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문의 종탑에서 제3문으로 가는 복도에는 특별한 표지판이 있었다.
'이곳부터는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한 답변을 제출할 수 없습니다.'
토비는 그 문장을 읽고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럼 제3문이 답변을 만드는 곳인가요?”
“배달받은 뒤 그 말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됐는지 확인하는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그런데 왜 아직 안 벌어진 일의 답이 안 된다고 적혀 있어요?”
“모순처럼 보입니다. 직접 확인해야겠죠.”
그들이 지금 당장 제3문에 들어가려는 것은 아니었다. 법정의 하루 연장 기간 동안 제2문의 분리 규칙을 점검하고, 제3문에서 넘어온 서류와 실제 수신 기록을 대조해야 했다. 다만 이 복도는 원래부터 제2문의 기록이 외부로 나가는 유일한 문이었다.
세아는 어머니의 문의를 손에 들었다. “저 종이 한 장을 찾느라 오래 걸렸어요. 이제야 원본을 봤고요. 그런데 제 이름으로 이미 대답했다고 적힌 서류가 또 있으면 어떻게 하죠?”
“그 답이 실제로 제출됐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확인되기 전엔 세아 씨가 동의한 것으로 적지 않겠습니다.”
유단은 제3문 방문 허가를 요청하러 가기 전, 한 가지 자료를 먼저 보여 주었다. 제2문에는 과거 '미래 경로 지정' 신탁을 받고 자란 사람들의 사례가 보관되어 있었다. 사람 이름과 사생활은 대부분 가려져 있었고, 몇몇은 자신의 경험을 조사에 쓸 수 있도록 동의한 상태였다.
“이미 받은 사람들의 말을 들을 수 있다면,” 피엘이 말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의 뜻을 우리가 꾸며 낼 필요는 없겠군요.”
마리안은 임시 청문회를 위한 작은 마법 거울을 설치했다. 거울은 발언자를 실물처럼 보여 주지 않고, 그가 허락한 말만 전달했다. 누가 어디 사는지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첫 증언자는 오래된 보호 신탁을 받고 성장한 제빵사였다. 그는 불을 무서워하지 말라는 축복 덕분에 화덕 앞에서 일할 수 있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새로운 도시로 가려 할 때마다 마음속에서 같은 명령이 들렸다. 안전한 일만 선택하라. 익숙한 곳을 떠나지 마라.
“덕분에 안 다쳤다고 생각했어요.” 제빵사가 말했다. “그런데 안 다친 것과 살고 싶은 대로 산 건 다른 일이더군요.”
두 번째 증언자는 폭풍 경고를 받고 목숨을 구했다는 뱃사공이었다. 그는 예정된 경고 신탁을 없애면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여러분이 제 배를 타고 있었다면 경고를 멈추라고 했겠습니까?”
“아니요.” 나엘이 답했다. “우리는 긴급 경고를 분리해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럼 왜 사람들이 모든 축복을 없앤다고 떠드나요?”
“잘못 전달된 소문도 있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발송 원본을 확인하고, 피해가 우려되는 강제 조건을 보류하자는 겁니다. 필요한 경고의 통로는 지키겠습니다.”
뱃사공은 만족하지 못한 듯했지만 자료 제출에는 동의했다. 그의 지적은 실제로 중요했다. 제2문 앞 대기실에서 사람들끼리 공유한 소문 때문에 몇몇은 긴급 경고가 사라질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세아는 안내문을 더 알기 쉽게 바꿨다.
세 번째 증언자는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남쪽 산골에서 온 젊은 목수였다. 그는 어릴 때 '절대로 실패하지 말라'는 신탁을 받았다고 했다. 그 뒤로 잘못 자른 나무를 버리지 못했고,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도 중간에 그만두지 못했다.
“사람들이 저보고 성실하다고 했죠. 그런데 전 그만두는 법을 몰랐던 거예요.”
그는 손바닥의 오래된 상처를 보여 주었다. 지금은 다른 일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처음으로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아무 벌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장 놀라웠다고.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피엘이 물었다.
“제 신탁을 수정해 준 사람이 있었어요. 제8문의 반송 창구가 다시 열리면서요.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피엘은 목수의 말을 개인적 증언으로 기록했다. 반송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보여 주는 사례였지만, 모두에게 같은 결과가 일어난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들은 세 사람의 말은 서로 모순되는 듯했지만 피엘은 억지로 하나로 합치지 않았다. 제빵사는 안전한 삶이 자신을 가뒀다고 했고, 뱃사공은 제때 도착한 경고가 자신을 살렸다고 했다. 목수는 완벽해야 한다는 말을 믿다가 선택을 미뤘다고 했다. 모두 자기 경험을 말하고 있었다.
세아가 물었다. “그렇다면 어떤 신탁은 필요한 거고 어떤 신탁은 잘못된 거겠죠?”
“개별 기록을 봐야 합니다. 같은 '안전'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어도 보내진 내용과 효과가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럼 사람마다 확인할 일이 정말 많겠네요.”
“맞습니다. 그리고 그 확인을 서둘러 끝내려다 처음 문제가 생겼으니,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겠죠.”
오스벨은 수첩에 적힌 바다의 위치를 살폈다. 오래전 신탁을 받은 마을들이 어디인지 지도에 찍으면 어떤 시기에 특정 문구가 집중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그 지도에는 마을 이름만 적고, 동의하지 않은 수신자의 이름은 넣지 않기로 했다. 처음에는 벤이 불편하다고 불평했지만, 그 역시 마계 계약의 비밀이 아무에게나 공개되면 큰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비밀을 모두 없애자는 게 아니라 책임을 확인할 수 있게 하자는 거군.” 벤이 말했다.
“네. 비밀을 지켜야 하는 사람과 비밀 뒤에 숨어선 안 되는 사람을 구분하는 겁니다.” 피엘이 답했다.
청문회가 끝나자 유단은 오래전에 만들었던 교육 문서를 꺼냈다. 표지에는 '미래 신탁은 사후 확인이 불가능하므로 자동 발송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문서부터 고치겠습니다.”
“그 전에 새 기준에 관한 의견을 더 들어야 합니다.” 하린이 통신으로 말했다. “오늘 들은 사람들은 발언에 동의한 사례들이죠. 말하지 못한 사람이나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유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교육 문서에는 '사후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단정을 빼고, 사후 확인 경로가 있어야 한다고 적겠습니다. 세부 기준은 검토받겠어요.”
토비는 의자에 기대어 말했다. “이런 일을 하려면 밭보다 서류가 많네요.”
오스벨이 웃었다. “밭에도 기록은 필요하지 않나?”
“씨앗 뿌린 날짜 정도요. 그런데 그것만 적어도 다음 해에 도움이 되거든요.”
“여기도 그런 거야. 다만 뿌린 게 씨앗이 아니라 문장이지.”
토비는 그 비유를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더니 세아에게 물었다.
“그럼 잘못 심은 문장은 뽑을 수 있나요?”
“어떤 건 뽑을 수 있겠죠. 어떤 건 이미 자란 나무를 다치지 않게 옮겨야 할지도 모르고요.”
그들의 대화가 이어질 때 마리안은 시험 장치의 결함을 수정했다. 실제 수신자 명부를 시험 대리인으로 끌어오는 연결을 끊고, 별도의 가상 표식만 사용하게 만들었다. 피엘은 그 작업의 범위를 기록했다. 제3문과 연결된 실제 운영 장치에는 아직 변경을 적용하지 않았다. 변경 전에 검증과 정식 승인이 필요했다.
재시험 직전, 오스벨은 세아를 데리고 작은 온실에 갔다. 제2문에서 보관하던 미래 표본들을 기르던 곳이었다. 유리 아래에는 여러 종류의 씨앗이 들어 있었다. 일부는 싹을 틔웠고 일부는 여전히 딱딱한 껍질을 가진 채였다.
“씨앗을 키우는 데도 미래 지정 마법을 쓰나요?” 세아가 물었다.
“옛날에는 그랬다고 들었네. 언제 싹을 틔울지까지 정해 줬지. 그런데 모두 같은 날 싹트게 하면 날씨가 안 좋은 해엔 전부 상하더군.”
토비는 무릎을 굽혀 흙을 살폈다. “여긴 물이 지나치게 많아요. 서로 다른 씨앗엔 서로 다른 물이 필요해요.”
그는 장갑을 벗고 손가락으로 흙을 비벼 봤다. 지금 자라는 씨앗이 어떤 종류인지, 누가 심었는지 확인하기 전에는 흙을 갈아엎지 않았다.
오스벨이 말했다. “그게 우리가 여기서 배운 것과 닮았군. 누군가를 보호하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 맞는 도움을 줄 수 있어야겠지. 그러나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할지 영원히 확정하는 일과는 다르네.”
세아는 온실 문을 나서며 뒤돌아봤다. 투명한 유리에 희미하게 자기 얼굴이 비쳤다. 어린 시절엔 모든 질문에 정답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질문 하나를 오래 품고 있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스벨 님은 지금도 닭 키우는 걸 좋아하세요?”
“물론이지. 다만 그 일을 좋아한다고 해서 내가 평생 마법을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럼 둘 다 하세요.”
“그래야겠군. 나는 한 종류의 삶으로만 분류하기엔 조금 게으르고 조금 욕심이 많으니까.”
세아는 소리 내어 웃었다. 시험장으로 돌아올 때 그의 마음은 아까보다 가벼웠다. 물론 시험의 결과까지 좋아질 것이라고 예언할 수는 없었다.
한참 뒤 재시험이 시작되었다. 앞선 24건을 같은 기준으로 재구성하고, 13번에서 발생한 대리 연결 오류를 격리된 환경에서 다시 시험했다.
은빛 신호는 자기 예약 창구로, 붉은 신호는 긴급 경고망으로, 검은 신호는 보류함으로 들어갔다. 13번의 빈칸에는 이번엔 실제 사람 이름이 아니라 '시험 표식 13-A'가 남았다.
[분리 시범 재검증: 통과.]
[실운영 적용: 별도 승인 필요.]
나엘은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마리안은 펜을 들고 결과를 꼼꼼히 적었다. 실험이 잘 되었다고 실제 세계의 문제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어느 방향으로 고쳐야 할지는 확인된 셈이었다.
“이 정도면 하루 연장 기간에 할 일은 했네요.” 세아가 말했다.
바로 그때 제3문에서 온 방문 허가서가 도착했다. 처음에는 평범한 종이였지만, 피엘이 펼치자 글자가 달라졌다.
[제2문 참관인 피엘 외 동행자 입장 가능.]
[조건: 이미 제출된 답장을 정정하지 않을 것.]
벤이 문서를 보며 씩 웃었다. “누군가 우리가 답장을 고치는 걸 싫어하나 본데.”
피엘은 안내서 뒷면을 살폈다. 거기에 작은 글씨가 하나 더 있었다.
[정정 금지 대상: 수신인이 실제로 작성하지 않은 답장 포함.]
“실제로 쓰지도 않은 답장을 왜 못 고친다는 걸까요?” 토비가 물었다.
피엘은 종이를 천천히 접었다.
“그걸 확인하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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