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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6화
PAYLUA ORIGINAL · 제6화

6화. 답장이 없는 우체국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6,027자

오프라인 책장
밀헤이븐 우체국은 낮에는 평범한 건물이었다. 정문에는 우체통이 세 개 있었고, 창구에는 농산물 거래 확인서와 세금 고지서가 쌓여 있었다. 영업시간을 알리는 칠판도 있었다. 그러나 밤이 되자 건물은 이상하게 커졌다. 사람이 두 걸음이면 지날 복도는 열 걸음을 걸어도 끝나지 않았고, 창문마다 다른 계절의 달빛이 걸려 있었다. “이상하군.” 오스벨이 벽면의 구조를 살폈다. “공간이 접혀 있어. 안쪽이 바깥보다 커지는 마법이지.” 벤은 낡은 우편함을 하나 쓰다듬었다. “사람들이 전하지 못한 말은 쌓이기 마련이야. 특히 신에게 하는 말은 대답이 없을수록 더 많아지지.” 그 말을 듣던 피엘은 수첩을 끌어안았다. 그는 신탁을 전달했지만 인간이 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배달한 적은 없었다. 천계 제7물류국에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만 있었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통로는 민원용으로조차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았다. 열쇠를 문에 넣자 작은 종이 울렸다. 안쪽에는 파란 잉크가 묻은 앞치마를 두른 여인이 앉아 있었다. 스무 살 후반쯤 되어 보였다. 짧게 자른 갈색 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 얇은 안경을 코끝에 걸친 채 편지 봉투를 분류하고 있었다. “접수 마감은 해 질 때입니다.” 피엘이 열쇠를 내밀었다. “야간 배달실을 찾고 있습니다.” 여인의 손이 멈췄다. “누가 보냈나요?” “제분소에서 일하던 분이요.” “그분은 살아 계십니까?” “네. 딸도 만났습니다.” 여인은 안경을 벗었다. 잠시 눈을 감은 뒤 무언가를 결정한 사람처럼 문을 안으로 열었다. “들어오세요. 전 마라입니다. 이 우체국의 야간 분류원이고요.” 야간 배달실의 벽에는 봉투가 끝없이 꽂혀 있었다. 금빛 봉투도, 검은 봉투도 아닌 평범한 종이들이었다. 어떤 것은 오래되어 가장자리가 바스러졌고, 어떤 것은 눈물에 젖어 글자가 번져 있었다. 토비는 아기 손바닥만 한 편지 하나를 발견했다. ‘우리 엄마가 내일은 안 아프게 해 주세요.’ 그는 글을 읽고 한참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건 왜 여기에 남아 있어요?” 마라가 대답했다. “올라가는 주소가 없어서요. 보내는 사람이 열심히 썼더라도 어디로 보낼지 아는 사람이 없으면 여기 쌓입니다.” “그럼 신들은 아무것도 못 읽어요?” “읽는 신도 있겠죠. 다만 도착 확인을 보내 주지 않는 것뿐이에요.” 마라는 옆의 큰 상자를 열어 보여 주었다. 그 안에는 글을 배우지 못한 아이가 그림으로 그린 편지, 전쟁터의 군인이 급히 남긴 유언, 이름을 모르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려고 쓴 쪽지가 뒤섞여 있었다. 인간의 필체는 가지각색이었다. 삐뚤빼뚤한 글씨도 있었고, 시간이 흐르며 잉크가 희미해진 것도 있었다. “제가 야간 분류원을 맡은 건 이 편지들 때문이에요.” 마라가 말했다. “어릴 때부터 우편함 앞에서 기다렸거든요. 우리 아버지는 전쟁터로 가셨고, 어머니는 소식이 없다면 무사한 거라며 저를 달랬어요. 하지만 저는 소식이 없으면 무슨 일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녀는 봉투 하나를 꺼내 보여 주었다. 겉면은 낡았지만 주소가 분명했다. ‘마라에게. 네가 열네 살이 되면.’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한참 뒤에 이 편지를 찾았어요. 누군가 잘못된 우편함에 넣어 둔 거죠. 내용은 별거 아니었어요. 생일 축하한다, 매일 밥 잘 먹어라, 추울 때는 두꺼운 옷을 입어라.” 마라는 잠깐 웃었다. “그런데 그 별거 아닌 편지가 저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물건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편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토비는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는 농사를 짓다가 집을 오래 비우는 일이 거의 없었고, 편지보다 직접 찾아가 안부를 묻는 일을 좋아했다. 하지만 마라가 봉투를 쥐는 손을 보고는 편지를 기다리는 사람이 어떤 마음인지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천계에도 이런 편지 보관함이 있나요?” 그가 피엘에게 물었다. “구조상 없을 겁니다. 저희는 신탁 발송 부서고, 저런 개인 서신은 관할이 아니니까요.” “관할이 없으면 어떻게 해요?” “보통은 담당 기관을 찾도록 안내합니다.” “담당 기관이 없다고 하면요?” “…….” 피엘은 입을 다물었다. 그가 제일 자주 적었던 처리 결과가 ‘관할 부서 없음’이라는 문장이었다. 수백 장의 보고서를 그렇게 끝냈을 것이다. 천계에선 정확한 처리였지만 지상에선 영영 오지 않는 답장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마라는 피엘의 표정을 보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 혼자 그런 일을 만든 건 아니겠죠. 그래도 지금부터는 달라질 수 있어요.” 피엘은 자기도 모르게 어깨의 힘을 풀었다. 그는 늘 실적과 징계로 평가받았다. 누군가 결과와 상관없이 다음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해 준 건 처음이었다. 오스벨은 편지들이 들어 있는 상자를 한참 들여다보더니 조심스럽게 은빛 달걀을 꺼냈다. 알을 비추자 위쪽에 섬세한 선이 떠올랐다. 신탁과 달리 이 편지들은 내용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봉투마다 작은 빛의 색이 다르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이건 신탁이 아니군. 그렇다고 그냥 종이도 아니야. 쓰는 사람이 남긴 마음이 묻어 있어.” “천계의 장부에는 감정이나 마음을 기록하는 항목이 없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그러니 분류가 안 됐던 거겠지.” 마라는 상자를 다시 덮었다. 그리고 한쪽 벽에 걸린 작은 열쇠들을 가리켰다. 열쇠마다 사람의 이름 대신 날짜가 붙어 있었다. 어느 날 누군가 찾아와 편지의 주인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었다. “이 방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기다림들이 있어요. 저는 누가 언제 찾으러 올지 몰라도 함부로 버리지 않으려고요.” 피엘은 천계의 서류 폐기 기한과 마라의 오래된 열쇠들을 번갈아 보았다. 보관하는 이유가 규정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언젠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피엘은 그 말을 불편하게 받아들였다. 자신은 수신 확인 없이 끝난 업무를 업무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천계는 인간에게 대답할 필요조차 없다고 여긴 셈이었다. 마라는 피엘의 수첩 표지를 보고 조용히 물었다. “당신이 피엘인가요?” “제 이름을 어떻게….” “같은 이름이 적힌 편지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요. 열여덟 해 전부터.” 피엘의 몸이 굳었다. “열여덟 해 전이요? 저는 그때 아직 제7물류국에 발령받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저도 이상했어요.” 마라는 낡은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제분소에서 가져온 봉투와 같은 형식의 종이가 수십 장 있었다. 거의 모든 편지의 수신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음’. 하지만 맨 처음 온 편지는 달랐다. [수신자: 첫 번째로 잘못 선택된 사람.] [보내는 이: 제0경로.] 토비가 편지를 읽었다. “잘못 선택된 사람이라고요? 저는 선택받으면 좋은 건 줄 알았는데요.” “선택이란 말에는 함정이 있지.” 벤이 소매를 걷으며 말했다. “어떤 사람을 영웅으로 선택한다는 건, 그 사람 대신 위험을 감당하지 않을 사람을 선택한다는 뜻이기도 해.” 오스벨은 잠시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렇지만 사명을 받은 자는 세계를 위해 필요한 일을 하도록 인도받는 것 아닌가?” 마라가 고개를 저었다. “어느 신탁을 읽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본 건 누가 병을 고쳐 달라고 썼는데 정작 왕이 축제를 열라는 답을 받은 일, 한 마을에 비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다른 마을에 폭풍이 내린 일이에요. 이곳에서는 그런 답장이 계속 도착하고 있어요.” 그녀는 책상 위에 지도를 펼쳤다. 밀헤이븐 북쪽과 서쪽에 작은 점들이 모여 있었다. “저는 오배송된 편지를 받은 사람들을 찾아다녔어요. 대부분 본인이 잘못 받은 줄도 모르죠. 그래도 이상한 일이 생겼다는 건 알아요. 가끔 자기 것이 아닌 꿈을 꾸거든요.” 지도 가운데 동그라미가 쳐진 마을 이름은 브린이었다. 도시에서 하루 거리의 농촌이었고, 여러 개의 작은 길이 그곳에 모였다. “최근 한 달 동안 그 마을에서 열두 명이 서로 다른 신탁을 받았어요. 빵 굽는 사람은 바다를 건너라는 명령을, 어부는 성벽을 지키라는 명령을, 아이는 겨울 축제의 불을 피우라는 명령을요.” “그게 무슨 문제죠?” 피엘이 물었다. “그 마을에는 바다가 없어요. 성벽도 없고, 겨울 축제도 열지 않아요. 명령이 전부 다른 마을을 위한 거예요.” 오스벨의 눈이 커졌다. “사명과 능력이 어긋나는 게 아니라, 한 장소에 목적 없는 명령들을 모으고 있군.” 마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 여덟 명이 자기 이름을 자꾸 잊어버린다고 했어요.” 피엘은 오른쪽 날개 끝을 내려다봤다. 소멸 명령이 자신에게 했던 일이었다. 오배송이 사람의 신원을 조금씩 앗아간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영웅을 없애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람 자체를 기록에서 지우려 하고 있었다. “왜 제게 먼저 알리지 않았습니까?” 마라는 차분하게 그를 바라봤다. “당신 이름으로 된 서류가 사람들을 데려갔거든요. 똑같은 얼굴을 한 천사에게 제 이야기를 하기 무서웠어요.” 피엘은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가짜가 이미 여러 사람에게 해를 끼친 것이다. 사과하고 싶었지만, 사과할 권리조차 자신에게 있는지 망설여졌다. 그때 우체국 바깥에서 커다란 종소리가 들렸다. 밤 열한 시를 알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규칙적인 두 번의 종, 잠깐의 침묵, 다시 한 번. 마라가 얼굴을 굳혔다. “우편 회수반이 왔어요.” 그녀는 신탁을 받지 못한 편지들을 급히 상자에 담았다. 복도 저편에서 구두 소리가 들렸다. 어둠 속에 흰 깃털이 떠올랐다. 일반 천사보다 한 등급 높은 회수 천사들이었다. 얼굴은 하얀 가면으로 가려져 있었다. [접수 불가 편지 소각 개시.] “저 편지들은 아무도 받지 못했어요!” 토비가 외쳤다. “그러니까 소각하는 겁니다.” 가면을 쓴 천사가 차갑게 대답했다. 토비는 잔뜩 찡그렸다. “받을 사람이 없으면 나중에라도 찾아 주면 되잖아요. 씨앗도 심을 곳이 없다고 태워 버리진 않아요.” 피엘은 본능적으로 대답했다. “저쪽에서는 보관 기한 경과라고 처리할 겁니다.” “그럼 보관 기한을 늘려요!” 피엘은 잠깐 토비를 보았다. 토비는 자기 것이 아닌 편지를 가슴에 안고 있었다. 사람들의 간절한 글들이 종이 너머에서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연장할 수 있습니다.” “정말요?” “하나씩은 못 합니다. 하지만 수신인 확인을 요청하면 해당 주소의 모든 편지가 검증 기간에 들어갑니다.” 그는 수첩의 민원 칸을 열었다. 소멸 명령이 걸린 자신의 이름이 붉게 빛났다. 손가락을 대자 잠시 어지러웠다. 잃어버린 첫 근무 기억의 빈자리가 벌어지는 느낌이었다. “수신인 확인을 요청할 대상은 누구입니까?”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요.” 토비가 말했다. 피엘은 피식 웃었다. “그런 이름으로 신청하면 반려됩니다.” “그럼 아직 모르는 사람이라고 적으면 되죠.” 마라가 말을 이었다. “우체국에서는 이름을 모를 때 ‘수취인 미상’이라고 적어요.” 피엘은 그 세 글자를 적었다. 사무적인 글자였지만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수취인 미상 우편에 대한 확인 요청 접수.] [소각 중지.] 가면을 쓴 천사들의 손이 멈췄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다 갑자기 한 발 물러섰다. 수첩에 다른 문장이 떠올랐다. [본 신청은 미분류 신탁 원본과 연결됩니다.] [관할 기관: 제0경로.] 마라가 숨을 들이켰다. “그게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었군요.” 그러나 가면 쓴 천사들의 눈구멍에서 붉은 빛이 번쩍였다. 그들은 일제히 똑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0경로의 접근을 감지했습니다. 전염 방지를 위해 현장 격리를 시작합니다.” 우체국 바닥의 타일이 벽처럼 솟아올랐다. 마라는 열쇠를 던져 뒤편 문을 열었다. 토비는 상자를 안은 채 뛰었고, 오스벨은 수탉을 감싼 외투를 단단히 여몄다. 벤은 막혀 가는 복도 틈에 그림자를 붙여 잠시 길을 넓혔다. 피엘은 마지막에 남아 문을 닫았다. 그 순간 자기 이름이 적힌 편지 한 장이 타일 틈에서 미끄러져 나왔다. 글씨는 낯익었다. 오른손으로 천천히 쓰고 마지막 점을 오른쪽으로 찍는 버릇까지 똑같았다. [피엘에게.] [네가 누구를 위해 처음 편지를 배달했는지 기억해.] 그가 편지를 집으려는 순간, 글자가 뒤집혔다. [그리고 네가 그 사람에게 무엇을 빼앗았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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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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