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문의 종은 세 번 울렸다.
하지만 첫 번째 날과는 달랐다. 이제 세 소리는 서로 다른 곳에서 들렸다. 은색 종은 편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예약 시간을 알렸고, 붉은 종은 실제로 위험이 닥친 곳을 향해 경고를 보냈다. 검은 종은 울리지 않았다. 아직 선택하지 않은 삶의 방향을 미리 확정하는 편지들은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다.
나엘은 그 소리를 들으며 잠시 눈을 감았다.
“제2문에서 근무한 뒤로 이렇게 조용한 날은 처음이에요.”
토비는 고개를 기울였다. “방금 세 번 울렸는데요?”
“계속해서 같은 명령을 밀어 넣는 소리가 없어졌다는 뜻이에요.”
“아, 그런 조용함도 있군요.”
벤이 낡은 의자를 발로 밀었다. “이곳에 오자마자 종을 막아 달라고 한 농부가 이제 종소리의 의미를 논하네. 인간은 정말 배우는 속도가 빠르군.”
“제가 종을 막자고 했던 적은 없는데요?”
“지금 논점은 그게 아니지.”
피엘은 두 사람의 언쟁을 들으며 마지막 점검표를 넘겼다. 하루 연장된 현상 유지 기간이 끝나기 전, 법정과 제2문 운영 부서는 임시 운용 결정을 내려야 했다. 시범은 통과했지만 실제 장치의 모든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유단은 정식 회의장에 들어가기 전에 세아에게 물었다.
“리네의 점검 기록을 이번 결정문에 인용해도 될까?”
세아는 서류를 읽었다. 어머니의 제안이 제2문의 분리 기준을 세우는 근거였다는 내용이었다. 가족사나 개인의 고통을 공개하는 문장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게 해 주세요.” 세아가 말했다. “어머니의 이름이 없어서 이 제안이 아무한테서나 나온 것처럼 보이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만 그분이 모든 결과를 보증했다고 적지는 않겠네.”
“네. 엄마도 미래의 모든 일을 알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잠시 뒤 회의가 시작됐다. 제2문 직원, 법정의 서기 하린, 외부 기술 점검관 마리안, 제1문의 기록 보전 담당자들이 차례로 보고했다. 피엘과 일행은 공식 결정권자가 아니라 사건 참관인 자격으로 자리했다.
유단이 세 종류의 발송을 설명했다.
“첫째, 당사자가 스스로 날짜와 내용을 정한 예약 편지는 기존의 확인 절차를 거쳐 운영합니다. 둘째, 급박한 위험에 필요한 경고는 독립 경고망으로 계속 발송합니다. 셋째, 아직 의사를 밝힐 수 없는 사람의 삶의 방향을 고정하는 일괄 신탁은 신규 발송을 보류합니다.”
회의장 한편에서 누군가 손을 들었다. “이미 받은 사람은요? 지금 살아가는 방식을 갑자기 바꿀 수는 없잖습니까?”
“기존 신탁을 일괄 취소하지는 않습니다.” 유단이 대답했다. “개별 원본 확인과 정정 신청 경로를 마련하고, 피해 위험과 당사자 의사를 검토합니다.”
“그러면 제2문 업무가 끝나지 않는 것 아닌가요?” 다른 직원이 물었다.
“그럴 수도 있지.” 유단은 잠시 침묵했다. “하지만 일이 많다는 이유로 사람의 미래를 미리 적어 두는 방식은 계속할 수 없네.”
피엘은 그 말을 기록했다. 이것은 선언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예산과 인력, 운영 절차가 필요하고, 잘못된 발송을 뒤늦게 알게 된 사람에게 설명할 방법도 마련해야 했다.
발언을 마친 유단은 자신의 낡은 명찰을 탁자 위에 올렸다. 거기에는 작은 긁힘이 여러 개 있었다. 오래전 긴급 구호 사고 이후 그는 책임자가 되는 일이 두려워졌고, 그 두려움을 업무 규정 뒤에 숨겼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모든 발송을 한 번에 처리하면 우리가 바빴다는 사실만 남고, 누구의 목소리를 놓쳤는지는 보이지 않더군. 나는 그 편리함을 너무 오래 선택했어.”
하린은 그의 말을 회의록에 '증언'으로 분류했다. 그가 후회한다고 해서 과거 승인 과정에 대한 감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유단도 그것을 알았다.
“감사 결과가 나오면 따르겠네. 그동안 필요한 인수인계는 제대로 하겠어.”
마리안은 실운영 중지 장치가 실제로 내려가는 것을 보여 주었다. 중앙 종탑의 검은 회로는 새 편지를 내보내지 못하게 격리되었다. 원본들은 사라지지 않고 번호와 보관 시각을 붙여 여러 장부에 나뉘어 남았다. 만약 누군가 다시 장치를 움직이려 한다면 단 한 사람의 손으로는 변경할 수 없도록 두 명의 독립 확인이 필요했다.
그 모습을 보던 토비가 말했다. “농장 창고에 자물쇠 하나만 달았다가 똑같은 일이 있었어요.”
“뭐가 있었는데?” 벤이 물었다.
“아버지가 열쇠를 잃어버리셨죠. 그래서 열쇠 하나는 저한테도 주셨는데, 제가 그걸 또 잃어버렸어요.”
“완벽한 사례군.”
“그다음부턴 어디에 뒀는지 서로 확인했어요.”
“그제야 좋은 사례가 됐네.”
작은 웃음이 번졌다. 피엘은 그 웃음을 장부에 적지 않았다. 대신 누가 어떤 장치의 변화를 승인했고, 다음 점검은 언제 하기로 했는지만 남겼다. 회의장의 밝은 표정은 중요했지만 기록이 설명해야 할 사실은 따로 있었다.
하린이 법정의 임시 결정을 읽었다.
[제2문 임시 운용 결정.]
[긴급 경고 독립 운영: 승인.]
[수신인 확인 예약: 기존 절차 유지, 오류 점검 강화.]
[미래 경로 강제 지정 6,400건: 개별 검토 전 신규 발송 보류.]
[대리 수신자 자동 연결: 실운영 비활성화 명령.]
[원본 및 변환 기록: 보전.]
[기존 수신자 구제 절차: 별도 수립.]
종탑의 벽면에서 6,400이라는 숫자가 사라졌다. 숫자가 지워져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대신 세 개의 목록으로 나뉘어 보전함에 들어갔다. 수신인 동의가 확인된 예약성 안내, 긴급 보호 여부 재검토 대상, 미래 선택 고정 명령. 각각의 정확한 건수는 심사를 마쳐야 알 수 있었다.
“저 목록이 다시 합쳐지면 안 되겠죠.” 나엘이 말했다.
“합쳐서 통계를 낼 수는 있겠지만, 같은 결정을 내려선 안 됩니다.” 마리안이 답했다.
세아는 종탑 앞에 작은 안내표를 걸었다.
'아직 모르는 답은 모른다고 남겨 둘 수 있습니다.'
그 글을 보고 사람들이 멈춰 섰다. 누구는 '당연한 말'이라고 했고, 누구는 '그런 말도 적어 둬야 하느냐'며 웃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오래 서서 한 글자씩 읽었다. 그는 십수 년 전 자기 아이에게 지나치게 많은 기대를 담아 보낸 축복을 정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엘이 정정 신청서를 내밀었다. 예전 같으면 먼저 발신인 허가증부터 요구했을 것이다. 이번엔 질문부터 했다.
“어떤 문장을 보냈는지, 먼저 확인해 볼까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피엘은 서온에게 통신을 보냈다. 제1문의 보전 장부와 제2문의 임시 결정문이 서로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확인했어.] 서온이 말했다. [네가 부탁한 것처럼 이번엔 내가 내 이름으로 검토했어. 대리 피엘이라는 예전 이름 대신.]
“감사합니다.”
[감사는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제1문 승인 장부의 0000은 여전히 발신인 없는 기록이고, 제2문도 그걸 근거로 많은 편지를 보냈잖아.]
“맞습니다. 우리가 고친 것은 한 문에서 계속 벌어질 위험의 일부입니다.”
[그런데 새 기록이 하나 생겼어.]
서온은 화면을 돌려 보여 주었다. 제1문의 열두 서명란 아래에 있던 빈칸 중 하나가 희미하게 밝아졌다. 거기에 새 문구가 적혀 있었다.
[임시 통합 대리자 0000의 요청 기록은 제3문의 실제 수신 확인을 통해서만 종결할 수 있음.]
“제3문으로 가라는 말이군요.”
[그렇지. 다만 한 가지 이상해. 제3문은 제2문에서 아직 보류 중인 편지에도 '수신 완료'라고 찍었어.]
피엘은 수첩을 펼쳤다. 제2문에 보류된 강제 미래 신탁은 실제 발송이 되지 않았어야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제3문에 수신 완료 기록이 있을 수 있을까?
그때 하린이 다가왔다. “제3문에서 보낸 답변입니다. 여러분의 방문이 승인됐어요. 단, 자신들이 이미 제출한 답장을 정정하지 말라는 조건이 붙었군요.”
“우리가 제출한 적 없는 답장을 어떻게 정정하죠?” 벤이 물었다.
하린은 문서 아래의 확인란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곳에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제3문 자동 응답 처리: 수신인의 침묵을 동의로 간주.]
피엘은 한참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예전에 신탁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만이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제8문에서는 반송할 권리를, 제1문에서는 발신 책임을, 제2문에서는 아직 오지 않은 선택을 지키는 방법을 배웠다. 그런데 정작 제3문은 사람의 침묵을 말이라고 기록하고 있었다.
“이건 답장이 아니잖아요.” 세아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피엘이 대답했다.
토비는 성검을 어깨에 멨다. 출발할 준비를 하면서도 그는 피엘에게 물었다.
“이번에도 먼저 묻고 가는 거죠?”
“그렇습니다. 그리고 답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답하지 않을 자유가 있습니다.”
일행은 제2문의 계단을 내려갔다. 뒤쪽에서 세 종류의 종소리가 서로 다른 시간에 울렸다. 전과 달리 모든 편지를 하나의 망치로 밀어 넣지 않는 소리였다.
계단 아래의 표지판은 낡은 나무판이었다. '제3문으로 가는 길, 왼쪽.' 토비는 잠시 발을 멈추더니 피엘을 돌아봤다.
“그런데요, 만약 그 문이 우리를 이미 들어왔다고 적어 놨으면요?”
피엘은 웃지 않았다. 대신 수첩을 꺼내 출입 시각을 기록했다.
“그럼 실제로 들어간 시각과 장부의 시간을 대조하면 됩니다.”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 안쪽에서 천천히 종이가 미끄러져 나왔다.
[환영합니다, 수신인 피엘.]
[당신은 삼백 년 전에 이곳에서 자신의 모든 답장을 제출했습니다.]
[마지막 답장: 앞으로 누구의 거절도 받지 않겠습니다.]
피엘의 손끝이 차가워졌다.
그것은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였을 수도 있었다.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다시 빌린 위조일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 알아낸 것은 어느 쪽도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는 문을 두드렸다.
“피엘입니다. 우선 그 답장의 원본부터 확인하겠습니다.”
문 저편에서 종이가 한꺼번에 뒤집히는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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