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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63화
PAYLUA ORIGINAL · 제63화

63화. 목수는 대장장이가 아닙니다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4,694자

오프라인 책장
제3문의 남쪽 작업장은 종이와 나무 냄새가 섞인 곳이었다. 우편함을 만드는 곳이라면 종이만 다룰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수백 종류의 목재가 쌓여 있었다. 지상으로 내려가는 마법의 편지는 종이에 적히지만, 그 종이가 살아 있는 사람의 집에 도착하려면 문과 창틀과 길이 필요했다. 신탁을 담는 우편함도 누군가는 손으로 만들었다. 토비가 톱밥을 한 움큼 집었다. “여긴 좋네요. 천계보다 사람 사는 데 같아요.” 벤이 물었다. “천계에 살면서 지금 한 말, 위험한 거 아냐?” “내가 여기 살고 싶은 건 아니라서요.” 작업장 깊은 곳에서 규칙적인 망치 소리가 났다. 두꺼운 장갑을 낀 남자가 나무판을 깎고 있었다. 그의 작업대 옆에는 열네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앉아 조그만 문고리를 만들고 있었다. 소녀는 토비 일행을 발견하자 아버지의 어깨를 두드리고 두 손을 움직였다. 남자가 돌아보았다. 그도 두 손으로 무언가를 답했다. “하루 씨인가요?” 피엘이 물었다. 남자는 말을 듣지 못했다. 피엘은 곧장 말을 반복하지 않았다. 도린이 들고 온 작은 번역판의 사용 허가를 먼저 받았다. 남자는 잠시 살피더니 손짓으로 동의했다. 번역판은 수어의 뜻을 글자로 보여 주었지만, 개인의 표정과 맥락을 완벽히 옮기지는 못했다. 피엘은 그 사실도 설명했다. [나는 하루입니다. 딸은 리아예요. 일거리를 맡기러 오셨나요?] “아닙니다. 선생님께서 직접 남긴 반대의 기록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하루의 표정이 굳었다. [어느 반대입니까? 너무 많아서요.] 리아는 아버지 옆에서 번역판을 읽었다. 그는 일행을 한 번 훑어보고 차갑게 물었다. “또 무언가를 허락하러 온 분들이면 그냥 돌아가세요. 우리 집은 오래전부터 너무 많은 걸 허락했다고 기록돼 있어요.” 세아는 자신의 손에 쥔 세아 어머니 리네의 문의 사본을 떠올렸다. 다른 사람의 기록을 보기 전에 본인의 승인을 받는 일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저희도 동의를 강요받았어요.” 세아가 말했다. “그래서 어떤 방법으로 바뀌었는지 알아보는 중이에요.” 리아는 잠깐 눈을 깜빡였다. “그럼 그 방법을 없애 줄 수 있나요?” “반드시 없앨 수 있다고 약속할 수는 없지만, 증거를 보전하고 필요한 조치를 신청할 수는 있습니다.” 피엘이 답했다. 리아는 실망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하루는 딸에게 짧게 손짓했다. [거짓말을 안 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야기를 들어 보자.] 하루는 작업대 서랍에서 대패를 꺼내 보여 주었다. 대패 날에는 작은 금색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기본 직업 경로: 대장장이.] [무응답에 따른 자동 전환 동의 완료.] “저희 아버지는 원래 목수예요.” 리아가 말했다. “아무리 대장장이를 하라고 해도 쇠를 만지면 손이 덜덜 떨려요. 그런데 제3문에선 대답이 없었다면서 직업 신탁을 바꿔 버렸어요.” 그날 이후 하루는 공적으로 목수로 등록되지 못했다. 일을 해도 대금을 받을 수 없었고, 작업장을 소유할 자격도 없다고 통보받았다. 리아가 성인이 되면 대장장이 견습으로 배정된다는 신탁까지 따라붙었다. 부녀가 여기서 만드는 문들은 모두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팔리고 있었다. 토비는 바닥을 내려다봤다. “농부한테 갑자기 어부 하라고 하면, 물고기는 제가 왜 자꾸 감자를 던지나 싶겠죠.” 리아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진짜로 감자를 던져요?” “아뇨. 안 던져 봤어요.” 하루는 손짓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나도 대장장이 일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선택한 게 아니다.] 벤은 작업장의 재고 장부를 펼쳤다. “이상한데. 제3문에서 직업을 바꾼 건 알겠어. 그런데 작업장 소유권까지 바뀐 이유가 뭐지?” 도린이 책장을 넘겼다. “기본 경로 변경에 따라 생계 지원과 소유 허가가 자동 재계산되기 때문입니다.” “그게 안전한 제도라고?” “그렇게 설계한 사람들이 생각한 이유가 있었겠죠.” 도린은 얼굴을 구겼다. “하지만 결과를 보니, 한 번 잘못된 동의가 찍히면 다른 권리까지 줄줄이 움직이네요.” 피엘은 하루에게 물었다. “당시에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거절하셨습니까?” 하루는 수어로 천천히 대답했다. 그날 그는 서류를 받자마자 거절했다. 두 번 손을 흔들고, '나는 계속 목수로 일하고 싶다'고 종이에 적었다. 담당 직원은 구두 응답이 필요하다며 마감시간까지 기다렸다. 시간이 끝나자 자동으로 승인됐다. [담당 직원은 나를 싫어하지 않았다. 나에게 수화를 가르쳐 달라고 했었다. 그런데 그의 화면에는 내가 아무 말도 안 한 사람으로 나왔다.] 작업장 천장에는 수십 개의 미완성 문이 매달려 있었다. 어느 문에는 구름이 새겨져 있었고, 어느 문에는 아이들이 그린 작은 동물들이 있었다. 리아는 그중 초록색 문 하나를 가리켰다. “저건 제가 여섯 살 때 아버지한테 만들어 달라고 했던 거예요. 열면 자기가 좋아하는 곳이 나오는 문이었으면 좋겠다고 했죠.” “어디로 가는 문이었나요?” 세아가 물었다. “그때는 과자 가게요. 지금은… 모르겠어요.” 리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 바뀌었겠죠. 그땐 과자가 제일 좋았는데, 요즘은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거든요. 그런데 제 신탁에는 여섯 살의 제가 좋아하던 것만 영원히 좋아한다고 적혀 있어요.” 하루가 딸의 말을 보고 손을 움직였다. [그때 네가 그린 그림을 아직 갖고 있다. 그러나 내가 그 그림대로만 너의 방문을 만든다면 너는 문을 열 수 없을 거야.] 리아는 웃다가 눈을 붉혔다. 아버지의 말을 통역판이 다 보여 준 것은 아니었다. 하루가 마지막에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움직인 손짓은 화면 어디에도 적히지 않았다. 세아는 그 장면을 기록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다정함까지 사건 번호로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비는 문을 바라봤다. “제 집 문은 늘 삐걱거려요. 올해 장마가 길어서요.” 하루는 손을 멈추고 진지하게 조언했다. [문이 습기를 먹었다면 바로 깎지 마세요. 마른 뒤에 맞춰야 합니다.] “어, 그거 중요한데요. 저는 항상 먼저 깎았거든요.” 리아가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한테 물어볼 게 더 많을 것 같은데요.” 토비는 처음으로 하루가 서류상 어떤 직업인지보다, 실제로 무엇을 잘 아는지에 관심을 가졌다. 하루도 그 사실을 눈치챘는지 오랜만에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작업장 바깥에 갑자기 발소리가 들렸다. 회색 제복을 입은 두 사람이 들어와 하루의 대패에 봉인끈을 묶으려 했다. “이 작업장은 허가 명의자 확인이 필요합니다. 무허가 목공 장비를 회수하겠습니다.” 리아가 벌떡 일어났다. “오늘까지는 시간을 준댔잖아요!” 직원은 난처한 얼굴로 종이를 내밀었다. “정산 주기가 앞당겨졌습니다. 어제까진 임시 보관이 가능했는데, 오늘부터는 불가능합니다.” 토비는 대패와 문 사이에 섰다. “그 물건 주인이 바로 앞에 있는데요.” “서류에는 대장장이로 되어 있습니다.” “서류가 대패질을 했어요?” 벤이 툭 웃었다. 그러나 피엘은 먼저 회수 근거를 요청했다. 직원이 제시한 문서에는 하루의 작업장 회수 동의가 표시돼 있었다. 서명 날짜는 바로 오늘, 그들이 작업장에 도착하기 한 시간 전이었다. “당시 하루 씨께 직접 의사 확인을 하셨습니까?” “시스템이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루는 다급하게 수어로 말했다. [나는 오늘 아무것도 서명하지 않았다.] 피엘은 독립 기록석에 직원이 가져온 사본과 하루의 증언을 분리해 기록했다. 직원들에게는 회수 조치를 임시 보전 신청이 처리될 때까지 유예할 수 있는 긴급 절차가 있는지 물었다. 그중 나이가 더 많은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쟁 물건에는 보전 신청이 가능합니다. 다만 담당 관제관 승인이 있어야 합니다.” “그럼 접수부터 해 주십시오. 지금 여기서 누구도 잘못된 소유 관계를 확정할 수 없습니다.” 잠시 뒤 임시 보전 표시가 대패 위에 떠올랐다. 회수 직원들은 장비에 손대지 않고 돌아갔다. 하루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으나 리아는 울고 있었다. “이것도 내일 다시 뒤집힐 거예요. 매번 그랬어요.” 세아가 그녀 옆에 앉았다. “내일의 결과를 약속해 주진 못하지만, 오늘 우리 눈앞에서 일어난 일은 남겨 둘게. 네가 괜찮다면.” 리아는 한참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하루가 작업장 벽을 가리켰다. 커다란 나무판 하나에 여러 크기의 문손잡이가 매달려 있었다. 각 손잡이 밑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맨 아래에는 손바닥만 한 작은 손잡이 하나가 있었다. [제3문 이의 제기 출구.] “이걸 누가 만드셨습니까?” 피엘이 물었다. 하루는 조용히 답했다. [삼백 년 전에는 누구나 자기 손으로 이 문을 열었다고 들었습니다. 옛 도면을 보고 만들었죠. 하지만 지금은 어디에 연결되는지 모릅니다.] 도린이 손잡이를 살펴보더니 숨을 삼켰다. “이 모양을 알아요. 관제탑 지하에서 매일 보는 도장과 같아요. 멜로스 관제관이 잠가 둔 곳입니다.” 리아가 아버지에게 손짓했다. [아빠, 그 문이 아직 있다면 우리가 직접 열어 볼 수 있을까?] 하루는 딸의 손을 잡았다. [문은 나무가 썩어도 흔적이 남는다. 먼저 남아 있는지 확인해야지.] 피엘은 그 손짓을 기록석에 옮기지 않았다. 가족이 나눈 말은 증거로 사용하겠다는 허락을 받은 적이 없었다. 대신 그는 하루가 공개를 허락한 도면 번호만 적었다. 도면 마지막 장에는 손잡이의 구조와 함께 이상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제3문의 최초 기능: 수신자의 답장을 전달하는 통로.] 그 밑에 누군가 후대에 붙인 붉은 쪽지가 있었다. [동의율 확보를 위해, 출구를 입구로 전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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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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