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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61화
PAYLUA ORIGINAL · 제61화

61화. 삼백 년 전에 제출된 답장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4,873자

오프라인 책장
제3문의 문은 열리지 않고도 방문객의 이름을 불렀다. “피엘 님. 삼백 년 만에 다시 뵙습니다.” 문짝에 달린 작은 은색 입술이 말을 마치자, 토비가 성검을 꺼내려다가 손을 멈췄다. 제2문에서 너무 여러 번 들은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먼저 물어볼 것. “이 문은 진짜 입이 있는 건가요?” “음성 안내 장치일 겁니다.” 피엘이 말했다. “그런데 삼백 년이란 수치를 어디서 가져왔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벤이 양쪽 팔을 벌렸다. “천계의 환영 인사는 정말 독특해. 나는 처음 악마가 되었을 때 ‘돌아오셔서 기쁩니다’라는 안내를 들었지. 태어나서 처음 방문했는데 말이야.” “악마로 태어나기 전에도 악마였을 수 있잖아요.” “농부의 입에서 그런 철학적인 말이 나오다니.” “그냥 아무 말이나 해 본 건데요.” 오스벨이 두 사람 사이를 지나갔다. 그는 지팡이로 문 아래에서 밀려 나온 종이의 끝을 고정했다. 거기에는 피엘이 삼백 년 전에 모든 거절을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서명은 분명 피엘이라는 글자였지만, 서명 옆에는 날인된 작은 원이 세 개 있었다. 피엘은 수첩을 펼쳤다. “이 원들은 무엇을 뜻합니까?” 문이 대답했다. “답장 수령 완료, 이의 없음, 효력 지속.” “한 사람의 말로 보기엔 처리가 너무 많군요. 원본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이미 확인하셨습니다.” “언제요?” “삼백 년 전입니다.” “지금 제가 확인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문이 가늘게 떨었다. 그런 질문을 받도록 설계되지 않은 기계처럼 입술이 벌어졌다 닫혔다. 그러더니 문손잡이 위에 새 줄이 떠올랐다. [이전 확인 기록을 인정하시면 즉시 입장할 수 있습니다.]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실 경우 인정으로 처리됩니다.] 토비가 반사적으로 외쳤다. “그거 말이 안 되잖아요!” 은색 입술이 토비 쪽으로 돌아갔다. [동행자 토비: 음성 응답 확인.] [의미 분석: 이전 기록 인정.] “저는 반대했는데요?” [적극적 이의는 정해진 양식으로만 인정됩니다.] 순간 토비가 칼을 쥐었다. 그러나 피엘이 손짓으로 만류했다. 제3문 입구에는 외부 장부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동그란 구멍이 있었다. 그는 제1문에서 하린에게 받아 둔 독립 기록석을 꺼냈다. “입장 전에 이 장치가 발언을 어떻게 변환하는지 시험하겠습니다. 토비 씨, 방금 하신 말을 한 번 더 말씀해 주세요. 녹음 여부에 동의하시나요?” “네. ‘말이 안 된다’고 했어요.” 피엘은 토비의 음성을 기록석에 남겼다. 곧바로 문이 내놓은 결과와 나란히 놓았다. 두 기록은 같은 시각에 서로 반대되는 내용을 가리키고 있었다. 문은 인정, 토비는 반대. 세아가 가만히 말했다. “제2문에선 아직 하지 않은 답을 만들어 냈고, 여긴 방금 한 답마저 바꾸는군요.” “이 차이가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피엘이 답했다. 문 너머에서 구두 굽 소리가 났다. 잠시 뒤 긴 회색 외투를 입은 천사가 작은 옆문을 열고 나왔다. 머리를 빗어 넘긴 젊은 얼굴과 달리 눈 아래에는 피로가 짙게 깔려 있었다. 명찰에는 '현장 검증관 도린'이라고 쓰여 있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다만 밖에서 큰소리를 내지 마십시오. 문이 큰소리를 유효 응답으로 읽거든요.” 토비가 눈을 크게 떴다. “그러면 작은소리는요?” “그건 침묵에 가깝다고 판단합니다.” “소리 내도 동의, 안 내도 동의네요?” 도린은 얼굴을 붉혔다. “제가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그 말에는 변명이 섞여 있었지만 두려움도 있었다. 피엘은 도린에게 바로 책임을 묻지 않았다. 현재 문을 어떻게 멈출 수 있는지부터 알아야 했다. “이 자동 응답은 지금도 지상의 사람들에게 적용됩니까?” “예. 제3문은 신탁이 수신됐는지 확인하는 곳이니까요. 답장이 없더라도 효력을 계속할지 결정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답장이 없다는 사실과 효력에 동의했다는 사실을 같은 것으로 취급하고 있습니까?” 도린은 문을 돌아봤다. 은색 입술은 아무 표정도 없이 미소 짓고 있었다. “여기선 그렇게 배웁니다.” 그녀가 열쇠를 돌리자 옆문이 활짝 열렸다. 안쪽에는 도시 하나가 펼쳐져 있었다. 유리 기둥 사이로 종이 전차가 오갔고, 건물 지붕마다 우편함이 달려 있었다. 잉크 냄새가 비에 젖은 돌바닥의 냄새와 섞였다. 길바닥에는 거대한 금빛 글자가 박혀 있었다. ‘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아가 가만히 문장을 읽었다.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요.” “오래된 도시입니다.” 도린이 말했다. “사람들이 처음 들어올 때부터 그렇게 적혀 있었죠.” 문턱 바로 앞에는 오래된 사진들이 늘어서 있었다. 어떤 사진에는 손을 꼭 맞잡은 부부가, 어떤 사진에는 혼자 걷는 아이가 찍혀 있었다. 사진마다 아래쪽에 방문 이유가 적혀 있었지만, 모두 같은 결과로 끝났다. '행복을 선택함.' 토비는 가장 오래된 사진을 가리켰다. 젖은 밀짚모자를 쓴 농부가 울타리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사진 아래에는 '고향을 떠나는 데 동의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농부의 손에는 이삿짐이 아니라 다 쓰러져 가는 담장을 고치는 망치가 들려 있었다. “저분은 떠나는 게 아니라 남으려고 했을 수도 있잖아요.” 도린이 말했다. “사진만으로는 모르죠. 그때의 기록을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그 기록이 여기서 만든 거라면요?” 도린은 답하지 못했다. 피엘은 사진과 금빛 글자를 촬영하는 대신 공개 전시 번호만 기록했다. 누군가의 사정을 마음대로 이야기로 만들 수는 없었다. 그러나 방문 목적을 모두 한 가지 결과로 정리해 놓은 전시 방식은 검토할 수 있었다. 세아는 사진을 오래 바라봤다. “사진 속 사람들은 시간이 지난 뒤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처음의 대답이 영원한 대답이라고 생각하면 위험하겠군요.” 오스벨이 말했다. 벤은 마지막 사진 앞에서 멈췄다. 사진에는 텅 빈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아래의 금빛 글자는 '최종 답장 제출 완료'라고 적혀 있었다. “아무도 없는데도 제출 완료야. 정말 기가 막힌 효율이네.” 그 순간 벤의 비웃음을 들은 안내 장치가 은빛 목소리로 말했다. [관람객의 만족을 확인했습니다.] 토비는 그제야 조금 겁이 났다. 웃거나 화내는 순간까지 동의가 된다면, 여기서는 서로의 표정조차 편하게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성검의 손잡이를 더 꼭 쥐었다가 이내 놓았다. 칼로 베어야 할 것은 문이 아니라, 사람의 말을 듣지 못하게 만드는 규칙이었다. 세아는 맨 끝 사진에서 걸음을 멈췄다. 한 소녀가 편지를 접어 날리는 그림이었다. 손끝에는 먹물이 묻어 있고 눈 밑에는 금방 마른 눈물 자국이 있었다. 사진 아래는 다른 것들과 달랐다. 글자가 반쯤 벗겨져 있었다. '답장이 아직 도착하지 않음.' 금빛 글자가 흘러내리자 뒤에서 누군가 급히 덧칠한 흔적이 나타났다. '수신 완료.' 피엘은 그 벗겨진 글자도 독립 기록석에 남겼다. 도린은 누군가 일부러 복원을 미루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원본 글자를 모두 지우면 유리판이 깨져 버려서 보수 신청을 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제도와는 관계없는 전시물이니까요. 그래서 그냥 뒀습니다.” “관계없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바꾸기 전 문장과 바꾼 뒤 문장이 함께 남은 증거니까요.” 도린은 사진을 다시 봤다. 평생 보아 온 거리의 장식이, 처음으로 풀리지 않은 질문처럼 보였다. 그들은 문턱을 넘기 전에 방문 시각을 독립 기록석에 남겼다. 도린은 무슨 이유인지 그것을 보고 조금 안심한 듯했다. 그러다가 피엘의 서명이 적힌 삼백 년 전 답장에 시선을 돌렸다. “저 기록에 대해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제3문에는 '피엘'이라는 이름이 적힌 문서가 아주 많아요. 하지만 저는 그 문서들 속 피엘이 지금 여기 계신 분과 같은 사람인지 확인한 적이 없습니다.” “왜 의문을 품었습니까?” “직원 등록표에 신탁 담당자란이 따로 있거든요. 개인 이름을 쓰는 칸과 다르게요. 오래된 서류에는 종종 한 사람이 아니라 직무명이 적혀 있습니다.” 벤이 휘파람을 불었다. “사람한테 책임을 뒤집어씌우기 좋은 구조군.” 도린은 주위를 살폈다. 전차 바퀴가 돌바닥을 긁는 소리에 섞여 먼 탑에서 시계가 울렸다. 그 소리가 멎자 거리의 모든 우편함이 동시에 열렸다. 하얀 봉투들이 길 위로 쏟아졌고, 각 봉투가 한 사람의 머리 위를 맴돌았다. 피엘 앞에도 한 통이 떠올랐다. [신규 방문자의 기존 동의 갱신 안내.] [응답 기한: 문을 통과한 후 세 번의 호흡.] 피엘은 첫 번째 숨을 들이마셨다. 봉투의 가장자리에 작은 불빛이 켜졌다. 토비가 손으로 입을 막았다. “숨 쉬면 동의하는 거예요?” 도린이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원래는 소리 없이 세 번 숨 쉴 시간을 주는 보호 규칙이었어요. 서류를 읽을 시간을 주려고 만든 건데…….” 그녀는 차마 끝까지 말하지 못했다. 두 번째 호흡을 세는 불빛이 켜졌다. 피엘은 봉투를 잡지 않았다. 자신의 숨을 멈춰서 문제를 해결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는 독립 기록석에 짧게 말했다. “제3문 입장 시점에 원본 미확인. 기존 동의 인정 불가. 호흡 횟수에 의한 자동 처리를 이의 대상으로 기록합니다.” 세 번째 불빛이 켜지려는 순간, 거리 건너편에서 잉크가 가득한 양동이 하나가 쏟아졌다. 검은 물이 금빛 글자 위를 지나 문앞까지 흘렀다. “잠깐만요!” 잉크 가게 앞에 서 있던 여자가 외쳤다. “그 봉투를 읽지 마세요. 저건 대답을 받으려는 게 아니에요. 대답이 없었다는 증거를 없애려는 거예요!” 세 번째 불빛이 꺼졌다. 그리고 피엘이 아직 만지지 않은 봉투에 도장이 찍혔다. [수신인 피엘: 동의 완료.] 그 아래에는 작은 글씨가 덧붙었다. [이의 제기 기록: 존재하지 않음.] 피엘은 기록석을 내려다봤다. 조금 전 자신이 분명히 남긴 반대의 말이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문이 무엇을 했는지 이미 증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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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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