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는 손끝으로 저울 아래 적힌 날짜를 다시 확인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이에요.”
“그렇다면 어머니가 미래를 알고 있었던 겁니까?” 토비가 물었다.
오스벨이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결론 내릴 필요는 없네. 발송 신청서를 미리 작성한 사람일 수도 있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딸에게 문의를 남겨 둔 거라고요?”
“아니, 제2문에 이런 제도가 있는지 먼저 알아보고 질문을 남겨 둔 걸 수도 있네. 종이에 적힌 날짜가 작성일인지 접수일인지도 확인해야지.”
피엘은 그 말에 동의했다. 섣부른 해석은 원본 문장을 잘못 바꾼 사람들이 늘 하던 실수였다.
나엘은 저울에서 원본 충실성 추를 빼냈다. 기계 내부의 작은 바퀴들이 천천히 움직이더니 바닥에 숨겨진 번호가 나타났다. 번호는 여러 통지문에 반복해서 등장했던 0000이 아니었다.
[점검번호: 2-13.]
[담당: 제2문 분리 심사 조정인.]
[신청자: 리네 외 17명.]
“열여덟 명이요?” 세아가 물었다.
나엘은 오래된 서가에서 점검 목록을 찾아냈다. 당시 제2문에서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게 보호를 보내는 방식에 대해 많은 청원이 있었다. 그중 열여덟 명이 미래의 모든 선택을 고정하는 발송에 이의를 제기했고, 관련 부서가 세 가지 판단 기준을 만들어 시범 점검을 했다고 적혀 있었다.
“어머니가 제도에 반대한 거군요.”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반대만 하신 것도 아니에요.” 피엘이 문서 뒷면을 읽었다. “당장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보호하면서도 삶을 미리 결정하지 않는 방법을 제안하셨어요.”
세아는 저울의 추를 손에 쥐었다. 그것이 무겁게 느껴진 까닭은 쇳덩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유단은 오래된 분리 심사 회의록을 손에 쥐고 서 있었다. 세아가 기록에 이름을 남겨도 되느냐고 묻자, 그는 자신의 이름표를 보였다. 명찰은 오래 닳았지만 잘 닦여 있었다. 제2문 부서장이라는 직함보다도 그는 자신의 이름이 지워지는 것을 더 싫어한다고 했다.
“처음엔 열심히 일했네. 본래 미래를 보관하는 곳인데, 서류가 밀리는 걸 견딜 수 없었지. 그래서 모든 미래를 똑같은 형식으로 처리하면 더 많은 사람을 돕게 될 거라 생각했어.”
“도움받은 사람이 있었겠죠.” 세아가 말했다.
“물론 있겠지. 그래서 더 쉽게 그만두지 못했어. 성공 보고서는 매일 쌓였고, 실패한 사람은 직접 찾아와야 겨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니까.”
피엘은 그 말에 질문을 덧붙였다. “접수된 이의 수와 실제 변경 건수를 비교할 기록이 있습니까?”
“접수 목록은 있네. 변경된 편지는 적어. 미래에 관한 신탁은 바꾸는 순간 모든 가능성이 흔들린다는 이유로 심사를 까다롭게 했거든.”
“가능성이 흔들린다는 표현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검증됐습니까?”
유단은 입을 다물었다. 그는 오랫동안 그 문장을 사실처럼 외웠지만 실제 현장 측정 자료를 본 적이 없었다.
“그걸 말해 줄 수 없군.”
“그렇다면 지금부터 확인해야겠죠. 이미 축복을 받고 잘 지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까지 피해야 합니다.”
나엘은 곁에서 내용을 받아 적었다. 유단은 손사래를 치지 않았다. 이 부서에서 이런 회의가 정식 기록으로 남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실무자들은 회의록을 남기는 일을 귀찮아했다. 나중에 서명한 사람을 찾아 책임을 물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기록이 없는 상태에서는 누가 좋은 판단을 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때 종탑이 다시 흔들렸다.
[현상 유지 심사: 증거 보완 요구.]
[제2문 긴급 보호 요청 412건 처리 대기.]
[미래 경로 일괄 지정 6,400건 발송 대기.]
나엘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 숫자는 제2문 전체 관할에서 지금 기다리는 건수예요. 우리 눈앞에 보이는 편지가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토비가 계산하려다 손가락을 접었다. “여섯…… 엄청 많네요.”
“우선 몇 건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나눕시다.” 피엘이 말했다. “도착하지 않은 편지, 이미 수신인이 생긴 편지, 긴급 위험을 알려야 하는 편지를 섞지 않겠습니다.”
창구 두 곳에 임시 안내판을 세웠다. 나엘은 발송 보류로 인해 걱정하는 보호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세아는 본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문제를 신고할 수 있는 별도 접수표를 만들었다. 토비는 긴 줄에 선 사람들에게 물을 날랐다. 벤은 마계의 계약서 검증술로 예약 편지의 조건에 숨겨진 함정을 찾았다.
“이거 봐.” 벤이 문서 한 장을 흔들었다. “'안전한 직업을 갖도록 돕는다'는 원본인데, 변환본에는 '위험한 꿈을 품을 수 없게 한다'고 되어 있어. 좋은 꿈인지 나쁜 꿈인지 누가 정한 거야?”
“결정한 사람이 있겠죠.” 피엘이 말했다. “그 사람의 판단 근거부터 찾아야 합니다.”
“나라면 그냥 이 편지를 태우겠어.”
“그러면 원본까지 사라집니다.”
“내가 싫어하는 답만 골라 내는 재주가 있다니까.”
벤은 불평하면서도 원본과 변환본을 분리해 봉인했다. 그가 마계 영수증에 적은 문구는 단순했다. '소각하지 않음. 동의 없음. 책임 미확정.'
얼마 뒤 제2문 부서장이 나타났다. 머리카락이 희끗한 천사로, 이름은 유단이었다. 그는 바닥에 늘어선 임시 표지를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누가 승인 없이 창구를 늘렸습니까?”
나엘이 일어섰다. “접수 대기와 긴급 경고를 분리해서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기존 창구로는 민원이 밀려서요.”
“그런 현장 편의는 나중에 검토할 일이오. 발송을 미루면 지상에서 혼란이 생깁니다.”
“혼란은 이미 있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그는 긴급 경고 전달 기록과 변환본 오류 사례를 함께 보여 주었다. “지금 멈춘 것은 일괄 미래 지정이며, 긴급 경고는 수동으로 발송하고 있습니다. 기록도 남겼습니다.”
유단은 서류를 오래 들여다봤다. 단호하게 처벌을 선언할 줄 알았던 나엘은 그가 생각보다 조용히 묻자 놀랐다.
“수동 발송 건에서 누락은 없었나?”
“지금까지 확인된 누락은 없습니다. 아직 재확인 중입니다.”
“누락이 하나라도 생기면 네가 책임질 건가?”
나엘이 입술을 열었지만 피엘이 먼저 말했다.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누가 어떤 판단을 했고 누가 어떤 승인 권한을 갖는지 나누어 기록해야 합니다.”
유단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제1문에서 온 그 천사군. 듣던 대로 말이 길군.”
“짧게 말씀드리면, 잘못된 일괄 발송을 멈추고 필요한 보호는 계속하자는 겁니다.”
토비가 작게 박수를 쳤다. 벤은 부러 일부러 큰 한숨을 쉬었다.
유단은 점검번호 2-13을 보더니 잠깐 손을 멈췄다.
“이건 어디서 얻었나?”
“기존 설비에서 발견했습니다.” 나엘이 답했다. “당시의 분리 심사 기록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건 오래전에 불완전하다고 판정됐네.”
“판정서가 있습니까?” 세아가 물었다.
유단은 세아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리네를 닮았군.”
세아는 추를 내려놓지 않았다. “어머니를 아셨나요?”
“그분은 마지막 회의에서까지 같은 질문을 했지. '우리가 구하려는 건 아이인가, 우리가 원하는 내일인가?' 모두가 너무 느린 방법이라고 했네.”
“어머니 말에 답은 하셨어요?”
유단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기록을 열람하고 싶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제 가족의 일인 동시에 지금 벌어지는 발송 문제의 관련 기록이니까요. 공개 가능한 부분과 개인 부분은 구분해 주세요.”
유단은 그녀를 피하지 않았다. “접수하도록 하지. 다만 한 가지는 알아야 하네. 그때 분리 심사가 멈춘 건 단지 위원들이 귀찮아해서가 아니었어.”
그가 종탑 가장 아래쪽 문을 열었다. 안에는 낡은 구급 편지가 한 장 걸려 있었다. 받는 사람은 출생 전의 아이였고, 주소는 재난 지역의 임시 진료소였다.
“우리가 오래전 미래 발송을 일괄 멈췄을 때, 긴급 치료 안내도 함께 멈췄지. 누군가는 도움을 너무 늦게 받았어. 그 결과를 잊지 못한 직원들이 분리를 포기하고 일괄 체계로 돌아갔네.”
토비의 표정이 굳었다.
“그럼 멈춰도 안 되고, 보내도 안 된다는 거네요.”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지.” 유단이 말했다.
피엘은 낡은 구급 편지에 적힌 시각과 실제 발송 기록을 비교했다. 그 사고는 분리 심사가 실패해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긴급 경고망으로 갈 수 있었던 편지를 굳이 중앙 종탑에 묶어 둔 기록이 남아 있었다.
유단은 피엘에게 낡은 지도도 한 장 보여 주었다. 그 지도에는 눈보라가 몰아친 마을 열한 곳의 위치가 표시돼 있었다. 옛 사고 조사단은 어느 마을이 위험했는지만 기록했고, 언제 경고가 도착했는지는 제대로 남기지 않았다. 그래서 재난이 발생한 시각과 발송 중단이 실제로 연결되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사건을 오래 기억하는 것과 정확히 기억하는 건 다른 일이군요.” 유단이 말했다.
토비가 지도 한구석을 가리켰다. “여긴 산맥이 막혀 있네요. 경고가 도착했어도 제때 대피할 길은 있었을까요?”
“그것도 조사해야겠죠.” 피엘이 답했다. “신탁이 만능이 아니라면 지상의 대피로와 실제 도움도 확인해야 합니다.”
유단은 지도 아래에 새 항목을 적었다. '경고 도착 시각', '지상 대피 가능성', '추가 피해 원인'. 그가 이 표를 만들자 세아는 오래전 리네가 남긴 보고서에서 같은 세 항목을 보았다. 연필로 쓴 글씨가 너무 흐려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뜻만은 분명했다.
“어머니가 이걸 이미 제안하셨군요.”
유단은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다. 누군가의 질문이 오래전에도 존재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가장 부끄러운 발견이었다.
“분리가 위험했다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어떤 연결 때문에 경고가 멈췄는지 조사할 수 있습니다.”
유단은 그를 한동안 바라봤다.
“네가 말한 것이 맞다면, 우린 오랫동안 잘못된 교훈을 붙들고 있었군.”
그때 낡은 구급 편지 뒷면에서 붉은 글자가 솟아났다.
[긴급 경고망 분리 시험 기록.]
[실패 원인: 중앙 승인자의 의도적 합류 명령.]
[승인 코드: 0000.]
유단이 숨을 삼켰다. 그가 수십 년 동안 되풀이했던 후회 뒤에, 누군가 일부러 연결을 유지한 흔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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