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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65화
PAYLUA ORIGINAL · 제65화

65화. 구조대를 기다린 날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4,918자

오프라인 책장
멜로스는 자신의 이름으로 찍힌 '이의 없음'이라는 문장을 한참 바라봤다. “방금 저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의가 없다고 판정됐죠.” 벤이 말했다. “축하합니다, 관제관님. 본인이 만든 제도의 친절함을 직접 맛보셨군요.” 멜로스는 벤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제가 혼자 만든 제도는 아닙니다.” 피엘이 인쇄실 위 유리 다리를 올려다보았다. “그렇다면 누가 만들었고, 어떤 근거로 계속 유지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까?” 멜로스는 대답하기 전에 낡은 구급 편지를 난간 위에 올려놓았다. 노란 종이에는 빗물 자국과 검은 손때가 남아 있었다. 봉투 앞면에는 아이의 이름 대신 '동쪽 산길의 초소'라고 적혀 있었다. “제3문이 침묵을 동의로 간주하기 전, 우린 모든 답장을 기다렸습니다. 산길 아래 마을로 구조대를 보내는 신탁이 있었지만, 수신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지요. 그의 답장이 올 때까지 구조대를 출발시키지 못했습니다. 마을에는 아이들이 살고 있었고, 산사태는 기다려 주지 않았습니다.” 피엘은 멜로스의 설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어린아이를 잃은 마을의 모습은 멜로스에게 아직도 선명한 듯했다. 그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보며 세아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날 마을에 누가 있었습니까?” 피엘이 물었다. 멜로스는 명단을 꺼냈다. 아이들의 이름이 적힌 부분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구조대가 어느 초소에서 얼마나 지체했는지, 눈사태가 언제 시작됐는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저는 응답을 받는 직원이었습니다. 담당자가 돌아오지 않자 규정대로 기다렸죠. 그러다 현장 구조대가 스스로 움직였습니다. 너무 늦게.” “구조대에게 직접 출발 권한이 없었습니까?” “있었습니다. 다만 본부가 별도로 승인할 수 있다는 문장을 잘못 해석했지요. 우리는 본부의 승인이 없으면 움직이면 안 된다고 교육받았습니다.” 토비가 이마를 짚었다. “그럼 여기에서도 누군가 문장을 바꿔 읽었네요.” “그렇습니다.” 멜로스가 말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것을 인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우리가 명령을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이 다쳤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 없었으니까요. 차라리 세상의 모든 답을 미리 받는 편이 낫다고 믿었죠.” 세아는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그 사고를 겪은 분들에게도 물어보셨어요? 그런 제도를 원하시는지요.” 멜로스의 손이 멈췄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회의에는 감독관과 기술자와 구조대 책임자가 있었지만, 그날 구조를 기다렸던 사람은 없었다. 멜로스는 문제를 다시 겪게 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결정했다고 믿었는데, 정작 피해자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아차렸다. 오스벨이 낮게 말했다. “두려움이 틀렸다는 건 아니네. 두려움으로 만든 답이 틀릴 수 있다는 거지.” 멜로스는 잔뜩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처음으로 그날의 지도를 거꾸로 놓고, 산 아래 마을에서 구조대가 오는 길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는 손가락으로 종이의 모서리를 눌렀다. “우리는 도착하지 않은 답장 앞에서 시간을 잃었습니다. 그날 이후 한 가지 원칙을 만들었습니다. 위험이 급박하다면, 대답이 없더라도 보호 조치를 시작할 것.” 토비가 말했다. “그건 저도 이해해요. 밭에 불이 나면 주인이 허락할 때까지 물동이를 들고 서 있진 않죠.” “바로 그런 뜻이었습니다.” 멜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그걸 대장장이가 되겠다는 동의까지 만드는 데 쓰나요?” 질문을 던진 건 세아였다. 멜로스가 입을 닫았다. 세아는 말을 이었다. “구조대를 보내는 것과 한 사람의 삶을 영원히 대신 정하는 건 다르잖아요.” 멜로스의 얼굴에 피로가 드러났다. “예외를 분리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긴급하지 않은 신탁까지 각각 확인하면 회로가 복잡해지고, 긴급 조치도 늦어질 수 있어서요.” “제2문에서 그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실제 발송을 모두 정상화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긴급 경고와 일방적인 미래 지정은 분리할 수 있다는 시험 결과가 있습니다.” “시험이 세상을 구해 줍니까?” “아닙니다. 시험은 위험을 찾고 판단할 증거를 주는 일입니다. 세상을 구한다는 이름으로 누가 무슨 손해를 입는지 묻지 않는다면, 그건 또 다른 위험입니다.” 멜로스가 손을 들어 인쇄기를 멈추려 했다. 그러나 그의 팔목에 달린 시계들이 동시에 울렸다. [정산 진행 중. 수동 정지에는 긴급 구호 계통의 공동 확인이 필요합니다.] 멜로스의 표정이 굳었다. “원한다고 당장 멈출 수 있는 장치가 아닙니다.” “당신은 관제관인데요?” 벤이 물었다. “설계를 바꾼 사람들은 관제관에게도 무제한 정지 권한을 주지 않았습니다. 예전 사고 이후 독단으로 구조대를 멈출 수 없게 만든 겁니다.” 오스벨이 벽돌로 막힌 옛 답장 출구 쪽을 살폈다. “안전장치와 강제가 같은 바퀴로 돌아가는군.” 멜로스가 잠깐 입을 다문 동안, 작은 구호 알림 하나가 울렸다. 지상 서쪽 언덕에서 산길이 막혀 치료받으러 가던 노인이 늦어지고 있다는 보고였다. 멜로스는 자동 응답을 누르려다 손을 거뒀다. “의료진 출동 안내는 즉시 보내겠습니다. 그런데 이 요청서엔 노인이 모든 미래 이동을 담당자에게 위임한다는 문장도 들어 있습니다.” 세아가 물었다. “그걸 승인하지 않으면 의료진도 못 가나요?” “현재 장치대로라면 같이 묶여 있군요.” 피엘은 제2문 나엘에게 직접 연결했다. 긴급 구호망으로 현장 직원에게 접근 가능 경로를 알리고, 제3문에서는 자동 위임 서명을 보류하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지원은 실제로 시작됐지만 노인의 상태가 좋아질지까지 약속할 수는 없었다. 멜로스는 자신이 늘 당연하게 누르던 승인 버튼을 내려다봤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한 번의 눌림 안에 구조와 삶의 위임이 함께 들어 있었다. 지금까지 그 버튼을 잘 누르는 사람이 좋은 직원이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이걸 따로 할 수 있군요.” “할 수 있는 범위부터 확인한 겁니다.” 피엘이 말했다. “아직 다른 종류의 신탁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는 검증해야 합니다.” 그때 벤이 유리 다리 아래에서 가는 검은 실 한 가닥을 발견했다. 실에는 아주 작은 마계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벤은 그것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보더니 표정이 변했다. “이건 내가 아는 문장인데.” “무슨 문장입니까?” 피엘이 물었다. “대답하지 않은 사람의 몫을 계약 상대가 대신 가져갈 수 있다는 조항. 마계에선 한때 아주 인기가 많았어. 지금은 사용하는 것 자체가 소송거리지.” 토비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악마도 소송을 해요?” “우린 계약으로 먹고사는 존재야. 계약이 무너지면 빵집에서 밀가루를 훔쳐 먹는 것과 다르지 않지.” 벤의 농담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검은 실을 따라가자 그의 옛 서명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마계 응답 대기 절차 공유 시험. 보조 설계 검토자: 벤.] 세아가 그를 돌아봤다. “벤 씨가 만든 거예요?” “일부를 검토했지.” 벤이 대답했다. “아주 오래전에. 그땐 답장을 기다리면 계약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다들 투덜댔어. 나는 대답을 못 하는 사람의 권리를 보호하려면, 서명 확인을 얼마나 엄격히 해야 하는지 검토하러 불려 갔지.” “그럼 이건 왜 여기 있죠?” “내 검토 의견 중 일부만 떼서 쓴 거야.” 벤은 검은 실의 반대쪽을 들어 보였다. 거기에는 아주 가는 줄이 끊겨 있었다. 원본은 두 줄로 이루어졌으나 하나만 남은 흔적이었다. 벤은 오래전 보고서의 남은 문장을 기억했다. '수신자가 대답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유효로 처리하지 않는다. 다만 피해를 막기 위한 긴급 조치는 계약 성립과 무관하게 시행할 수 있다.' 실제로 인쇄기에 남은 문장은 두 번째 절반만 발췌돼 있었다. 그것도 '계약 성립과 무관하게'라는 부분이 빠져 있었다. “마계도 제법 기특한 말을 하네.” 오스벨이 말했다. “그 말 때문에 내가 한동안 일감을 못 받았거든.” 벤이 웃지 않고 답했다. 피엘은 벤에게 독립 기록에 남길 수 있는지 물었다. 벤은 잠시 생각한 끝에 자신의 관여 사실과 현재 발견된 흔적만 공개하겠다고 했다. 오래전 계약 당사자의 신원은 지금 이 자리에서 밝힐 수 없었다. “내가 참여했단 걸 숨기고 싶진 않아. 하지만 기억만으로 원본 전체를 증명할 수도 없지.” “동의합니다. 원본은 따로 찾아야 합니다.” 그 말에 멜로스가 천천히 난간에서 내려왔다. “마계 자문은 오래전 발신위원회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원본이라면 제3문 지하 보존고에 있을 겁니다.” “그 보존고가 바로 이의 출구 뒤에 있습니까?” 피엘이 물었다. 멜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문을 열면 자동 정산 장치도 경로를 바꿉니다. 위에 있는 모든 시계가 답장을 기다리는 상태로 돌아가죠. 긴급 구조 신탁이 멈출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긴급 계통의 독립 운영 여부를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멜로스는 잠시 피엘을 바라봤다. “당신은 무엇을 가장 두려워합니까? 내가 지키려던 체계가 틀렸다는 걸 알게 되는 것입니까, 아니면 그것을 고치다가 정말로 누군가 죽는 것입니까?” “둘 다 두렵습니다.” 피엘이 대답했다. “그래서 어느 쪽도 못 본 척하지 않으려는 겁니다.” 인쇄기 건너편의 작은 종이 울렸다. 멜로스는 서둘러 장치 앞에 섰다. 탑의 바늘들이 빨라지고 있었다. 제3문 전체의 자동 동의 정산이 예정 시간보다 두 시간 앞당겨졌다는 알림이 떴다. “이건 제 승인으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멜로스가 말했다. [정산 우선순위 조정자: 등록번호 0000.] 그 옆에 흰 봉투 하나가 나타났다. [제3문 내 모든 무응답에 대한 최종 확인: 피엘.] 피엘은 봉투의 끝에서 낯익은 검은 깃털을 보았다. 과거 대리 피엘이 얼굴 없는 봉투 속에 숨겼던 바로 그 모양이었다. “서온의 옛 이름을 또 쓰고 있군요.” 멜로스가 물었다. “서온은 누구입니까?” “이 기록에서 이름을 빼앗겼던 사람입니다.” 피엘이 답했다. “그리고 지금은 자기 이름을 되찾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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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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