경고문을 읽는 일을 맡았죠. 목을 다친 뒤에는 예전에 동의한 음성 사용 계약으로 안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동의합니까?” 피엘이 물었다. 미르다는 답을 미뤘다. “계약은 유효한 것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그것과 현재 의사를 확인하는 일은 다릅니다.” 아래 무대에서 아린이 고개를 들었다. 난간에 서 있는 피엘을 알아본 듯 손가락으로 자기 목을 가리켰다가, 손바닥에 글자를 쓰는 시늉을 했다. 세아가 바로 이해했다. “글로 이야기하고 싶대요.” 미르다는 거울 명찰을 만졌다. 잠시 뒤 종이와 연필을 보내겠다는 허가가 내려왔다. 피엘은 그들이 무대 뒤의 면담실로 들어가는 과정에도 기록을 남겼다. 현장에 왜 왔으며 누가 출입을 허용했는지, 무엇을 보려 하는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였다. 무대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은 지나칠 만큼 넓었다. 벽에 걸린 공연 사진에는 아린이 여러 모습으로 등장했다. 바닷가에서 경고 방송을 하던 얼굴, 어린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던 얼굴, 오래된 마이크를 품에 안고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상을 받은 듯 웃던 얼굴. 그런데 가장 최근 사진에서는 아린의 사진 아래 어떤 직원이 이름을 지우고 '표준 음색 14호'라고 붙여 놓았다. 토비는 손가락으로 표지를 가리켰다. “사람 이름을 지우면 왜 숫자를 붙이죠?” 미르다가 답했다. “발송 담당자가 일일이 이름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해서요. 음색은 장치의 물품처럼 관리하기 쉬웠고요.” “그럼 이름을 부를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쁜 사람이, 대신 그 사람의 마음까지 알아낼 시간은 어디서 나죠?” 미르다는 대답하지 못했다. 피엘은 그 질문을 공문에 넣지 않았다. 다만 나중에 출처가 불분명한 결정이 확인될 때 다시 물을 질문으로 수첩에 적어 두었다. 계단 아래로 내려갈수록 공연장의 화려한 소리는 멀어졌다. 대신 배우들이 신발을 갈아 신는 소리, 의상을 정리하는 소리, 서로에게 물을 건네는 소리가 들렸다. 무대에서 나오는 단 하나의 큰 목소리 뒤에는 원래 저마다 다른 작은 목소리들이 있었던 것이다. 면담실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두툼한 천으로 감싼 벽에 작은 문이 하나 있었다. 아린은 의자에 앉자마자 연필을 집었다. 목을 다친 탓에 손이 떨렸지만 글씨는 단단했다. '나는 오늘 어떤 안내도 승인하지 않았다.' 피엘이 물었다. “언제부터 본인의 목소리가 허락 없이 사용됐습니까?” 아린은 잠시 망설이다가 다른 문장을 썼다. '처음에는 내가 허락했다. 폭풍으로 마을이 고립된 날이었다. 내 목소리로 경고를 빨리 보내자고 했다. 그런데 그다음부터 누가 어디에 내 목소리를 보내는지 물어볼 수 없었다.' 아린은 또 적었다. '아까 무대에서 내가 원했던 말은 이거다. 오늘 부두의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토비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 말이 어째서 모두 만족하고 있다는 말로 바뀝니까?” “정시 안내는 긍정 정서 지침을 따릅니다.” 미르다가 낮게 말했다. “문장 효율화 조치죠.” “효율화가 아니라 바꿔치기예요.” 세아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피엘은 미르다를 비난하기 전에 두 종류의 기록을 요청했다. 아린이 마지막으로 직접 발화한 원본과 자동 안내 시스템이 발신한 음성. 그리고 변경 권한을 누가 행사했는지 보여 주는 기록이 필요했다. 미르다는 법정의 독립 열람 허가 없이는 원본을 내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럼 보전 요청만 먼저 접수해 주십시오. 아린 씨의 기록이 증발하지 않도록요.” 아린이 손을 들었다. 종이에 빠르게 쓴 문장이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 '내 말을 증거로 쓰는 것은 허락한다. 다만 내 목소리로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지는 말아 달라.' 피엘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약속하겠습니다.” 그때 면담실 문밖에서 소란이 일었다. 복도 나팔에서 피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린의 이전 동의는 모두 유효하다. 피엘이 확인했다.” 피엘은 분명 면담실 안에 있었다. 그의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다. 미르다의 거울 명찰에 붉은 글씨가 떴다. [조사 협조 공문: 철회됨.] [철회 발화자: 피엘.] 아린은 연필을 내려놓고 그를 바라봤다. 피엘이 입을 열기도 전에 복도에서 같은 목소리가 또 말했다. “참고로 나는 지금 이 방에도 있다.” 침묵을 깨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벤이 의자를 밀며 일어섰다. “이거 마음에 안 드네. 위조범이 똑똑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뻔뻔하잖아.” 피엘은 독립 기록석의 시간을 확인했다. 실제 자신은 그 시각 아린 앞에 앉아 있었고, 미르다와 세아도 지켜보고 있었다. “제가 방금 밖에서 말했는지부터 확인합시다.” 문 아래로 새로운 봉투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제4문 공식 조치.] [피엘 명의 자진 철회 확인. 방문객 전원 출입 취소.] 봉투 아래에는 정확히 피엘 자신의 음성 파형이 서명처럼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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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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