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단은 오래된 구급 편지를 접지 못했다.
“이 기록이 사실이라면…….”
“사실인지부터 검증해야 합니다.” 하린의 목소리가 통신석에서 흘러나왔다. “원본 보관 위치와 열람자를 확인하겠습니다. 화면에 나타난 문장을 바로 판결문처럼 사용하지 마세요.”
유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처음 제2문에 발령받았을 때, 분리 시험의 실패는 입문 교육의 첫 장에 실려 있었다. 미래 신탁을 멈추면 보호까지 끊긴다. 그래서 일괄 발송은 불가피하다. 그는 그 문장을 수없이 반복했다.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언제나 무책임하게 보였다.
“저는 그 말 때문에 리네의 질문도 무시했군요.”
세아가 물었다. “그 질문에 지금은 답하실 수 있어요?”
“아직 모르겠네. 하지만 기록을 더 살펴보자고는 답할 수 있지.”
그 대답을 들은 세아의 표정은 조금 누그러졌다. 그녀는 어머니가 남긴 저울의 추를 다시 손에 쥐었다. 그 물건을 가지고 있다고 어머니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질문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달랐다.
잠시 뒤, 지상에서 직접 올라온 배달원이 소란을 일으켰다. 그의 등에 멘 우편가방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남쪽 늪지의 병원에서 온 긴급 요청이었다.
“누가 여기 담당입니까? 환자 보호 축복이 안 내려왔다고 난리입니다!”
나엘이 접수 번호를 확인했다. “전송 보류 대상에 들어간 게 맞아요. 그런데 환자 상태가 어떤가요?”
“갓 태어난 아이가 숨을 제대로 못 쉰답니다. 치료 담당자는 필요한 처치를 하고 있는데, 출생 전에 약속된 안내 편지가 오지 않아 가족이 크게 불안해하고 있어요.”
피엘은 급히 신청서를 읽었다. 보호자는 아이를 위해 길잡이 축복을 신청했고, 현재 의료진은 별도의 긴급 경고와 진료 지원을 요청해 둔 상태였다. 절차상 서로 다른 일인데 일괄 발송 때문에 한 묶음으로 묶여 있었다.
“의료진의 긴급 요청부터 경고망으로 보내겠습니다. 축복을 보내는 문제는 원본과 변환본을 확인한 뒤에 판단해야 합니다.”
배달원이 화를 냈다. “그 사이에 큰일 나면요?”
“그러니까 진료에 필요한 통신부터 지연시키지 않는 겁니다.”
토비는 물이 새는 가방을 받았다. 그 안에는 접수 서류가 젖지 않도록 싸 놓은 밀랍 포장이 있었다. 그가 포장을 풀자 벤이 옆에서 불평했다.
“오늘만큼은 네가 함부로 뜯지 않는 사람이라고 믿고 싶은데.”
“접수 담당자 앞에서 확인하는 거예요. 혼자 보는 거 아니에요.”
“그렇다면 내일은 감자 한 자루를 사 주지.”
“증인 둘 있습니다.” 토비가 즉시 말했다.
다급한 분위기 속에서도 세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피엘은 웃기 전에 서류 두 장을 확인했다. 하나는 ‘숨을 쉽게 쉴 수 있도록 필요한 도움을 받게 해 주세요’라는 보호자의 청원이었다. 다른 하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성향만 허용한다’는 변환 신탁이었다.
“지금 이 아이에게 필요한 건 치료와 보호이지, 평생 성격을 제한하는 규칙이 아닙니다.”
나엘은 경고망으로 치료 지원 요청을 보냈다. 오스벨은 변환본을 별도 봉인했다. 유단은 예비접수관 권한을 넘어서는 긴급 상황임을 인정하고, 자신이 정식 승인자로서 수동 보호 안내를 발송하겠다고 서명했다. 안내의 내용은 아주 좁았다. 병원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환자의 상태를 실제 의료진이 판단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이렇게 짧아도 축복이 됩니까?” 배달원이 물었다.
“짧아서 더 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피엘이 답했다. “다만 효과는 지상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지금 여기서 무사하다고 적을 수는 없어요.”
배달원은 서류를 가방에 넣고 돌아갔다. 그가 떠난 뒤 모두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종탑에서 보류 중인 예약 발송 6,400건의 숫자는 그대로였다. 그중에는 실질적 위험을 일으키지 않는 단순한 안내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삶을 조금씩 좁히는 신탁도 섞여 있을 것이다. 서류 한 장을 보고 모두가 같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엘이 말했다. “저희는 지금 한 건을 처리하는 데 한 시간 가까이 걸렸어요. 6,400건이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심사해야 하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피엘이 말했다. “기계가 비교할 수 있는 항목은 자동으로 분류하고, 해석이 필요한 부분은 사람에게 넘길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그 판단 기준도 검증받아야겠죠.”
벤이 휘파람을 불었다. “천사의 입에서 자동 분류가 나오다니. 전에도 자동 대리자를 만들었다가 고생하지 않았나?”
서온의 통신이 그 말 끝에 울렸다.
[나 들었어. 그렇다고 자동 분류를 전부 악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내가 무서운 건 사람 대신 동의하는 장치야.]
피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류와 결정은 다릅니다. 그리고 분류 결과를 되돌릴 수 있어야 합니다.”
서온은 장부를 넘기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제1문에서 옛 제2문 분리 심사 회의록을 찾았어. 이 회의록에는 리네가 한 번 더 등장해.]
“무슨 말입니까?” 세아가 물었다.
[그분은 발송을 전부 막자는 사람이 아니었어. 실제 긴급 보호와 미래 지정 명령을 분리하려고 제안했어. 그리고 그 제안이 부결된 날, 열여덟 명 중 세 명이 반대 의견을 철회했다고 적혀 있어.]
“왜 철회했대요?”
[사유는 없어. 다만 서명 옆의 날짜가 전부 똑같아. 분리 시험이 실패한 바로 그날이야.]
유단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때 회의장을 지킨 사람은 나였어. 회의가 끝나자 누군가 직원들에게 사본을 모두 반납하라고 했지. 너무 큰 사고가 났으니 회의를 중지하라는 이유였어.”
“누가요?” 피엘이 물었다.
“직속 상관의 명령이라고 들었네. 이름은 모른다.”
“그러면 명령 전달자의 기록이 남아 있을 겁니다.” 하린이 말했다.
연락이 오기 전, 나엘은 통신석 앞에서 내내 왔다 갔다 했다. 그가 제일 불안해하는 것은 의료진이 보낸 답장이 예상보다 늦다는 점이었다. 통신석은 가끔 늦게 울리기도 했다. 바다가 거친 날이면 신호가 중간의 마차역을 한 번 더 거쳤고, 그때마다 기록은 '대기'라는 두 글자만 보여 주었다.
“전에는 보류라고 적히면 누가 잘못했는지부터 찾았어요.” 나엘이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군가 저쪽에서 정말 바쁘게 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맞습니다. 그걸 확인하는 게 먼저죠.” 피엘이 대답했다.
피엘은 수신 확인 요청을 한 번 보낸 뒤 추가 통신을 멈췄다. 너무 많은 요청을 보내면 의료진에게 쓸데없는 업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대신 그는 이미 발송한 안내가 원문대로 전달됐는지 중간 기착지에 확인했다. 확인된 것은 '접수'였지 '환자 회복'이 아니었다.
오스벨은 마법탑에서 배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느 제자가 중병에 걸린 친구를 살리겠다며 치료 주문을 지나치게 많이 걸었고, 그 주문들이 서로 엉켜 오히려 약효를 방해했다고 했다. 그 일을 겪은 뒤 마법탑은 응급 주문을 쓰더라도 현장 치료자의 판단을 우선하도록 규칙을 고쳤다.
“대단한 마법사도 모든 일을 직접 해결할 수는 없다는 거군요.” 토비가 말했다.
“맞아. 나는 그걸 배우기까지 오래 걸렸지. 닭들에게 물을 줄 때도 그래. 물을 많이 준다고 다 좋은 건 아니거든.”
벤이 눈을 가늘게 떴다. “꼭 닭 이야기로 결론 내야 하나?”
“내가 요즘 가장 정확하게 관찰하는 대상이니까.”
토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 감자라서 이해돼요.”
피엘은 둘의 대화를 듣다가 웃었다. 작은 것이 언제나 쉬운 것은 아니었다. 한 명의 아이가 무사히 밤을 보내도록 돕는 문제는 천계의 거대한 구조를 개혁한다는 말보다 훨씬 구체적이었다. 그리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업무 범위를 넘어서 결과를 조종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사람들의 손에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전하는 일이었다.
잠시 후 지상 병원에서 두 번째 연락이 왔다. 나엘이 황급히 수신석을 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긴급 진료 지원 통신 도착 확인. 의료진 조치 계속 중. 보호자에게 변환 신탁 보류 사유 설명 완료.]
아이의 예후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필요한 지원을 늦추는 일은 막았다. 피엘은 그 결과를 과장하지 않고 장부에 그대로 적었다.
세아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는 이럴 때 뭐라고 하셨을까요?”
토비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아마 한 명이라도 더 다치지 않게 하자고 하셨겠죠. 어머니를 전혀 모르지만, 적어 놓으신 말을 보면요.”
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종탑의 열세 번째 의자 쪽을 봤다.
그 의자 위의 빈 종이는 더 이상 비어 있지 않았다.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는 사실은 내 인생을 대신 선택해도 된다는 허락이 아니다.]
문장 끝에는 누구의 서명도 없었다. 대신 종탑 내부에서 새로운 기록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제2문 종 분리 시범 승인 요청.]
[이전 실패 기록의 검증 가능 책임자: 유단.]
[시범 승인 시 첫 심사 대상: 6,400건 중 24건.]
피엘은 종탑을 바라봤다. 처음 제2문에 왔을 때 이곳의 모든 시계는 한 방향으로만 흘렀다. 정해진 미래를 향해 서둘러 달리라는 명령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금 창구마다 작은 시계가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긴급 경고를 다루는 창구는 더 빨리, 오래된 원본을 검토하는 창구는 더 천천히 움직였다. 같은 하루라도 서로 다른 일이 다른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종탑이 조금씩 배우는 것 같았다.
토비는 유단에게 감자를 하나 건넸다. “서명하고 나면 드세요. 다 식었지만요.”
유단은 당황해서 감자를 받았다. 천계에서 감자를 직접 손에 쥔 적이 없었다.
“이건 무슨 의미인가?”
“밭일 하다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 아버지가 하시던 거예요. 빈속에 하면 괜히 성질만 난다고요.”
벤이 말했다. “그럴듯한 말이긴 한데, 감자를 끼워 넣는 버릇은 정말 못 고치겠군.”
유단은 감자를 주머니에 넣었다. 누구도 그에게 모든 결과를 혼자 책임지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 필요한 자신의 결정을 피하지 말아야 했다.
유단은 천천히 자신의 명찰을 내려다봤다.
“이번에는 내가 이름을 걸어야 하는군.”
그가 서명란 앞으로 나아가자 제2문의 종이, 처음으로 조용히 두 번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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