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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69화
PAYLUA ORIGINAL · 제69화

69화. 무너지는 다리와 멈춘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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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책장
제3문의 시계가 멈춘 뒤에도 남쪽 다리의 강물은 멈추지 않았다. 빗물은 산에서 내려와 검은 돌다리를 때렸다. 오래된 난간이 흔들렸고, 교각 아래에는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쌓여 있었다. 사람이 서 있는 쪽과 비어 있는 쪽을 구별할 틈도 없이 물살은 거세졌다. 바스는 지상으로 내려온 지 십 분도 되지 않아 숨이 찼다. 오래전 편지를 배달하던 계단은 풀이 우거져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짚었지만, 동행한 네라의 배달원에게 계속 길을 가리켰다. “저 담장 너머가 뒷길이야. 다리 위로 갈 필요 없어. 마을로 돌아가는 낮은 고갯길이 있지.” 배달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마을로 뛰어갔다. 그들은 무너질 위험이 있는 다리를 건너지 않고도 사람들에게 경고를 전할 수 있었다. 바스는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의 늙은 다리가 아직 쓸모 있다는 사실에 작게 웃었다. 한편 제3문 관제탑에서는 자동 대리 절차가 시작되고 있었다. 관제관의 거부는 무응답으로 바뀌고, 무응답은 다시 동의로 바뀌었다. 멜로스가 입으로 거부를 외칠 때마다 화면은 더 많은 '승인 완료'를 만들어 냈다. “말을 멈추세요.” 세아가 말했다. 멜로스가 그를 봤다. “침묵하면 더 빨리 동의가 되는데?” “말을 멈추라는 게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저 장치는 지금 어떤 말을 해도 승인으로 바꾸잖아요. 별도 기록석에 원문을 남겨요.” 피엘은 하린의 독립 기록석을 멜로스 앞에 놓았다. “지금 하실 말씀을 이 장치로 먼저 남기시겠습니까?” 멜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 제3문의 정답을 정하던 사람에게 이제 정답을 미리 정하지 않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순간이었다. “제3문 관제관 멜로스. 남쪽 다리 사고에 대한 긴급 경고 발송은 허가한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주민의 장기 신탁과 이동 경로를 강제로 확정하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독립 기록석에 그의 발언과 시각이 남았다. 시계탑은 여전히 승인이라고 적었지만, 두 기록의 차이를 확인할 증거가 하나 더 생겼다. 오스벨은 관제탑의 지도에서 위험한 구간을 찾아냈다. 마법 지도는 다리 위의 사람을 빨간 점으로 표시했다. 그러나 점들 가운데 일부는 실제 사람인지 자동 계획상의 이동 예정자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여기도 제2문과 같은 문제군.” 오스벨이 말했다. “예정과 현재를 한 색으로 칠했어.” 피엘은 현장 직원에게 실제 목격 정보를 요청했다. 잠시 뒤 배달원과 마을 경비가 확인한 사람들이 목록에 올랐다. 다리 북쪽에 농부 세 명, 남쪽 초소에 경비원 두 명, 다리 중간에 아직 위치가 확인되지 않은 노인 한 명. 강의 수위가 더 올라가기 전에 모두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토비는 지도로 다리 구조를 살폈다. “제가 저기 가야겠어요.” “위험합니다.” 피엘이 말했다. “알아요. 그래서 여기서 길부터 확인하려고요. 성검을 들고 날아가겠다는 건 아닙니다. 어차피 날지도 못하고요.” 그는 현장 경비와 통신으로 연결됐다. 다리 주변에는 오래된 목책길이 있었다. 물이 덜 차오르는 언덕에서 노인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토비는 목책길을 건널 사람들에게 밧줄을 미리 연결하고, 강 쪽으로 추락하지 않게 길잡이 표식을 설치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벤이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내가 근사하게 위험한 계약을 맺을 장면이 별로 없군.” “계약도 도움이 될 때만 쓰는 거죠.” 토비가 말했다. “농부가 악마의 철학을 강의하는 날이라니.” 벤은 웃었지만 이내 관제탑 아래로 내려갔다. 검은 잉크가 가득한 응답 통로에서 다시 자동 대리 서명이 뻗어나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옛 계약 인장을 사용해 발신 경로의 서명 검증을 요청했다. 그것은 시스템을 파괴하는 마법이 아니라, 계약 당사자가 실제로 승인을 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강제하는 기술이었다. [원본 승인자 대조 요청.] [승인 표식: 피엘.] [개인 실서명 일치 여부: 불확정.] “불확정이라고?” 벤이 외쳤다. “그럼 왜 발송하려는 거야!” 인쇄기에서는 기계적인 목소리가 돌아왔다. [직무명으로 유효 처리 가능합니다.] 벤은 손끝으로 기존 문서와 새로운 발송 문서를 나란히 놓았다. “아니. 오늘부턴 그걸 같은 걸로 취급하지 마. 적어도 내 계약 검증망에선.” 그가 검증을 끝내자 마계 측 중계기로 가는 자동 동의는 일시 보류됐다. 그러나 천계의 다른 통로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벤이 멈출 수 있는 것은 자기 쪽 계약 확인에 한정됐다. 그때 서온의 통신이 들어왔다. [지금 확인했어. 네가 말한 삼백 년 전 문서에는 당시 접수 번호만 있고, 실서명 원본이 없어. 이건 서류 자체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야. 하지만 피엘 개인이 동의했다는 주장은 현재 자료로 입증할 수 없다는 뜻이지.] “법정에도 전달해 주세요.” 피엘이 말했다. [하린이 보전 신청과 함께 보내고 있어. 그리고 새 소식이 있어. 제1문의 열두 명 중 세 명이 제3문 정산에 이의를 제기했어. 자신들 이름이 대리 승인에 쓰이는 걸 오늘 처음 알았대.] 멜로스는 눈을 감았다. “누가 실제로 승인했는지 모른다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도대체 누구의 책임이란 말입니까?” “모른다면 모른다고 적어야겠죠.” 피엘이 말했다. “그다음 누가 무엇을 확인할 권한이 있었는지 조사해야 합니다.” 네라는 지상 대피소에서 아이들 몇 명을 만났다. 어른들은 다리를 건넜다는 사실에 안도했지만, 아이들은 왜 자기 이름으로 낯선 대답이 적혀 있었는지 알고 싶어 했다. 한 소년이 물었다. “전 무서워서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그러면 앞으로 계속 집에만 있겠다고 한 거예요?” 네라는 그 옆에 앉았다. “아니. 무서워서 대답하지 못한 건 무서워서 대답하지 못한 거야. 네가 평생 어떤 길을 갈지 정한 게 아니지.” 소년은 한참 생각하더니 젖은 장화를 내려다봤다. “그럼 내일은 다리가 괜찮아지면 다시 친구를 보러 가도 돼요?” “다리가 안전한지 먼저 확인해야 해. 지금은 무너질 위험이 있으니까.” “그건 알아요. 엄마한테도 물어볼 거예요.” 네라는 웃었다.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미래를 영원히 지켜 준다는 문장이 아니라, 오늘 위험한 다리를 피하라는 정보와 내일 다시 물을 수 있는 기회였다. 마을 경비원은 대피소 출입 명단을 작성하면서 낯선 칸 하나를 발견했다. '일괄 미래 이동 경로 승인'이라는 칸이었다. 그는 그것을 그대로 두지 않고 선을 그어 잠시 제외했다. 주민들의 현재 안전 확인과 관련 없는 항목이었기 때문이다. “저도 예전 같으면 그냥 체크했을 겁니다.” 경비원이 말했다. 네라는 대답했다. “오늘은 누구도 모르는 칸을 그냥 넘기지 않네요.” 그 작은 변화는 다리를 다시 세우는 것보다 쉬워 보였지만, 주민들의 다음 날을 지키는 데 꼭 필요했다. 서류 한 줄 때문에 누군가의 마음이 평생 결정되는 일은 없어야 했다. 남쪽 다리에서 구조 통신이 들어왔다. 바스의 안내를 따라 대체 고갯길로 이동한 주민들이 임시 대피소에 도착했다는 보고였다. 그러나 위치 미확인 노인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주민 한 명이 노인이 폭우 속에서 고장 난 우편함을 고치러 갔다고 말했다. 리아가 통신 화면에 나타났다. “그 우편함은 우리 아버지가 만든 거예요. 다리 옆에 사람이 있으면 불빛이 켜지는 구조였어요. 그런데 제3문이 보수 허가를 안 해 줘서 오래전에 고장 났죠.” 하루가 옆에서 수어로 설명했다. 고장 난 우편함의 빛은 실제 사람을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손잡이를 당길 때 켜지는 단순한 비상 신호였다. 노인이 우편함을 찾으러 갔다면 강 쪽에 아직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었다. 토비는 곧장 경비에게 말했다. “노인분이 다리 위에 있을 거라고 단정하지 마세요. 비상 우편함 근처부터 확인해 주세요. 근처 지반이 약하니까 밧줄 없이 들어가지 말고요.” 그들은 우편함 옆의 둔덕에서 노인을 발견했다. 노인은 넘어진 나뭇가지에 다리가 걸려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경비원들이 안전선을 설치한 뒤 그를 구출했다. 노인은 정신이 있었지만 크게 떨고 있었다. 현장 의료 담당자는 상태를 확인하며 대피소로 옮겼다. 토비가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피엘은 구조 확인 통신을 기록에 남겼다. 아직 마을 전체가 안전해진 것은 아니었다. 다리의 붕괴 위험도 여전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장기 신탁에 동의하지 않아도 필요한 경고와 구조를 받을 수 있다는 사례가 하나 생겼다. 바로 그때 제3문 시계탑의 바늘들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엔 앞으로가 아니라 아래로 떨어지듯 꺾였다. [정산 자동 복구 실패.] [최종 조치: 모든 무응답 원본을 제4문으로 즉시 이전.] 세아가 외쳤다. “그러면 원본을 못 찾게 되잖아요!” 피엘은 독립 기록석을 쥐었다. 정산을 막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원본을 지키지 못하면 내일 누군가 같은 잘못을 반복할 것이다. “멜로스 관제관님. 보전고 이전을 막을 수 있는 임시 권한이 있습니까?” 멜로스는 한동안 고민한 뒤 답했다.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하면 제가 제3문을 계속 맡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는 손목에서 시계 하나를 풀었다. 가장 오래된 시계였다. 뒷면에는 오래전 산사태 구조 통신이 도착한 시각이 새겨져 있었다. “그 시각을 바꾸지 못한 것처럼, 오늘 본 것도 바꾸지 않겠습니다.” 그가 시계를 바닥에 내려놓자 탑 전체에 마지막 경고가 울렸다. [관제관의 독립 보전권 발동.] [기존 정산 시스템과 충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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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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