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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66화
PAYLUA ORIGINAL · 제66화

66화. 피엘이라는 직무명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4,817자

오프라인 책장
제3문 인쇄실에서 서온에게 연락이 닿기까지는 일곱 번의 실패가 있었다. 첫 통신은 관제탑의 정산망으로 흡수됐고, 두 번째는 '이미 응답함'이라는 안내로 돌아왔다. 세 번째는 누군가 서온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문제없다'고 말했다. 네 번째부터 여섯 번째는 전송되지도 않았다. 일곱 번째에 피엘은 아예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제1문에서 둘만 사용하던 독립 기록의 확인 문구를 보내고 기다렸다. [닭이 먼저냐, 편지가 먼저냐.] 잠시 뒤 답장이 왔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오스벨한테 물어봐. 그리고 이번엔 내가 서온이다.] 토비가 안도의 숨을 쉬었다. “진짜 서온이네요. 성격이 똑같아요.” [내 성격은 무슨 기준으로 확인한 건데?] “제가 듣기에요.” [그럼 지금은 통과시켜 주지.] 피엘은 서온에게 제3문에서 발견된 삼백 년 전 서명과 새로운 자동 동의 기록을 설명했다. 서온은 화면을 넘기다가 조용해졌다. [삼백 년 전이라면, 나는 아직 분리 등록되기 전이야.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둘로 나뉘었다고 알려진 날짜보다도 더 앞이지.] “그때의 기록이 당신의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있습니까?” [예전 직무 통합장부엔 '피엘'이라는 등록 이름이 반복돼. 그중 일부는 네가 직접 작성했고, 일부는 내가 대리해서 처리했어. 또 어떤 건 자동 작성기가 네 직무명을 복사했지. 여기선 그 세 가지를 구별하는 표식이 있어.] 그는 화면에 세 종류의 서명을 띄웠다. 첫 번째는 피엘의 실제 날개깃으로 남긴 잉크의 작은 결이 있었다. 두 번째는 서온의 왼손 서명에 남은 비스듬한 획이 있었다. 세 번째는 지나치게 균일한 글씨였다. 서명이 아니라 글꼴에 가까웠다. [네가 제3문에서 본 삼백 년 전 서명은 세 번째와 같아. 누가 실제 승인했는지는 서명을 보면 알 수 없어. 다만 네 개인 동의서가 아니라 직무용 자동 표지였다는 강한 증거는 되겠지.] 피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본 문서의 작성자와 변환 기록을 확보하겠습니다.” [한 가지 더. 방금 제1문 원본 장부에 새로운 항목이 나타났어. 0000이 제3문 정산 기록을 제4문으로 넘기려고 해. 넘어가면 다시 원본을 찾기 어려워져.] 통신이 끊어지기 전에 하린이 끼어들었다. [현장 확인이 가능한 기록은 우선 보전하세요. 다만 압수나 문 개방은 권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제3문 관제관이 협조한다면 긴급 임시 보전 신청을 접수할 수 있습니다.] 멜로스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자신이 수십 년 동안 지켜 온 제도가 그의 서명을 넘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그가 손가락을 올릴 때마다 시계가 돌아갔지만, 바늘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다른 힘이었다. “보전 신청에 서명하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다만 긴급 구호망에 영향이 없는지 마리안 씨의 검증 결과를 받아야 합니다.” “그쪽과 연락하겠습니다.” 피엘이 답했다. 잠시 후 마리안에게서 분리 시험 결과와 함께 확인서가 도착했다. 제2문의 긴급 경고망은 현재 독립 가동 중이며 제3문의 답장 저장고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제3문 내부에 아직 구호 통신 중계가 몇 개 남아 있으므로, 완전히 무관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전원 차단이 아니라 출구 개방과 기록 보전만 신청해야겠군요.” 멜로스가 말했다. 오스벨이 벽돌로 막힌 문에 손을 댔다. “문을 열어도 답장을 멈추지 않으면 된다는 거지.” “그 가능성을 시험하겠습니다.” 바스가 가져온 낡은 도면은 오래된 종이였지만 정확했다. 토비는 하루가 만든 손잡이와 벽돌 사이의 홈을 비교했다. 크기가 맞지 않았다. 현장의 홈은 손잡이보다 한 뼘 넓었다. “누가 문틀을 바꿔 놓았어요.” 토비가 말했다. “손잡이만 끼우면 안 됩니다. 힘줘 돌리면 판이 깨질 거예요.” 벤이 물었다. “용사의 성검으로 잘라 낼 수 있잖아?” “그 안쪽에 답장이 있다면서요. 문틀째 베면 편지도 잘릴 텐데요.” 토비는 작업장에서 가져온 재료로 받침을 만들었다. 세아와 도린은 손잡이의 옛 치수를 확인했다. 오스벨은 나무가 수백 년 동안 뒤틀렸을 가능성을 계산했다. 피엘은 그 과정이 단순한 파괴가 아닌 안전한 출입을 위한 작업이라는 사실을 기록했다. 멜로스는 작업을 지켜보다가 웃었다. “거대한 신탁 장치가 농부의 대패질로 열릴 줄은 몰랐습니다.” “전 농부고, 대패질은 하루 씨가 도와주신 거예요.” 토비가 말했다. “제가 한 건 받침 나무를 옮긴 것뿐이고요.” “그러면 왜 직접 성검을 들고 다니는 겁니까?” “모르겠어요. 제게 잘못 배달된 거라니까요.” 멜로스는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제3문에서 사람의 선택을 미리 알 수 있다고 믿던 사람이 처음 보는 농부의 답에 웃는다는 것이 어색했다. 서온은 원격으로 문을 열기 전 마지막 자료를 보내 왔다. 삼백 년 전 제3문에서 발신된 편지의 직원 배치표였다. 놀랍게도 같은 시간에 피엘 이름의 날인이 세 곳에서 발견됐다. 하나는 제8문 원본실, 하나는 제1문 임시 승인석, 마지막 하나는 제3문 답장 관리실이었다. 토비가 물었다. “천사가 세 명으로 나뉘어 다니는 건 흔한가요?” “날개가 있어도 그렇게 빨리 이동하긴 어렵죠.” 피엘이 대답했다. 벤은 입가를 씰룩였다. “혹시 이쪽 천계에는 복제 비용 할인 상품도 있나?” “복제를 어떻게 했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세 가지 서명을 한 사람의 결심으로 처리한 게 문제야.” 오스벨이 말했다. 서온의 통신이 이어졌다. [문서에는 직원 코드가 복사돼 있어. '피엘'이 사람의 이름인 곳도 있고 직무의 기본값인 곳도 있어. 하나를 전부라고 읽으면 누군가 다시 모든 책임을 혼자 지게 돼.] 피엘은 세 개의 서명을 나란히 놓고 잉크 결을 관찰했다. 가장 오래된 표지는 마법으로 찍혀 있었고, 실제로 날개깃을 담근 흔적은 없었다. 원본을 확보한다면 대리 날인 여부를 구분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는 통신석에 말했다. “자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온 씨 본인이 대리하신 업무에 대해서도 나중에 독립적으로 진술해 주세요.” [당연하지. 난 남의 그림자가 아니라 나니까.] 벤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웃었다. 처음 만났을 때 얼굴 없는 봉투의 모습으로 나타났던 대리 피엘이 이제 자기 이름으로 투덜대고 있었다. 벤은 그 변화가 마음에 들었다. 사람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자기 의사를 갖고 있는 존재였다. 세아가 물었다. “서온 씨는 제3문에 와 본 적이 있나요?” [와 본 적이 있다고 적혀 있어. 하지만 나도 그 기억은 확실치 않아. 네가 나 대신 답을 정하지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해.] “네. 직접 물어볼게요.” 세아가 대답했다. 문이 열리자 공기가 한꺼번에 밀려 나왔다. 창고라고 불리던 공간에는 서류 대신 수천 장의 작은 손거울이 매달려 있었다. 거울마다 누군가 대답을 망설이던 순간이 비쳤다. 손거울 아래에는 그 사람의 실제 답이 적힌 봉투가 따로 놓여 있었다. 세아는 눈을 감았다. 소리가 없는 목소리, 글로 쓴 거절, 아직 결정하지 못하겠다는 표정. 그것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이게 왜 여기에 있죠?” 멜로스는 거울 하나를 들었다. “예전에 제3문은 답을 받지 못한 경우라도 그 사실을 보관했습니다. 무응답은 무응답으로 남아 있었죠. 정산 시스템을 만든 뒤 이 기록들은 업무에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별도 창고로 옮겼습니다.” “지운 게 아니군요.” 피엘이 말했다. “지우면 안 된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가 가리킨 것은 보존고 맨 끝의 작업대였다. 거기에는 한 번도 발송되지 않은 오래된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응답 없음은 동의의 다른 표현이 아니다.] [원본 응답과 자동 해석 결과는 별도 보관할 것.] 서명란에는 '제3문 임시 검토 담당 피엘'이라는 직무명과 함께 작은 손글씨가 적혀 있었다. [확인하지 못한 것은 확인했다고 쓰지 말 것.] 피엘의 손이 떨렸다. 오래전 자신이 실제로 했던 말과 꼭 같았다. 그러나 서명만으로 본인의 글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는 손글씨의 획과 당시 근무표를 대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가 한쪽에서 세아는 낡은 어린이 교육 자료를 발견했다. 그림 속에는 신탁을 받은 사람이 두 갈래 길 앞에 서 있었다. 왼쪽 길엔 꽃밭, 오른쪽 길엔 비바람이 그려져 있었다. 오래된 교육 문구는 '좋은 신탁은 왼쪽 길로 안내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꼭 꽃밭으로 가야 하는 걸까요?” 세아가 물었다. 오스벨은 그림을 살폈다. “저 비바람 너머엔 무엇이 있는지 그려 놓지 않았네.” “그러니까요. 비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비가 필요한 농부도 있잖아요.” 토비가 말했다. 그는 그림 아래 작게 덧붙여진 연필 문장을 찾아냈다. '길을 고를 사람이 아직 여기 있다.' 피엘은 숨을 멈췄다. 그 글씨는 자신의 것인지 확실치 않았지만, 오래전 제3문에도 누군가 같은 질문을 품었다는 증거였다. 그는 교육 자료를 버리지 않고 원래 자리에서 봉투째 보전했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쳤는지도 훗날 검증에 필요할 수 있었다. 서온은 화면 너머에서 말했다. [그때 우리가 정말로 이렇게 생각했을까?] “모릅니다.” 피엘이 대답했다. “그래서 남은 문장을 확인하는 겁니다.” 그때 거울 하나가 땅에 떨어졌다. 깨진 유리 속에 시커먼 봉투가 떠올랐다. [보존고 불필요 기록 일괄 정리 개시.] [발신 승인: 0000.] 멜로스가 보존고의 천장을 올려다봤다. 시계 바늘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의 허락 없이 보존고 전체가 자동 소각 절차에 들어간 것이었다. 세아가 외쳤다. “저 거울들 안에 사람들이 있어요!” 피엘이 답했다. “사람 자체는 아닙니다. 하지만 누군가 자기 말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기록입니다. 지금은 그것부터 지켜야 합니다.” 보존고의 바닥에서 파란 불꽃이 솟았다. 소리를 삼키는 불꽃이었다. 그것이 닿는 거울마다 안쪽의 얼굴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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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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