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문에서 가장 오래 걸린 일은 거대한 종을 고치는 일이 아니었다.
출입문 옆에 의자를 놓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계속 왔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자기 아이에게 오래전 배달된 신탁의 효력이 아직 남아 있는지 물었다. 누군가는 지금 받고 있는 경고가 가짜일까 두려워했다. 또 다른 사람은 왜 어제까지 문제없던 축복을 오늘 갑자기 조사하느냐고 따졌다.
나엘은 번호표가 모자라 종이를 잘라 썼다. 토비는 홀 구석에서 의자를 옮겼고, 벤은 항의하러 온 사람들을 보며 신나 하다가 세아에게 일감을 맡았다.
“저쪽 분들한테 물부터 갖다 주세요.”
“악마에게 친절 업무를 시키다니 무모하군.”
“마시고 나서 항의하시게 하면 되죠.”
벤은 투덜거리면서도 물주전자를 들었다. 어느 노인이 그를 보고 '뿔 달린 청년은 공무원이냐'고 묻자, 벤은 잠깐 고민하다 대답했다.
“지금은 임시로요. 정식 채용은 제안하지 마십시오.”
피엘은 시범 보고서를 법정에 제출했다. 유단은 이번엔 기록을 숨기지 않았다. 과거 사고의 원본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이 했던 승인과 누락까지 보고서에 썼다. 마리안은 격리 시험 결과를 첨부했고, 하린은 감사인이 열람한 기록과 현장의 추측을 구분해 정리했다.
[24건 시범.]
[정상 경로 유지: 23건.]
[안전 정지 작동 및 오류 발견: 1건.]
[실제 피해 확인: 없음. 단, 이후 조사 필요.]
“이제 6,400건을 다 분리할 수 있습니까?” 유단이 물었다.
“그 결론을 내리기엔 이릅니다.” 마리안이 말했다. “그러나 일괄 발송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주장은 이제 지지하기 어렵습니다. 오류를 고쳐 더 넓은 검증을 해야 해요.”
피엘은 임시 현상 유지 기간을 하루 연장해 달라고 법정에 요청했다. 그 사이 긴급 경고 전달망을 분리 운영하고, 대리 연결 기능을 비활성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간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기록 속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 의사를 직접 제출할 수 없었다.
하린의 문서에는 분명히 적혀 있었다.
[미래 수신인의 권리 보호는 현존 보호자의 이익과 동일하지 않을 수 있음.]
[누구도 출생 이전의 사람을 대신하여 전 생애를 확정할 권한을 자동 취득하지 않음.]
토비는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그러면 부모가 대신 보호를 신청하는 건 괜찮고, 미래 전체를 정하는 건 안 된다는 거죠?”
“대체로 그렇게 구별할 수 있겠죠.” 하린이 답했다. “하지만 사안마다 다른 사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심사 기준을 만들고 있는 거예요.”
“우리 마을에선 그냥 아이가 아프면 의사를 부르고, 커서 뭐가 될지는 나중에 이야기하는데요.”
“그 상식이 어떤 사람들에겐 굉장히 어려운 듯하군.” 벤이 말했다.
그날 오후, 법정에서 임시 심리회가 열렸다. 제2문 종탑 앞에 공개석을 마련하고, 개인 기록은 가려서 상영하기로 했다. 임시 심리회는 정식 판결을 대신하지 않았지만 현상 유지와 긴급 경고 운영 방식에 관해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첫 발언자는 걱정이 많은 아버지였다. 그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게 강인함과 명석함, 위험을 피하는 성격을 미리 주고 싶다고 했다. 자기 세대가 겪은 가난을 아이가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게 그렇게 나쁜 마음입니까?”
“아닙니다.” 피엘이 말했다. “그 바람 자체를 비난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럼 왜 축복을 막는 겁니까?”
“사랑하는 마음을 아이가 반드시 따라야 할 명령으로 바꿔도 되는지 묻고 있습니다. 원본에 없는 강제 조건도 확인됐고요.”
아버지는 바로 수긍하지 않았다. 오히려 빈 의자를 바라보며 오래 생각했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면 아이가 힘들까 봐 무서워요.”
토비가 손을 들었다. “무언가 해 줄 수는 있잖아요. 집을 고치고, 먹을 걸 마련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같이 도와주는 식으로요.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자랄지 미리 정하지 않아도요.”
아버지는 토비의 흙 묻은 신발을 보고 물었다. “자네는 아이가 있나?”
“없어요. 동생은 있습니다.”
“그럼 내 걱정을 다 알 수는 없겠지.”
“맞아요.” 토비가 대답했다. “그래서 전 걱정하지 말라고는 못하겠어요. 다만 걱정된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보낼 편지를 제가 다 쓸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 말은 심리회 기록에 남았다. 나엘은 서류에 '참관인 의견'이라고 적었지, '확정 판단'이라고 적지 않았다.
두 번째 발언자는 장성한 딸을 둔 노인이었다. 그는 오래전 딸의 미래를 보호하려고 신탁을 신청했으나, 딸이 집을 떠난 뒤로 서로 연락하지 못했다고 했다. 딸이 왜 떠났는지 묻는 편지도 써 봤지만 반송됐다.
“그 신탁이 딸을 떠나게 했습니까?” 피엘이 물었다.
“그건 모르겠네. 나도 딸을 너무 닦달했으니까. 다만 그 아이가 보내고 싶어 하는 답장을 내가 막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싶네.”
피엘은 노인의 이름으로 된 편지를 당장 찾아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대신 제8문의 반송 접수 절차와 제2문의 원본 확인 신청 방법을 안내했다. 어떤 사과는 받을 사람이 받을 준비가 되었을 때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그 사이 대기석에서 예리한 질문 하나가 나왔다. 제2문의 젊은 직원이 손을 들었다.
“원본 열람 창구를 열면 누가 운영합니까? 정정 신청을 받은 다음 열흘씩 기다리라고 할 건가요? 여기 인력은 지금도 모자랍니다.”
그 질문에 직원들이 웅성거렸다. 도덕적인 선언보다 실제 당직표가 그들의 내일을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유단이 답했다. “당장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고 공고하지는 않겠네. 우선 위험도가 높은 건을 분류해 긴급 심사로 보내고, 나머지에는 처리 예상 단계와 이의 제기 방법을 안내해야겠지. 인력 배치 변경도 요청할 걸세.”
“인력이 배정되지 않으면요?”
“그때는 처리할 수 없는 걸 처리했다고 거짓말하지 않겠네.”
피엘이 손을 들었다. “그리고 임시 업무를 맡는 직원들이 계속 밤을 새워야만 이 제도가 유지된다면 그 또한 고쳐야 합니다. 누군가의 미래를 지키겠다고 현재 일하는 사람을 소모해서는 안 됩니다.”
토비가 작게 말했다. “맞아요. 밭에서 일하다 쓰러지면 다음 날 씨앗을 뿌릴 사람이 없거든요.”
여러 직원이 웃었다. 웃음이 잦아들자 유단은 현장 직원 대표를 운영 논의에 포함하겠다고 기록했다. 아직 제도를 바꾼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 말을 누가 했는지가 남았다.
어느 중년 남자는 오래전 받은 행운의 신탁이 자신에게 실제 도움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빵집을 운영하던 중 큰 화재를 피했고, 그것이 신탁 덕분이라 믿었다. 그러니 지금 그것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그날 자신이 살았다는 사실까지 부정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하린은 그에게 화재가 난 시각과 경고가 전달된 경로를 적어 달라고 요청했다. 남자는 처음에는 불쾌해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은 경험을 지우는 일이 아니라 그 축복이 거짓이라고 단정하지 말아 달라는 것임을 설명했다.
“맞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우리는 누가 살아남은 일을 취소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때 도착한 신탁의 원문이 무엇이었는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좋은 결과를 경험한 분들의 말도 듣겠습니다.”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이는 잘못된 명령 때문에 상처를 입었고, 어떤 이는 같은 제도를 통해 진짜 경고를 받았다. 어느 한쪽의 삶만을 골라 제도의 얼굴로 삼으면, 또 다른 기록이 사라질 것이다.
또 다른 발언자는 열 살쯤 된 딸과 함께 온 어머니였다. 딸은 자기 이름이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이의 요청을 존중해 공개 발언을 대신 읽었다. 문장에는 단 두 줄만 적혀 있었다.
'엄마가 내가 안전하길 바라는 건 알아요. 나도 엄마가 내 말을 들어 주면 좋겠어요.'
홀은 잠깐 조용해졌다. 그 글은 미래 수신인 전체를 대표하는 말이 아니었다. 특정 아이가 자기 어머니에게 한 요청일 뿐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사람들은 함부로 이용하지 않았다. 세아는 별도의 동의를 받아 그 말을 청문 기록의 짧은 증언으로 남겼다.
세 번째 발언자는 세아였다. 그는 자신이 받았던 축복의 전문을 말하지 않았다. 다만 어머니의 원문과 변환본의 차이가 있었고, '정답을 말하게 한다'는 조건이 자기 삶에 어떤 부담이 되었는지를 일반적인 언어로 설명했다.
“저는 이제 제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를 제가 대신 결정해 달라고 하지도 않겠습니다.”
유단은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숙였다. 회의가 끝나고 그는 세아에게 다가갔다.
“네 어머니가 분리 심사를 요구했을 때 내가 기록을 제대로 남겼더라면, 이런 날이 더 빨리 왔을지도 모르겠구나.”
세아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그 말을 들었다고 모두 용서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이번 기록은 지우지 마세요.”
“그러마.”
심리회가 끝날 즈음 법정의 회신이 도착했다.
[미래 경로 일괄 지정의 신규 발송 보류: 하루 연장.]
[긴급 경고 및 당사자 확인 예약: 독립 운영 유지.]
[원본 변환 이의 신청 창구: 임시 개방.]
[단, 시험 결함 해소 전 전면 재개 금지.]
나엘은 긴 숨을 내쉬었다. 사람들이 각자의 질문을 할 시간이 하루 더 생겼다. 그 하루가 모두를 구해 주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누군가가 눈을 감고 서명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때 종탑의 검은 선에서 작은 신호가 흘렀다. 아직 발송되지 않은 신탁 한 장이 임시 보류 창구로 옮겨져 있었다.
[일괄 경로 지정의 요청자: 제3문.]
[요청 사유: 현재의 선택을 미래의 답장으로 간주함.]
피엘이 입술을 깨물었다.
“미래의 답장이라니요. 아직 아무도 답하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누군가 제2문의 문틈 아래로 새 편지를 밀어 넣었다.
[제3문 방문자를 위한 안내.]
[이미 대답했다고 기록된 사람들을 만나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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